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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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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2012. 2. 2. 00:59 글/아카긴의 의뢰일지

"일시적인 조치는 끝났어."

쓰러져있는 서현의 왼팔을 치료한 유우는 옆에있던 대야로 손을 씻으며 말했다. 왼팔의 상태는 꽤 심각했었다. 만약 전문가 정도의 지식을 지닌이가 아닌 사람이 손을 썼다면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았거나 팔이 불구가 될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희대의 천재인 유우가 손을 댄 탓에 다행스럽게도 부작용걱정은 덜 수 있었다.

"고마워, 이름이..."
"미네시마 유우. 유우라고 불러"
"고마워 유우양."

슈우지의 정중한 인사에 곧바로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서현을 치료하는데 걸린 시간이 좀 되는지라 자신이 계획해둔 일정에 차질이 생길우려가 높은 탓이었다. 유우가 밖으로 나서기 무섭게 토마도 유우를 뒤쫓았다.
두사람이 나가자 슈우지는 먹을것을 들고 오는 신쿠로를 향해 물었다.

"안따라가도 되겠어?"
"둘다 저보다 강한걸요"

신쿠로의 말에 슈우지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크게뜨며 신쿠로에게 되물었다.

"무슨 소리야? 사카가미 토마는 일반인 아니었어?"
"저도 그런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그 뭐였지? 화 머시기..."
"화신의 피"
"아, 그거그거. 그걸 타고났다고 하더군요. 어라?"

신쿠로는 갑작스럽게 끼어든 익지않은 목소리에 의아함을 느꼈다. 하지만 이내 이어진 슈우지의 말에 그 의문은 대번에 풀렸다.

"현씨, 벌써 일어났어요?"
"아, 뭐... 어떻게든 말이지. 그보다 그 사카가미 토마라는 소년 혹시 마나메 가문 관계자인건가?"
"네, 마나메가문의 현 당주인 마나메 후자의 사생아라더군요."
"나루카미노미코토는?"
"그것까지 알고있는겁니까? 저희도 의뢰인에게 듣기전까지는 모르고 있었는데 말이죠"

신쿠로의 기가막힌다는듯한 말투에 서현은 입을 다물었다. 설마 자신의 사부가 피하라고 말한 상대중 하나가 바로 코앞에 있는 탓이었다. 십수년전 비록 오해였다고는 해도 수십합을 교환하면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한 상대. 그 존재가 바로 이 장소에 있는 것이었다.

'화신의 피... 곤란한 상대가 있군. 뭐 싸울일은 없을것 같지만서도'

서현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신쿠로가 가져온 먹을거리에 손을 뻗었다. 왼손이 조금 불편했지만 그래도 붕대가 절묘하게 감겨있는 탓에 움직일 수는 있엇다.

"현씨, 몸 상태는?"
"괜찮아. 출혈때문에 피가 조금 모자란듯하지만 조금있으면 괜찮아져."

슈우지의 걱정을 일축한 서현은 재빨리 먹을것을 해치우기 시작했다. 서현이 아무렇지않게 음식을 먹자 슈우지도 재빨리 신쿠로가 가져온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단 두사람, 그것도 왜소한 체격인 두사람은 그 체격에 비해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어치우고 있었다.

"질리네요, 두사람. 슈우지씨는 그렇다 치더라도 서현씨도 장난아니게 드시네요"
"몸을 회복시키려면 일단 많이먹어야하니까. 꼭꼭씹고."

수행중 여러부상을 많이 겪은 서현은 몸을 어떻게 치료해야하는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무문팔극권의 수행특성상 부상도 많고 심각한 부상이 아닌이상 사부가 치료해주는 일도 없었고 수행이 중지되는 일도 없었기에 결국 어떻게해야 조금이라도 더 빨리 회복하는가에 대한 연구를 했고 그것이 여태까지 피가되고 살이되어 왔었다.

"그나저나 두 사람이 향하는 곳은 어딘지 알고 있어?"
"자세히는 모르지만... LAFI를 회수하러 간다고 했는데요"
""중앙제어실인가""

신쿠로의 말을 들은 서현과 슈우지는 대번에 유우와 토마가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있었다. 지난 2주간의 알바는 폼이 아니었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알고 있나요?"
"뭐, 기술주임인 요코타씨와는 친한 사이였으니까 말이지"
"확실히 그쪽에 LAFI퍼스트가 있었지 아마?"

실제로 보기까지 한 것이니 두사람이 모를리가 없었다. 두사람은 그것을 떠올린 직후 재빨리 남은 음식들을 해치우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 벌써 일어나는 거에요?"
"서둘러야지."
"서둘러서 두사람을 쫓아가야지. 시간 꽤 지체했어"
"방금 아침 드셔놓고선."
"그런건 금방 소화돼."

그렇게 말하며 두사람... 아니 세사람은 집을 나섰다. 중간에 요코타 카즈에씨를 만나 가볍게 인사한 슈우지, 서현, 신쿠로는 재빨리 미네시마 유우와 사카가미 토마의 뒤를 쫓았다.


"응?"

유우를 감시하고 있던 카자마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LAFI 퍼스트를 향해 쳐들어오는 누군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LAFI 세컨드보다 격렬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더 치밀했다. 하지만 그것도 LAFI퍼스트를 자기수족처럼 다룰 수 있는 자신의 앞에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해킹프로그램을 박살내고 역추적을 한 후 역공에 들어갔다. 역공을 하던 카자마는 자신을 해킹한 존재가 마나메가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나메 가문에서 어째서?'

카자마는 왜 마나메 가문이 자신을 노렸는지 의아해 했으나 이내 그 의문을 재끼고 마나메가문의 슈퍼컴퓨터 트루아이 20000을 장악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80%가량 장악에 성공했을때 카자마는 이 어처구니 없는 계획을 실행한 인물이 누구인지 보기위해 감시카메라를 해킹했다. 생각외로 감시카메라에 비치는 것은 척보기에도 귀족적인 기운을 풍기는 아가씨였다.
고고하면서도 권위적인... 그런 느낌을 풍기는 아가씨. 그런 소녀를 바라보던 카자마는 문득 차를 마시고 있던 소녀가 감시카메라에 눈을 맞추자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보통 저 나이때의 소녀가 지닐 수 있는 눈빛이 아니었다. 뭐랄까... 산전수전 다 겪은 노물들이나 지닐법한 눈을 지니고 있었다. 소녀는 잠시 눈을 맞춘 후 차를 한잔 홀짝이더니 이내 다시 눈을 맞추며 입을 열었다.

"처음뵙겠습니다 카자마 료씨. 마나메가문의 차기 당주인 마나메 마야라고 합니다"

갑작스런 인사에 카자마는 당황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도 되지 못했었다.

"침입자에게 너무 정중한것 같지만 이것은 애도의 인사를 겸하는 것이니 상관없겠죠."
'무슨?!'

카자마는 의아해했다. 하지만 곳 그 답이 드러났다. 소녀의 품속에서 어울리지 않는 투박하기 짝이 없는 스위치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카자마는 척 보기에도 그것이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지 알 수 있었다.

'자폭스위치?!'
"정말인지 두더쥐 아가씨는 말을 너무 쉽게 한다니까요. 그래도 뭐 오라버니를 위한 일이니 하기야 하겠지만 서도. 나중에 아버지와 포츈텔러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두더쥐 아가씨? 설마?!'
"그럼 안녕입니다."

카자마가 마야의 말에서 누군가를 유추해내기 무섭게 마야의 손에 들려있던 스위치가 눌려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카자마는 몸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만했다.


"에휴, 정말인지 어떻게 변명해야할까요?"

마나메 마야는 완전히 날아갔을 트루아이 20000에 대해 떠올리며 사후처리를 어찌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몇분 정도 고민의 시간을 가진 마야는 자신의 측근이자 수호자인 레이를 불러 말했다.

"레이, 트루아이20000은 표면적으로는 반 마나메 세력의 테러로 처리해 두세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방금 포츈텔러의 회장 비서쪽에서 트루아이 20000의 폭발에 대한 문의전화를 해왔습니다만."
"이쪽으로 연결하세요."
"네"

레이는 마야의 앞에 전화기 한대를 가져다 놨다. 전화기가 놓이기 무섭게 전화기에서 성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뵙는군요 마나메가문의 차기 당주이신 마나메 마야님]
"오랜만입니다. 미스 카타기리. 트루아이20000 폭발건과 관련되어 문의를 하려고 연락했다 들었습니다만."
[네, 트루아이 20000은 저희쪽에서도 투자하고 있던 슈퍼컴퓨터니까 말이죠. 방금 뉴스에서 반 마나메 가문에 의한 폭탄테러라고 나오긴했지만... 진실은 뭐죠?]

처음부터 직구로 나오는 카타기리 사에바의 말에 마야는 별거아니라는듯 말했다.

"실은 이번에 저희쪽에서 본의아니게 스피어라보사건과 연관되게 되어서 말이죠."
[마나메는 기본적으로 미네시마와 거리를 두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서 본의 아니게란 말을 사용한겁니다."

마나메가문의 차기당주와 포츈텔러의 회장 비서는 그 이후 한시간동안이나 밀고당기는 신경전을 계속했다.


