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와 유이치로의 도움으로 자신의 사이즈에 맞는(정확히는 마호로의 사이즈에 맞는) 메이드복을 구한 마슈는 마호로와는 조금 다르게 처지도록 리본을 메었다. 신체는 정갈하게, 머리는 단정하게. 모든 것은 그 와 만나기 위한 준비, 어느것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는 없었다.
"이걸로 대략의 준비는 된걸까?"
"네, 그런데 지구에서 쓸 이름은 뭘로 하실 거죠?"
"결정되어있잖아. 그런건."
마슈는 마호로같이 새침한 얼굴로 리사를 향해 말했다.
"안도우 마슈. 내 동생과 나를 위한 이름이야."
그런 마슈의 모습에 리사는 미소를 지었다.
쏴아아아아아-
비가내리는 하루, 베스퍼 산하의 종합병원 안에서 스구루를 문병온 미나와는 눈동자가 죽어버린채 계속 중얼거리고 있는 스구루를 보며 어떤 말을 꺼내야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슬프고 괴로워 보였기에... 자신으로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스구루씨..."
아픈 가슴을 부여잡으며 미나와는 다 부서진 브로치의 잔해를 스구루의 앞에 가져다 놓았다.
"이거... 언니거에요."
언니의 브로치를 건낸 미나와는 더이상 망가져있는 스구루를 보기 힘들었는지 그대로 병실에서 나와 울음을 터트렸다. 중얼거리던 의미불명의 말들을 중얼거리던 스구루는 '그녀'의 브로치를 보더니 이내 마호로의 이름을 부르며 울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울고있던 미나와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올렸다.
"저기... 여기가 미사토 스구루씨의 병실이 맞죠?"
언니의 목소리였다. 자신의 언니인 안도우 마호로의 목소리... 냉큼 고개를 든 미나와는 재빨리 목소리의 주인을 올려다 보았다. 틀림없이 마호로였다.
"언니...?!"
"안녕, 네가 미나와구나."
"어... 언니?"
언니의 이상한 반응에 미나와는 대체 왜 그러는건지 의문을 표했다. 그것을 뒤늦게 눈치챘는지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안도우 마슈, 마호로가 모르는 쌍둥이 언니란다."
"네...? 언니의?"
안도우 미나와는 갑자기 생겨난 새언니에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언니도 모르는 언니라니... 게다가 안드로이드에게 있어서 쌍둥이라니? 미나와의 복잡한 생각을 읽었는지 마슈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확실히 아무것도 모르는 당신에게 있어선 좀 복잡한 이야기겠네요. 그나저나 미나와. 스구루씨와 만나도 될까?"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마슈의 말에 미나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문앞에서 비켜났다. 미나와가 비켜서자 마슈는 조용히 병실의 문을 열며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병실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마슈는 망가진 브로치를 보며 오열하고 있는 미사토 스구루를 볼 수 있었다. 마슈는 조용히 오열하고 있는 미사토 스구루의 옆으로 다가갔다. 인기척 때문일까? 미사토 스구루는 오열하다 말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메이드 복을 입은 마슈의 모습을...
"마... 호로?"
미사토 스구루는 마슈의 얼굴을 보며 자신의 눈앞에서 죽은 마호로를 떠올렸다. 넋이 반쯤 나가 있는 스구루를 보며 마슈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쉰 후 치맛자락을 들어올리며 인사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미사토 스구루씨. 제 이름은 안도우 마슈. 당신의 연인이자 메이드였던 안도우 마호로의 쌍둥이 언니입니다."
"마...슈? 마호로가 아냐...?"
"네, 마호로가 아닌 마슈입니다."
"너는 대체... 그보다 왜... 왜 이제야 나타난거지? 어째서 마호로가 죽은 이후에?"
스구루의 질문에 마슈는 조용히 대답했다.
"마호로와 저는 만나서는 안될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어째서!!"
스구루의 외침에 마슈는 천천히 다가와 스구루의 침상 옆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았다.
"그걸 말하려면 우선 저와 마호로의 관계에 대해서 설명해야겠네요. 일단 제 풀네임을 말하자면 아카디아 마슈 페이레이. 통칭 마슈라 불리는 세인트의 메인 관리 시스템의 단말입니다."
마슈의 고백에 스구루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잠깐, 마호로는 지구출신이라고! 그런데 어떻게 세인트의 메인관리시스템의 단말인 네가 쌍둥이 자매가 될수가 있는거지?"
스구루의 물음에 마슈는 덤덤히 대답했다.
"쌍둥이란 단어에는 사실 조금 어폐가 있지만... 마호로는 당신의 외할머니인 리사의 의견에 의해서 세인트의 기술로 베스퍼가 만들어낸, 저 대신에 이곳 지구를 알아보기 위한 일종의 감찰관이었습니다. 그 사실은 자신도 모르지만요. 그리고 저는 그녀가 수면을 취할때 그녀의 꿈을 통해서 그녀와 대화및 정보를 공유했지요. 마호로는 또 하나의 자신으로 생각하고 있었지요."
"마호로가 감찰관...? 그럼 그녀의 마음은 거짓인거야?!"
"아뇨, 마호로는 엄연히 독립된 존재입니다. 저와 연결되어 있긴 하지만 그녀에겐 자신의 자아가 존재하고 있지요. 애초에 전 제 어머니의 유지에 따라 제 형제나 아이들의 자아를 강제하지 않아요."
"어머니라니...?"
"마호로 마슈 페이레이. 날 만든 개발자중 한사람이자 나에게 자아를 부여하고 마음을 가르쳐준 어머니, 그리고... 마호로의 모델이 된 존재. 그리고 저와 마호로는 그분을 모델로해서 태어났답니다."
마슈의 말에 미사토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입에서나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반년 후
"다녀오세요. 스구루씨"
"...."
평소와 같이 마슈의 인사를 무시한 미사토 스구루는 마슈의 인사를 무시한채 그대로 집에서 나왔다. 벌써 반년이 지났건만 스구루는 꼭필요한 정도만 마슈와 얼굴을 마주하고 그 이외에는 얼굴도 마주하지 않은채 지내고 있었다.
아직 마호로를 잊지 못함인가? 아니면 마호로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자신을 인정하지 못해서인가?
마호로만큼이나 과장된 표정을 하며 도시락을 발견한 마슈는 그대로 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직 학교에 도착하지 않았을 시간. 마슈는 재빨리 도시락을 들고 밖으로 나와 실피드를 불렀다.
본디 마호로의 서포트 유닛이었지만 현재는 복구해 자신이 쓰고 있는 실피드를 장비한 마슈는 재빨리 스구르에게로 날아갔다. 다행이도 아직 교문을 넘어서기 전.
"스구루씨!!"
실피드 유닛을 해제하고 재빨리 교문 앞에 내려선 마슈는 미소를 한껏지으며 스구루 앞에 도시락을 내밀었다.
스구루는 인상을 찌푸리며 도시락만 채간 후 그대로 교문을 지나가버렸다. 너무나도 쌀쌀맞은 행태에 섭섭함을 느끼는 마슈였지만 그래도 도시락을 가져갔기에 이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고 볼 수 있었다.
"정말 지극정성이네. 스구루도 참 이런 지극정성인 여자에게..."
"오랜만이네요 시키죠 선생님"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마슈양. 저건 그저 방어본능 같은거니까."
"네, 하지만 지은 죄가있으니까요."
갑자기 어두워진 마슈의 표정을 보며 시키죠 사오리는 씁슬한 미소를 지었다. 본의도 아니고 깊숙히도 아니지만 마호로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는 시키죠 선생은 자신도 모르게 마슈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입을 열었다.
"그것은 죄가 아니야 마슈양. 마슈양을 해야만 할 일을 한것 뿐이잖아? 그리고 마호로양의 죽음도 마호로 자신이 선택한일이야. 자책할 필요는 없어"
시키죠 말에 순간 눈물을 왈칵 흘리는 마슈.
"하지만... 그때 제가 도왔다면."
"그래도 1년도 채 남지 않았잖아 빠르든 늦든 이리될 운명이었어. 그러니까 부탁해... 스구루를... 그 어둠에서 구해줘."
"네..."
시키죠 선생은 그렇게 뒤에서 마슈를 감싼채 몇십분 동안이나 서 있었다. 마슈가 진정할때까지. 물론 그탓에 직원회의가 늦어버려서 다른 선생님들에게 무척이나 혼나버렸다는 것은 사소한 일이지만 말이다.
십수년 후
"어서오세요 스구루씨"
십수년이 지나도 그대로의 미소를 지으며 스구루를 맞이하는 그녀는 스구루가 가져온 맥주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저기... 마슈씨"
"네?"
"이거..."
마슈의 눈에 보인것은 반지곽- 그리고 그 반지곽안에 들어있는 자그마한 반지.
"이건..."
"드디어 마호로의 복수를 끝냈어... 이제야 면목이 생긴거지."
"스구루...씨..."
마슈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스구루와 반지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받을 수 없어요. 그건 제가 아니라 저 아이가 받아야 할 거니까요"
"뭐...?"
스구루가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마슈와 꼭 닮은 소녀가 한명 서 있었다. 잊을 수 있을까... 아니 잊을까보냐!
"마호로...?"
"오랜만이네요 스구루씨. 그리고... 처음 뵙겠습니다 마슈언니"
"마호로!!"
마호로에게로 달려가는 미사토 스구루를 보며 마슈는 한가지 소원이 성취되었음을 깨달았다.
수일 후 결혼식장
재회 수일만에 결혼하는 두사람을 보며 마슈는 기쁨과 함께 미묘한 소외감을 느꼈다. 하지만 너무나도 기뻤기에 눈물도, 아쉬움도 드러내지 않은채 두사람의 결혼식을 바라보았다.
