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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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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2. 18. 01:00 글/SS

전작


"그래... 그 녀석이 아직도"

"네. 결국 강경책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가에 이쿠의 말에 태사의에 앉은 곤룡포(袞龍袍)를 걸친 남성은 권태로운 표정속에서 눈을 번뜩였다. 워낙 일순간이었는지라 부복해있던 나가에 이쿠를 비롯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대소신료들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 눈빛은 분명 '흥미'라 불리는 종류의 감정을 담고 있는 눈빛이었다.

"하여간 누굴 닮은건지... 참 골치아프게 만드는군"

태사의의 앉아 있는 남성의 말에 그 자리에 서 있던 대부분은 '당신 딸이잖아!'라고 외치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눈 앞에 있는 남성은 그들의 주군이자 자신들이 함부로 올려다보지 못할 만큼 고귀한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외유는 허락했다지만 200년 정도까진 아니야. 슬슬 강제로라도 데려와야겠지."

"그럼..."

"서해랑 북해는 요즘 좀 바쁜듯하니 동해랑 남해 용왕에게서 용장 각 6명씩과 용왕 직할의 어림군 전체를 빌려서 데려오거라."

"넷?"

너무나도 과한 전력에 나가에 이쿠는 자신도 모르게 눈 앞에 있는 남성을 향해 반문했다. 그도 그럴법한게 용장은 용들 중에서도 특별히 무력이 높은 이들로 선발되는 존재들이었다. 단순 전투력만 따지면 투선이나 신장들과도 할만하다고 불리는게 용장이란 존재. 거기다 어림군이면 용왕권역내에서 특출난 환수나 영수들을 모아 만든 용왕의 직속부대였다. 그런걸 이만큼이나, 그것도 오직 한사람을 데려오기 위해 동원한다는 것은 나가에 이쿠로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네가 나한테 반문이 가능할 정도의 존재라고 생각하느냐?"

남성에 말에 그녀는 그대로 머리를 박으며 사죄를 올렸다. 자신은 고작해야 용궁의 사자. 눈 앞에 있는 남성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황송해야 마땅한 존재였다. 그런데 겁 없이 반문이라니...

"이만 물러가보거라. 다음번에 올땐 가급적이면 그녀석도 데려오고. 참 속썩이는 녀석이야"

"예-"

나가에 이쿠는 좀 과하다 싶을 정도의 예를 올린후 다급히 그 자리를 빠져 나왔다. 자칫해서 눈 앞에 있는 남성이 변덕을 부린다면 자신은 목숨을 부지하기 조차 힘들단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탓이었다.

나가에 이쿠가 사라지기 무섭게 옆에 있던 신하중 한명이 입을 열었다.

"고작 용궁의 사자에 불과한 아이입니다. 너무 겁을 주신건 아니신지..."

"이쯤은 겁을 줘야 최선을 다할게 아니더냐. 그래야 딸의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볼 수 있겠지."

"악취미십니다. 폐하"

"악취미긴, 내 딸이다. 얼마나 성장했는지 볼 의무가 있어."

태사의에 앉아 군룡포를 걸친 채 세상을 굽어보는 이 남성의 이름은 진시명. 사해의 모든 바다와 하늘을 책임지는 용들의 신이었다.



"메이링!"

팍-

모자를 꿰뚫고 머리에 박히는 단검. 오늘도 여느때와 같이 졸다가 걸린 홍마관의 문지기 홍 메이링에 대한 처우는 가혹했다. 그나마 킬링돌이 아닌 것은 다행이라 해줘야 하는 것일까?

"아파요 사쿠야씨"

"문지기일 제대로 하지 않고 졸고 있으니까 그러지!"

"너무하네요. 옛날에는 메이링씨 메이링씨 거리며 제 뒤를 졸졸 쫓아다니던 사쿠야씨가 지금은 이런 폭력메이드라니... 전 정말 슬픕니다."

"누가 폭력메이드라는거야! 게다가 그런 고리짝 얘기를 꺼내다니... 오늘도 킬링돌로 벌집이 되고 싶은거야?"

"아하하... 농담이에요 농담."

옛날에는 애교로 받아줬지만 요즘 사쿠야의 킬링돌은 너무나도 매서웠다. 아차하는 순간 전신이 꿰뚫려 벌집이 된 채로 명계에 가버릴 것 같아 무서운 메이링이었다. 물론 그정도로 죽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아픈건 아픈 것이었다.

"그나저나 준비는 잘 되어가는 거야?"

"무슨 준비 말씀하시는 겁니까?"

푹-

"아픕니다 아파요!"

메이링이 능청을 떨기 무섭게 머리에 박히는 단검. 단검에 피를 본 메이링은 엄살(?)을 부리며 사쿠야를 향해 말했다. 계속 능청을 떨었다간 몸이 남아나지 않겠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한 결과였다.

"당연히 준비했죠, 얼마 안있으면 플랑드르 아가씨의 500살 생일이지 않습니까."

"그동안은 그분을 '봉인'해 두느라 생일을 챙기지 못했지만 나오신 이상 최대한 화려하게 챙겨드리는게 사용인으로서의 의무겠죠. 메이링씨, 이번엔 아깝더라도 화단이 거덜날 각오를 하세요."

"꽃은 그대로 보고 감상하는게 베스트지 말입.... 아뇨아뇨 당연히 그래야죠."

결국 단검이라는 협박에 굴한 홍 메이링은 눈물을 흘리며 홍마관 정원에 있는 꽃들을 어떤식으로 배치하고 꾸며야 가장 화려할지에 대해서 고민해야만 했다. 이것에 대해서는 플라워 마스터인 카자마 유카의 도움을 얻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최근 기분이 좋지못한 플라워 마스터에 대한 소문도 들은터라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나저나 플랑드르 아가씨가 500살이라.... 홍마관도 벌써 200년이란 세월이 흘렀네요."

"슬슬 때움식 보수도 한계니 재공사를 겸한 재단장이 필요하겠죠."

본래 홍마관은 최소 500년은 가도록 설계되었고 또한 강력한 결계로 보호받고 있어서 족히 천년은 버틸것이라 생각했지만 약 3년 전쯤 있었던 홍무이변을 기점으로 홍마관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한 스펠카드룰, 그리고 매번 쳐들어와 대도서관의 책을 강탈하는 마리사 때문에 1000년은 가볍게 갈만한 저택이 금새 한계에 도달해 버리고 말았다. 그동안은 홍메이링과 요정들, 그리고 지하도서관의 파췌리 노우릿지가 임시적으로 보수를 했지만 결국 한계가 오고 만 것이었다.

"그나저나 누구더러 지어달라고 해야할까요?"

"아무래도 지저 아니면 캇파쪽이겠죠? 홍마관 정도의 크기를 지닌 건물을 만들고자 한다면..."

"하아..."

"골치아프네요"

홍마관의 양 기둥. 메이드장 이자요이 사쿠야와 문지기 홍 메이링은 홍마관의 증축에 대한 논의를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거라면 천계의 목공들을 동원하는건 어때요?"

"될 리가 없잖아. 게다가 환상향의 관리자인 요괴현자가 잘도 허락하겠다."

"우우... 하기사."

여느때처럼 놀러온 텐시에게 푸념을 늘어놓은 홍 메이링은 안될일만 말하는 텐시에게 가벼운 태클을 걸었다. 물론 목적을 말하고 요괴현자인 야쿠모 유카리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선택지도 있지만 그렇게되면 필히 자신의 옛날을 거론하게 될 것이라. 그건 가급적이면 피하고싶은 그녀였다.

"결국 지저인가? 캇파는 맡겼다간 뭘 만들지 모르니"

"오니가 났겠죠. 캇파보다는"

텐시의 말에 홍메이링은 아가씨에게 말한 후 한번 지저에 갔다와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보면 플랑드르 아가씨 선물도 아직이었지..."

사쿠야에게는 준비해놨다고 말해놨지만 아직까지 진정으로 선물할만한 물건은 구하지 못했다. 물론 일단 구해놓은건 있지만 이게 플랑드르 아가씨에게 선물할만한 물건이라고는 아직 생각지 않는 메이링이었다.

"천계의 복숭아는 어때요?"

"그건 네가 직접 선물로 주렴"

가급적이면 직접 구한 물건으로 드리고 싶었다.

"음... 향림당에라도 가볼까?"

"향림당 입니까..."

"점주라면 희귀한 물건에 대한 정보도 꽤 가지고 있을테니까."

향림당의 점주 모리치카 린노스케는 자신의 손에 들어온 물건은 왠만해선 안내놓는 남자. 그런만큼 정보를 구하는 쪽이 방법적으로는 나을터였다.

뭐 그 정보도 제대로 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긴 하지만...

"뭐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니더라도 발품 좀 팔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그것도 그렇네요."

"여차하면 명련사의 나즈린씨에게 부탁하지 뭐"

보물 찾기가 주특기인 나즈린이라면 분명 좋은 물건을 구할 수 있을 것이 틀림 없었다.