"커억-!"

아무도 없는 중앙제어실. 카자마는 갑작스럽게 싱크로중이던 LAFI 퍼스트에서 튕겨져 나와 피를 토했다. 트루아이 20000의 자폭으로 인한 여파가 신체에까지 미친 탓이었다.
누군가 말했었다. 정신은 신체에 영향을 끼친다고... 그 말 그대로 카자마의 육체는 지금 너덜너덜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었다. 전뇌의 바다에서 겪은 폭발의 충격에 의해 완전히 찢겨진 정신. 그 여파는 몸에 잘 드러나있었다. 완전히는 아니지만 전신히 갈기갈기찢겨 갈려진 상황에서 카자마는 죽음에 임박해 있었다.

"살고.... 싶어!"

죽음의 임박한 카자마. 카자마는 있는힘 없는 힘을 모조리 짜내 일렉트론퓨전을 위한 접속장치에 손을 뻗었다. 가까스로 그것을 머리에 쓴 카자마는 재빨리 일렉트론 퓨전을 행했다. 그리고 막 일렉트론 퓨전이 행해지려던 찰나.

푸학-

카자마의 입에서 선혈이 뿜어졌다. 접속장치에 올려져 있던 그의 손은 그대로 차가은 철제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하아... 하악!"

뒤쫓아오던 토마를 떨어뜨려놓고 중앙제어실로 향하던 유우는 도중에 만난 적병들을 모조리 제압했다. 그 움직임은 마치 인간을 초월한 듯한 엄청나기짝이 없는 움직임... 그 탓인지 유우는 간만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심장 부근에서 말이다.

"역시 조금 무리해버렸나?"

다른때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평소 완벽하게 계산해서 움직임을 행하는 그녀에게 있어서 이런식의 무리는 자신에게 있어서도 꽤나 의외였다.

"어째서... 일까?"

유우는 갑작스럽게 자조하듯 자신의 행동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런 살기를 느낀 유우는 재빨리 자신이 서 있던 자리에서 몸을 틀었다.

스걱-

유우가 몸을 틀기 무섭게 뭔가가 유우의 옆구리를 훝고 지나갔다. 유우는 그것이 나이프임을 감촉으로 알 수 있었다.

"큭-"

깊게 베이지는 않았지만 피하는게 살짝 늦은 탓인지 피부가 살짝 베였다. 유우는 베인 옆구리의 옷을 보며 중얼거렸다.

"보이지 않아? 유니버셜 미채인가..."

토마에게서 들은 정보중 유니버셜 미체를 사용하는 존재가 있었다는 것을 상기한 유우는 곧장 감각을 곤두세우며 유니버셜 미채를 사용하고 있는 존재를 찾았다. 열감지에 소리마저 차단 할 수 있는 유니버셜미채였지만 존재가 있는 이상 공기의 움직임 마저 차단 할 수 는 없었다.

"날 찾으려고? 헛수고 마시지"

갑작스럽게 신중해진 유우를 보며 유니버셜 미채의 주인인 루리코가 비웃듯이 말했다. 모든 것을 감추는 유니버셜 미채를 찾는다는 것은 무리에 가까웠다. 아까전에도 열탐지 고글로 자신을 찾으려던 LC부대원 한명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오는 길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유우를 향해 다가가 나이프를 휘둘렀다.

"잡았다."

루리코가 나이프를 휘두르기 무섭게 공기의 움직임을 읽은 유우는 그것을 단숨에 시뮬레이터해 루리코의 위치와 공격 궤도를 읽었다. 그리고 그것을 읽어내기 무섭게 유우는 재빨리 루리코의 칼을 빼았고 그대로 집어 던져버렸다.

"꺄악!"

예상외의 상황에 당황하는 루리코. 루리코는 나이프도 빼았긴 채 그대로 던져져 벽에 부딪혔다. 후두부 부터 부딪혀 버렸는지 그대로 기절해버린 루리코. 유우는 재빨리 시뮬레이터해 루리코의 위치를 찾은 후 그대로 유니버셜 미채를 정지시키고 그녀를 구속하기 시작했다.

쿨럭-

갑작스럽게 유우의 입에서 한움큼의 피가 토해졌다.


"유우는?"

유우를 뒤쫓아온 토마는 바닥을 뒹굴고 있는 병사들을 보며 유우가 이쪽으로 지나간 것을 확신했다. 그렇게 지나가던 토마는 문득 한쪽 구석에 있는 핏자국에 시선을 옮겼다.
비록 지금은 민간인이라고 하나 과거 마나메가문에서 수호자로서의 기초적으로 배워야 할 부분은 어느정도 익힌 상태. 특히 화신의 피 특성상 이런 피에는 상당히 민감한 편이었다.
어쨌든 핏자국에 다가간 토마는 조심스럽게 그 피에 손을 갖다대어 보았다. 일반 피보다 묽은 상태.. 더불어 그 피에서는 약간의 신내가 풍기고 있었다. 이것은 식도를 타고 올라온 피라는 증거. 토마는 재빨리 유우의 뒤를쫓아 뛰기 시작했다.


"여기가 중앙제어실인가?"

중앙제어실에 도착한 유우는 주위를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예상외로 LAFI 퍼스트는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자신의 계획에 의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카자마의 시체가 있을 뿐.

"LAFI 퍼스트는 어디에있는거지?"

유우는 퍼스트의 자세한 위치를 찾기 위해 눈앞에 있는 단말기에 손을 갖다 대었다. 그 순간 유우는 단말기에서 발해지는 갑작스런 방전에 채 대처하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유우가 쓰러지기 무섭게 유우의 눈에 카자마의 모습이 나타났다. 실체가 아닌 홀로그램 영상이었다.

"카자마... 너?!"
"훗, 내가 살아있는것이 의외인가?"
"어떻게 LAFI퍼스트로 옮겨간 거지? 내 생각보다 3시간정도 빨라-"
"글쎄... 죽을위기에 처했을때의 내 본능이 이뤄낸 결과일지도..."
"웃기는군..."
"너는 그 웃기는 상대에게 한방먹었고 말이야."

마치 비웃는듯한 미소를 짓고 있는 카자마를 보며 유우는 입을 갈았다. 신체의 자유는 심하게 제한된 상황... 이 상황에서 부하들이라도 들이 닥쳤다가는...

"걱정마라 유우, 넌 마지막이니까 말이야"
"뭐?"
"아몬-"

카자마가 아몬을 부르기 무섭게 카자마의 옆에 반투명한 사각형의 창이 떴다. 그리고 어제 유우와 토마, 신쿠로가 한번 마주한 아몬의 모습이 그곳에 드러났다.

[무슨 일이지 리더?]
"브레인 프록시 착상건은?"
[어제 데려온 민간인들 197명 전원에게 착상완료했다.]
"좋군."
"큭...!"

유우는 그말을 듣기 무섭게 인상을 찌푸렸다. 브레인 프록시는 뇌를 대신해 척수를 거쳐 몸의 제어를 보조하는 기구, 그것은 본래 의학적 용도로 만들어졌으나 저런식의 전쟁용 사용방법도 존재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브레인 프록시에 군인의 행동패턴을 넣어 인스턴트 군인을 만들어 내는것... 그것때문에 유우는 브레인 프록시를 만들고도 뒤늦게 후회했었다.

"아참 그리고 아몬 너에게 그것의 사용을 허가한다."
[그것이라면?]
"다단식 경가스건. 당연히 들고왔겠지?"
[물론이다만. 그것은 스피어라보 내에서 사용금지 아니었나?]
"그것의 사용을 허가한다. 스피어라보내에 숨어든 쥐새끼들을 모조리 섬멸하도록."
[알았다.]

아몬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통신창이 닺혔다. 그리고 무척이나 즐거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유우를 향해 말했다.

"큭큭큭... 어떤가 유우. 네가 만든 무기에 의해 사람이 죽어나가는 것이."
"그것은 무기가 아냐! 스페이스 데브리 충돌 실험을 위한 기재를 소형화 시킨것일 뿐! 그런데..."
"결과적으로 무기가 되었지. 재미있지 않은가?"
"재미 없어...!"

유우는 일어서기 위해 온힘을 다했다. 하지만 아까 카자마가 일으킨 방전으로 인해 마비된 몸은 쉽사리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무리하고 있는 탓인지 안그래도 좋지 않은 심장에 여러므로 부담이 가고 있었다.

쿨럭-

다시한번 피를 토하고 쓰러지는 유우. 그렇게 유우가 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있을 때 한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우!"

유우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유우! 괜찮아?!"

뒤늦게 도착한 토마는 쓰러져 있는 유우를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주위가 피투성이었던 탓이었다. 유우에게 다가간 토마는 그것이 유우의 입에서 토해진 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우...!"

토마는 재빨리 유우의 몸상태를 살폈지만 의학적 지식이 거의 없는 토마로서는 아직 살아있다는 것 밖에 알 수 없었다. 그렇게 토마가 유우에게 모든 신경을 쏟고 있을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흐음, 너는 누구지? 누구기에 그렇게 미네시마 유우에게 신경을 쏟는거지?"