"뭔가 복잡한 기분인가보네"
어느새 마슈의 곁으로 다가온 한 여성이 마슈를 향해 말을 건넸다. 처음 보는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익숙하다 느낀 마슈는 자신도 모르게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한쪽은 제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고 한쪽은 제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동생이니까요"
"가장 소중하다는건...?"
"동생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았을정도로..."
은근슬쩍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하는 마슈. 지난 십수년간 속죄의 가까운 심정으로 스구루 옆에 있던 마슈였지만 십수년동안 그의 곁에 지내면서 진심으로 그를 사랑하게 되어버렸다. 만약 그때 마호로가 조금만 늦게 도착했다면 분명 스구루의 반지를 받아들였을 것이었다.
"정말로 소중했구나..."
"네.."
눈물을 흘리는 마슈를 감싸안는 여인. 갑작스런 여인의 행동에 당황하는 마슈였으나 이내 그 따스한 온기에 위안을 느끼며 그녀의 품안에 파고 들었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자신에게 말을건 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
"그동안 힘들었겠구나 마슈..."
"어머님... 어머님!"
마호로 마슈 페이레이. 자신의 어머님이자 마호로의 모델인 그녀였다. 그녀는 마슈를 쓰다듬고 행복해하는 마호로의 모습을 보며 이내 모습을 감추었다.
주임 키리츠보 타이조는 특무기관 바벨 소속의 특무에스퍼, 코드네임 [바벨3세] 미나모토 코이치의 담당이다. 그런 그가 무척이나 다급한 표정으로 병실을 찾은 것은 바로 자신의 담당인 특무 에스퍼 [바벨3세] 미나모토 코이치가 중한 부상으로 병실에 실려온 탓이었다.
"나... 나보다도 어머니는?"
눈이 제대로 안보이는지 흐릿한 시선으로 키리츠보를 바라보며 말하는 미나모토를 보며 키리츠보는 가슴이 찢어질듯한 심정을 느꼈다. 정말 유능하고 유망한 에스퍼가 자신들의 실수로 인해 이런 심한 부상을 당한 것이었다. 더구나 믿고 그를 맡겨준 부모도 말이다.
"키리츠보 탓이 아니야... 모든 것은 명령을 무시한 내탓. 내탓에 엄마가..."
"미나모토..."
미나모토를 끌어안으며 위로하는 키리츠보. 미나모토는 사이코매트리로 키리츠보의 비통함을 느끼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키리츠보... 나 특무 에스퍼를 그만두고 노멀로서 살아가겠어."
"뭐? 그건 불가능..."
"아니 가능해. 다른 에스퍼들은 몰라도 나는 가능해. 그러니까... 키리츠보 댁만은 제멋대로인 날 기억해줘."
"뭐?"
거의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초능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는 미나모토, 행사하는 능력은 사념최면. 통칭 힙노라 불리는 능력이었다. 일반적인 힙노는 눈을 마주치거나 접촉, 또는 특별한 행위가 필요하나 미나모토의 힙노는 그런 행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사념만으로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최면을 걸거나 아니면 기억을 뒤바꿔 버릴 수 있었다. 이것은 차라리 힙노가 아니라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기아스급. 이미 보통의 초능력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미나모토!!"
"특무 에스퍼 [바벨3세]는 그 테러로 죽은거야. 살아남은건 노멀인 '미나모토 코이치'뿐. 바벨3세애 대한 자료는 거의 소거해버릴 테니까... 모두의 기억도"
그렇게 바벨 역대 최강의 특무 에스퍼 '바벨3세'는 이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자신을 기억해 줄 단 한사람만 남겨둔 채.
십수년 후 현재
"역시 미나모토군이랄까... 굉장하구만."
현 특무에스퍼 '더 칠드런'의 주임인 미나모토 코이치의 자료를 훑어보던 키리츠보 타이조는 씁슬함과 그리움이 뒤섞인 미소를 지으며 자료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모두의 기억을 지우고 자신도 기억을 뒤바꿔 노멀이 된 미나모토 코이치였지만 결국 그의 인생은 평범하지 않았다. 그래도 특무에스퍼였던 시절보단 평범하지만...
"그나저나 미나모토군도 참 나에게 했던 일을 그대로 당하다니."
미나모토의 주임이었던 시절, 키리츠보는 제멋대로인 미나모토를 제지하다가 몇번씩이고 그의 염력에 의해 벽에 쳐박힌적이 있었다. 아니 사실상 거의 매번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것도 자업자득이라 할 수 있을까나..."
반 강제로 그에게 '더 칠드런'의 주임을 맡긴 키리츠보였기에 그는 쓴 웃음을 지으며 현장에 있는 미나모토를 바라보았다.
만약 그때 그시절의 기억이 남아 있다면 '더 칠드런'을 보며 어떠한 생각을 했을까?
"국장님-"
"무슨일인가 카시와기군"
어째서인지 다급하게 들어오는 카시와기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달갑지는 않지만 판도라와의 관계도 이전과 달리상당히 좋아진 이 상황에서 카시와기가 저렇게 다급해할 만한 사안은 거의 없었다.
"이것을..."
다급하게 달려온 카시와기가 넘긴 서류를 보던 키리츠보는 굳은 표정으로 카시와기를 바라보았다. 카시와기가 넘긴 서류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호주 모처에서 고레벨 에스퍼에 의한 대규모 파괴활동이 있었고 그것이 블랙팬텀과 관계 있다는 듯한 정보가 입수되었다는 보고서였다.
"블랙팬텀이..."
"이것을..."
카시와기가 내민 사진에는 그야말로 태풍이 지나간듯한 흔적이 이러할까 싶을정도로 처참하게 박살난 한 연구소의 광경을 보며 키리츠보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묘하게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파괴흔에 불길한 예감을 느낀 것이었다.
"이것은..."
"탐문수색 결과 그 흔적은 고압의 수탄에 의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것도 레벨7급... 아니 그 이상의"
"코메리카의 메어리는 아니란거군..."
"메어리고 액체제어에 있어서는 레벨7과 비견된다지만 그래도 이정도 대규모 파괴를 단신으로 행할만한 힘은 없습니다. 더구나 그리셤 대령이 있다고 해도 이정도는..."
"그리셤 대령은 그저 타인의 초능력을 빌릴 뿐이니까 말이야."
"대체 누굴까요?"
"글쎄... 다만 확실한것은 레벨7급... 혹은 그 이상일지도 모르는 초능력자가 블랙팬텀에 세뇌되어 있다는 말이 되는거야. 곤란하군..."
키리츠보는 곤란함을 느끼며 그 사건이 바벨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 고민했다.
"괜찮아 멜로드?"
"응, 그보다도 넌 어때?"
"나야 뭐... 그보다 츠나녀석이 블랙팬텀에게 넘어가다니..."
"그만큼 기다림이 지쳤다는거겠지..."
두 소녀는 그렇게 말하며 쏟아지는 수탄을 피해 재빨리 몸을 날렸다. 과거 모종의 사고로 목숨을 잃을뻔한 것을 바벨2세에게 구함받고 위대한 힘을 받아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본디 바벨2세가 말한 그의 후계자인 바벨3세를 모시고 있어야할 그녀들이었지만 3세의 염파는 10년전 특정한 시점을 기준으로 일순간 사라져 버린데다가 가장 최근에 발한 염파도 2년전 잠깐 발해진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바벨3세를 찾아다니는 사이 그녀들의 동료인 포세이D넵튜나가 초능력 범죄조직인 블랙 팬텀에 의해 세뇌되어 그들의 종이 되어버렸다. 그 탓에 바벨3세의 세명의 하인 중 나머지 둘인 로프로스R.가루디아와 멜로드M. 아킬레시아는 세뇌된 포세이D.넵튜나. 통칭 츠나쨩으로부터 도망치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자신들의 추적과 파괴를 반복하는 츠나를 보며 괴로워하는 그녀들이었지만 그녀들의 힘으론 그녀의 세뇌를 풀 방도가 없었다.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것은 세계최강의 에스퍼이자 자신들의 주인인 '바벨3세' 뿐...
"하지만 이런 도피도 얼마 남지 않았어"
"드디어 확정한거야? 3세의 위치를"
"그래... 일본이야!"
멜로드의 말에 로브로스는 아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일본인가... 츠나가 멀쩡했다면 편한 길이었을텐데..."
"어쩔 수 없잖아."
그렇게 그녀들은 일본으로 진로를 잡았다. 그것이 어떠한 파장을 가져올지 모른채-
"응?"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미나모토는 자신의 맨션 앞에 쓰러져 있는 두 소녀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검은색 재킷을 걸치고 있는 흑발의 소녀와 갈색의 빵모자를 쓰고 황갈색 머플러를 하고 있는 적갈색머리카락을 지닌 소녀... 왠지 위화감 넘치면서도 익숙한 이 둘을 보며 병원에 연락하려던 미나모토는 왠지 그럴 수가 없었다. 물론 정체가 불분명 한것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무엇보다도 그녀들이 왠지 칠드런이랑 겹쳐보인 탓이었다. 물론 지금 눈앞에 쓰러져있는 그녀들이 나이는 더 많았지만 말이다.
"영차"
두사람을 업고 집으로 데려간 미나모토는 칠드런이 임무로 자리를 비운 사실에 감사하며 두사람을 양 소파에 눕혔다. 만약 칠드런들이 있었다면 그대로 이런저런 보복을 받아 너덜너덜해졌겠지...
"우선은 죽이라도 만들어 둘까..."