"뭐 일단은 아가씨께 허가 받으러 가 볼까?"

홍 메이링은 문지기, 그런만큼 자리를 비우고자 하면 아가씨의 허락이 필수적으로 필요했다.



[목표, 홍마관을 나서는 중.]

"그대로 미행하면서 예상 도착위치를 확정해내. 확정 완료되면 나한테 보내고"

[예스 맴]

끊어진 통신을 보던 나가에 이쿠는 야전복장을 하고 있는 동해용궁과 남해용궁의 어림군을 보며 난감하고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환상향의 존재들과 달리 간간히 인간세계에 나가보기도 하는 나가에 이쿠는 인간세계의 군대복을 하고 있는 어림군의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차며 말했다.

"어림군도 인간계의 물 먹는건가?"

"용신님께서 재미있어보인다고..."

",,,"

어딜가나 문제인 변덕쟁이 용신이었다. 물론 그것을 실제로 내뱉으면 그냥정도로는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기에 그것을 입밖으로 내는 우는 누구도 벌이지 않았다.

"고생이 많구만 너희들도."

"사자인 이쿠님만 하겠습니까?"

"사자는 완전 심부름 센터 취급이라 들었는데요"

"심부름 센터라..."

생각해보면 그랬다. 뭔 일만 있으면 불러서 일을 시키는... 심지어는 자신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지 용궁의 사자란 이유만으로 터무니 없는 일을 시키는 경우가 심심치 않았다.

대표적인 예가 불량천인이라 불리는 히나나위 텐시를 가르치는 일. 천계에 있는 천인이 모두 포기했다 하여 자신이 불려갔을때 얼마나 터무니 없었던가...

"우울하다, 죽을까..."

"잠시! 날개옷으로 목메지 마세요!"

순간 우울해진 '임시'상관의 자살을 막기 위해 분투하는 어림군이었다.



"정보인가..."

"네. 작은 아가씨에게 선물할걸 찾고 있는데 마땅한게 없어서요. 뭐 괜찮은 물건에 대한 정보가 없을까요?"

"음, 뭐 있긴 있지만서도. 역시 좀 아까운걸"

"그러지 마시고... 아, 이건 어떠세요? 사나에씨에게 얻은 바깥의 책인데."

"흐음, 교과서랑 사전이란 건가?"

"일단 필사는 끝난데다가 파췌리씨는 별로 흥미를 안가지시는 책이라."

"괜찮겠지. 얼마전에 놀러온 코마치의 말에 의하면 무연총 깊숙한 곳에 뭔가 재미있는게 떨어졌다더군. 난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말이야"

"무연총입니까?"

바깥세계의 물건이 제법 떨어진다는 무연총이라면 확실히 뭔가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그곳을 배회하는 사신 코마치가 그렇게 말했다면... 가능성은 10할이었다.

"정보 감사합니다."

"거래니까. 아, 혹시나 해서 묻는거지만... 알고있지?"

"아, 네 알고있어요."

"괜히 걱정했군. 이런 분야는 나보다도 네가 전문일텐데 말이야"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미소와 걱정은 서비스야"

"그럼 다음에 뵐께요"

향림당의 점주 모리치카 린노스케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서는 홍 메이링. 그녀가 나가기 무섭게 가게 한쪽에서 '틈새'가 열리며 한명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너무 걱정하는거 아니야? 린노스케. 질투난다고."

"아니 뭐... 마리사정도의 힘을 지닌 녀석들이 숨어서 쫓아다니고 있으니 신경쓰여서 한 말이야"

향림당의 점주 모리치카 린노스케는 약하지만 약하지 않았다. 만약 진짜로 약했다면 홀로 이런곳에 가게를 차릴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을테니까.

"아, 동해랑 남해용궁의 어림군 말이네"

"용궁이면 환상향 바깥의 존재잖아. 괜찮은거야?"

"뭐가?"

"환상향의 '룰'을 집행하지 않아도 괜찮으냐고 묻는거야"

"뭐 처음엔 강제집행하려고 했지만... 노리는 상대가 메이링이니까"

어느새 차까지 꺼낸 요괴 현자 야쿠모 유카리의 말에 린노스케는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너 그녀에게 유감 있는거야?"

"유감이 있냐 없냐로 묻는다면 있다라고 대답해줄께. 뭐 나두고 있는건 그 이유때문이 아니지만"

"그러지 말고 좀 도와주지? 메이링씨는 마리사한테도 매번 당하잖아"

"정말 질투나네... 저쪽에 가세해버릴까"

"어이어이..."

린노스케가 인상을 찌푸리자 유카리는 농담이라는듯 장난 스럽게 말했다.

"농담이야. 린노스케 넌 홍 메이링이 약하다고 생각하지?"

"아냐?"

린노스케의 의문은 당연한 것이었다. 환상향 탄막놀이의 강함을 랭킹으로 매기자면 홍 메이링은 중위권, 사실상 하위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정들을 제외한다면 하위권인 탓이었다. 덕분에 일부 환상향 일각에서는 샌드백 문지기 혹은 있어도 없어도 의미 없는 문지기라는 굴욕적인 별명으로 불리기도했다.

"확실히 탄막놀이 룰 내라면 홍 메이링은 약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 약한건 아니야. 그녀라면 제 1차 월면전쟁에서도 충분히 살아남을 정도의 실력자니까 말이야"

"제1차 월면전쟁에서?"

린노스케로선 드물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히노에다 아큐의 기록과 카자미 유카, 그리고 눈 앞에 있는 야쿠모 유카리의 말로만 듣던 싸움이었지만 환상향 안에서는 누구보다도 그 전쟁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니.

애초에 가지 않은 사람을 제외하고 그 전쟁에서 살아남은건 카자미 유카를 비롯한 일부 강한 대요괴뿐. 그런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 그 강함은 충분히 증명된다고 말할 수 있었다.

"강하네."

"그래 강해- 본질이 본질이니까"

환상향 대부분의 인요는 홍 메이링의 본질을 모른다. 그저 기를 다루는 요괴라 말할 뿐. 하지만 그녀의 본질을 아는 야쿠모 유카리로서는 그녀와 그녀를 노리는 자들의 싸움이 기대될 뿐이었다.



"골치아프네."

무연총으로 향하는 제사의 길에서 자신을 뒤쫓고 있던 존재를 기절시킨 홍 메이링은 그들을 보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복색은 모르겠지만 그들이 달고 있는 표식은 분명 남해용왕의 어림군. 이들이 환상향에 있다는 것은 분명히 '아버지'가 손을 썼다는 말이나 다름 없엇다.

나가에 이쿠로서는 권한이 안되니까.

"어림군이라... 아버지라면 분명 용장도 동원했겠지"

남해뿐일까? 아니면 사해 전체? 어느쪽이든 귀찮게 된건 확정사항이었다.

"공주님-"

"각오!"

쓰러진 둘 말고 더 있었는지 나타난 사람은 그물을 던지고 최루탄과 태양침을 흩뿌리며 홍 메이링을 압박해갔다.

"후... 하"

쉼호흡을 하며 기를 끌어올린 눈을 번뜩이며 진각을 밟으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극채태풍極彩太風]

맹렬한 바람과 함께 쏟아지는 형형색색의 기탄. 갑작스럽게 부는 맹렬한 바람에 자유를 빼앗긴 어림군은 그대로 이어진 기탄에 난타당해야만 했다. 보통 요정이나 요괴라면 쏟아지는 기탄의 폭풍속에서 난타당하다가 기절했을 것이나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는건 역시 어림군 답다고 할 수 있었다.

"미안하지만 봐줄수는 없으니까- 상대가 너희들이라면 말이야."

[지룡천룡각地龍天龍脚]

맹렬한 진각과 함께 하늘과 땅 양쪽에서부터 막대한 압력이 어림군을 덮치기 시작했다. 인간이라면 그대로 압사할 하다못해 몸이 짜푸러져 육포가 될정도의 압력. 아무리 어림군이라지만 그런 압력을 버틸 수 있을리 없었고 결국 압력을 버티다 못해 기절한 어림군을 두고 메이링은 다음 공세를 기다렸다.

"그나저나 200년간 가만히 계시던 아버지가 왜 갑자기 오라고 하는거야. 그것도 강제로... 뭔일이... 있을리는 없나?"

아버지에게 무슨 변고가 생겼을까에 대한 의문을 떠올리는 메이링이었으나 이내고개를 저었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변고가 생기는 일은 환상향에서 이변이 일어나지 않을 확률 이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였던 탓이다. 게다가 이변이 있다고해도 아버지에게 직접적으로 큰 일이 있지 않는 한 갈 생각은 없었다.

"아가씨들이 어엿한 어른이 될때까지 지키겠다고... 그 녀석이랑 약속했으니까"

메이링은 예전에 죽은 홍마관의 전 집사를 떠올리며 아련한 기분에 잠겼다.



"목표, 이쪽을 포착. 가장 가까이 있던 제 1대가 전멸했습니다."

어림군중 한명의 외침에 나가에 이쿠는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벌써부터 들킬거라고는 생각 못했던 탓이었다.