토마가 고개를 돌리자 카자마의 모습이 보였다. 유우가 이렇게 되었다는 것에 열이 뻗힐대로 뻗혀버린 토마는 한껏 살기를 드러내며 카자마를 향해 물었다.

"네가 유우를 이렇게 만든거냐?"
"그렇다면?"

카자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몸이 절반으로 갈라졌다. 그와 동시에 중앙제어실의 기재 일부가 그대로 베여져 버렸다. 어느새 나루카미노미코토가 토마의 손에 들려있었던 것이었다. 토마는 얼굴을 움켜쥔채 광소를 지으며 유쾌한듯 입을 열었다.

"말살이다."

극도의 분노와 살의에 의해 깨어난 피가 즐거운듯 미소를 지었다.


"뭔가 위험한느낌이..."
"응? 갑자기 왜 그래요 현씨?"

갑작스럽게 오한이든 현을 보며 의아해하는 슈우지. 지금 서현과 슈우지, 신쿠로. 이 세사람은 중앙제어실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유우가 앞서 처리했는지 가는동안 만난 적 병사중 멀쩡한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그 광경을 본 신쿠로는 질렸다는듯이 유우에 대해 말했다.
확실히 보통 인간을 초월한 세사람이 보기에도 유우는 평범하지 않은 존재였다. 아니, 평범한 신체능력으로 이정도의 운동효율을 보일 수 있다는것 부터가 인간이라고 볼 수 없었다.

"응?"

갑작스럽게 뭔가를 느낀 서현은 두사람을 멈춰세웠다. 중간에 채 멈추지 못한 신쿠로가 바닥에 넘어졌지만 서현은 신경도쓰지 않은채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들을 수 있었다. 날카롭고 광폭한 소리를... 그리고 인간의 피륙이 터져나가는 소리를...

"둘다 엎드려!"
"응?"

서현의 외침과 함께 두사람은 강제적으로 밀쳐졌다. 그리고 슈우지를 비롯한 모두가 바닥에 엎드려지자 그들이 지나려던 통로 옆에서부터 엄청난 속도로 무엇인가가 지나갔다. 소리마저 소실된, 음속을 뛰어넘은 속도로 사출된 무언가는 엄청난 굉음과 충격파를 남긴채 통로 저 너머로 사라져버렸다.
충격파가 한차례지나고 슈우지들에게 뭔가 가가 떨어졌다. 끈적끈적하고 검붉은... 그리고 간간히 붉고 살색인것이 뒤섞여있는...
인간의 피가... 그리고 살점이...

"이건!!"
"인간의 피와 살... 확실하게 산산조각이 나버렸군. 뭐 아까의 그 위력이면 충분하고도 남지만."

냉정하게 말하는 서현이었지만 속으로는 꽤나 난감한 상황에 속을 태우고 있었다. 사람을 간단히 이렇게 만들어 버릴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지닌 무기를 지닌 녀석이 길을 막는다면 정말로 골치아픈 상황이 될게 뻔한 탓이었다.

"어쩌지..."

아직 사부에게 미치지 못하는 서현으로서는 저런 위력을 지닌 무기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서현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사이 누군가가 서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서현이 뒤를 돌아보니 슈우지가 미소를 지으며 서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에게 맡겨줘요. 현씨"
"어?"
"저 공격을 막을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거죠? 현씨는 의외로 진짜 심각한 고민은 드러나는 편이니까요. 그럼 신쿠로와 함께 먼저 가 계세요. 저는 저 포격을 막고 있을테니."
"부탁해 슈우지."

서현은 조금 당황하고 있는 신쿠로의 손을 잡아 이끌며 중앙제어실로 향했다. 슈우지는 두사람이 지나치기 무섭게 직선통로를 가로지르는 옆통로로 방향을 틀었다. 처참하게 박살나 있는 통로를 보며 슈우지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리고 슈우지가 등장하기 무섭게 엄청난 크기의 총을... 아니 총이라 부르기 괴악한 물건을 들고 있는 거한의 모습이 보였다.
거한은 슈우지의 모습을 보기 무섭게 총을 거치하며 슈우지를 향해 조준했다.

"저기...일단 대화를 나눠보죠..."

슈우지는 살짝 기가 죽은듯 거한을 향해 말했다. 거한은 잠시 슈우지를 물끄럼히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한번 총을 슈우지에게 조준하기 시작했다. 위험을 느낀 슈우지는 단숨에 그 자리를 박찼다. 그리고...
그가 자리를 박차기 무섭게 하얀 포탄이 통로를 가로질렀다. 공기를 갈기갈기 찢으며.


카자마의 부름에 중앙제어실로 향하고 있던 코조는 갑작스럽게 길을 막은 한 소년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미네시마 유우라는 여자와 함께 있던 소년이었다. 코조는 그 소년은 재빨리 처리한 후 지나가려 했으나 갑작스럽게 소년에게서 뿜어진 살기에 움직임이 막히고 말았다.
코조는 소년에게서 뿜어진 살기에 식은 땀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너... 정체가 뭐냐?"
"글쎄~ 정체가 뭐일까나?"

불길한 미소를 짓는 소년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압도당한 코조는 그사실에 무척이나 불쾌감을 느끼며 무참을 꺼내들었다. 무참이 꺼내지자 소년은 무척이나 흥미로워 하며 무참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무참이란 건가? 꽤 흥미롭군."

소년은 단도를 꺼내들며 살기를 흩뿌렸다. 갑작스럽게 강해진 살기에 코조는 긴장하면서도 무참을 꼭 쥐며 소년의 빈틈을 찾았다.

"간다."

기묘한 움직임을 보이며 소년이 땅을 박찼다. 코조는 재빨리 소년의 기척을 찾으며 무참을 휘둘렀다. 다행이도 대놓고 기척을 드러내는 소년을 찾는것은 쉬운일이었으나 소년에게는 무참이 통하지 않았다.
몇번의 격돌을 거쳐 무참을 받아낸 소년은 흥이 식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무참이라... 정말 시시한 죽음이다."
"어떻게 막은거지? 이 무참의 액상화 현상을"
"네 검은 진동파를 내보내 대상을 붕괴시키는 기술, 그렇다면 막는것도 간단하지. 위상이 반대인 진동파로 스스로를 갈라 도개의 진동을 부딪히게 해 상쇄시키면 그만인 것이다. 뭐 그걸 알아내기 위해 약간의 대가는 필요했지만 말이지."

토마가 상처를 보여주자 코조는 기가막히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검을 막기 위해서 치뤄낸 대가가 고작 상처 하나라니... 무참을 얻은 이후 무적을 자랑하던 코조로서는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대의 압도적인 무력에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잔재주는 통할리 없다. 그럼..."

코조는 무참을 뒤로 재낀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 위력의 공격을 준비했다. 그 기술의 이름은 역동. 코조의 주특기이자 검도에서 판정이 가장 까다로운 부분을 노리는 기술이기도 했다. 코조의 역동자세를 본 토마는 갑작스럽게 유쾌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호오... 역동이라. 재미있군."

코조가 역동의 자세를 취하기 무섭게 소년도 자세를 잡았다. 역동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필살의 자세... 그 자세를 본 코조는 긴장의 끈을 당기며 소년을 향해 물었다.

"너의 이름은?"
"사카가미 토마"

그말이 끝나기 무섭게 토마의 발이 떨어지며 토마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 직후 코조도 땅을 박차며 정면을 향해 돌진하며 뒤로 재껴둔 칼을 힘껏 휘둘렀다.

=====================================================================

네, 또 간만입니다.

이제 며칠 안남았건만 마무리는 하고 갈 수 있을런지...

슬슬 클라이막스인 아카긴의 의뢰일지군요.

다음화에서는 꽤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슈우지 관련으로 말이죠...

그럼 다음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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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무란
2012. 2. 2. 00:03 글/아카긴의 의뢰일지

붉다. 모든것이 붉다.
시야도 방도 그리고 바닥도... 모든 것이 붉었다. 그 붉음은 노을이나 염료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
피.
검고 붉은 피. 선홍빛을 띄며 바닥과 벽을 촉촉히 적시고 있는 피...
끈적거리며 몸을 휘감고 있는 붉디 붉은 피...
칼을 한번 휘두를때마다 바닥이 점점 젖어갔다. 얼마나 베었을까? 더 벨 녀석은 없는 것인가? 그런 생각이 머리 한구석에서 미치고 있었다. 그리고 더 벨 만한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 고개를 돌려 주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볼 수 있었다. 방 구석에서 나를 바라보며 공포에 떨고 있는 소녀를...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소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막 칼을 휘두르려던 찰나...

"멈춰라! 아직은 이 계집을 죽게할 수 없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중년인의 목소리... 아버지인 마나메 후자의 목소리었다. 나는 그 직후 점점 정신을 잃어갔다. 흐려져 가는 정신속에서 나는 들을 수 있었다. 앙천대소하고 있는 아버지의 웃음 소리를...


"헉!"

사카가마 토마는 간만에 꾼 1년하고도 6개월 전의 일에 식은땀을 한껏 흘리며 깨어났다. 비록 화신의 피에 의해 휘둘렸다고는 하나 동생을 죽일뻔한 경험은 지금의 토마로서도 잊을 수 없는 충격이었다. 그로 인해 잠에서 완전히 깨어버린 토마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 토마 잘잤니?"