꽤나 몸이 상해있는 두사람을 보며 죽을 준비하는 미나모토. 미나모토가 부엌에 가자 겨우 정신을 차린 두사람은 텔레파시를 나누기 시작했다.
[몸은 어떄?]
[최악... 그나마 좋은 사람에게 구해진듯하니 다행이야.]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 내쉬면서도 두사람은 곤란한 표정으로 한탄했다.
[그래도 곤란한걸... 블랙팬텀때문에 대놓고 3세를 찾기도 그렇고...]
[그나마 위안이라고 할 수 있는건 3세의 흔적이 이 도시에 있다는게 확실하다는 건데...]
시간이 꽤 지났지만, 엄청난 수의 초능력자들이 살고 있는 이 도시지만, 바벨의 이름을 지닌 이들이 지닌 특유의 염파는 선명하게 그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물론 이 염파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바벨의 이름을 지닌 이와 바벨의 하인인 세사람 뿐-
[지금의 포세이D넵튜나는 그 염파를 느낄 수 있을까?]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한데... 어쨌든 우리와 같은 바벨의 하인이고.]
[곤란한걸...]
두사람은 미나모토가 죽을 완성해 올때까지 텔레파시로 앞으로에 대한 행동에 대해 논의했다. 얼마뒤 갑작스럽게 돌아온 더 칠드런에 의해 엄청난 곤욕을 치르게 될것이라고는 상상조차하지 못한채.
"리미터 해제 트리플 부스트!!"
[포스 오브 엡솔루션!!]
미나모토의 외침과 함께 더 칠드런의 염력파가 포세이D넵튜나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보통의 에스퍼와는 다른 탓일까? 아니면 블랙팬텀의 특제 세뇌탓일까? 그녀가 조종하는 물줄기는 좀체 수그러들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뭐야 이녀석...!"
"터무니 없어!!"
평상시에도 수많은 에스퍼들을 상대하고 또 판도라의 효부 쿄스케와도 싸워본 경험이 있는 그녀들로서는 눈앞에 있는 그녀가 너무나도 터무니 없었다. 더구나 레벨7 초능력자 세명의 트리플 부스트까지 막다니... 이것은 효부도 후지코도, 심지어는 현존하는 최강의 에스퍼 임파라헨 왕국의 마시라 조차도 이 부스트를 버틸 수 있다고는 생각 할 수 없었다.
"죽어-"
넵튜나의 냉랭한 목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물방울- 하나하나가 총탄을 아득히 넘어선 위력을 지니고 있는터라 이제 막 트리플 부스트를 행한 더 칠드런이 막기란 여려모로 무라가 있었다. 그리고 그 물의 총탄은 칠드런을 넘어 미나모토에게 향하고 있었다.
"미나모토!!"
"큭!!"
콰광쾅쾅쾅!
"미나모토-!!!"
요란한 굉음과 함께 초토화된 도로, 거기서 살아남는다는것은 아무런 능력이 없는 노멀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노멀로서는....
"아, 정말인지 '미나모토'가 좋아하는 옷이었는데"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넵튜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분명 초능력이 없을터인 더 칠드런의 현장주임 미나모토 코이치가 어느새 자신의 뒤를 잡고 있는 탓이었다. 그것도 초능력을 사용하면서-
"이 염파는..."
"설마!!"
"너는... 아니 당신은!"
바벨의 하인인 세사람은 허공에 떠 있는 미나모토 코이치를 보며 그가 자신들이 찾던 사람임을 직감했다. 아니 확신했다. 왜냐하면 그에게서는 바벨이란 이름을 가진 이들이 내뿜는 염파와 같은 염파를 지니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바벨3세...!"
"오랜만이네 그 이름도"
자신이 '미나모토 코이치'였던 시절로 부터 14년, 그리고 지난번 효부 쿄스케로 인해 이 인격이 재구성되었을때인 2년 만에 듣는 호칭이었다. 물론 두번째것은 자신이 '미나모토'와 구분하기 위한 호칭으로 사용한 것이었지만 말이다.
"미나모토...?"
"아니 저건..."
"그때 그 인격이야..."
카오루들은 바벨3세로 인격이 변환된 미나모토를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바벨3세'는 미나모토가 아닌 생소한 남이었다. 그런 분위기를 읽은건지 바벨3세는 씁슬한 표정을 지으며 넵튜나를 내려다 보았다. 넵튜나의 눈에는 경악과 함께 끓어오르는 증오심이 자리잡고 있었다.
"3세!!!!!"
격렬한 증오심을 담은 외침과 함께 쏘아지는 수탄과 수포- 카오루의 힘으로도 막기 힘든 공격들- 그것도 카오루에게 쏟아부었던 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힘과 밀도를 지닌 탄막이었다.
하지만-
딱
바벨3세가 손가락을 튕기기 무섭게 발생한 충격파에 의해 수탄과 수포는 모조리, 정확히는 그에게 직격하는 수탄과 수포가 모조리 격추당했다. 터무니 없는 위력과 제어력. 이미 효부나 관리관도 넘어선 능력이었다.
"살기가 너무 짙군... 아무리 블랙팬텀에게 세뇌당했다지만."
"왜 이제야 나타난거야..."
"뭐?"
"왜 이제야 나타난 거냐고!!"
어느새 넵튜나의 손에 둘러진 물로 만들어진 장갑. 물의 장갑을 팔에 두른 채 공격을 행하는 넵튜나. 그런 넵튜나의 공격을 피하며 바벨3세는 그녀의 눈을 직시했다.
"왜, 왜! 왜 이제야 나타난건데... '우리'가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당신을 기다려 왔는데... 왜 이제야 나타난 거냐고!!"
"넵튜나..."
"...너."
순간 넵튜나와 마음이 동조된 가루디아와 아킬레시아. 묵묵히 3세를 기다려온 그녀였지만 실은 셋중 그 누구보다도 3세를 기다려온 것이었다. 다른 두사람 이상의 마음으로.
"당신은 모르겠지만 2세에게 구함을 받은 우리들은 당신을 모시는게 당연하다 생각했어 그러니까 매일 당신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하며 당신을 찾았지. 다른 두사람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처음 이곳에 들렸을때 당신의 흔적을 찾아서 기뻤어. 이제 곧 당신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흔적을 따라가다 이치코 언니에게서 말을 들었을때는 절망했어. 당신이 자신의 모든 기억을 지우고 평범한 노멀로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왜 그런거야! 왜 그런거냐고!!!"
"넵튜나..."
"우리들은 당신만을 보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째서!! 어째서 당신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은거야!"
"..."
절규와 함께 날린 넵튜나의 공격을 받아낸 3세는 씁슬한 표정으로 넵튜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다고... 밖에 할 수 없군. 나는 너희들에 대해서 몰랐지만 그래도 너희들을 버린거나 다름 없으니까. 하지만..."
어느새 번쩍이기 시작하는 3세의 몸. 이것이 무엇인지는 바벨의 하인인 그녀들은 너무나도 잘 알았다. 2세의 주특기이자 바벨의 이름을 지닌 자들의 전유물이라 할 수 있는 능력.
에너지 충격파었다.
"나는... '미나모토'는 더 칠드런의 보호자. 그녀들에게 위해를 가하려한 널 그냥 둘 수 없어."
빠지지직-!
"꺄악!!"
"넵튜나!!"
넵튜나의 전신을 강타하는 강렬한 에너지의 격류. 그것은 보통의 방법으로 막을만한 성질의 공격이 아니었다. 전격 같지만 결코 전격이 아닌 그 공격은 넵튜나의 수류방벽을 뚫고 단숨에 전신을 강타했다.
"사과의 말은 하겠어. 본의는 아니지만 어쨌든 너희들에게 상처를 준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이제와서 바벨 3세로 돌아갈 생각은 없어. 그건 내가 선택한 것을 부정하는 일이 되는 거니까. 대신,,,"
"아아악!"
"너를 묶고 있는 주박을 박살내줄게!!"
3세의 외침과 함께 막대한 염파가 넵튜나를 향해 쏟아졌다.
"여, 직접 얼굴을 맞대는건 오랜만이려나?"
장난끼가 가득한 소년의 얼굴을 보며 '미나모토 코이치'는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겨우 기억이 돌아왔달까... 그래봤자 변할건 없겠지만"
"그건 그렇지"
미나모토 코이치는 노멀로서, 더 칠드런의 담당주임으로서 살아가게 될것이다. 바벨3세가... 아니 바벨3세로서 지니고있는 초능력은 모두 바벨3세였던 당시의 미나모토가 지니고 잠들게 된다. 단지 그뿐인 이야기였다.
"후회... 하지 않아?"
"전혀... 라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서도 말이지. 하지만 초능력을 포기했기에 많은 인연이 생겨났어. 사카키와 만나고 더 칠드런과 만났으며 그 외에도 수많은 바벨의 동료들과 만났지. 넌 그걸 후회하는거야?"
"아니."
후회가 있을리 없다. 자신은 지금에 만족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럼 된거야."
그렇게 말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10살의 모습을 한 자신을 보며 미나모토는 쓴 웃음을 지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아참 미나모토. 미안하지만 '그녀'들도 부탁해."
"이봐 그건 네가 수습해야..."
"너도 나잖아. 안그래?"
"말이나 못하면..."
미나모토는 10살의 자신을 보며 왠지 10살의 자신은 카오루와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해 버렸다. 그것은 힘 떄문일까 아니면 그 제멋대로인 성격 탓이었을까?
"그런 관계로 미나모토군. 이사를 권학겠네."
"하아?"
갑작스런 국장 호출에 급히 도착한 미나모토는 오기무섭게 말하는 국장의 말에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며 의아함이 가득한 표정을 내비치고 있었다.