"곤란하네... 역시 아가씨 답달까..."

"어떻게 할까요?"

"뭐 이럴땐 역시 포위섬멸이 정답이겠지? 아가씨는 우리쪽이 능동적으로 들어오길 바랄테니까 그 대신 포위망을 형성해 압박해주는게 좋겠지. 용장님들은 아가씨를 지치게 해주세요"

"그냥 우리들로 공주님을 모셔가는게 좋지 않겠나?"

"그랬으면 좋겠지만... 느낌이 좋지 않아요."

나가에 이쿠의 능력인 공기를 읽는 정도의 능력은 사용에 따라선 전황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유용한 능력이었다. 그리고 그 능력은 이런식으로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다.



아직도 쳐들어오지 않는 어림군에 메이링은 인상을 찌푸렸다. 일부러 상대의 공격을 유도 하고 있었지만 그 의도가 가볍게 간파된 탓이었다. 대신 자신을 중심으로 넓게 군기(軍氣)가 형성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능동적인 공격대신에 포위압박인가. 견실하면서도 빠져나가기 힘든 구성인걸... 게다가 이 기척은..."

촤촤촤촤촤촤-

수풀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6명의 인영이었다. 아까 싸운 이들의 수배나 되는, 격이 다른 힘-

"용장급인가..."

"처음 뵙겠습니다. 아가씨. 저희들은 남해용궁산하의 용장들입니다. 용신님의 명령에 따라 아가씨를 모시러 왔습니다."

"아직 돌아가기 싫은데?"

"이번엔 강제로 데려오라고 하십니다."

"강제인가... 너무한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튀어나가는 메이링의 몸. 가장 가까이 있던 용장에게 다가가 붕권을 날려 그를 날려버린 메이링은 곧이어 그 옆에 있던 상대를 향해 기공포를 날렸다. 하지만 앞에 다른이가 당하는걸 본 지라 대비하고 있었던 관계로 별다른 재미는 볼 수 없었다.

"역시 용장이란건가. 반응이 빠른걸..."

메이링은 웃으며 말했지만 속으로는 전혀 웃을 수 없었다. 기본적으로 용장들은 현재의 메이링 보다 높은 힘을 지니고 있었다. 물론 전투경험의 차이가 있긴하지만 이정도 숫자면 메이링으로서도 판세를 뒤엎는건 요원한 일이었다. 게다가 포위진의 군기를 생각하면 용장급이 더 있고 생각하는게 옳았다.

"선물 구하기가 좀 오래걸릴것 같은걸..."

"선물은 구하실 필요가 없으실겁니다. 저희를 따라가셔야 될테니-"

"과연 그럴까?"

메이링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한번 발걸음을 떼었다.



"미령님도 참 저도 데려가시지."

"문지기도 참 너무해"

"그러게 말이죠"

얼음의 요정이자 바보의 대명사로 불리는 치르노와 함께 메이링을 쫓아 무연총으로 향하던 히나나위 텐시는 제사의 길을 지나던 중 보인 시체(?)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환상향이라고 죽는 사람이 없지는 않았지만 저런식으로 멀쩡한 시체는 보기 힘들었던 탓이었다.

갑작스런 흥미에 시체쪽으로 다가간 텐시는 느껴지는 생기에 많은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멀쩡한 시체란게 어떤지 궁금했던 텐시로선 살아있다는 사실이 달갑지 않았던 탓이었다.

"응?"

그렇게 신경을 끄고 다시 날아갈까 하던 텐시는 문득 그 시체가 달고 있는 문장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눈을 크게떴다. 그 표식은 다름아닌 용궁소속 어림대의 표식-

메이링에 의해 용궁에도 자주 놀러간 그녀가 절대 잊을 리 없는 표식이었다.

"설마..."

"왜그래?"

"서둘러야...!"

"잠깐!"

메이링의 위기를 직감한 텐시는 치르노도 뒤쫓기 힘들 정도로 맹렬한 속도로 날기 시작했다.



"후하... 역시 힘의 봉인도 풀리지 않은 상태론 힘든걸..."

잠시 숨을 돌린 메이링은 쏟아지는 낙뢰를 보며 재빨리 발을 놀렸다. 그것은 뇌우라 불러도 될 만큼 조밀한 낙뢰의 세례- 만약 메이링이 보통 요괴였다면 그대로 이 낙뢰세례에 멋진 벼락구이가 되었을 터였다.

"이정도로 심한 난리인데 아무도 안오는걸 보면 역시 유카리가 손을 쓴건가..."

아마도 자신의 일은 자신이 알아서 하란 거겠지만 솔직히 지금 이 상황에선 너무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봉인을 푼 상태라면 모를까 아직 봉인중인 상태에서 저만큼 준비한 상대를 맞이한다는 것은 등불에 꼬인 부나방이요 불속에 짚섬을 이고 뛰어드는 꼴인 탓이었다.

"용장 둘에 어림군 17인가... 내가 생각해도 칭찬해 주고 싶은 기록이네"

전체에 비하면 미미한 숫자였지만 그래도 이 상태에서 저만큼 쓰러뜨린것은 그만큼 그녀가 전력을 내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봉인만 푼다면 어떻게든 해보겠지만서도..."

봉인을 푼다면... 여의주만 사용한다면 어떻게든 싸울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봉인을 풀 시간도 만들기 힘들었다.

"정말 단단히 준비했는걸... 플랑드르 아가씨께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포기는 하지 않았지만 반쯤 체념한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몸에 권경을 둘렀다. 권경으로 기척을 지운 메이링은 그들의 인식 밖에서 조금씩. 벌레가 풀잎을 갉아먹듯이 야금야금 어림군을 해치워나갔다. 목을 꺽고 심장을 격하고 뇌를 흔들며. 여러가지 '죽지는 않을' 공격들로 하나 둘 제압해나가던 메이링은 이내 자신을 쫓아온 용장들을 보며 침음성을 흘렸다.

"권경으로 기척을 죽였는데도 이리빨리 찾아내냐!"

재빨리 발을 떼며 질주하는 메이링이었지만 지친체력으로는 제 속도가 나질 않았다.

"큭!"

작렬하는 뇌전과 화염. 단순하지만 강력한. 그렇기에 위협적인 공격에 메이링은 고통의 신음성을 흘렸다. 몸에서 감각이 사라져가고 동시에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한계인가...."

"이제 슬슬 잡혀주시죠 아가씨. 아가씨 한명으로 입은 피해가 무지막지 합니다."

지금까지 당한 숫자는 용장 둘에 어림군 30... 명백히 말하자면 생각 이상의 피해였다. 메이링은 입을 열기도 힘든지 가쁜 숨을 내쉬며 자신을 바라보는 용장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분함을 이기지 못한채 눈을 질끈 감은 순간...

"전인류비상천!!!!!"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흡사 빔이라 해도 믿을 정도의 터무니없는 밀도를 지닌 광탄의 세례가 메이링을 포박하기 위해 접근하던 용장과 어림군을 날려버렸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한명의 천인과 요정. 메이링이 메이링으로서 살기 전의 인연인 히나나위 텐시와 메이링으로서 살아가면서 만든 인연인 얼음요정 치르노였다.

"메이링님!"

"메이링!"

""지금 구하러왔어!""

어째서 저 둘이 여기에 있는 걸까? 메이링은 좀 당황스런 표정을 지으며 둘을 바라보았다.

"어째서 여기에..."

"너무하잖습니까 메이링님!"

"그래 메이링!"

""왜 저희(우리)에겐 한마디도 않고 자리를 비우신겁니까!(비운거야!)""

"...."

결국 자신이 말도 없이 자리를 비운탓에 그걸 찾으러 온 것이란건가... 메이링은 두사람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웃고 말했다.

"아하하하하... 이것도 운명의 장난인지"

"에잇 고작 둘이다! 얼른 해치워!!"

해치워라는 말에 반응해 버린걸까, 자칭 최강의 환상향 제일가는 바보요정 치르노는 막대한 냉기를 뿜으며 외쳤다.

"나는 최강이라고! -K!"

치르노의 외침과 함께 떨리기 시작하는 대기. 그리고 그 인근에는 터무니 없는 냉기가 주변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다른 용장중에서도 냉기를 다루는 존재는 몇 있었지만 눈 앞에 있는 요정처럼 터무니 없는 냉기를 다루는 존재는 없었다.

"모두 얼어버려!!"

치르노의 외침과 함께 주변을 휩쓸어버리는 냉기. 조금 떨어져 있던 이들은 가까스로 저 터무니없는 냉기를 막을 수 있었으나 인근에 있던 이들은 텐시와 메이링을 제외하고는 그대로 얼어버렸다.

"아하하하하 나는 최강!"

그 상황이 마음에 드는지 치르노는 승리의 V자를 내밀며 외쳤다. 어이없는 상황이랄까 터무니 없는 상황이랄까 눈앞에 보이는 부조리함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저 녀석 분명 요정 아니야?"

"요괴도 저렇게는 못한다고!"