아래로 내려가니 어느새 회복한 요코타 카즈에씨가 토마를 반겼다. 브레인 프록시에 의해 조종되다가 겨우풀려난 요코타 카즈에씨는 그동한 혹사당한 탓인지 반나절가까이 잠만 자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겨우 깨어난 것이었다.

"구해줘서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내손으로..."
"아뇨, 구한건 신쿠로씨와 유우인걸요."

눈물을 흘리는 카즈에씨를 진정시키며 토마가 말했다. 아줌마를 구하는데 있어 자신이 한 일은 거의 없었다. 아니 도리어 아줌마를 죽일뻔 했다. 그런 자신이 카즈에씨에게 감사를 받을 이유는 없다고 토마는 생각하고 있었다.

"유우에게는 벌써 했어. 그저 자신이 책임져야할 일을 했을 뿐이라던걸. 더불어 네 표정이 어두워 지는걸 보기 싫다고..."
"유우가 그런말을 했어요?"
"응"

카즈에씨의 말에 토마는 의외란 표정을 지었다. 잠깐 주위를 둘러보던 토마는 문득 유우의 모습이 없음을 깨달았다.

"아줌마. 유우는...?"
"유우라면 1시간 전쯤엔가? 밖으로 나갔어. 해를 보러"
"해를 요?"
"그래, 이곳에서 햇빛은 사치품이 잖니. 매일 쉘터가 내려져 있어서 일정량의 태양빛만 받고. 그래서 전망대가 있는 곳을 가르쳐 줬어."
"전망대요?"
"그래, 라이브 섹터 최상층 중앙환기구 옆"
"아..."

그곳이라면 토마도 기억하고 있었다. 요코타 켄이치씨가 종종 데려간 탓이었다. 그곳이라면 확실히 해를 볼 수 있는 곳이었다. 토마는 유우에게 가보기로 결심하고 밖으로 나섰다.

"잠깐 갔다올께요."
"조심해서 갔다오렴"

카즈에씨의 마중을 받으며 토마는 재빨리 유우를 쫓아 전망대로 향했다.


"여기가..."

유우는 전망대 입구에 도착하기 무섭게 평소와는 다른 기대에 부풀어 있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은 마치 그녀 또래의 평범한 여자애들이 연인을 기다리는 모습과도 같은 상기된 모습이었다. 그리고 한껏 상기된 유우는 전망대의 입구를 힘차게 열었다.

"...!"

전망대를 본 유우는 자신도 모르게 절규를 내뱉을뻔 했다. 한껏 기대했던 전망대의 창문이 셔터로 모조리 닫혀있던 탓이었다. 유우가 분해하며 떨고 있을때 조명과 함께 주위에서 수십명에 달하는 병사가 나타나 유우에게 총을 겨누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꼴 사납군 미네시마 유우]
"카자마...!"

유우는 은연중에 살의를 드러내며 카자마의 이름을 읇조렸다. 하지만 너무나도 작은 읇조림인지라 들은 사람은 전무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카자마는 유우를 향해 말을 이었다.

[어딘가에 유폐되어 있었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보군. 그렇게도 햇빛이 그리웠었나?]

너무나도 의기양양한 카자마의 목소리에 유우는 한층 더 살의가 일어남을 느꼈다. 그것을 모르는 카자마는 한층 더 의기양양해 하며 유우를 향해 말했다.

[그렇지만 널 여기서 죽이기에는 아까워, 예전에 미네시마 유지로 밑에서 함께 연구했었던 적도 있었지. 네 재능은 높이 평가하고 있다. 어때, 내 동료가 되지 않겠어? 부자유스런 지하생활에서 해방시켜주마.]

카자마 료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유우는 한껏 억누르고 있던 살기를 해방하며 외쳤다.

"동료? 웃기지도 않는군. 일렉트론 퓨전이라는 쓸모도 없는 능력밖에 없는 저능아가 동료가 되자고?! 웃기지마! 일렉트론 퓨전같은 능력이 없어도 내가 너보다 훨씬 우수하니까 말이야. 아참 카자마... 한가지 고마워해야겠어..."
[무슨...!]

진심어린 살기를 개방한 유우는 귀기를 드러내며 카자마와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병사들을 공포에 질리게 만들었다. 이것이 미네시마 유우라는 존재인 것일까?

"널 진심으로 죽이게 결심하도록 해줘서 말이야"
[쏴...!]

유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공포를 느낀 카자마는 병사들에게 발포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카자마의 명령을 받은 병사들이 손가락을 방아쇠에 채 걸기도전에 그들의 시야에서 모습이 사라져 버렸다. 사라진 유우는 재빨리 병사들의 관절을 '해체'하며 완전히 무력화 시켰다. 그것은 카자마 이외의 존재를 죽이지 않고자함도 있지만 적들에게 확실한 공포를 심어주기 위함이었다.

"인간의 몸이란 참 간단하게 해체되. 알고 있어?"

얼음장 같이 차가운 얼굴을 하고있는 유우는 그들의 얼굴을 해체하기전 꼭 한번씩 마주치면서 공포를 새겼다. 이미 그녀와 눈을 마주친 이들에게서 전의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순식간에 모두를 정리한 유우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카메라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기다리고 있어라 카자마... 반드시 죽여주마."

그 말을 한 직후 유우는 주변에 널부러져 있던 총을 하나 주워 카메라를 향해 갈겼다. 모든 울분을 토해내듯이...


토마가 전망대에 도착하자 완전 엉망진창으로 널부러져있는 병사들과 총탄에 의해 걸레가 된 카메라가 보였다. 토마는 그 광경을 보기 무섭게 유우를 찾았다. 다행이도 유우는 그 병사들 사이에서 주저앉고 있었다.

"괜찮아 유우?"

토마는 재빨리 유우에게 다가가 물었다. 유우를 살펴보던 토마는 그녀의 옷에 묻어있는 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유우!"
"시끄러워 토마. 조용히해."
"다행이다... 무사해서. 그보다 피는 대체?"
"별거 아냐. 흥분한 나머지 좀 무리해서일 뿐. 그보다 토마 너 통신기 가지고 있지?"
"응?"
"마나메 가문과 직접연결되는 통신기 말이야. 설마 없다고 말하지는 않겠지?"
"가지고 있긴한데..."
"그럼 당장 그쪽으로 연락을 넣어줘"
"아... 응."

왠지 차가운 유우의 모습에 토마는 당황하면서 재빨리 품에서 통신기를 꺼내 스위치를 눌렀다. 토마가 스위치를 누르기 무섭게 통신기에서 그의 동생인 마나메 마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기다렸다고요. 하루동안 연락이 없다보니 얼마나 걱정했는지...]

절박함과 걱정이 가득한 동생의 목소리에 토마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걱정하게 만들었나 하는 것에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그렇게 동생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려던 토마는 갑작스럽게 통신기를 강탈하는 유우에 의해 채 말하지 못한채 그대로 통신기를 유우에게 빼앗기고 말았다.

"네 오빠에 대한 안부를 묻는건 이 다음으로 미루도록, 일단은 이쪽 안건이 우선이다."
[누구시죠?]

토마가 아닌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기 무섭게 마야의 목소리는 딱딱해지다 못해 날카로워졌다.

"그게 중요한게 아냐, 게다가 내 이름을 들었다간 상당히 기분이 불쾌해질텐데?"
[전 이미 불쾌해질대로 불쾌해졌습니다. 누구시죠? 자신에 대해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전 이만 끊겠습니다.]
"아, 잠깐 기다려 마야!"
"이런이런... 어쩔 수 없군."

유우는 할 수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미네시마 유우다."

유우가 말을 내뱉기 무섭게 통신기 너머 마야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대략 10초간의 시간이 흐른 후...

[...뭐라고요? 저기 다시 한번만.]

드디어 되돌아온 동생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동요하고 있었다. 수년정도 함께한 토마가 여태까지 보지도 듣지도 못한 동생의 모습이었다. 그런 와중에 유우는 무척이나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니까 미네시마 유우라고, 너희 마나메 일족이 가장 싫어하는 미네시마 유지로의 딸인 미네시마 유우."
[설마요, 농담이죠? 그 여자라면 지금쯤 1200m 지하에 쳐박혀 있어야 할텐데...]
"ADEM의 은폐공작도 헛수고군. 너무나도 확실하게 내 존재가 노출되어 있어"
[오, 오빠. 지금 이 여자가 한 말이 사실인가요?]

동생의 물음에 토마는 무척이나 친절하게도 "정말이야"이란 말로 긍정해 주었다.

[어떻게 이런일이...]

토마는 동생이 머리를 감싸쥐고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선하게 그릴 수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 주셔야겠어요 오빠!]
"나중에 말이지..."

한동안 스피어라보 사변이 끝나고도 마야에게 돌아가지 않을것을 결심하는 순간이었다.