"실은 지난번 사건의 피해자인 '그녀'들이 바벨의 소속되게 되었는데... 자네가 아니면 안된다고 하더군"
"네?"
"팀 명은 '더 메이드' 앞으로 자네가 더 칠드런과 함께 담당하게 될 팀이라네"
키리츠보 국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들 전용으로 만들어진 제복을 입은 여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신체 변형이 주특기인 레벨7의 알터네이터(변신술사) 멜로드 M. 아킬레시아. 메어리 이상으로 엑체를 다루는데 특화된 레벨7의 리퀴네이터(엑체술사) 포세이 D. 넵튜나. 그리고 중력을 다루는 레벨7의 그래비테이터(중력술사) 로프로스R.가루디아.
바벨 2세로 부터 초능력을 이어받은 그녀들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미나모토를 바라보고 있었다.
"3세... 아니 미나모토씨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저희들 '더 메이드'"
"확실히 봉사해 드리겠습니다."
"뭘?!"
"미나모토!!!"
"쿠엑!!"
갑작스럽게 난입한 칠드런에 의해 난타당한 미나모토. 칠드런들은 화를 내며 미나모토를 향해 외쳤다.
"미나모토! 우리 담당 그만둔다면서!!"
"그런말 한적 없어!"
"진짜야. 카오루"
시호의 말에 미나모토를 내려둔 카오루들은 그대로 팀 '더 메이드'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댁들, 우리 주임을 노리고 있다면서"
"먼저 뺐은 쪽이 누군데..."
"어쨌든 미나모토는 우리거니까! 너희는 다른 사람이나 찾아!"
"겨우겨우 찾은 주인이라고. 더 이상 놓칠까 보냐!"
"자... 잠깐 여기서 초능력 싸움은!!"
그날 바벨의 국장실이 완전히 날아가 버린것은 사소한 이야기이다.
ps.
"그러고보니 물어볼게 있는데 미나모토"
"뭔데?"
"이치코는 누구야? 잘 아는 사이인듯한데..."
"내 고모랄까... 본명은 야마노 이치코. 뭐 어딜 다니는지 모를 고모지만 말이야. 그보다 나이도 별로 차이 안나고."
"그렇구나..."
"가장 최근에 보낸 사진이... 어디"
주머니에서 사진을 꺼낸 미나모토는 카오루에게 그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 사진에는 달기지에 있는 캐롤라인과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학생복 차림으로 그녀의 옆에 서있는 붉은 머리칼의 여인이 있었다.
"이... 이건?"
"코메리카에서 보내 온 사진인데. 언제 달기지 까지 간건지 참"
"우주복도 안입고 달에 있는건 신경쓰지 않는거야?"
"고모한테 그런 신경을 쓰는건 낭비중 낭비야. 전에 보내온 사진은 마리아나 해구 최심층에서 찍은 사진도 있었는걸."
6년전 미나모토 코이치가 유학가기 이전.
막 중,고등학교 과정을 다 넘기고 대학과정을 밟고 있던 미나모토는 봉사활동 중 길거리를 해메고 있던 한 소녀를 만나게 되었다. 꾀죄죄한 옷을 입고있는 무표정한 소녀... 무표정의 소녀는 특별히 말하려는 것도 없이 그저 중얼거리며 뭔가 여러가지를 담은듯한 눈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그나저나 표정도, 말도 잘 못하는 것 같군...'
그녀를 향해 다가가던 미나모토는 문득 그녀가 자신에게 적의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기... 우왔!"
소녀에게 다가가던 미나모토는 무엇인가에 발목이 잡혀 넘어지고 말았다. 자신의 발목을 본 미나모토는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는 두개의 가느다란 팔을 볼 수 있었다. 꾀죄죄한하고 가느다란 팔... 미나모토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서 자신의 앞에 있는 소녀를 보았다. 그녀의 손은 마치 공간에 빠져버린듯 기묘한 파동을 일으키면서 일부가 사라져 있었다.
"변칙텔레포터?"
미나모토의 중얼거림에 소녀의 움직임이 멈췄다. 자신이 에스퍼라는 것을 알고 또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소녀가 잡고 있던 양다리가 풀리자 미나모토는 소녀에게로 다가갔다. 다가오는 미나모토를 보며 소녀는 극도의 경계심과 두려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소녀의 생각과는 달리 소녀에게 다가온것은 적개심과 폭력이 아닌 미나모토의 따뜻한 손길이었다. 소녀는 그 따뜻한 손길을 내민 미나모토를 보며 그와 함께 그 거리를 나섰다.
그리고 며칠 후, 소녀는 미나모토가의 양녀가 되었다.
6년 후 현재
"오빠 나 왔어~"
레벨6의 초능력자 미나모토 미오는 평범한(?) 에스퍼 소녀이다. 여타 고레벨 에스퍼들과는 달리 바벨에 소속되지 않은 그녀는 특무기관 바벨의 연구원중 한명인 미나모토 코이치의 동생이다. 오빠에 대해 비정상적일 만큼 애정이 남다른 이 아가씨의 소원은 바로 오빠와 결혼하는 것이다.
뭐... 소원이 그정도일 정도니 오빠에대한 남다른 애정은 두말할 필요 없을 것이 틀림이 없었다.
"어라? 오빠 나갔나?"
미오는 인기척이 없는 오빠의 맨션에 의아해하며 중얼거렸다. 일반적으로 휴일인 날인지라 연락도 안하고 찾아왔는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었다. 딱히 할일도 없는 미오는 자신의 방에 들어가 잠을 청하려고 했다. 간만에 오빠를 만난다는 기대감에 잠을 못잔 탓이었다.
"자... 그럼 간만에 내방에... 엣?!"
자기방에 들어가던 미오는 문득 자신이 있었을 때와는 무척이나 달라진 자신의 방을 보며 경악에 가득찬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는 재빨리 바뀐 자신의 방을 살펴보며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려했다.
방을 둘러보니 특색이 넘치는 자기 또래의 3명의 소녀가 함께 찍은 사진이 보였다. 더불어 자기 오빠와 같이...
"후우... 오늘도 고생했..."
"오빠!!!!!!!!!"
미나모토가 돌아온 소리를 듣기 무섭게 미오는 재빨리 자신의 방이었던 곳을 나서며 오빠인 미나모토 코이치에게로 향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
오빠에게 가기무섭게 미오는 오빠와 함께 들어오는 3명의 소녀들을 볼 수 있었다. 그것도 자신 또래의... 미오는 그녀들을 보기 무섭게 자신의 오빠인 미나모토 코이치를 향해 외쳤다.
"오빠! 저 녀석들 뭐야!!!!"
"미나모토! 저 꼬맹이는 뭐야!!"
미오와 생각이 같았는지 상대쪽 소녀들도 미오를 보며 외쳤다. 둘 사이에 끼이게 된 미나모토 코이치는 당혹해하면서 둘을 향해 외쳤다.
"왜 그래 양쪽다. 처음 보면서 왜 그렇게 적개심을..."
"오빠!!!!!"
"미나모토!!!!!"
흉흉한 기세를 내뿜는 양쪽을 보며 코이치는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미오, 일단 진정하고... 카오루, 아오이, 시호도 그쯤 해. 일단 양쪽소개를 하자면, 이쪽은 내 동생인 미나모토 미오. 너희랑 같은 나이야. 미오. 그리고 이쪽은 내가 담당하게된 팀 더 칠드런. 자, 인사하렴"
미나모토의 말에 양쪽은 서로를 쳐다보았다. 서로를 응시하던 양쪽은 이미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미오는 문득 생각이 난건지 오빠인 코이치를 향해 말했다.
"오빠! 그러고보니 내 방 어떻게 된거야?!"
"아... 그게 말이지..."
미나모토 코이치는 뺨을 긁적이며 자신의 동생에게 그 이유를 설명했다. 바벨의 부당한 처사에 화가난 미오는 화를 잔뜩내며 오빠를 향해 외쳤다.
"오늘 자고가려고 했는데...!"
"뭐... 그럼 내방에서 같이 자고 가던지."
"정말?!"
미나모토의 말에 미오는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미오가 8살이 되고난 후에는 한방에서 같이 자지 못하게 하던 오빠였기에 이런 오빠의 말은 무척이나 의외이면서도 기쁜 일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반대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칠드런 들이었다.
"미나모토 무슨 소리야! 우리랑은 같이 자주지도 않으면서 동생이랑 같이자겠다니!!"
"혹시 여동생 모에?"
"불결해..."
카오루와 아오이, 시호의 연속공격에 미나모토는 화살이라도 맞은듯 가슴을 움켜쥐며 고개를 쑤그렸다. 그리고 잠시 후, 칠드런들을 향해 미나모토는 핏대를 세우며 외쳤다.
"동생이랑 같이자는게 어때서?!!!"
"아니, 보통 남녀가 한방에서 자면 그냥 자는걸로는 안끝나지 않아?"
"틀려!!!!!!!!"
"쳇... 오빠는 너무 고지식하다니까. 오빠라면 나는 별로 상관없는데..."
"미오 너 갑자기 무슨 소리야!!"
"정체를 드러냈구나 불여우!!!"
"누가 할 소린데!!!"
미나모토는 격렬하게 싸우는 둘을 보며 앞으로 어째야할지 극도로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카시와기 오보로 대위는 평범한 노멀이면서 동시에 특무기관 바벨의 국장 비서관이다. 결혼 적령기를 상당히 놓친것으로 추정되는 카시와기 대위는 전에 이-9호 중위가 남긴 예지를 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요는 미나모토랑 카오루사이에 싸움이 안생기게 하면 되는거 아냐. 그러니까 미나모토씨를 내가 채어가도..."