모두가 놀라 당황하는 사이 메이링은 텐시를 불렀다.

"텐시, 잠시만 날 지켜줘."

"봉인을 푸시게요?"

"아무리 너희들이 왔다곤해도 저 숫자를 다 상대하는건 무리니까"

비록 치르노의 '퍼포먼스'에 놀라버렸다고는 하나 상대는 정예병력. 곧 이쪽의 스타일을 꿰뚫어보고 그 틈을 파고들 것이 분명했다.

"최대한 빨리 풀어주세요. 조금 벅찰지도 모르니..."

천계의 보물 비상의 검을 뽑아든 텐시는 어느새 나타난 나가에 이쿠를 보며 입을 열었다.

"용궁에서 나섰길래 당신도 나올거라 생각했지만 타이밍 한번 죽여주네"

"전 부지런한 용궁의 사자니까요. 용신님에 명에따라 미령님을 모시러 왔습니다."

"말은 잘하네"

"환상향에 놀러다니면서 빈정거림이 느셨네요 아가씨"

두사람은 지금 상황에선 지킬 필요도 없는... 지켜도 의미가 없는 스펠카드를 꺼내들며 선언했다.

"현운해의 벼락정원"

"천지개벽 프레스!"

두사람의 선언과 함께 막대한 벼락과 대지의 일렁임이 서로를 향해 쏟아졌다.



"이녀석 냉기만 빼면 벌거 아니야. 전부 결계를 최대치로 한후 접근전을 펼쳐!"

냉기만 막을 수 있다면 근접전에 취약한 치르노를 그들이 이기는 것은 쉬웠다. 그리고 그들이 결계를 전력으로 펼친다면 치르노의 냉기를 막을 정도는 되었다.

"이익-!"

갑자기 자신의 뜻대로 얼지 않자 당황하는 치르노. 하지만 이내 미소를 지었다. 상대는 결계를 극대로 끌어올려 기동성이 상당히 저하되고 원거리 공격이 대부분 불가능한 상황. 덤으로 한곳에 모여 있었다. 이쯤되면 아무리 바보라지만 수많은 싸움을 계속해온 치르노로선 놓칠리가 없었다.

"내 최강의 공격이라구! 구태(毆颱)..."

그렇게 외치며 손끝에 극한에 냉기를 모으는 치르노. 왠지 한자가 틀린것 같지만 그런건 신경써주지 않는게 치르노에 대한 예의였다. 물론 상대로선 그런걸 알리도 없고 신경쓸리도 없었지만.

"프리즈 스파크!!!!"

치르노가 가장 많이 싸운 상대라하면 요정들 보다도, 요괴들 보다도 인간. 그것도 단 한명의 인간이었다.

그 이름은 키리사메 마리사. 마법의 숲에 사는 인간 마법사. 그녀의 주특기이자 필살기라 할 수 있는 마스터 스파크- 그것을 몇번이고 겪은 치르노는 그 엄청난 빛을 미워했지만 동시에 동경하기도 했다. 가로막는 것을 모두 쓸어버릴 것 같은 막강함. 그것이 최강이라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 마스터 스파크를 모방한 이 기술은 치르노가 할 수 있는 가장 최강의 위력을 지닌 공격이었다.

가로막는 것이라면 절대영도로 완전히 얼려 분쇄시켜버리는, 설령 결계로 위력을 감소시킨다 쳐도 절대로 얼어버리는 극한(極寒)의 얼음광선. 그렇기에 치르노는 이것을 탄막놀이할때는 쓰지 않았다.

이런것을 정면으로 맞았다간 요정외에는 어떻게 될지 바보라도 알 수 있었으니까.

"이... 이건 뭐야!"

"겨... 결계가 통하지 않아!"

결계는 충분히 통하고 있었다. 만약 결계가 없었다면 그들은 얼음덩어리가 되는 정도가 아닌 완전 소멸해버렸을 테니까.

"거 봐, 난 역시 최강..."

자신의 모든 힘을 사용하는 프리즈 스파크인 만큼 치르노로서는 손하나 까딱할 힘이 남지않았고 결국 겨우겨우 날고있던 치르노는 지상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치르노..."

"한눈 파실 여유가 있으신가요?"

대개 용궁에서는 용궁의 사자인 나가에 이쿠가 약할 것이라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그들에게 있어 나가에 이쿠란 존재는 심부름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용장들은 알고 있다.

나가에 이쿠는 강하다. 왠만한 용들 이상으로 벼락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자신의 고유능력인 공기(분위기)를 읽는 정도의 능력을 통해 착실하게 자신의 승리의 반석을 밟아간다. 기본능력만 해도 용장에 밀림이 없는데 그 특유의 능력과 전법을 통해 용장 셋이 모인다 해도 그녀는 경시할 수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나가에 이쿠와 싸워서 이기는 환상향의 주민들은 대단하고 할 수 있었다.

"선우후락의 검!"

상대와의 공방속에서 가장 사지로 들어가 그 빈틈을 찌르는 비검. 후의 선이라고 할까? 카운터로선 이만한 기술도 없었다.

하지만-

"보입니다! 광룡의 한숨."

나가에 이쿠는 이미 자신의 능력으로 그녀의 공격을 예상한 상황이었다. 결국 텐시의 공격은 빗나가고 도리어 그녀를 위기에 빠뜨렸다.

"큭...!"

"이만 물러나시죠 히나나위씨. 용궁으로서도 천계와의 의를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미령님이 부탁했다고... 물러설까봐!"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손을 치켜드는 나가에 이쿠. 그리고 그런 나가에 이쿠를 향해 모여드는 뇌전. 손끝으로부터 막대한 뇌전을 모은 이쿠는 파직파직거리는 스파크를 두른채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용어(龍漁)..."

어느새 그녀가 걸치고 있던 날개옷도 그녀의 회전에 맞춰 맹렬히 회전하며 그녀의 회전을 한층 더 가속 시켰다. 그리고 번쩍이는 스파크는 그 회전에 더욱 맹렬한 번쩍임을 더하며 그 위력을 과시했다. 그리고 그 회전이 절정에 달한 순간...

"일렉키델 드릴!"

뇌전을 두르고 쏘아지는 맹렬하기 짝이 없는 회전. 어지간한 방어로는 막는 순간 그대로 뚫려 버릴 것이 분명한 위력- 전인류비상천이라면 저 기술을 집어 삼킬 수 있겠지만 아쉽게도 아까 쓴 관계로 지금은 쓸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다른 카드를 꺼내는 수밖에 없었다.

"세계를 굽어보는 머나먼..."

"잘 버텨줬어 텐시"

또다른 비장의 카드를 쓰려던 텐시는 갑작스럽게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쏘아지는 일권- 일곱빛깔로 빛나는 터무니없는 빛을 보이며 나가에 이쿠의 회전을 단번에 박살내며 하늘을 꿰뚫는 일권-

"관일홍천건곤권(貫一虹天乾坤拳)"

"미령님!"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은 평소와는 다른 복색의, 아니 평소와는 다른 모습의 홍 메이링이었다. 조금 푸른 기운이 감도는 붉은 머리카락. 용궁과 천계의 상징인 날개옷. 진정한 용으로서 자신을 증명하는 여의주. 그리고 평소의 무술가로서의 복색이 아닌 용궁의 용천녀의 복장을 자신에 맞개 개조한 개조복.

이 모습이 바로 과거 수백년전 천계와 용궁에 그 이름을 널리 떨친 용신의 딸. 용신희, 혹은 용천녀라 불린 홍메이링... 아니 진 미령의 진정한 모습이었다.

"이 힘... 이게 그 불안의 정체?!"

나가에 이쿠가 용궁의 사자가 된 것은 홍 메이링... 아니 진미령이 용궁을 떠난 후. 더구나 여기에 있는 대부분은 용장 및 어림군이라 해도 대부분 신참들이었다. 용천녀 진미령에 대한 것은 자료로 밖에 모르는 존재들.

그렇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지니는 압도적인 힘을. 그 존재를-

"삼라와 만상은 모두 조화를 이루고 있으니 혼돈으로 보여도 결코 그렇지 아니하고 그 뜻이 얽키고 설킨듯 해도 오롯이 하나니..."

"전원 퇴..."

"하늘의 그물은 그 틈이 커보여도 놓치는 일 없으라! 삼라만상森羅萬狀『천라지망天羅地網』"

홍메이링의 외침과 함께 홍메이링과 히나나위 텐시, 그리고 치르노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싸움은 너무나도 손쉽게. 허무하리만큼 손쉽게 끝나버렸다.



"아... 역시 이 봉인 해제술은 이게 문제야"

용궁의 사자 나가에 이쿠와 남아있던 용장 6명과 어림군 50명을 단번에 제입해 버린 홍 메이링은 갑작스럽게 변한 자신의 얼굴을 보며 불평불만을 터트렸다.

"귀여워!"

"문지기가 다른 사람이 됐다!"