"그나저나 잘도 내 존재를 알았는걸? ADEM관계자들은 전원 브레인 프로텍트를 받았을텐데 말이야... 어디서 샌거지? 말하고 싶어도 말할 수 없을텐데?"
"브레인 프로텍트가..."
"쉽게말하자면 입막음, 너도 들어올때 받았지"
"아..."

그재서야 들어갔을 당시의 일을 떠올리는 사카가미 토마였다.

"그럼 잊어버린다는 건가?"
"아니, 그래서는 죽도밥도 안되니까. 그저 말하고 싶어도 입박으로 나오지 않도록 뇌에서 제어하는거야. 일종의 의식조작이랄까... 최면술 같은거지. 나나 ADEM관계자, 혹은 그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런문제없이 대화 가능하지만 말이야."

그 말에 진심으로 안도하는 토마였다. 유우를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유우에 대한 기억은 이미 소중하게 자리잡은 상태였다. 그런데 기억이 지워진다면... 생각만해도 소름끼치는 일이었다.

[어쨌든, 지하에 틀어박혀 계셔야할 아가씨가 저에게는 무슨 볼일이죠?]
"트루아이 20000을 빌리고 싶다."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군요.]
"시치미 떼기야? 마나메가문의 컴퓨터 부문에서 현재 개발중인 슈퍼컴퓨터 있잖아. 지금쯤 거의다 완성되었을 텐데? 최소한도로 내가 얻은 정보가 맞다면 포춘텔러도 기술제휴로 개입해서..."

"그만!"이라고 외친 마야는 크게 한 숨을 내쉰 후 입을 열었다.

[정말인지... 완전 정보가 새고있었군요. 시큐리티 부문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겠어요.]
"뭐 피장파장이지, 너희쪽도 나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잖아?"
[전혀 틀립니다! 저희는 그게 본업인걸요! 어딘가의 1200m지하에서 살고있는 두더지 아가씨랑은 틀립니다!]

자존심을 자극하는 마야의 말에 유우는 살짝 화가났는지 도발성 어조로 마야를 향해 말했다.

"선조 대대로 엿보기와 스토킹을 전문으로 해오는 집안에 들키는것보단 훨씬 나아."
[진실을 알고 싶으면 마나메 가문의 문을 두드려라. 이 말을 모르시다니 역시 은둔생활을 하는 동굴 두더쥐 아가씨라 세상물정을 모르시는군요.]
"훔쳐보는 취미도 부르는 이름에 따라 상당히 멋지게 들리는걸? 나도 참고하지. 난 땅의 바닥보다 하늘의 깊이를 알아."
[어머, 우물안의 있는 것은 일반적으로 다들 개구리라고 하던데... 여기에 두더쥐가 한마리 있군요.]

뜨거워지는 두사람의 설전에 토마가 당황하며 끼어들었다.

"스톱! 스톱! 두사람 다 그만 둬!"
"잠시만 조용히 있어줄래? 저 시건방진 아가씨를 완전히 다운시켜 버리게."
[잠시만 있어주세요 오빠, 저 두더쥐 아가씨를 완전히 보내버리지 않으면 안되겠네요.]

두사람은 전의를 불태우며 두번째 라운드를 시작하려했다.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겨우 두사람을 진정시킨 토마는 숨을 헐떡이며 두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그래서 뭣때문에 트루아이20000이 필요하다는 거죠?]
"스피어라보의 LAFI 퍼스트를 해킹해줘, 그리고 역으로 해킹이 들어오면 깊숙한 곳으로 끌어들여 자폭시켜."
[구체적이네요. 그보다 그런일이라면 ADEM의 LAFI 세컨드를 쓰면 되는 일 아닌가요?]
"알면서 모르는척 하기는, 이미 LAFI 세컨드는 완전 함락상태. 키나시 녀석 생각보다 능력이 없어..."
[그래서 우리쪽의 트루아이20000을?]
"그래, LAFI보단 못하지만 현재 동원가능한 컴퓨터중 최선이니까 말이야. 참고로 이번 일에 협력해줬을 경우 트루아이 20000이 확실하게 고철이 되는 대신 카자마는 확실하게 폐인이 된다고 약속하지"
[그건 끌리네요. 저로서도 오라버니가 빨리 돌아와주셨으면 하니까요. 하지만 트루아이 20000이 고철이 된다는건...]
"그래서, 어쩔 생각? 단순히 생각해도 네 오빠가 위험해지는것보단 트루아이20000이 고철이 되는쪽이 더 났지 않아?"

유우의 말에 마야는 한숨을 내쉬며 수긍했다. 아무리 마나메가문의 중요사업이라지만 자신의 오빠인 사카가미 토마의 안위보다 중요하지는 않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녀 자신에게 있어서지만 말이다.

[확실히 그렇네요. 마나메 가문은 몰라도 저로서는 오라버니가 더 소중하니까요.]
"너무 순순히 인정하는거 아냐?"
[당신에게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말이죠. 그 대신 이만큼이나 도움을 주었으니 확실하게 오빠를 지켜주길 바랍니다.]
"아, 기브 앤 테이크란 거군. 뭐 나도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어."

그렇게 방향을 결정한 두사람은 몇번의 논의를 거친 후 통화를 끊었다. 묘하게 적의가 넘치면서도 죽이 잘맞는 미네시마 유우와 마나메 마야였다.


"후와... 왠지 오랜만인듯한."
"무슨 말이에요?"
"아니, 별거 아냐"

슈우지의 질문에 서현은 은근슬쩍 넘어가며 말했다. 서현과 슈우지는 대략 4시간 정도 숨어서 잔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일행을 찾기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몇번의 격돌도 있었지만 워낙 굉장한 두사람이었기에 단숨에 제압했다.

"그나저나 어디에 있는거지?"
"글쎄요... 연락도 불가고..."

통신기는 상비하는 편이었지만 어제 호메이 소아라와 싸우면서 망가진 상태였다. 결국 발로 찾을 수밖에 없으나 통로가 꽤 제한되어버리는 탓에 진척은 얼마 되지 않았다.

"아... 배고파."
"그러고보면 어제 저녁도, 오늘 아침도... 두끼나 걸렀었죠"

서현과 슈우지는 배고픔을 호소했다. 그렇게 격렬한 격전을 치뤄놓고 배고픔을 호소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다른 중요한 사안에 의해 조금 미뤄졌을 뿐.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라이브 섹터에 가볼까...?"
"그게 좋겠네요."

아무리 뛰어난 실력의 권사들이라지만 배가고파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라이브 섹터에 있는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얻은 후 다시 다른 사람들을 찾기로 한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라이브 섹터로 향했다.
라이브 섹터로 향하던 두사람은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살기에 재빨리 몸을 날렸다.
두사람이 몸을 날리기 무섭게 미묘한 진동의 여파가 두사람을 훝고 지나갔다. 물론 둘에게 피해는 없었지만 왠지 섬찟한 진동이었다. 두사람이 물러서기 무섭게 거대한 검을 들고 있는 코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코조는 서현과 슈우지를 보며 꽤나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흐음, 여태까지 사냥한 생쥐들과는 다르군. 재미있겠어."
"젠장. 달인급... 아니 못해도 준달인급인가..."

사실 준달인정도 수준이라면 걱정할바는 못되었으나 문제는 지금 상태가 꽤나 허약해진 상태라는데 있었다. 어제의 격렬한 전투 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밥도 못먹은채... 그런 상황에서 기병(奇兵)을 사용하는 달인이나 준달인급의 상대를 상대하는건 약간 위험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저 검과 아까의 파동... 묘하게 거슬려.'

지난 세월동안의 수련에 의해 강화된 본능적인 위기감각의 경고에 서현은 코조라는 검사가 들고 있는 칼을 주시했다. 슈우지도 뭔가를 느꼈는지 서현처럼 코조가 들고있는 검을 주시했다.
서현과 슈우지, 두 사람이 가만히 있자 코조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이내 짜증이 난것인지 검을 어깨에 둘러매고 단숨에 두사람에게 접근했다. 날이 없는 칼인지라 서현은 자신도 모르게 둔기를 막을때 처럼 손을 빧어 무참을 받아냈다. 그순간 미세하게 떨려오는 진동과 함께 위기를 느낀 서현은 재빨리 진각을 밟으며 검을 강하게 쳐냈다.

팡-

요란한 소리와 함께 튕겨져나가는 코조의 검. 검을 튕겨낸 서현은 팔에서 느껴지는 심한 고통에 인상을 찌푸려야만했다. 어느새 코조의 검을 받아는 팔에 십수개에 달하는 상처가 입을 벌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슈우지는 그것을 보며 놀라며 외쳤다.

"현씨, 이건 대체...!"
"일종의 충격파 같아. 받는 순간 대처했는데도 이꼴이라니..."

서현은 재빨리 상의를 벗은 후 그 상의를 찢어 팔에 휘감았다. 휘감기 무섭게 붉게 물드는 천. 인상을 찌푸린 서현은 한발작 물러서며 침음성을 흘렸다.
서현이 물러서자 슈우지는 서현 대신에 코조와 대치했다. 그렇게 대치상태에 들어간 둘은 서로의 빈틈을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작스러운 사태가 일어났다.

