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히무란

calendar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Notice

2012. 5. 13. 20:55 글/SS
그것은 우연한 변덕, 그것은 우연한 만남.
친구들과 함께 아이돌이 되기 위해 이런저런 준비를 하고 있던 토고지 레이카는 바쁜 준비속에서 잠깐의 여유를 가지기 위해 다른 사람들 몰래 산책을 하고 있었다. 마침 평일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생각보다 적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다.
복닥거림에 휘말릴 일이없었기에 여유롭게 발거음을 옮기고 있던 토고지 레이카는 문득 거대한 전광판에서 하고있는 한 아이돌 그룹의 설월화(雪月花). 자신이 동경하고 닮고자 하는 현재 최고의 아이돌 그룹.
"역시 굉장하네, 설월화는."
갑작스럽게 옆에서 들려온 사내 목소리에 토고지 레이카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평소라면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나 왠지모르게 신경이 쓰여 돌아봤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더위 탓인지 벗은 상의를 허리에 끼고 전광판을 올려다보고 있는 안경을 쓴 순박한 인상의 청년을.
청년은 전광판을 올려다보며 손을 뻗었다. 무엇인가를 쥐려는듯-
"언젠가는 나도 설월화같은 톱 아이돌을 프로듀스 하겠어!"
그가 잡고자 하는 것은 꿈. 그는 자신들과 같은 꾸고 있는 사람. 위치는 다르지만 같은 목표를 지닌 그를 보며 왠지 운명을 느낀 토고지 레이카는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다가갔다.
"저... 저기"
"응?"
"아이돌 프로듀스를 하고 싶으신건가요?"
토고지 레이카의 물음에 청년은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들었어? 실은 나 프로듀서 지망이라..."
"프로듀서 군요."
"아직 소속사도 없고 몸뿐인 초짜지만 말이야. 그래도 언젠가는..."
"그럼 저희들을 프로듀스 해 주실 수 있나요?"
"뭐?"
갑작스런 레이카의 말에 청년은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회사에 소속되지도, 경험도 없는 자신에게 프로듀스 요청이라니...
"아까도 말했지만 난 그저 프로듀서 지망이야. 소속사도 없고 경험도 없는 생 초짜라고."
"그렇기에 부탁드리는거에요. 저희들도 이제 막 아이돌이 되려고 준비하는 중이니까요. 이런 저희들의 동반자가 되어주시지 않겠어요?"
레이카의 말에 청년은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밝은 표정으로 레이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망 동지라... 이런것도 가끔은 괜찮으려나?"
"그럼..."
"맡아줄게. 프로듀스. 아무런 경험도 없는 초짜지만"
"부탁드려요. 프로듀서씨"
그것이 프로듀서와 토고지 레이카의 첫 만남이었다.

토고지 레이카가 프로듀서를 영입하고 돌아 왔을때 그녀의 친구인 두사람, 아사히나 린과 산죠 토모미 두사람이 몰래 산책을 갔다온 토고지 레이카를 향해 가벼운 분노를 터트렸다.
"레이카~ 우리들이 일하고 있는 중에 무슨 땡땡이?"
"너무하다고 레이카-"
"아야야야야- 아파 아프다고"
"이 아이들은?"
프로듀서의 물음에 레이카에게 체벌을 가하던 두사람은 즉시 손을 멈추고 프로듀서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두사람은 레이카를 구석으로 끌고 간 뒤 입을 열었다.
"뭐야 저 퓨어한 훈남 형씨는? 설마 레이카의 그이?"
"배신자...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너무해"
"틀려! 우리들을 프로듀스 해줄 프로듀서라고!"
레이카의 말에 두사람은 눈을 지그시 뜨며 프로듀서를 살짝 바라보았다. 퓨어한데다가 훈남이지만 어딘가 못미더운 초짜의 분위기를 풀풀 풍기고 있는 모습에 두사람은 절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저 초짜 오라를 풍기는 형씨가?"
"무리라고 생각해"
"그렇기 때문에 어울리지 않아? 우리들도 초짜, 프로듀서도 초짜- 그런 초짜들의 모임이 나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뭐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프로듀서는 제대로 된 사람이 좋지 않을까?"
두사람의 걱정에 레이카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두사람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난 말이야 그 사람에게서 꿈을 봤어. 우리들과 같은 꿈을- 톱 아이돌을 노린다는 꿈을. 그런 꿈을 꾸는 사람이야 말로 우리들을 프로듀스 해줄 수 있지 않을까?"
레이카의 말에 두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단순히 좋은 프로듀스만으로 톱 아이돌을 노릴 수 있을 만큼 아이돌의 세계는 만만치 않았다. 그럴바엔 차라리 자신들과 같은 꿈을 꾸는 이의 프로듀스가 훨씨 나을지도 몰랐다. 두사람이 수긍하는 기색을 보이자 레이카는 돌아서서 프로듀서를 향해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두사람의 소개를 했다.
"오래 기다렸죠? 이쪽은 아사히나 린, 이쪽은 산죠 토모미에요"
"잘부탁해 프로듀서씨"
"부탁합니다."
"잘 부탁해 두사람 다"
두사람과 인사를 마친 프로듀서는 그제서야 가장 중요한 것을 잊었다는 듯 레이카를 향해 물었다.
"저기 레이카, 너희 세명 그룹으로 나가는 거지. 이름은 정했어?"
프로듀서의 질문에 레이카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정했어. 이 만남을... 이 행운과도 같은 만남을 기념해서 말이야."
"어떤 이름이야?"
"럭키 엔젤!"
레이카의 외침에 린과 토모미는 식은땀을 흘리며 레이카를 향해 말했다.
"그건 좀 부끄러운 이름인데..."
"센스가 너무해"
"잠깐, 이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거야!"
"당연하지 럭키 엔젤이라니 유치찬란하잖아!"
"아이돌 이름은 유치찬란한게 좋은거야!"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그렇게 철없는 부자집 아가씨의 아이돌 그룹, 럭키 엔젤이 결성 되었다. 그것은 토고지 레이카가 아직 순수했을 적 이야기, 그리고...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이야기. 지금에 와서는 가슴아플뿐인 그러한 이야기 였다.