그렇다. 평소의 홍 메이링의 얼굴이 아닌 약간 짜리몽땅해진... 뭐랄까 가끔씩 점주가 보여주는 넨로이드라 불리는 인형과 같은 느낌의 얼굴이 되어버린 탓이었다.

"이래서 봉인 해제하기가 싫었어"

오랜시간을 들여 정식으로 봉인을 해제하지 않는 이상 임시적으로 봉인을 속이고 푸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봉인해제술들은 보통 단점이랄까 부작용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펼친 봉인해제술의 부작용이란 다름아닌...

봉인을 해제하고 사용한 힘만큼 특정부위가 랜덤으로, 혹은 전체적으로 어려진다는 점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힘을 쓰진 않았기에 금방 돌아올 것이지만 그래도 이러한 얼굴을 누군가가 본다는 것은 무척이나 부끄러운 일이었다.

"치르노도 텐시도 이제 그만좀 봐줘..."

"이건 사진으로 찍어서 남겨줘야 한다고요!"

"얼음에 보관해버릴까!"

"어째서인지 '모에'상태가 되어버린 두사람을 보며 홍 메이링은 한숨을 내쉬었다.



봉인해제의 부작용이 사라지기 무섭게 무연총 깊숙한 곳을 뒤진 메이링은 만족까진 못해도 나름 납득할 만한 선물을 구할 수 있었고 환상향을 침입한 용궁의 사자 나가에 이쿠를 비롯한 용궁관계자는 야쿠모 유카리를 통해 정중히 용궁에 '반납'했다. 뒤처리를 끝낸 메이링은 곧장 홍마관으로 돌아와 플랑드르 스칼렛의 생일파티 준비에 몰두했고 결국 그녀의 생일 전에 모든 준비를 맞출 수 있었다.

그리고 생일 당일-

"여기 꼬냑 120병 추가!"

"술이란 술은 있는대로 추가해!"

"구이는 된게 없는 거야!"

홍마관의 메이드장 이자요이 사쿠야와 문지기 홍 메이링. 그리고 요정 및 인간 메이드들은 무척이나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둘째 아가씨 플랑드르 스칼렛의 500번째 생일인 만큼 크게 판을 벌인 것도 있지만 환상향 전역에서 사람... 아니 요괴들이 몰린 탓이었다.

이름있는 곳만해도 야쿠모 유카리와 그 식신들, 영원정,백옥루,명련사,모리야 신사, 요괴의 산 일동, 지령전 등등... 이미 수용인원은 거의 한계에 다다른 상황. 결국 파티장을 호수쪽까지 넓혀서 겨우 자리를 마련한 홍마관의 사용인들은 그야말로 평소와 다른 피가말리는 공수전으로 파티를 유지하고 있었다.

"어서오세..."

파티용품 공수를 겸해 손님안내를 하고 있던 메이링은 자신의 눈 앞에 나타난 젊은 사내를 보며 굳어야만 했다. 메이링뿐만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요괴들 중 최상위급의 강함을 지니고있는 존재들은 여지없이 메이링의 앞에선 남자의 존재를 느꼈다. 물론 대부분이 파티분위기가 방해받지 않길 원하기에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이곳도 오랜만이군."

"아... 아버지가 여긴 어쩐 일로?"

"네가 하도 집에 안오니까 말이지. 잠깐 얼굴이라도 보러왔다. 네 주인에게 안내좀 해다오."

"네..."

미심쩍었지만 아버지에게 대놓고 그런말은 할 수 없었기에 하는 수없이 주인인 레밀리아 스칼렛에게로 안내했다. 사내의 존재를 이미 눈치채고 있던 레밀리아는 홍마관의 주인 다운 우아한 인사로 사내, 홍 메이링의 아버지를 맞이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아비랑 다르게 예의가 바르군. 이것도 환상향에서의 생활때문이더냐?"

"뭐 그럴지도 모르지요"

"내가 무엇때문에 온 것인지는 알고 있지?"

"메이링을 잘 부탁한다고 말하러 오신거잖습니까?"

레밀리아의 말에 조금 자극을 받은건지 사내는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레밀리아를 향해 말했다.

"만약 데리러 온거라면?"

"싸웁니다."

"호오? 너와 나의 힘 차이는 알고 있을텐데?"

"그래도 싸웁니다. 홍 메이링은 소중한 저의 고용인이자 가족-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설령 어떠한 존재도 그녀에게 강제하게 두지 않을겁니다."

너무나도 확고한 대답에 사내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이내 파티분위기를 깰 만큼 큰 목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하! 대답 한번 걸작인걸, 좋은 주인을 만났구나 딸아!"

"아... 아버지!"

"뭐, 좋겠지. 500년은 더 기다려 주마"

사내는 그렇게 말하며 푸른 빛과 함께 파티장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아... 정말 수난이었어요. 설마 아버지가 오실줄은..."

"좋은 아버지인걸?"

"설마요... 제멋대로 대왕인걸요."

"그냥 제멋대로기만하면 신하들이 따를리 없겠지"

"그건 그래요"

레밀리아로 부터 위로아닌 위로를 받은 메이링은 이내 아직 선물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리며 둘째아가씨인 플랑드르 스칼렛을 향해 다가갔다. 플랑드르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메이링을 보며 무척이나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메이링~ 선물이 이렇게나 많아!"

"잘됐네요 아가씨. 그러고보면 저도 선물"

품속에서 어린이용 장난감으로 보이는 선물을 건네는 메이링, 장난감을 받아든 플랑드르는 무척이나 흥미있는 표정으로 장난감을 휘두르며 물었다.

"메링~ 이건 뭐야?"

"글쎄요. 무연총에서 발견한건데 아가씨의 좋은 대화상대가 될것 같아서요"

"대화상대?"

[안녕하세요~ 카레이도 루비라고 해요!]

"와 지팡이가 말을 한다"

기뻐하는 플랑드르, 그것을 보며 메이링은 선물하길 잘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해도 메이링은 모르고 있었다. 이 지팡이가 훗날 홍마관을 완괴(完壞)시키는... 만화(萬畵)이변의 원흉이 될 것임을 말이다.

어쨌건 플랑드르 스칼렛이 전면에 나서는 첫 행사인 플랑드르 스칼렛의 500살 생일 기념파티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

간만에...

정말 간만에 써보는 글입니다.

문지기의 과거사정의 후속작으로 일단은 쓴겁니다만...

이거 생각해보니 2개월 만에 꺼내는건가...
posted by 히무란
2012. 2. 17. 23:34 잡설

북새통에서 나온 2월 4주차 정발 소식...




프리티벨이 정발로 나온답니다.
뭐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어째서 주 독자층에...

2. 주독자층 : 10세 이상 여성 독자층.

여성독자층으로 되어있는거냐!!
밑에 설명에는 분명 근육마초아저씨가 대신싸운다고 나와있는데!!
소녀들이 마초취향인줄 아는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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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무란
2012. 2. 2. 01:00 글/아카긴의 의뢰일지

스걱-

서로의 검이 교차하고 코조와 토마 둘은 서로 등을 마주한채 검을 내리며 대화를 시작했다.

"어땠나, 나의 마지막 검은?"
"제법이었어. 내 속도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나에게 상처를 입힐 정도였으니까 말이야."

토마는 씨익 웃으며 왼손에 흐르고 있는 몇줄기의 피를 보았다. 코조에게 공격을 하던 중 채 막지못한 충격파에 의해 상처입은 부분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토마의 말에 코조는 무척이나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입가에서 검붉은 피를 흘리며...

"그거... 다행... 이군."

그 말과 함께 코조의 몸은 사선으로 이등분 되어 바닥에 널부러졌다. 단도였음에도 불구하고 토마의 일격은 코조의 어깨부터 대퇴부까지 단숨에 갈라 버린 것이었다.

"뭐, 이걸로 충분한건가? 자, 그럼 다음 상대를 찾아볼까나~ 안그래도 가까운데에 상대가 있는것 같으니."

사카가미 토마, 아니 화신의 피는 이 나루카미노 미코토에 피를 묻힐 다음 제물을 찾으며 유유히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갑작스럽게 무지막지한 포탄의 충격파에 얻어맞은 슈우지는 정신이 아득해짐을 느끼며 뒤로 날려졌다. 사실 마하 30을 초월한 속도로 쏘아진 알루미늄탄에서 부터 발생된 충격파는 구두룡을 익힌 슈우지로서도 몸이 산산조각으로 갈려지지 않게 버티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렇게 엄청난 충격에 기절하던 슈우지는 문득 자신의 머리 한구석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나라지만 한심하기 짝이 없군.'
'누구?'
'너의 또다른 모습이다. 정확히는 너의 아버지가 지닌 또다른 특성을 지닌 존재지. 뭐 인간인 너로서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무슨 말인건지...'
'흐음 역시 너로서는 알아듣기 힘들겠군. 역시 직접 보여주는게 좋을려나? 기억에는 안 남겠지만서도.'
'무슨 의미야?'
'지금부터는 직접 봐!'

그리고 일순간 목소리와 자신의 위치가 바뀌는 것을 느낀 슈우지였다. 슈우지는 목소리가 자신이 있던 곳으로 나가기 직전에 불러 세워 물었다.