푸학-

코조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 것이었다. 재빨리 손으로 입을 막은데다가 고개가 아래쪽으로 향했기에 다른데로 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코조가 갑작스럽게 피를 한움큼 쏟으며 쓰러져버렸다. 슈우지는 자신도 모르게 도와줄까 하다가 이내 서현의 상태가 좋지 못함을 상기하고 재빨리 고통스러워 하는 서현을 들쳐업은채 라이브섹터가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슈우지가 떠나고도 한참동안 코조는 피를 게워내며 무참을 적시고 있었다.


"출발하자. 토마, 신쿠로."

전망대에서 돌아온 유우는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 후 곧장 토마와 신쿠로를 불렀다. 두사람을 부른 이유는 간단하게도 LAFI 퍼스트로 향하기 위함이었다.

"어떻게 갈 생각이야?"

토마의 질문에 유우는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정면돌파."
"농담이지?"
"뭐, 반은"
"반은 이라니..."

신쿠로의 의문에 유우는 즐거워 하는듯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생각대로 되면 카자마는 이미 죽은 상태일테니까 말이야"
"저기... 어쩔 생각이기에? 그쪽으로 가는데만해도 상당히 힘들것 같다만. 게다가 확실하게 죽는다면 그냥 여기 있는 편이 났지 않아?"
"확실히 그렇긴 한데... 일단은 LAFI 퍼스트도 회수해야하고..."

신쿠로의 말에 고민에 빠지는 유우. 그러던 중 다른쪽이랑 통하는 통로에서 한 사람의 외침이 들려왔다.

"저기, 누구 없나요? 좀 도와주세요"

나름 익숙한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토마의 아르바이트 동료이며 신쿠로의 직장동료인 쿠사카리 슈우지의 목소리였다.

"슈우지씨!"
"슈우지형!"

둘은 재빨리 슈우지를 향해 뛰어갔다. 하루만의 재회였지만 워낙에 긴박한 상황에서 헤어졌던지라 감회가 못지 않았다. 유우는 갑작스러운 슈우지의 등장에 '또 돌봐야 할 사람이 늘은건가...'라는 생각을 했다. 유우가 슈우지쪽으로 다가가기 무섭게 유우는 인상을 찌푸려야만했다. 그의 등에 한쪽팔이 완전히 너덜너덜해진 환자가 한명 들려있었다.

"현씨! 대체?!"
"아, 오다가 이상한 검을 쓰는 녀석과 만났는데. 그 녀석을 상대하다가..."
"이상한 검? 설마?"

유우는 재빨리 슈우지의 등에 있는 서현을 내리며 그의 팔에 감겨있는 천을 풀어해쳤다. 피가 응고되기 시작해서 풀기는 꽤 번거로웠지만 그래도 유우는 단번에 어려움없이 벗겨내며 서현의 왼팔을 살폈다.

"정말 무참을 상대했던거야? 무참이라면 흔적조차 남지 않을텐데?"
"그 검이 꽤 위험해 보였는지 현씨는 검을 받아내기 무섭게 발경을 날렸어."
"발경? 그것만으로 무참의 액상화 현상을 피했다는거야?"
"뭐, 단순한 발경은 아니었던것 같지만서도."

슈우지의 말대로 단순한 발경은 아니었다. 애초에 단순한 발경으로 무참의 액상화 현상을 막을 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때 서현이 사용한 기술은 팔대절초중 하나인 부운파진격(浮雲破陣擊). 진동을 이용한 발경이었다. 이 진동에 의해 교란된 무참의 파동에 의해 액상화 현상은 면할 수 있었지만 파동에 의한 타격은 피할 수 없었다.

"너덜너덜하군..."

유우는 한숨을 내쉬며 토마와 슈우지에게 서현을 안으로 옮길것을 지시했다. 그리고 유우는 자신의 일정에 미묘한 차질이 생겼음을 깨달았다.

====================================================================

아카긴의 의뢰일지 6화입니다.

사실 제대로 붙여볼까 했지만 코조는 불태울 부분이 따로 있으므로 넘어가고...

일단 서현의 먼치킨성중 하나는 위기직감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타고난직감+훈련중 단련된 직감이 더해지면서 대략 세이버 수준이라고 해야할지 아니면 어새신 수준이라해야할지...

어쨌든 상당한 직감을 가지고 있지요.

이제 슬슬 클라이 막스가 다가오고 있군요...

더불어 훈련소 일자도...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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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무란
2012. 2. 1. 23:56 글/아카긴의 의뢰일지

"응?"

LAFI 세컨드로 자신의 퍼스트를 노리던 키나시 타카시를 완전히 보내버린 카자마 료는 뒤늦게 스피어라보의 감시카메라에 녹화된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침입자를 격퇴하고 있는 동안 스피어라보를 들쑤시고 있는 3인의 영상을.

"저 여자는..."

카자마 료는 3명의 남녀중 여자쪽을 유심히 살폈다. 얼굴이 예쁘거다거나 취향이라거나 그런건 아니었다. 카자마 료는 애초에 이성을 비롯한 타인에게는 극단적으로 관심이 없는 존재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눈앞의 화면에 보이는 소녀는 너무나도 익숙했다. 마치 예전부터 알고 있는 존재처럼... 한참을 고민하던 카자마 료는 화면안에 있는 소녀에 대한걸 떠올릴 수 있었다.

"과연... 그분, 미네시마 유지로의 딸인가?"

카자마 료는 자신의 은사이자 스승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 미네시마 유지로를 떠올렸다. 최강의 광기와 최대의 지성을 지닌 존재. 온화함속에 혼돈을 담고 있는, 솔직한 말로 인간 같지 않은 존재. 그런 존재의 딸이 지금 이 스피어라보에 와 있는 것이었다.

"재미있군. 그분의 피를 이어받은 존재라."

카자마 료는 유래없이 불길한 미소를 지으며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동안 그녀를 살핀 카자마는 옆에 있을 루리코에게 연락을 넣었다.


"쿨럭-"

코조는 또 한움큼의 피를 토했다. 이미 병은 신체 깊숙히 자리잡은지 오래, 이대로두면 그가 죽는것도 머지 않은 미래의 일인 셈이다.

"괜찮나 코조?"

아몬의 물음에 코조는 입가의 피를 닦으며 입을 열었다.

"하, 문제없어."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인다만."
"큭, 언제 그런거 신경썼던가?"

본래 두 사람은 그렇게 친한편은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의 이익과 계약관계에 의해서 만나게 된 사이일뿐. 하지만 몇번의 전장을 거치고서 부터 그들은 동료가 되었고 친우가 되었다. 물론 그 시간이 좀 오래걸리긴 했지만 말이다.

"심각하다! 지금 네 상태로는 네가 바라는대로 싸우다 죽지도 못한다고!"
"훗, 내 몸은 내가 가장 잘 알아. 버틸 수 있다고."
"허세부리긴."

어느새 나타난 것일까? 기묘한 슈츠를 걸친 고혹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여인이 두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카자마의 측근이자 유니버셜 미채를 사용하는 루리코였다.

"이제 네 몸은 한달도 버티지 못해. 그나마도 병원에서 얌전히 누워 있을 경우지. 지금에와선 하루나 이틀? 이 일이 끝날때 까지 버티는것 만으로도 기적이야."
"기적은 일어나라고 있는거야."
"하지만 일어나는 일은 없지."

루리코의 냉담한 말에 코조는 무참을 바닥에 짚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참을 둘러맨 그는 상관없다는듯 루리코를 향해 입을 열었다.

"보스의 지령을 들고 왔겠지"
"어, 지금 스피어라보 안을 돌아다니고 있는 쥐새끼들의 처리, 나는 정면으로. 아몬은 서쪽으로 우회해서, 그리고 코조 너는 동쪽으로 우회해가면서 처리하라더군."
"그런가.... 그럼 가지."
"부하들은?"

아몬의 물음에 코조는 무참을 살짝 들어올렸다.

"없는편이 더 나아."

그렇게 말한 코조는 자신의 코트를 단단히 잠그며 대기실을 나섰다.


"쳇, 한시간도 못버티는 건가."

문을 해킹하던 미네시마 유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어느새 단단한 락이 문에 걸린 탓이었다. 락이 걸린 것을 확인한 그녀는 재빨리 문과 연결된 랜선을 뽑으며 불평을 터트렸다.

"왜 그래 유우?"
"ADEM쪽에서 카자마 녀석에게 걸고있던 해킹이 퇴치당했다. 예상대로라면 한시간하고도 반은 더 버틸 수 있을텐데... 1시간도 채 못견디다니."
"무슨 의미야?"
"키나시 녀석의 능력이 내 생각보다 낮았던지 아니면 카자마 료가 LAFI 퍼스트에 적응하는 시간이 내 생각보다 빠르던지. 어느쪽이든 내 예상이 빗나갔어. 흐음 정보 부족인가?"

유우는 살짝 침통한 표정을 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를 둘러보던 유우는 자신과 시선을 맞추고 있는 감시카메라를 볼 수 있었다. 그 감시카메라를 보던 유우는 재빨리 주변에 있는 총탄의 탄피를 집어들고 그대로 감시카메라에 던져 렌즈를 박살냈다.