"뭘 그렇게 중얼거리는거야? 카시와기."
"엣?! 관리관님?!"
갑작스럽게 등장한 관리관에 카시와기는 격렬하게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지금 칠드런들과 미나모토의 연애전선 계획은 총괄하고있는 바벨의 배후수령 츠보미 후지코관리관. 그녀에게 아까 한 말을 들키면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모를 일이었던 탓이었다.
"호오... 미나모토를 채어간다라..."
"힉-"
카시와기는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잊고 있었다. 그녀가 다중초능력을 지닌 레벨7의(정확히는 순간최대출력 레벨7의) 초능력자라는 것을. 자신의 내심을 들킨 카시와기는 무척이나 당황하며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 나온 것은 카시와기의 생각과는 다른 것이었다.
"좋았어! 좋은 생각이야! 다른 사람이 가로챈다라... 그럼 칠드런도 질투를 하며 좀 더 적극적으로 대시하겠지?"
카시와기는 츠보미 후지코의 생각에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절대적인 권력을 지니고 있는 이에게 츳코미를 걸 만큼 공무원 사회는 만만치 않았다.
더구나 특무기관이라면야.
"자 그럼 누가 좋을까나... 더블페이스는 좀 노땅이고.(순간 바벨 입구에 있던 더블페이스의 심기가 불편해 진건 절대로 우연탓일 것이다.) 나오미는 고등학생이라 적격이긴한데... 스토커가 붙어있으니 무리고(그때 나오미의 주임인 타니자키가 렌즈를 깨뜨린건 절대 우연이다.) 코메리카의 메어리는 무뇌아니까 절대 무리(그때 코메리카에 있던 메어리가 미끄러져 넘어진 것은 절대 우연이다.) 하츠네야... 더 이상 할말 없군...(그때 하츠네가 고기를 먹다가 목에 걸린것도 절대로 우연이다.) 미나모토의 코메리카의 그녀는... 모르니까 넘어가자-(그때 캐롤라인이 재채기 한것도 절대로 우연이다. 절대로.)"
후지코의 중얼거림에 카시와기는 후지코를 향해 말했다.
"저기... 전?"
"카시와기, 넌 키리츠보의 이거 아니었어?"
새끼손가락을 까딱이며 말하는 츠보미 후지코의 말에 카시와기는 절망포즈를 취하며 눈물을 흘렸다. 키리츠보 국장의 뒷처리를 하다보니 어느새 키리츠보 국장의 애인취급을 받고있는 것이었다. 절망하는 카시와기를 뒤로하며 후지코는 적당한 바벨직원을 물색하고 있었다.
요즘 바벨에서는 한가지 묘한 내기가 오가고 있었다. 그것은 더 칠드런의 주임인 미나모토 코이치가 칠드런과 자기 동생인 미나모토 미오중에서 어느쪽에 먼저 '당할지'에 대해 내기가 오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내기 대상자인 미나모토 코이치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내기는 어느새 바벨 전원에게 퍼지고 바벨의 전원은 미나모토 코이치에게 뜻뜨 미지근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도 꽤 있지만 말이다.
"미나모토씨..."
나오미는 멀리서 걸어가고 있는 미나모토를 보며 속을 태우고 있었다. 자신이 무척이나 어렸을적에 초능력자였던 자신을 격려하고 도와줬던 소년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소년은 자신을 잊고 있었다. 너무하다는 생각도 했었지만 그래도 에스퍼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를 보면서 그는 여전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제멋대로인 칠드런들이 '그'를 독점하고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날 뿐...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가 추억을 잃어버린 이상 그녀는 동료일 뿐인 타인이었다.
칠드런과 '그'사이에 끼어들 겨를이 없는 것이었다.
나오미가 미나모토를 보며 속을 태우고 있을때, 나오미의 주임인 타니자키 주임도 나오미를 보며 애를 태우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타니자키 특유의 나오미 직감으로 나오미에게 어떤일이 생겼는지 '직감적'으로 알려주는 아주 편리한 능력이었다.(사실 동료들 사이에서는 초능력이 아닐까 싶을정도르 그 직감은 엄청난 적중률을 보여주고 있었다.)
미나모토를 보며 소녀모드 발동중인 나오미를 보는 타니자키 주임은 속이 타다못해 당황스럽기 그지 없었다. 기껏 자신의 이상형으로 키웠는데 애꿎은 녀석이 나오미를 뺏어가게 생긴 탓이었다.
"흐음... 나오미를 뺏기는건 싫지만... 그렇다고 동료를 해코지 하는것도 좀 그렇고..."
타니자키 주임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좋은 편이지만 나오미와 관계된 일에는 조금 난폭해진달까 극단적이 되어버리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칠드런들을 충동질 시켜서 빨리 미나모토를 한쪽의 소유로 만드는게 좋을지도..."
타니자키는 재빨리 칠드런들에게 충동질을 위한 문자를 보냈다.
"후우... 지친다."
"정말이야 오빠..."
간만에 집으로 돌아온 미나모토 코이치와 미나모토 미오는 온갖 피로로 찌든 표정을 드러내며 중얼거렸다. 뭐... 여러가지로 무리는 많았지만 간만에 칠드런들에게서 벗어나 가족들과의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아니... 그럴 줄 알았었다. 적어도...
그 사람을 보기 전까지는.
"어라~ 코쨩~ 왔니? 네 애인이라는 사람이 왔단다."
"에... 엣?!"
"뭐라고요!!!!!!!!"
미나모토 코이치와 미나모토 미오는 어머니의 말에 놀라며 거실로 뛰어들어왔다. 그리고 그 두사람 눈에 보이는 것은 다름아닌 얼마전 부터 소재불명이던 특무기관 바벨의 배후수령인 츠보미 후지코 관리관이었다. 물론 평소보다 젊은 모습이었지만 거의 매일 얼굴을 마주한 미나모토 남매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당신이 왜 여기있는겁니까! 관리관님!!!!!"
"그래! 왜 남의 집에 나타난거야! 할망구!!"
미나모토 남매의 격렬한 반응에 어머니는 웃으며 말했다.
"친하구나 코쨩, 미쨩-"
"틀려요!!!!!!"
두사람이 어머니에게 격렬한 태클을 걸고 있을 때 츠보미 후지코는 어느새 다가와 미나모토 코이치에게 달라붙으며 입을 열었다.
"에이, 너무 그러지 말라니까요~ 코.이.치.씨~"
"히익!!!!!!!!"
"떨어져! 불여우! 미라!!!"
미오의 외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집 한쪽 벽이 박살나며 3명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 할망구가!!!!!"
"감히...!"
"우리걸 노려!!!!"
다름 아닌 미나모토를 본가로 보내놓은채 '미행'중이던 칠드런 들이었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칠드런들을 보며 츠보미는 삐친듯 뺨을 부풀리며 말했다.
그리고 그날... 5명의 고위 에스퍼에 의해 미나모토가는 괴멸이라는 처참한 피해를 입게 되었다. 뭐... 그런 피해를 내고서도 기적적으로 사상자는 나지 않았지만...
하지만 그날 이후부터 미나모토는 늘어난 '뱀'들에 의해 매일 오한을 느껴야만했다.
물론...
이것도 조용히 있는 상태라는게 문제지만 말이다.
옥상의 문을 박차열며 미나모토는 재빨리 품속에 있던 고출력 블래스터를 꺼내들었다. 2년동안 오직 이때 만을 기다려 왔었다. 아카시 카오루... 과거 자신이 담당했던 팀 더 칠드런의 3명중 한명이며 현재는 에스퍼 혁명군의 우두머리인 '파괴의 여왕', 그리고... 수년전 미나모토가 잠시 마음을 주었던 소녀.
"아, 오랜만이야 미나모토. 건강한것 같아서 다행이네."
"아니... 건강하진 않아. 네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듣고 병실 침상에서부터 무리하게 온 거니까."
사실 미나모토는 이미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수년전, 아카시 카오루가 그의 동생인 미나모토 미오를 죽인 그날부터 요 몇년간 그는 폐인이 되어 있었다. 사실 폐인쪽이 더 좋았을거라 생각할 만큼 괴로운 나날을 보내왔었다. 죽으려고 하면 아카시 카오루가 일으킨 그날의 참상이 어둠속에서 부터 미나모토를 일깨웠다. 그리고 귀속을 향해 속삭였다. "복수해라... 너의 동생을 죽인 아카시 카오루에게 복수해라"라는 목소리가 칠흑보다 어두운 날개를 지닌 누군가가 자신의 목을 휘감으며 계속 속삭였다. 몇번이고 몇십번이고 그 속삭임을 들으며 살아온 미나모토에게 있어서 이제 남은것은 자기의 동생인 미나모토 미오의 복수 뿐이었다.
미나모토가 블래스터를 자신에게 겨누자 카오루는 슬픈 눈빛으로 미나모토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몇초간 그를 응시하더니 눈을 감으며 입을 열었다.
"쏴, 미나모토... 미오의 복수를 하고 싶은거지?"
"카오루...!!!!"
팡-
미나모토가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고출력의 열선이 카오루를 관통했다. 그리고 그 순간... 카오루와 미나모토는 우연찮게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디서 부터 어긋난걸까...?'
수년전 미나모토의 집
"미나모토~"
"어이, 카오루. 요리중이라고."
미나모토는 자신의 뒤에서 껴안고있는 카오루를 향해 말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일단 두사람은 사귀고 있는 사이였다. 뭐 그동안 별별일이 많았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잘 되어서 현재는 저렇게 잘 사귀고 있었다.