'잠깐! 널 뭐라고 불러야 하는거지?'

슈우지의 질문에 목소리의 주인인 또다른 슈우지는 자신의 이름을 말했다.

'크티아트 아쿠아딩겐 레비아탄. 크티아트 아쿠아딩겐 수룡의 편이란 이름을 지닌 마도서지. 뭐 크티아트라고 불러.'

그렇게 말하며 크티아트는 슈우지가 있던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흐음, 이걸로 끝인건가?"

아몬은 다단식 경가스건을 어께에 메고 처참한 전방을 쓸어보며 중얼거렸다. 다단식 경가스건은 그야말로 엄청난 무기였다. 물론 크기가 크기인만큼 상당한 거체와 힘이 필요했지만 아몬에게 있어선 무리없는 조건이었다.
거기다가 이 가스건에서 쏘아지는 마하 30을 초월한 알루미늄 탄환은 그 여파만으로도 왠만한 장갑차조차도 가볍게 박살내고도 남는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실제로 아까 다른 LC부대에게 쐈을때는 꽤 멀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지나는 사선 근처에 있었던 탓에 단지 충격만으로 갈기갈기 찢겨져 산산조각나 버렸다.
아몬은 아까 싱거운 녀석도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부스럭-

완전히 엉망진창이 된 전방의 통로 폐허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몬은 경계하면서 주위를 다시 살폈다. 그러자 아까 청년이 서 있던 장소 옆쪽에서 돌무더기 하나가 움찔거리며 하나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의 청년과는 다르게 전신이 검은 무엇인가로 뒤덮혀있었다.
아몬은 불쾌감과 함께 미묘한 위기감을 느끼며 짊어진 다단식 경가스건을 정조준했다. 다단식 경 가스건은 그 충격파뿐만이 아니라 마하 30 이상으로 쏘아지는 알루미늄 탄환 그 자체도 심하게 위력적이었다. 아까 확인한 결과 착탄지점에서 부터 방사형으로 완전히 구멍이 뚫린데다가 마찰열에 의한 열풍이 휘몰아쳤다. 이미 전술병기급의 위력을 지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풍-

쏘아진 알루미늄 탄환은 그대로 검은 무엇인가를 뒤덮고 있는 존재를 향해 날아갔다. 검은 무언가에 뒤덮여 있던 그는 조용히 무언가를 읊조린 후 한쪽팔을 내밀었다. 그가 읊조린 것은 한단어... 네크로노미콘의 파편중 하나이자 거미들의 여왕의 이름이었다.

"아틀락 나챠"

슈우지의 입에서 이 이름이 내뱉어지기 무섭게 수천,수만가닥의 실이 어디선가 나타나 알루미늄 탄환을 휘감기 시작했다. 수천 수만가닥에 의해 힘을 거의 소진한 탄환은 그대로 여남은 힘을 짜내 검은 존재에 도달했다. 하지만 그 검은존재는 가볍게 손을 내밀어 잡았다. 이미 힘을거의 소진한 탄환을 잡는데 검은 존재는 아무런 힘도 필요치 않았다.
탄환을 잡은 검은 존재는 무척이나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꽤 괜찮은 위력이야. 마술적 개념도 없이 순수 물리력 만으로 아틀락나챠의 구속을 이정도나 박살내다니 말이야."
"네놈 대체...!"

아몬은 당황하면서도 프로답게 재빨리 다단식 경가스건을 조준했다. 그리고 쏘아지는 2차째 사격. 검은 존재는 재빨리 술식을 구성하며 다가오는 탄환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

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검은 존재의 발과 다단식 경가스건의 알루미늄 탄환이 격돌했다. 스피어라보의 엄청난 강도를 지닌 벽 조차도 단숨에 녹여버리는 위력을 지닌 탄환은 해룡왕 레비아탄이 지닌 권능 해저화산분화와 대륙융기를 이용한 유사 아틸란티스 스트라이크에 의해 완전히 소멸 된 이후였다.
이 유사 아틸란티스 스트라이크의 이름은 레이지 포 샹그릴라(이상향에 대한 분노)... 대륙을 가르고 움직이는 레비아탄의 권능으로 구성한, 슈우지와 자신의 '아버지'의 주력기 아틀란티스 스트라이크를 모방한 기술이었다.

"말도 안돼...!"

아몬은 다단식 경가스건에서 쏘아진 탄환의 위력이 어느정도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을 단순한 발차기로 완전히 상쇄 시켜 버린 것이었다. 너무나도 상식외의 사태에 아몬은 어찌할바를 몰랐다. 아무리 프로라지만 이런 상식외의 사태는 상정하고 있지 않았다.
검은 존재, 아니 크티아트는 그런 아몬의 동요를 눈치챘는지 재빨리 레이지 포 샹그릴라에 사용된 해저화산분출의 권능을 응용한 술식 중연 곤륜을 통해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일격!

"해룡왕의 포효!(레비아탄 하울!)"

아몬의 강화슈츠의 위에 닿은 크티아트의 손은 엄청난 충격파를 일으키며 아몬을 관통했다. 순수 충격파를 통한 일격... 죽지는 않더라도 더 이상 일어나는건 확실히 무리였다.
아몬을 쓰러뜨린 크티아트는 쓰러진 아몬을 뒤로한 채 걸으면서 중얼거렸다.

"너에게 있는건 구두룡뿐만이 아냐, 쿠사카리. 나도 있어. 너의 또 다른 가능성인 내가 말이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자각해주기를 바래."

그리고 그 말이 끝난 직후, 전신을 뒤덮고 있던 무언가가 사라지며 크티아트... 아니 쿠사카리 슈우지가 쓰러졌다. 물론 곧 깨어날 것이었다. 크티아트에 대한 모든 것을 잊은 채.


"멈춰!"
"이번엔 뭡니까 현씨?"

서현이 멈춰세우기 무섭게 신쿠로가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서현은 긴장하는 표정을 지으며 전방을 바라보았다. 서현이 바라보고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린 신쿠로는 찌릿찌릿한 감촉의 살기를 내뿜고 있는 소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은 다름아닌 사카가미 토마, 방금 유우를 쫓아간 소년이었다. 서현은 살기를 잔뜩 뿌리고 있는 토마를 보며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이런... 화신의 피... 인가?"

서현이 식은땀을 흘리며 중얼거리기 무섭게 살벌하고도 즐겁게 웃고 있는 토마가 입을 열었다.

"재미있게 됐네, 내가 상대할만한 녀석이 둘... 아니 셋이나 있는건가?"
"셋?"
"!!"

토마의 말에 서현과 신쿠로는 재빨리 뒤를 돌아보았다. 서현이 뒤를 돌아보기 무섭게 또다른 살기를 흘리고 있는 거한이 눈에 띄었다. 평소라면 금방 눈치챘을 터이나 밀도가 다른 살기를 지닌 토마 때문에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소아라를 쓰러뜨렸나... 그럼 파트너로서 복수를 해야겠군."
"실제로 쓰러뜨린 쪽은 다른 사람이지만 말이지."

서현은 그렇게 맞받아치며 말했다. 실제로 호메이 소아라를 쓰러뜨린 것은 쿠사카리 슈우지, 서현이 아니었다. 서현은 양쪽을 번갈아 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양쪽다 만만치 않은 상대...

"어이 신쿠로라고 했던가? 어느쪽이랑 싸울래?"
"글쎄요... 둘다 위험할듯하니 조금은 쉬워보이는 저 거한쪽을 맡고 싶은데요."

확실히 살기의 질이 틀리니 어떤의미로는 거한쪽이 더 쉬워보이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게다가 의뢰주가 호위를 부탁한 호위대상을 상대하기도 그렇고 말이죠"
"확실히 그렇겠네. 조심하라고. 그쪽도 위험하니까"
"알고있어요."

그렇게 두 사람은 각각이 자신의 상대를 선택한 후 발걸음을 옮겼다. 결전을 위해서...


"이곳이 적당하려나?"
"확실히. 이곳이라면 서로 전력을 다하기에는 충분한 공간인듯하군"

화신의 피 상태인 토마는 서현의 선택에 유쾌하다는듯 웃으며 대답했다. 서로 실력을 다하기 최적의 공간. 하지만 그곳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브레인 프록시에가 착상된 197명의 사람들이었다.

"어떻게 할거지?"
"뭐, 애피타이저로서 딱 좋지."

토마의 말에 서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죽일 생각인가?"
"죽여? 이딴 시시한것 죽일 생각도 안드는군. 게다가 이녀석들을 죽였다간 겁쟁이쪽의 내가 망가져 버릴테니까 말이야."
"화신의 피가 그런걸 신경쓰다니 놀랍군."

서현의 말에 토마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메인 디쉬가 있으니까말이지."
"나 말인가?"
"설마~ 너는 오보르되에 지나지 않아. 나에게 있어 메인 디쉬는 오직 하나. 그 여자 뿐이다."
"미네시마... 유우"
"잘 아는군."