"유우, 그럼 이제부터 어쩔거야?"
"글쎄, 일단은 라이브 섹터로 가볼까? 그곳이라면 카자마의 감시도 허술할테고 말이야."

라이브섹터로 향하기로 가닥을 잡은 유우는 아까 문을 열면서 얻은 스피어라보의 지도를 떠올리며 라이브섹터로 향했다. 라이브섹터로 향하던 중 순찰을 돌던 병력과 몇번의 사소한 조우가 있었지만 미네시마 유우와 쿠레나이 신쿠로에 기습에 의해서 연락하기도 전에 완전히 제압당해 구석에 쳐박히고 말았다.

"흐음, 생각보단 제법이네"
"뭐, 제법 혹독하게 훈련했으니까."

사실 제법으로 끝날만한 훈련이 아니었으나 설명할 방도가 없기에 신쿠로는 담담히 대답했다. 어느새 라이브섹터에 도착한 세사람은 사람들 눈에 띄지않게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그렇게 조용히 숨어있던 중 여태까지 가만히 있던 사카가미 토마가 입을 열었다.

"저기... 유우"
"왜그래? 급한거라면 근처에서 처리..."
"그런게 아니라. 이곳에 요코타씨의 집이 있으니까 집에 들려서 소식좀 전해주려고."
"흐음?"
"그러고보니 슈우지씨가 말했었지. 지킬 약속이 있기때문에 가야한다고."
"네, 요코타 켄이치씨와의 약속이거든요. 지금 상황에선 지킬 수 없겠지만."

이미 레벨0의 시큐리티는 사용한지 오래, 게다가 이런 살벌한 상황에선 쿄카를 데리고 돌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 말을 들은 미네시마 유우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상관없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뭐 상관없으려나. 그럼 일단 그 사람의 집으로 가보지."
"고마워 유우"

그렇게 요코타 켄이치의 집으로 향하기로 가닥을 잡은 그들은 조심스럽게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요코타 켄이치씨의 집으로 향했다. 그의 집에 도착하기 무섭게 초인종을 누른 토마는 기세좋게 등장한 아줌마의 모습에 식은땀을 흘렸다. 자신이 아는 요코타 켄이치씨의 부인 카즈에씨가 아니었던 탓이었다.

"누... 누구세요? 요코타 켄이치씨의 집이 아닌가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조금 당황한 사카가미 토마는 식은 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으며 튀어나온 아줌마를 향해 물었다. 토마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줌마에게서 반응이 왔다. 꽤나 험악하단 점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그런데요? 당신은 누구죠? 혹시 테러리스트랑 한패!"

토마는 자신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음에 안도했으나 그 와 동시에 자신이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는것에 대한 불합리함을 느꼈다. 소심한 토마로서는 대놓고 그런 표시를 못했지만 말이다.

"저기, 쿄카나 카즈에씨는 계시나요? 몇번 뵌적이 있는터라 보면 아실..."
"요즘 테러리스트들은...! 윤리고 뭐고 없다니까! 설마 어린아이한테까지 손을 뻗히려 하다니..."
'그건 요즘이고 옛날이고 다를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쿠레나이 신쿠로와 사카가미 토마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으나 겉으로 드러내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하지만 폭탄은 생각보다 대형으로 가까이 존재하고 있었다.

"놈들은 정치적이라던가 종교적인 목적을 지니고 있는게 아니야. 그러니까 테러리스트라는 말은 부적절해. 더불어..."
"신쿠로씨!"
"어, 알고 있어!"

유우가 입을 연 것에 대해 위기감을 느낀 토마와 신쿠로는 재빨리 의견을 교환한 후 유우의 입을 막기 위해 몸을 날렸다. 토마는 재빨리 뒤에서 유우의 입을 막으려 했고 신쿠로는 복부에 주먹을 날려 유우를 기절 시키려했다. 하지만 그런 둘의 행동을 예측한 것일까? 아니면 그것을 보고 곧바로 계산한 것일까? 유우는 둘의 연계를 아주 가볍게 피하며 말을 이었다.

"더불어 우리가 테러리스트였다면 체지방률 42%인 당신과 대화할 필요 없이 순식간에 죽여버렸을 테니까 말이야."

싸늘하기 짝이 없는 그녀의 말에 아줌마의 의심은 한층 더 심해졌다. 신쿠로와 토마는 그런 유우를 보며 '저질렀구나!'를 속으로 외쳤다. 그리고 딱 쫓겨나려던 찰나. 구원의 목소리가 아줌마의 뒷편에서 들려왔다.

"아, 토마 오빠"

청량감을 부르는 어린 목소리. 요코타 켄이치씨의 딸인 요코타 쿄카의 목소리였다. 토마는 반가운 얼굴로 쿄카를 바라보았다.

"쿄카!"
"와~ 토마 오빠다~"

종종 걸음으로 다가오는 요코타 쿄카. 그렇게 험악한 분위기는 어떤식으로든 일단락이 되었다.


"그래? 요코타씨는 일단 무사하다는거네?"
"네, 지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에요."
"다행이다."

아줌마는 토마에게서 요코타씨에 대한 설명을 듣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토마들에 대한 의심이 풀리기 무섭게 수척한 모습이 되었다.

"쿄카가 지금 저리 활달해 하지만... 사실 아까전까지만해도 내내 울고 있었거든. 정말인이 얼마나 안쓰럽던지..."
"그러고보니 카즈에씨는..."
"그건..."

토마의 질물에 대답하려던 아줌마는 다시 창백해진 안색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창백해진 아줌마의 표정을 보며 토마와 신쿠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아주머니?"
"쿄카는... 쿄카는 어디에?"
"응? 그 꼬마 말인가? 방금전에 밖으로 나갔다만?"
"아... 안돼!"

갑작스럽게 혼란상태에 빠진 아줌마를 보며 토마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물었다.

"왜 그래요 아주머니?"
"빨리... 빨리 카즈에씨와 만나지 못하게 막지 않으면..."
"에? 카즈에씨가 어떻기에..."
"빨리!"

아줌마의 심상치 않은 반응에 세사람은 재빨리 밖으로 나서 쿄카를 찾았다. 쿄카를 찾아해메던 사카가미 토마는 인형을 든 채 달려가고 있는 쿄카를 볼 수 있었다. 쿄카를 뒤쫓던 토마는 갑작스럽게 저 너머에서 들려오는 절규를 들었다. 쿄카의 엄마이자 켄이치씨의 부인인 카즈에씨의 목소리였다.

"쿄카! 안돼 도망쳐!!"

카즈에씨의 강렬한 절규에 토마는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엄청난 빠르기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비통한 표정으론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딸인 쿄카에게 총을 겨누고 있는 카즈에를 볼 수 있었다.

"제발... 제발 멈춰줘!!"
"엄마, 왜그래?"

카즈에씨의 절규.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쿄카는 의아해 하면서 자기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쿄카가 점점 가까이 다가갈 수 록 카즈에는 절규하면서도 쿄카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토마는 재빨리 몸을 날려 쿄카를 감싸 안았다.

투타타타-

요란한 굉음과 함께 카즈에씨가 들고 있는 총의 총구에서 불이 뿜어졌다. 단발로 끝나지 않고 연사된느 걸로 보아 어설트 라이플 계통인듯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쿄카가 맞는 일은 없었지만 대신 토마의 어깨에 스쳐 지나쳤다. 워낙 미미하게 스쳐지나간지라 크게 상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혈을 동반한 열상 생겨났다.

"큭...!"

토마는 어깨에 느껴지는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갖다 대었다. 그리고 느꼈다. 끈적끈적한 피의 감촉을... 그리고 맡았다. 진하디 진한 피의 잔향을...
피의 감촉과 잔향을 맡은 토마는 갑작스럽게 엄청난 두통을 호소했다. 피와 고통. 이 두가지 요소로 인해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을 느낀 몸과 뇌가 화신의 피를 깨우려 하고 있는 탓이었다.

'아... 안돼!'

지금 화신의 피가 깨어났다간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이 죽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특히 가까이 있는 쿄카와 카즈에씨는 100%의 확률로 죽을것이 분명했다. 왜냐하면 화신의 피로서의 토마는 잔혹무비한 존재기에...

"큭...!"
"토마오빠 왜 그래?"

아무것도 모르는 쿄카는 자신을 안고 있는 토마를 향해 손을 뻗으며 물었다. 토마는 화신의 피가 튀어나오지 않게 하면서 주위를 신경써야했다. 카즈에씨의 상태가 이상한 이상 언제 총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인 탓이었다.

"토마!"
"신쿠로씨!"

토마는 있는 힘을 짜내 신쿠로를 향해 외쳤다. 토마가 신쿠로를 외치기 무섭게 카즈에씨의 손에 들린 어설트 라이플이 신쿠로를 향해 겨눠졌다. 그리고 약간의 타임을 둔 발사.
카즈에가 절규하며 방아쇠를 당기기 무섭게 수십발의 총탄이 쿠레나이 신쿠로를 향해 쏘아졌다. 아니, 정확히는 쏘아지려 했었다.