"하아, 미나모토씨는 결국 카오루 것이 됐구마-"
왼쪽눈에 검은 안대를 하고있는 레벨7의 텔레포터 노가미 아오이는 따끈따끈한 두사람을 보며 의미불명의 한숨을 내쉬었다. 얼마전 모종의 사고로 인하여 한쪽눈을 잃게된 아오이는 현재 병원을 오가며 눈을 치료받고 있었다. 뭐... 사실 책이나 TV라도 볼게 아닌 이상에야 현재의 그녀로서는 공간을 파악하는 편이 더 편했지만 말이다.
"그러게, 사실 이게 최고라고 생각해. 카오루가 정실이고 우리들은 세컨드가 되는게..."
옛날처럼 막대과자를 오독거리며 카오루를 바라보고 있는 시호는 여전히 한귀로 흘려보낼 수 없는 말들만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른점이 있다면 예전에 했던 말들이 장난이었다면 지금하는 말들은 진실 내지는 반쯤 진실들이었다. 그만큼 칠드런들에게 있어서 미나모토라는 존재는 무척이나 소중한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을 무척이나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는 사람이 한명 있었으니 바로 미나모토 코이치의 동생인 미나모토 미오였다.
"오빠..."
"미오, 너 아직도 미련 못버렸냐?"
"미나모토가 너에게 '그런'감정을 품을 확률은 한없이 제로에 수렴한다고-"
"알고 있어... 알고있다고 그딴건... 하지만 어쩌라고? 지금 이 마음을 포기해버리면 갈곳잃은 나의 마음은 어쩌란거야!!!!"
미오는 그렇게 외치고는 그대로 미나모토의 집에서 사라져버렸다. 그때까지만해도 미나모토와 칠드런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 일로인해 미나모토와 칠드런들 사이에 절대로 메꿀 수 없는 균열이 생길 거란 것을...
수일 후 바벨
"무슨 일이지? 카시와기씨가...?"
칠드런들 중에서 가장 정상적인 존재이자 레벨7의 텔레포터인 노가미 아오이는 갑작스런 카시와기의 부름에 의아해하면서 카시와기의 방에 들어가려했다. 그러던 중 문득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들어가는 것을 멈추고 그 소리를 유심히 들었다.
"지난번에가 최대의 기회였는데... 정말인지 기회도 제대로 못잡는 사람들이로군요. 정말인지 세계 최대의 반에스퍼 조직 '보통사람들'이 맞기나 한 건가요?!"
'카시와기씨? 무슨...'
갑자기 언급되는 반에스퍼조직이란 말에 아오이는 들어가다가 말고 조용히 엿듣기를 계속했다.
"제가 얼마나 어렵사리 정보를 넘겨준줄 아세요?! 아무리 저라고 해도 그런 고급정보를 시기적절하게 넘기는건 불가능하단 말이에요. 그래놓고서 한명도 제대로 제거하지 못하다니..."
아오이는 더 듣지 못하고 문을 박차며 외쳤다.
쾅-
"카시와기씨! 그거 무슨말이죠!!
"!!!!!!"
카시와기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아오이를 보며 카시와기는 무척이나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아오이의 살벌한 표정을 보며 카시와기는 방금전 자신이 한 대화가 그녀의 귀에 들어갔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러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시와기는 시치미를 떼며 아오이를 향해 물었다.
"무... 무슨 소리야 아오이? 그보다 무슨 일로..."
"시치미떼지 마시죠 카시와기씨, 방금 그 대화 대체 뭡니까? 보통사람들이라뇨!"
"무슨 소리야 아오이...!"
카시와기는 재빨리 품속에 있던 총을 꺼내 아오이를 향해쏘았다. 하지만 이미 10살 당시부터 여러사건들을 해결해 온 베테랑 에스퍼인 아오미에게 있어서 카시와기씨의 공격은 어설프기 그지 없어 보였다. 아오이는 재빨리 카시와기의 총을 뺐어 들며 말했다.
아오이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그녀의 뒤쪽에서 총탄이 날아와 카시와기의 머리를 관통했다. 관통당한 카시와기의 머리에서는 피와함께 뇌수가 뿜어져 아오이의 전신을 붉게 물들였다.
"카시와기씨!! 무슨 일..."
총성과 소란때문이었을까? 밖에서 바벨 특무대가 들어왔다. 그리고 특무대는 붉은 피를 뒤집어쓴 아오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날, 아오이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아오이의 판도라로의 전향이 알려지면서 미나모토의 책임 논란이 대두되었다. 그 때문에 미나모토는 여기저기서 비난을 많이 받았다. 특히나 가장 비난을 해댄 것은 다름아닌 와일드 캣의 주임인 타니자키와 키리츠보 국장이었다. 하지만 여러사람들에게 있어 이해가 안가는 것이 바로 타니자키였다. 키리츠보 국장이야 원래부터 칠드런들을 아껴왔으니 그렇다 치지만 타니자키의 과격한 행동은 뭔가 이상한감이 있었다.
어쨌든 오늘 회의에서도 미나모토에게 한바탕 퍼부어준 타니자키는 샤워실에서 한바탕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타니자키가 옷을 다 갈아입기 무섭게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들어온 누군가는 다름아닌 타니자키가 맡고있는 레벨6의 사이키노코인 나오미였다. 타니자키는 들어온 사람이 나오미란 것을 깨닫고는 남자 탈의실임에도 불구하고 나오미를 반겼다.
"나오미 여기는 어쩐 일..."
푹-
나오미는 순식간에 타니자키의 품을 파고들며 그대로 들고있던 식칼을 타니자키 주임의 배에 찔러 넣었다. 타니자키는 무척이나 당황하며 피가 흥건한 나오미의 손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어... 어째서...?"
"타니자키 주임... 당신은 변태였지만 좋은 사람이었어요. 많이 감사하고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미나모토 오빠에게 해를 끼치는 일은 해선 안됐어요. 잘가요 타니자키 주임-"
나오미는 배에서 식칼을 뽑고는 그대로 타니자키의 목동맥을 베어버렸다. 목동맥이 베어지자 타니자키의 목에서는 피가 분수처럼 쏟아졌다.
"타니자키씨... 국장님의 호추..."
키리츠보 국장의 전언을 타니자키에게 전달하러온 미나모토는 탈의실에서 벌어진 상황에 대해서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피를 전신에 뒤집어 쓴채 식칼을 들고 있는 나오미... 그리고 배와 목이 잘린채 쓰러져 죽어있는 타니자키 주임...
"미... 미나모토 오빠?!"
챙그랑-
나오미는 들어온 사람이... 그리고 이 상황을 보고 있는 이가 미나모토라는 것을 깨닫자 무척이나 당황하며 식칼을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미나모토를 보며 무척이나 떨면서 중거렸다.
떨면서 괴로워하던 나오미는 머리를 부여잡고 괴로워 하더니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린 식칼을 주워들어 자신의 목동맥을 절단했다. 미나모토가 구조반을 부르러 가기도 전에 나오미는 이미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두 건의 에스퍼사건과 연류된 미나모토는 심각한 질책을 받고 연금상태에 이르렀다. 위치는 자택이 아닌 사카키의 집. 그 탓에 사카키는 본의 아니게 미나모토의 집에 체류하게 되었다. 물론 명목상 이유는 칠드런들의 대리보호였지만 말이다.
"이거 위험해..."
사카키는 지금 현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느끼고 있었다. 이건 사이코매트러로서가 아닌 단순한 직감이었다. 이 직감이 거의 100%에 가깝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말이다. 어쨌든 이 상황은 미나모토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위험한 상황이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미나모토는 거의 100%의 확률로 목숨을 잃을 것이 분명했다. 사카키는 지금 코메리카의 있는 인맥으로 미나모토를 코메리카로 탈출시킬것인가에 대한 것을 염두하고 있었다.
"사카키씨..."
"어라 시호? 무슨 일이야?"
갑작스런 시호의 부름에 사카키는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녀가 자신에게 자문을 구하는 일은 거의 없달까... 아니 아예 없는 축에 속하는 일인 탓이었다. 사카키는 차를 꺼내 컵에 따른 후 시호앞에 내며 입을 열었다.
"네쪽에서 날 부르다니 의외네... 뭐 먹고싶은거라도 있어?"
사카키의 말에 시호는 잠시 침묵을 하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사카키씨... 미나모토씨를 외국으로 도피시킬 생각이죠?"
갑작스런 시호의 본론 돌입에 사카키는 당황하며 말했다.
"무... 무슨 소리야. 미나모토를 외국으로 도피시키다니... 무리란 거 알잖..."
"거짓말 말아요. 사카키씨 인맥이라면 미나모토씨를 코메리카로 도피시키는건 가능할걸요?"
"쳇... 언제 꿰뚫어 본거지? 그래, 난 미나모토를 코메리카로 피신시킬 생각이야."
사카키의 말에 시호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사카키씨... 미나모토씨를 그대로 두면 안될까요? 저희가 지킬께요..."
평소와는 다르게 울먹일것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시호. 하지만 사카키는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안돼... 지금의 상황은 미나모토에게 있어서 너무나 위험한 상황이야. 더 이상 이곳에 있다간 목숨을 보전하기 힘들다고..."
"제발요... 미나모토씨를 우리에게서 뺐어가지 말아주세요."
"미안..."
사카키의 사죄의 의미가 담긴 말에 시호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잠시 후 요란한 소리와 함께 사카키의 가슴이 꿰뚫렸다.
사카키는 그 한마디를 내뱉고는 그대로 사망해버렸다. 그리고 산노미야 시호도 그날 미나모토와 함께 지내던 집에서 사라져버렸다.