둘이 대화를 하던 중 어느새 두사람을 발견한 사람들이 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둘은 애초에 그 자리에 없었다는듯 엄청난 속도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잠시 후, 프레인 프록시가 착상된 사람들이 밀집된 곳에서 우수수 사람들이 쓰러져나가기 시작했다.
토마의 검극이 번뜩일때마다 가루가 흩날렸다. 서현의 권이 사람들에게 닿을때 마다 파편이 튀었다. 두사람은 10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200명의 가까운 상대를 완전히 전멸시킨 후 아까 있던 장소에 섰다.

"방해꾼은 완전히 정리 되었고."
"몸풀기도 어느정도 되었다는 건가?"
"자, 그럼... 시작해볼까?"

토마가 잔인한 미소로 자세를 잡기 무섭게 서현도 토마를 노려보며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잠시 후, 두 사람은 바닥을 박차며 서로에게 돌진했다.


"큭...!"

묵직하기 짝이없는 철중의 일격을 겨우 막은 신쿠로는 신음성을 흘리며 밀려났다. 몸이 튼튼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신쿠로였지만 철중 특유의 파고드는 타격은 신쿠로로서도 버티기 힘들었다.

"꽤 하는군... 하지만 방금 다른 녀석이랑 싸우러간 녀석에 비하면 모자라!"
"우와... 너무한데요. 일단 정식으로 이쪽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르바이트하다 얽힌 현씨 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들으니... 왠지 슬프네요."
"하지만 그것이 진실이다."

철중의 말에 신쿠로는 평소의 사람좋은 얼굴을 지우고 날카로운 모습을 하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저도 정식으로해야겠죠?"

어느새인가 그의 오른팔 팔꿈치에는 날카로운 뿔이 튀어나와 있었다. 철중에 그것을 보고 얼굴을 찌푸릴때 신쿠로는 자세를 잡으며 입을 열었다.

"호즈키류 갑 일종 제2급 전귀, 쿠레나이 신쿠로(崩月流甲一種第二級戰鬼、紅眞九郞) 갑니다!"

입후보한 신쿠로는 그대로 철중에게 돌진해 주먹을 날렸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철중은 대전격을 날리며 맞부딪혔다.

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철중의 손바닥과 신쿠로의 주먹이 튕겨져 나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두사람의 발차기. 하지만 그 역시 서로 튕겨져 두사람을 벽에 쳐박게 만들어 버렸다.

"저 체격에..."
"우라쥬산케도 아닌데..."
""인간이 맞는건가 저놈!""

철중과 신쿠로, 둘은 서로에 대해 경악하며 노려보았다. 사실 둘다 평범한 존재는 아니지만 서로를 잘 모르는데에서 나오는 오해였다. 둘은 서로를 노려보며 자세를 취했다.

"흐아아아아!"

요란한 기합성과 함께 철중이 참절주를 행하며 신쿠로에게 달려들었다. 신쿠로는 그런 철중을 보며 자세를 낮추고 땅바닥을 강하게 딛었다. 그리고 철중이 거의 접근 했을때. 신쿠로는 재껴둔 주먹을 철중을 향해 날렸다.


"흡!"

서현이 발을 빼기 무섭게 토마의 나루카미노미코토가 서현의 머리카락을 몇가닥 갈랐다. 토마는 무척이나 유쾌해 하면서 발을 놀렸다. 서현은 토마를 상대하면서 식은땀을 흐르고 있었다. 분명한 살의를 지닌 밀도가 높은 살의 때문에 공격방향은 읽기 쉬웠지만 신체 스펙 자체가 틀렸다. 서현도 인간을 초월한 스펙을 지니고 있었으나 토마는 이미 신체 자체에서부터 있을 수 없는 스펙을 보여주고 있었다.

"쳇...!"

이대로는 당하기 딱 좋은 상황... 서현은 재빨리 무문팔극권의 비술중 하나인 '초연(超燃)'을 사용했다. 어깨와 목에 있는 혈을 점한 직후 서현의 몸이 붉어지며 서현의 몸에서 열기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뭐지 그건?"
"별거 아닌 도핑이라고 해두지."

서현은 그렇게 말하며 토마에게 달려들었다. 토마는 특유의 몸놀림으로 서현의 공격을 피했다. 아니 피했어야 했다.

퍽-

"어?"
"미안하지만 지금은 아까보다 빠르거든. 조심해라."

어느새 명치에 틀어박혀있는 정주, 토마는 재빨리 나루카미노 미코토를 휘둘러 근접한 서현을 베려했으나 서현은 재빨리 토마의 팔을 잡고 집어 던졌다. 날려진 토마, 하지만 토마는 인간같지 않은 몸놀림을 보이며 몸을 뒤집어 벽을 딛고 몸을 날렸다.
서현에게로 향하는 토마, 서현은 날아오는 사카가미 토마를 가볍게 피했으나 어느새 서현의 몸 일부에서는 피가 거칠게 빠져나오고 있었다.

"칫...!"

서현은 재빨리 근육으로 상처가 난 곳을 지혈하며 토마를 바라보았다. 다행이도 미미한 상처인지라 지혈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지혈했음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혈류탓에 어느정도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지만 말이다.

"생각외로 제법이잖나 서현"
"정말인지... 사부가 왜 화신의 피랑은 되도록 싸우지 말랬는지 알만하군."

서현은 불평불만을 토로하며 다시 토마와 붙었다.


"인과!"

신쿠로의 외침과 함께 철중의 가슴에 신쿠로의 정권이 작렬했다. 정권이 작렬하기 무섭게 철중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려져 벽에 부딪혔다. 벽에 부딪힌 철중은 피를 토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신쿠로를 향해 물었다.

"그것은...!"
"제로식 방위술 오의 인과."

신쿠로는 수년전 어떤 할아버지에게 전수받은 기술의 이름을 철중에게 대었다. 한창 호즈키류를 전수받고 쥬자와 베니카에게서 전투기술을 익히고 있을때 우연히 만난 노인에게서 몰래 전수받은... 시험삼아 유노누나에게 썼던날 무지하게 얻어터지게 된 원인이 된 기술이었다.

"제로식... 제로식인건가!"

철중은 제로식이란 이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외쳤다. 과거 731부대보다도 더한 악명을 떨친 순살무음부대의 대장 하가쿠레 시로가 만들어낸 악마의 기술... 그것이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진 탓이었다.

"제로식!!!"

자신의 아버지가 순살 무음부대의 피해자였던 철중은 제로식에 대해 강렬한 증오를 드러내며 신쿠로에게 달려들었다. 물론 전수받기만한채 유래에 대해 자세히 듣지 못한 신쿠로로서는 철중이 분노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신쿠로는 다시한번 인과를 날렸으나 철중은 그것을 예상하고 피했다. 한번 당한 기술을 두번씩이나 당할 만큼 그는 이성을 잃고있지는 않았다.

"타합!"

신쿠로의 머리를 향해 휘둘러지는 참절주. 그 순간, 신쿠로의 머리가 참절주의 목표지점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직후 철중은 자신의 턱에서 강렬한 충격을 느꼈다.

"제로식 방위술 오의 대의."

신쿠로의 양발이 철중의 턱에 작렬하기 무섭게 철중은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그렇게 신쿠로는 힘겨운 승리를 얻어냈다. 물론 그 직후 목표를 잃은 참절주에 의해 다리 한쪽이 골절에 가까운 부상을 입게되었지만 그것은 무척이나 사소한 일이었다.


"설마... 토마!"

뒤늦게 깨어난 유우는 중앙제어실의 흔적을 보고는 재빨리 제어실을 뛰쳐나왔다. 중앙제어실 전체에 광폭하게 남아있는 나루카미노미코토의 흔적... 토마의 화신의 피가 발동된것을 깨달은 유우는 재빨리 중앙제어실에서 나와 토마를 찾았다. 카자마 료가 신경쓰였지만 그래도 토마보다 신경쓰이지는 않았다.
토마를 찾아해메던 그녀는 갑작스럽게 벽 한쪽이 무너지며 등장한 두사람에 무척이나 놀라야만 했다. 한쪽은 아까 자신이 치료한 사람이었으며 한쪽은 나루카미노 미코토를 난폭하게 휘두르고 있는 토마였던 탓이었다.
둘 모두 지친듯 숨을 헐떡이며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만약 유우만 없었다면 네가 메인 디쉬였을 거다."
"젠장... 이놈이랑 싸우느니 차라리 군대랑 싸우고 말지!"
"그만두지 못해!"

유우는 재빨리 두사람 사이에 끼어들며 외쳤다. 두 사람이 싸우고 있는 이유는 필시 화신의 피 때문, 그럼 화신의 피를 얌전하게 만들면 될 일이었다.

"거기까지다 이면의 토마"
"어느쪽이든 상관없지만서도. 겁쟁이 녀석이 진짜 취급을 받으니 기분이 좀 안좋군"
"너는 토마의 살인 본능이 극대화 된 것이 아닌가?"
"좀 다르지만서도 말이지. 어느쪽이든 진짜다."
"뭐,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어. 그보다 이 싸움, 그만두지 않겠어?"
"내가 그래야 할 이유는?"