파각-

어느새 다가온 것일까? 순식간에 카즈에씨의 곁으로 다가온 신쿠로는 단번에 어설트 라이플을 박살내며 카즈에의 양 팔을 탈골 시켰다. 어떤이유에서인지는 모리겠지만 뇌의 명령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잘못 구속했다간 몸에 큰 손상을 줄지도 모른다는 판단에서였다.
절묘한 신쿠로의 솜씨에 토마는 화신의 피를 억제하는 중에도 자신도 모르게 감탄성을 흘리고 말았다. 약간 거칠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맞춰 이뤄지는 기술.

"어떻게 된 거야? 토마군"
"글쎄요... 저도 잘... 큭!"

두통을 호소하는 사카가미 토마를 보며 신쿠로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까 있었던 일을 기억해낸 탓이었다. 살육자, 화신의 피... 자신조차 채 반응하기 힘들었던 움직임을 보여준 광란의 암살자.

"위험해..."
"토마, 살해충동을 억누르지말고 방향성을 바꿔. 그럼 한결 편해질거야."
"유우씨?!"

어느새 나타난 것일까? 쿠레나이 신쿠로 옆에는 노트북을 옆구리에 낀채 사카가미 토마를 보고있는 미네시마 유우가 있었다. 유우는 그렇게 말하며 노트북의 렌선을 꺼내 카즈에씨의 목 뒤쪽 부분에 연결했다. 그것을 본 신쿠로는 의아해 하며 유우를 향해 물었다.

"유우씨, 이건?"
"긴급 코드를 넣었어. 이제 괜찮아. 탈골시킨 부분은 재빨리 원상복구 시키도록."

유우의 말에 신쿠로는 재빨리 카즈에씨의 양팔을 다시 끼웠다.

"그나저나 참 아이러니한 일이야... 10년 전에 내가 만든 발명품이 이런식으로 쓰이고 있을 줄은..."
"내가... 만든?"
"그래, 내가 만든. 브레인 프록시, 그게 이 물건의 이름이야. 사람의 목 뒤부분에 이식해 하반신 마비등의 마비계통의 질병을 겪고 있는 환자들의 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한 물건이지. 그런데 이게 이런식으로 쓰이게 될줄은..."
"유우..."

유우의 말에 어느새 화신의 피를 진정시킨 토마가 측은한 표정을 지으며 유우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느낀 것일까 유우는 자신이 만든 브레인 프록시를 발 치에 집어던진 후 그것을 밟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난 이걸 만든걸 후회하지 않아... 절대로."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그녀에게서는 후회와 비통의 기운이 물씬 풍겨지고 있었다.


"한동안 안정을 취하면 괜찮을거야. 브레인 프록시에 의해서 강제로 혹사된 피로가 몰려와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것뿐. 그 이외에는 문제 없어."

요코타 카즈에를 비롯한 라이브 섹터에 존재하고 있던 모든 브레인 프록시의 피해자들을 모두 구해낸 미네시마 유우는 그들의 몸상태를 살피며 말했다. 책임의식 때문인지 그들의 몸을 살피는 유우에게선 묘한 기백이 느껴졌다.

"다행이네."
"고맙구나, 구해줘서."
"단순한 책임일 뿐이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냐..."

유우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노트북을 닫았다. 살짝 초췌해진 모습으로 보아 의외로 심적 고생이 심한듯 싶었다.

"고마워 언니"

인형을 안고 달려오는 쿄카. 그런 쿄카의 모습을 본 유우의 안색이 살짝 변했다. 물론 너무 미미한 탓에 그걸 발견한 사람은 내내 유우를 바라보고 있던 토마 뿐이었다. 쿄카와 잠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유우는 이내 피곤한 기색을 살짝 내비치며 자리에서 벗어났다. 토마는 다른사람들 몰래 유우 뒤를 뒤쫓았다. 화장실에서 잠시 얼굴을 씻은 유우는 그대로 거실에 앉았다. 토마는 조용히 유우 옆에 앉으며 그녀를 향해 물었다.

"인형에 안좋은 기억이라도 있어?"
"..."

토마의 질문에 입을 다물고 있던 유우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내가 왜 이렇게 네 앞에서 흔들리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명쯤은 푸념할만한 사람이 있는것도 좋겠지. 5살때쯤 이었을까? 그때 당시 나는 미네시마 유지로에게 엄청 혼났지. 이런것도 계산 못하냐고, 이정도 이론도 구축 못하냐고 말이야."

지금의 모습을 보자면 왠지 납득이 안간달까 이해가 가지 않는 이야기였지만 토마는 조용히 그녀의 말을 계속 들었다.

"그렇게 울적해 하던 나는 자주 공원에서 훌쩍거렸지. 그러던 중 한 노인과 친해지게 되었어. 그 노인은 내가 울적할때마다 위로해 줬었거든... 그러던 어느날 그 노인이 곰인형을 나에게 선물로 줬지."
"좋았겠네"
"응, 그때는 폭신폭신 하고 부드러운 미지의 감촉이 엄청 기분이 좋아서 나도 모르게 페르마의 정리를 흥얼거리며 집으로 향했지.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일찍 노인에게 감사의 인사하러 갔었어. 하지만 노인은 없었지... 그리고"
"그리고?"
"내가 노인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연구소는 반파되었어. 폭발물이 터진거였지. 그리고 그 폭발물이 숨겨져있던 물건은 내가받은 곰인형이었고 말이야."
"..."

유우의 말에 토마는 어찌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처음 받은 곰인형이 폭탄이었다니... 그런 충격적인 기억을 상기시킨 자신의 둔함이 참으로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그리고 얼마지나지 않아 나에게 선물을 준 노인이 모국의 스파이로서 수배되었었지. 스파이로 수배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노인은 입막음을 당한건지 시체가 되어 강에 떠 있었어..."
"유우..."
"그때부터 인형에는 왠지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지... 좀 처럼 내색하지는 않지만 인형만 보면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버려서 말이야. '아, 나는 미네시마 유지로의 딸이구나.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는'"
"그렇지 않아 유우!"
"뭐가 그렇지 않다는 거지?"
"너는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게 아니야! 너는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고! 방금전 아주머니만 해도 너에게 감사인사를 했잖아"
"물론 그 감사인사에는 순수한 감사의 마음도 담겨있었지만 말이지. 거기에는 혐오감도 은연중에 담겨있었어. 왜 그런걸 만들었냐라는..."
"과민반응일 뿐이야."
"아니, 과민반응이 아냐. 어차피 난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 미치광이 과학자 미네시마 유지로의 딸이니까. 그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고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으며 홀로 고고하게 살아가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난 존재니까."
"그렇지 않아... 나는 유우를..."
"두사람, 조금 조용히 해주지 않을래? 자고있던 사람들 깰라"

어느새 나타난 것일까? 신쿠로는 토마와 유우에게 조용히 해달라 부탁하며 사람들이 자고있는 침실로 향했다. 갑작스럽게 맥이 끊기자 뻘쭘해진 토마는 얼굴을 붉힌채 고개를 돌렸다. 그런 토마를 보며 유우는 궁금한듯 물었다.

"토마, 아까전에 하려던 말이 뭐지?"
"아니... 아무것도."
"시시하기는..."

유우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소파에 늘어졌다.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지자 토마는 분위기를 바꿀겸 유우에게 물었다.

"저기 유우. 넌 뭣때문에 스피어라보로 왔어? 단순히 ADEM의 요청만으로 온건 아닌듯한데..."
"알고싶어?"

토마의 질문에 유우는 유래없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토마를 향해 물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엄청 무서워진 유우였지만 토마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토마가 고개를 끄덕이자 유우는 차가운 표정을 유지한채 말을 이었다.

"내가 이곳 스피어라보에 온 목적은 말이야... 이곳 스피어라보를 점거한 미라주의 리더 카자마 료를 죽이기 위해서야."

그 말을 내뱉는 유우의 표정이 왠지 아름답다고 느껴버린 토마였다.


몇시간이 지나고 토마가 유우의 옆에서 잠들기 무섭게 유우는 재빨리 노트북을 열어 엄청난 속도로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카자마 료의 빈틈을 찾으려는 것이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빈틈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생각보다 적응이 빠른건가..."

그것이 사실이라면 크나큰 미스였다. 카자마 료가 LAFI 퍼스트에 완전히 적응해 버린다면 그때부터는 적 몸 안에서 싸우는 것이랑 다를바 없기 때문이었다.

"방법이 없을까...?"

이대로라면 내일 정오쯤이면 완전히 적응해 버릴 것이었다. 더불어 자신의 독캡슐 제한 리미트도 그쯤...

"이거 조금 힘들지도..."

유우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노트북을 덮었다. 그리고 내일을 위해 잠을 청했다. 최고의 내일이 될지 최악의 내일이 될지 지금으로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것은 다 해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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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의 변화가 대폭 큰 의뢰일지입니다.

이번에 가장 큰 변화점이라면 토마와 유우가 서로를 알게모르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겠네요.

약간 뜬금없는 감이 없잖아 있으면서도...

그래도 이런게 또 괜찮지 않습니까.

뭐... 늦은점에 대헤선 잠시 사죄를...

간만에 랑그릿사2에 빠져있던 터라...

그럼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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