"큭...!"
겨우 집으로 돌아오게 된 미나모토는 사라져버린 시호와 죽은 사카키의 빈자리를 느끼며 무척이나 슬퍼하고 있었다. 카오루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시호가 어째서 사카키를 죽였는가에 대한 의문과 죄책감으로 미나모토를 위로할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오빠-!"
무척이나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한명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몇주전에 집을 나간 미나모토 미오였다. 미오는 미나모토 코이치의 초췌한 모습을 보고는 진심으로 슬퍼하며 자신의 오빠를 위로하기 시작했다. 카오루는 문득 시기적절한때에 돌아온 미오를 보며 뭔가 심각한 위화감을 느꼈다. 물론 우연일 수도 있었지만 그런것 치고는 너무나 절묘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결국 심각한 위화감을 느낀 카오루는 저녁을 먹고 조용히 미오를 불렀다.
"무슨 일이야?"
"미오... 그동안 어디 있었어?"
카오루의 질문에 미오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본가에 있었어."
"거짓말 마... 네가 사라지고 나서 매일매일 본가에 연락을 했었다고. 그리고 나와 미나모토는 단 한번도 네가 집에 들어왔었다는 말을 들은적이 없어."
카오루의 말에 미오는 "쳇-"이라 하며 입을 열었다.
"내가 어디 있었던 무슨 상관이야."
"미오... 너 그동안 판도라에 있었던거 아냐?"
카오루의 말에 어떻게 알았냐는듯 쳐다보는 미오. 그런 미오의 모습을 보며 카오루는 확신했다.
"역시... 그동안 판도라에 있었구나..."
"네가 상관할 일이야?!"
"아니,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만 말이야... 한가지 이상한 얘기를 들었거든..."
갑작스럽게 바뀐 카오루의 분위기에 미오는 불안감을 느꼈다.
"바벨에서 온 한 에스퍼덕분에 판도라가 일벌이기 쉬웠다고 말이야..."
"컥-!"
갑작스럽게 조여오는 목... 카오루가 염동력으로 미오의 목을 조르고 있는 것이었다.
"미오... 왜 그런거지?"
"모... 몰라서 물어?! 이게 다 너희 때문이야... 너희가 나와 오빠의 생할을 방해하지만 않았어도...!"
"그래서...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거야?"
"오빠와 함께 하기 위해선 뭐든 할 수 있어!! 설령 그게 모두를 배신하는 일일지라도 말이야!"
"미오!!"
미오의 외침에 분노한 카오루는 자신도 모르게 힘을 주게 되었다. 그 결과는 무척이나 당연하게도 미오의 죽음이란 결과로 나타났다.
"무슨 소리야 미오, 카오루..."
"!!!"
미오가 죽기 무섭게 미나모토가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미나모토는 보았다. 해제된 카오루의 리미터, 염동력에 의한 흔적, 마지막으로 자신의 동생인 미오의 죽음...
"미오?! 미오!! 정신차려봐 미오!! 카오루...! 대체 어떻게 된거야!!!!!"
미나모토의 절규에 카오루는 뒷걸음질 쳤다. 어찌되었건 미오를 죽인것은 자신이었다. 이 상황에선 어떤 말을 해봤자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카오루는 비통한 미나모토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을 만큼 강심장이 아니었다. 카오루는 절규하는 미나모토를 뒤로한채 집에서 떠나갔다. 사랑하는 동생의 죽음을 눈앞에서 보게된 미나모토는 그대로 반폐인이 되어 병상지내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현재.
"그래... 이걸로 끝난거야... 이걸로..."
카오루를 죽인 미나모토는 그대로 모든 기운을 소진한듯 그 자리에서 쓰러져버렸다. 솔직히 지금의 미나모토는 살아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수년간의 영양실조, 그리고 신경이상과 근육파열, 마지막으로 정신분열증세까지... 별별 위험한 증상을 다 겪고 있는 미나모토의 몸은 이미 최악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드디어... 네 곁으로 가게되는구나... 미오..."
미나모토는 그 말을 끝으로 숨을 거두었다. 미나모토가 숨을 거두기 무섭게 시호랑 아오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죽은 미나모토를 보며 입을 열었다.
"카오루... 미나모토씨는 이미 죽었어."
"그래?"
시호의 말과 함께 카오루의 시체는... 정확히는 죽은 체 하고 있던 카오루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 카오루는 그때 그날 이후 사이코키네시스 말고도 효부처럼 다른 능력들을 복합적으로 각성해 있었다. 그 능력들 중 힙노와 텔레포트를 복합으로 사용해 미나모토를 속인 것이었다. 카오루는 천천히 죽은 미나모토에게 다가가 무릎베게를 하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만족했어 미나모토? 만족한거야...?"
"카오루..."
"..."
한동안 조용히 있던 카오루는 이내 아오이와 시호를 향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호, 아오이... 다른 사람들을 부탁할께..."
"어쩔 생각이야 카오루?"
"미안..."
카오루는 두사람을 남겨둔체 미나모토의 시체를 들고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사라진 카오루를 향해 시호와 아오이는 "바보!!!!!"라 외치며 눈물을 흘렸다. 사라진 카오루는 이내 근처의 바닷가로 가 미나모토의 시체를 안으며 바다를 보았다.
"미나모토... 나... 정말로 널 사랑해... 10살때 보다도... 사귀고 있던 그때보다도... 그 어느때보다도 널 사랑하고 있어... 미나모토 미나모토! 좋아해! 사랑해! 하지만... 이 말도 이젠 덧없는 것이겠지? 그래도 한마디만 더 할게..."
카오루는 미나모토의 시체를 안고서 천천히 바닷속으로 향했다. 차가운 바닷물이 신발을 넘어 발가락 사이에 흘러들어왔다.
"영원히 놓지않을거야 미나모토... 영원히 나에게서 벗어날 수 없도록..."
그리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미나모토와 카오루는 바다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the end...?
아... 기분이 좋다.
바다거품이 되어 사라져가는 카오루는 문득 이곳이 보통의 바다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랄까... 바다긴 바다지만 이것은 실제 바다가 아닌 의식의 바다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저편 밖에서 백색의 날개 등뒤에 달고 있는 청년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자신도 무척이나 잘 알고 있는 남자였다.
미나모토! 미나모토!
그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말이 나오지 않는다. 옆에서 모를 눍은이들이 뭐라뭐라 소리쳤지만 나는 듣지않고 똑바로 미나모토를 향해 날아갔다. 미나모토를 만난 나는 곧바로 미나모토를 껴안았다. 언젠가... 조금있다가 말을 할 수 있게되면 나는 곧장 미나모토에게 말할 것이다.
사랑한다고... 영원히...
코메리카정부는 모르고 있었지만 캐리의 사이코키네시스 능력은 레벨7수준이었다. 물론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사카키의 말로는 없다고 하기에 그냥 넘어가고 있는 미나모토였다.
사실 미나모토는 모르는 얘기지만 코메리카에서는 레벨7임을 몰랐음에도 캐리를 보낼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가공할 사카키 커넥션... 사카키는 정체모를 인맥을 동원해 코메리카 정부에 압박을 가해 캐리를 향한 간섭을 모두 제거해 버린 것이다. 그 덕에 캐리는 지금 이렇게 미나모토와 함께 일본에 올 수 있었다.
"배신자!!!"
"미나모토, 에헤헤~"
사카키는 따끈따끈한 미나모토와 캐리를 뒤로하고 택시를 부르러 공항밖으로 나갔다.
반년 후 바벨 초능력 연구시설 의료연구동
미나모토와 캐리, 그리고 사카키는 바벨의 연구원으로서 활동하고 있었다. 물론 바벨의 소속되기 싫은 캐리로서는 외부조력자로서 활동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연구할때는 캐롤라인이 전면에 나서기때문에 캐리로서는 그저 집에서 생활의 연장이었다.
"미나모토, 우리 슬슬 결혼해야되지 않을까? 이미 나이도 됐고..."
"아직 마음의 준비가..."
"하지만 이미 할것도 했고."
"우왁!!!"
미나모토는 캐리의 말에 당황하며 외쳤다. 그 반응이 재미있는지 캐리는 계속 미나모토를 '성희롱'하고 있었다. 뭔가 입장이 역전된듯하지만, 늘 이러니 신경쓰지 말자. 어쨌든 그것을 즐겁게 보고있던 사카키는 문득 미나모토 옆에 놓여져있는 기기들을 보며 궁금함을 감추지 못했다.
"미나모토, 이거 신형리미터인거지?"
"어. 방금전에 막 완성한 시제품들이야."
"어디 한번 볼까?"
미나모토의 말에 사카키는 재빨리 컴퓨터에 있는 신형 리미터에 대한 자료를 훑어보았다. 미나모토가 만든 신형에 대한 자료를 보던 사카키는 신형 리미터의 성능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휘유~ 종래의 타입과 무게도 형태도 같은데 출력은 5~8%정도 증가했단 말이지? 놀라운걸 역시 천재 미나모토야. 이 천재 사카키가 돋보일 틈을 안줘."
"너무 띄우지 마라."
"뭐 사실인걸~"
캐리는 뒤에서 미나모토를 껴안으며 말했다. 두사람의 뜨거운 애정행각에 사카키는 부채질을 하며 더위를 식혔다. 그러던 중 사카키는 호출신호가 온 것을 보고는 두사람을 향해 말했다.
"미나모토, 호출이야. 칠드런들이 부상당했다는군."
"응? 그런데 나는 왜?"
"아, 새로운 리미터건 때문인가봐."
"그래? 그럼 가봐야겠지."