토마의 말에 유우는 그의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

"네가 가장 고대하고 있는 나와의 싸움이 없어질테니까 말이야"
"무슨 의미지?"
"잊은 거야? 너도 토마라면 모를리가 없을텐데? 내 몸에 독캡슐이 있다는걸. 그리고 그 독캡슐의 시효가 얼마남지 않았다는 점도."
"큭!"

토마는 그것을 떠올리기 무섭게 침음성을 흘렸다. 실제로 몇시간 있으면 유우의 몸안에 있는 캡슐이 터져 죽을 것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싸울 수도 없었다. 지금 유우의 몸상태로는 토마 자신이 바라는 싸움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 말에 토마는 거칠게 화를 내며 나루카미노 미코토를 칼집안에 집어넣었다.

"오늘은 순순히 물러가 주지... 하지만 다음엔 이런 요행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을거야."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토마의 몸이 무너지듯이 쓰러졌다. 그리고 유우는 그의 몸을 껴안듯 감싸 안았다.


"쿄카 멋지지?"
"응!"

모든 싸움이 끝나고 LAFI 퍼스트를 찾는걸 도와달라는 유우의 요청에 유일하게 그나마 멀쩡한 서현은 쿄카를 데리고 온 후 LAFI 퍼스트가 있는 곳에 데려다 주었다. 쿄카가 필요한 이유는 두사람이 가야 할 곳이 레벨0의 시큐리티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 병원에 입원중인 요코타 켄이치씨와의 약속도 있었지만 말이다.
요코타 쿄카에게 LAFI 퍼스트의 본체, 즉 '별'을 보여 준 후 서현과 쿄카는 그대로 조용히 LAFI 퍼스트의 본체가 있는 방에서 나왔다. 그 뒤 어떠한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서현은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확실한것은 모든일이 잘 해결되었다는 것. 슈우지를 비롯한 생존자 전원은 무사히 구조되었고 유우도 토마가 꺠어날 동안 그에게 무릎베개를 해 주면서 바깥의 하늘을 만끽했다. 물론 토마가 깨어난 직후 뭔가 몇마디의 말이 오갔지만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것은 두사람의 일이니까 말이다. 물론 ADEM의 사령관인 다테 신지는 그 내용을 무척이나 궁금해 했지만 자의로 귀환한 유우를 보고는 굳이 추궁하지 않았다.


그리고 또 수일이 지났다.

호텔 라마단.

"사에바, 스피어라보 인수건은?"
"네, 꽤 비싸긴 했지만 어떻게든 ADEM쪽에서 부터 넘겨 받았습니다. LAFI 퍼스트마저 양도받지는 못했지만요."

이제 막 중학생이 된듯 반질반질한 중학생 교복을 입고 있는 소녀는 척보기에도 유능하기 짝이 없는 OL로 부터 보고를 받고 있었다. 소녀의 이름은 유우키 미사. 현재 주식상장 20000%를 달성하고 있는 괴물 벤처기업 포춘텔러의 창립자이자 유명 트레져헌터 더티페이스의 정체인 소녀였다.

"그건 좀 아쉽네..."
"그보다 회장님 이걸..."

카타기리 사에바는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얻은 자료를 미사에게 넘겼다. 자료를 넘겨받은 미사는 잠시 훑어보더니 이내 무척이나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정말? 정말인거야?"
"네, 드디어 '그분'의 소재를 확실히 파악했습니다."
"정말 유쾌한걸!"

그렇게 웃으며 소녀는 책상위에 서류를 집어던졌다. 소녀가 보고 있던 서류에 첨부된 사진에는 미덥지 못한 얼굴에 안경을 쓰고 있는 보기만해도 가난의 오라를 풍기고 있는 한명의 남성이 찍혀있었다.


"응? 이 짐은...?"

사미다레장으로 돌아온 슈우지와 신쿠로는 사미다레장 앞에 쌓여있는 짐들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이 잠시 출장갔을때만해도 이런 짐은 없었던 탓이었다.

"여, 신쿠로군, 슈우지군 왔어?"
"타마키씨. 이 짐은?"
"응? 그거 새 입주자의 이사짐. 이름이..."
"이 서현이다."

타마키가 입주자의 이름을 고민하는 도안 그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며칠전 함께 스피어라보 사건을 해결한 또한명의 동료... 이 서현의 목소리였다.

"여, 오랜만이군 쿠사카리 슈우지군, 쿠레나이 신쿠로군."
"현씨..."
"서현씨?"
"어라, 아는 사이?"
"뭐, 어쩌다보니."

그렇게 말한 서현은 두사람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아참 슈우지, 신쿠로. 해결사 사무소 아카긴이라고 했던가? 거기에 들어가도 되지?"
"네?"
"그럼 허락한 걸로 알고 있을께"
"자... 잠시만요 현씨!"

그날 사다미레장과 해결사 사무소 아카긴에 신입이 한명 생겨났다.


그 시각 지리산 어느 산골.
계곡물이 흐르는 고요한 지리산 계곡, 그곳에서 나무를 얽어 만든 정자 위에 두명의 중년인이 술잔을 맞대고 있었다.

"오랜만이로군 권마신창 유월형."
"오랜만이로군 너도."
"대략 10년 만인건가?"
"그동안 서로 제자를 키우느라 바빴으니까 말이지."

두 중년인은 서로 술잔을 교환하며 허심탄회했다. 사실 친분이 있기 힘든 두사람이었지만 젊었을적 교환한 두 주먹으로 인해 생긴 친분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었다.

"아참, 묻고싶은게 있다고 했는데 뭔가?"
"우리들의 조사 구두룡... 아니 크툴루에 대한 자료가 있나?"
"갑자기 그건 어이하여..."
"실은 내 제자 때문일세."

제자에 대한 일을 풀어놓은 중년인. 그 얘기를 들은 또다른 중년인 유월형은 알았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채란아."
"네, 아버지."

유월형이란 이름의 중년인이 부르기 무섭게 중국풍의 통이 큰 옷을 입고 있는 20대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소녀가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중년인은 편지를 건네며 말했다.

"일본에 있는 서현에게 잠시 다녀오거라."
"무슨 일이신지..."
"친우의 일인지라 설명할수는 없구나. 하지만 그 편지를 서현에게 전달하면 된다. 그 녀석 마술이라던가 신화에 대해서도 꽤나 관심을 가졌었지?"
"그랬죠. 그때 쓸데없는 부분까지 신경쓴다고 아버지께서 혼내셨지만요."
"그랬었지. 하지만 이번엔 그것이 도움이 될것 같구나."
"그렇습니까...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채란이란 이름의 소녀는 그 말을 남기고 그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마지막 한잔을 들이킨 두사람은 어느새 그 계곡에서 사라진지 오래였다. 다만 술이 아주 약간 남아있는 술잔을 남겨둔 채.


그시각 미국 아캄시티

"윈필드..."
"네, 아가씨."

미국의 일부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는 하도우 재벌의 총수인 하도우 루리는 비가내리는 창밖을 보며 약간 쓸쓸한 표정을 지은채 자신의 집사를 불렀다. 그 부름에 집사는 무척이나 정중히 고개를 숙인 후 대답했다.

"그 아이는 잘 있나요?"
"그분이라면 잘 계십니다. 다만 얼마전에 꽤 큰일에 휘말렸던듯 합니다."
"그렇습니까..."

뭔가 그리운듯한 눈빛으로 창문 너머를 바라보는 하도우 루리. 그런 루리의 표정을 보며 그녀의 집사 윈필드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역시 그때 그분을 모셔오는 것이 좋았을까요?"
"어쩔 수 없죠. 그 아이는 아직도 절 엄마라고 인정하지 않는 걸요. 쿠사카리라는 성이 그 증거..."
"루리님..."

집사 윈필드는 무척이나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제 30대에 들어선, 아직 한참 젊은 자신의 주인은 자신이 배 아파 낳은 자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식을 위해 모든걸 바치려 하고 있었다.

"참 이상하죠? 자신이 낳은 자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없을 자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자식이란걸 자각하기 무섭게 이런 모성애라니..."
"이상하지 않습니다."
"언제쯤... 그 아이를 똑바로 대면할 수 있는 날이 오는 걸까요?"

루리는 한숨을 내쉬며 다른 세계의 자기 자신이 자신에게 부탁한 자신의 아이를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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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드디어 짧지만 하나의 글이 완결되었습니다.

훈련소에 가느라 조금 급하게 마무리 지은감이 없잖아 있지만말이죠.

이번화에서 최종적으로 던진 떡밥들은...

구신의 아들인 쿠사카리 슈우지... 엄마는 하도우 루리니... 누구의 아들인지는 아실겁니다

그리고 슈우지의 사부와 서현의 사부.

마지막으로 제로식의 행방이 되겠네요.

뭐 갔다와서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만... 어찌 될지 모르니...

그럼 언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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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