미나모토는 사카키를 따라 국장실로 향했다. 무척이나 당연하게도 캐리도 미나모토를 따라갔다. 국장실에 가게된 미나모토는 처음으로 칠드런들을 보게되었다. 무척이나 거칠고 반항적이고 껄렁하고 또 슬프게보이는 3명의 소녀... 미나모토는 그녀들을 보며 묘한 감정이 느껴짐을 느꼈다. 뭐랄까... 마치 캐리를 처음 만났을때와 같은 감정이랄까? 그걸 느꼈는지 캐리는 미나모토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에... 노가미 아오이쪽에 혹이난 걸 제외하면 없네요."
"즉, 꾀병이었단것?"
"아니 일방적으로 그렇게 말할 필요는... 머리를 부딪힌건 사실이니까요."
사카키의 말에 국장은 떫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사카키에게 물러나도록 권했다. 국장의 권유에 사카키는 식은땀을 흘리며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사실 이런 무거운 분위기는 사카키에게 있어서 되도록 기피하고 싶은 것중 하나였기에 미나모토에게 뒤를 부탁한다는 눈짓과 함께 그곳에서 나왔다.
사카키가 나가기 무섭게 '더 칠드런'의 주임인 스마 키리코가 국장을 향해 외쳤다.
"이제 아셨겠죠 국장님. 이 애들에게는 벌이 필요하다고요."
"그래도! 그래도! 불쌍하지 않나?! 아직 어린애들인데!"
"자꾸 그러시니까 정부에서 절 파견한 거잖아요!!!"
미나모토는 스마 키리코랑 키리츠보국장의 대화에서 뭔가 복잡한 사정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국장과 한바탕 한 스마 키리코는 미나모토를 보더고는 입을 열었다.
"야마모토씨라고 했던가?"
"미나모토입니다."
"뭐 이름은 됐고. 바로 시작해 주겠어?"
스마 키리코의 말에 미나모토는 안경을 고쳐쓰며 말했다.
"리미터 개조라면 당장에라도 가능해요. 이미 개량형은 완성되어있고... 3명의 염파종류에 맞춰 튜닝하면 8~10%이상 효율이 올라갈 거에요."
미나모토가 말을 끝내기 무섭게 칠드런 애들이 미나모토를 노려보았다. 자신을 제지하는 목줄을 강화시키는데 누가 좋아할까? 하지만 뒤이어나온 미나모토의 말에 의외란 표정을 짓는 칠드런들이었다.
"하지만 이 일은 사절하겠습니다. 자기손으로 풀 수 없는 목걸이... 그것도 전기쇼크를 주는 장치는 제 전공이 아니니까요!"
미나모토의 말에 스마 키리코는 무척이나 화가났는지 단번에 미나모토에게 다가가 가랑이 사이로 강렬한 킥을 먹이려했다. 하지만 그 직전에 캐리가 염동력으로 스마 키리코의 행동을 제지했다.
"뭐... 뭐지?!"
"캐리?"
"미나모토에게 해를 끼치는건 안돼!"
팡-
뭔가 때리는듯한 소리와 함께 스마 키리코는 몇바퀴 구르며 국장의 책상에 머리를 쳐박았다. 가벼운 뇌진탕이 있었지만 금새 정신을 차린 스마 키리코는 캐리를 향해 손가락질 하며 외쳤다.
"뭐야 저 초능력자는! 리미터도 없이 다니는거야?!"
"캐리에게 맞는 리미터는 아직까지 만들지 못했거든요."
그말은 사실이었다. 또다른 인격에서 태어난 초능력자인 탓일까? 캐리에게 있어서 리미터는 거의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ECM마저도 안통할 정도니 말 다했다고 할 수 있었다.
이것도 사실이다. 사실 코메리카에서 했던 실험자료들까지 다 들고오자면 아마 지금 있는 국장실의 반을 채울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일 것이다.
"크으...!"
"에잇-"
스마 키리코가 이를 가는 사이 캐리는 미나모토가 말릴틈도 없이 재빨리 손가락을 튕겼다. 캐리가 손가락을 튕기기 무섭게 칠드런들이 차고있던 목줄형 리미터가 박살이 나 버렸다. 스마 키리코는 캐리를 향해 총을 겨누며 외쳤다.
"이봐! 당신 뭐하는 짓이야!!!"
"하지만 아이들이 불쌍하잖아. 이런 악의 가득한 장치를 달고 말이야. 아무리 강도가 약하다지만 전기충격까지 달렸다고 이정도면 불쌍하다는 생각 안들어?"
"하지만...!"
"게다가 당신이 그래 교육받았다고 그러는건 좀 아니잖아"
"에?"
"에-?"
"에--?"
캐리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스마 키리코에게로 향했다. 스마 키리코는 단숨에 안색이 퍼래지며 뒷걸음질 쳤다. 설마 자신이 숨겨온 것이 들킬줄은 꿈에도 몰랐던 탓이었다.
"무... 무슨...?!"
"권총에 있는 탄은 고무총에, 옷에도 전기충격기능, 정작 본인은 극도의 폐쇄공포증~"
"우왁!!!!!!!!!!!!!!!!!!"
캐리의 말에 스마 키리코는 거의 패닉상태에 도달하고 말았다. 하지만 캐리는 용서없이 마지막 한마디를 날리며 스마 키리코를 격침시켰다.
"그러니까... 당신을 어두운 곳에 가두고 망가진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윗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어떨..."
"그만!!!!!!!!!!!! 키리츠보 국장! 나 칠드런 담당에서 빠질테니까 알아서 하세요!!!"
스마 키리코는 그 말을 끝으로 두번다시 나타나는 일이 없었다.
"캐리... 일이 좋게 해결된 건 좋게 해결된건 좋은데..."
"응응."
"왜 우리들이 칠드런의 주임을 맡게 된거야?"
미나모토는 해맑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캐리에게 불평을 터트렸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특무 에스퍼 '더 칠드런'의 담당주임이 된 것이었다. 더불어 미나모토와 캐리의 아늑한 공간은 어느새 칠드런들에게 점령당한지 오래였다.
"하지만~ 저 애들 귀엽잖아~"
"그...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우리집에 들일 필요까지는..."
"어이! 미나모토, 우리들이 온게 불만?"
"그런건 아닌것 같지만으면서도..."
"걱정마 카오루, 그저 쑥쓰러워 하는것 뿐이니까"
"누가!!"
시호의 말에 미나모토는 격렬히 반응하며 외쳤다. 뭔가 머리가 복잡해진 미나모토는 무척이나 지친듯 숨을 헐떡였다. 그런 미나모토를 향해 캐리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뜬금없는 해답이 시호에게서 나오자 미나모토는 토마토같이 붉은 얼굴을 하며 당황했다. '밤생활'이란 말이 나오자 카오루는 언제 그랬냐는듯 반항적인 표정대신에 무척이나 흥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시호! 밤생활이라 함은 그 어른들의...?!"
"어, 맞아."
"호오... 좋은 교육이 되겠고마."
"어이 이봐!!!"
"뭐~ 괜찮지 않아?"
"캐리!!!!"
미나모토는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고민하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자... 모두들 모이시고-!"
벚꽃이 흩날리는 어느 5월. 3년에 걸친 연애를 해온 연인이 결혼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연인... 아니 부부의 이름은 미나모토 코이치와 미나모토 캐리. 노멀과 레벨7의 복합능력을 지닌 이중인격 에스퍼와의 결혼식이 지금 거행되고 있었다. 물론 하객들도 많이왔다. 특히 바벨은 물론이고 판도라, 코메리카의 에스퍼들 등등 수많은 하객들이 와서는 두사람을 축하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여성하객들중 절반은 어째서인지 손수건을 뜯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왜 일까?
주례를 맡은 사카키의 갑작스런 옆길새기에 미나모토는 강력한 제재와 함께 태클을 걸었다. 그렇게 우습고도 엄숙한 두사람의 결혼식은 계속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가지로 미나모토와 친하게 지내던 여성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언제 저런남자를 만나나? 그전에 미나모토같은 사람을 또 만날 수 있기나 할 것인가? 그런 안타까움의 기류가 여성들 사이에서 형성되었을때 문득 시호가 말을 꺼냈다.
"괜찮잖아. 골키퍼 있다고 골이 안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게다가 세상에는 '불륜'이라고 하는 아주 멋진 단어가 있다고."
"불륜이라..."
불륜이라는 말에 제각기 침을 흘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여성진이었다. 효부 쿄스케는 그런 여성진을 보면서 당황한듯 입을 열었다.
"후지코... 쟤네들 관리하려면 무지 힘들겠는데?"
"어머? 관리할 필요가 있던가?"
"응?"
갑작스럽게 젊어진 목소리에 효부는 옆을 돌아보았다. 어느새 최전성시기인 17세로 돌아간 후지코가 효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후지코씨 왜 갑자기 그런 모습으로...?"
"왜긴, 나도 저 쟁탈전에 참여해야하니까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후지코는 불륜에대해 논의중인 여성진 사이에 끼어들었다. 하늘은 푸르고 햇살은 따스했다. 하지만 앞으로 닥쳐올 미나모토의 암울한 미래를 떠올리면서 효부는 미나모토를 향해 동정, 또 동정을 했다.
"전쟁은 앞으로 10년은 더 미뤄야할거 같군. 저녀석 뒤치닥거리에 그정도는 써야 할거같아... 휴우... 그럼 나도 100살은 될텐데 말이지... 그나저나... 에스퍼 성전의 주역은 쟤네들이 아닌 그 다음 세대가 될려나..."
이미 효부의 말에서는 미나모토의 미래는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무척이나 따스한 5월의 어느 하루에 있었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