"또 그 꿈인가..."
창밖에 보이는 아직 걷히지 않은 어둠과 벽에 걸린 시계로 아직 새벽임을 자각한 토고지 레이카는 조금은 지친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실로 향했다.
그 날 이후 모든 것이 바뀌었을때 두번다시 그때의 일은 떠올리지 않기로 결심했건만, 최근 그때 그시절의 꿈을 계속 꾸고 있었다. 차라리 비참한 기억이었으면 상관 없을텐데, 너무나도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이었기에 역으로 한층 더 슬프고 괴로웠다. 그때 그 일만 없었더라도 자신은...
"프로듀서씨..."
자신도 모르게 흐르려던 눈물을 황급히 닦아낸 레이카는 샤워실에서 물을 뒤집어 쓴 후 잠에서 완전히 깨도록 뺨을 강하게 쳤다. 이미 지난 일을 계속 생각해선 안될 일이었다. 지금의 자신에겐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 자료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개되면 모두가 놀라겠지?"
쓴웃음일까? 아니면 비웃음일까? 어느쪽인지 알아보지 못할 미소를 지은 레이카는 책상속에서 한부의 서류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지난 10년간 있었던 비리로 점철된 아이돌 마스터 그랑프리의 자료. 만약 이것이 아이돌 마스터 그랑프리의 결승전에서. 그것도 우승자의 손에서 우승자 본인의 비리까지 낱낱히 밝혀지만 그 여파는 클 것이 틀림없었다.
아마 적어도 아이돌 마스터 그랑프리는 파멸... 아니 어쩌면 일본 아이돌 예능계가 붕괴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밀어준 토고지 그룹에도 그 영향이 미칠것은 자명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날 이후 자신의 마음은 죽은지 오래였으니까 말이다.
"아이돌 따위 전부 망해버리라지."
자신들의 우상이고 꿈이었던 그녀들 '설월화(雪月花)'는 그야말로 가식과 허영으로 점철된 존재였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기라지만 그런 존재를 동경했던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진실을 봤으면서도 바보같이 꿈만 바라보는 그 바보도..."
"레이카 일어났어?"
"린? 무슨 일이야. 이른 아침부터."
"사노 미고코로와의 교섭이 완료 됐어."
"그래, 잘 됐네. 뭐 앞으로 우리가 할 일에 휘말리게 되는건 아쉽지만... 말은 했어?"
"응, 금방 눈치채더라. 뭐 그녀 자신은 소소한 공연이 더 좋으니까 별 상관 없다나..."
"이걸로 일말의 미안함도 필요없는건가? 마음껏 저질러 주겠어- 이 빌어먹을 아이돌 마스터 그랑프리를 말이야!"
그야말로 악당과도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레이카를 보며 아사히나 린은 조금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 레이카"
"왜?"
"그 사노 미고코로 부터의 제안이 있었는데..."
"어떤?"
"우리가 후공을 취했으면 한데. 압도적임을 과시하기 위해"
"흠..."
린이 전한 사노 미고코로의 제안에 레이카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지금까지 토고지 레이카의 마왕엔젤이 압도적으로 우승할 수 있었던 것은 뒷공작 이외에도 다른 아이돌들을 압도하는 실력이었다. 문제는 매번 선공을 잡는 레이카가 어떻게 나오냐 하는 가였다.
"뭐 상관없으려나. 어차피 이번으로 마지막이니까..."
레이카는 그렇게 말하며 밖으로 나섰다. 마지막 공연을 준비하기 위해-

"정말 이걸로 된건가 미고코로?"
무뚝뚝한 산죠 토모미의 말에 마왕엔젤의 신입이자 임시멤버 사노 미고코로는 감사의 인사를 하며 말을 이었다.
"네, 그걸로 충분해요. 제 예상이 맞다면 이번 남코 엔젤과의 대결로 그녀는 자신이 잊어버렸던것을 발견할 수 있겠죠."
"그렇지 못한다면?"
"뭐 다같이 파멸할 뿐이죠. 저는 상관없지만 여러분들은 친구가 파멸해가는 모습을 보기는 싫겠죠? 설령 막을 수 없다해도..."
"그렇지. 하지만 우리들은 막을 수 없어. 그녀의 분노와 슬픔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니까. 막을 수 있던 유일한 사람도 지금은 여기에 없고."
"그런가요."
미고코로는 산죠 토모미가 내온 차를 홀짝이며 자신이 꺼낸 계책이 통할지 어떨지에 대해 천천히 고민했다. 상관없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자신으로서도 나름 유서있는 아이돌 마스터 그랑프리가 망하는것은 보기 싫었다.
"저기,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누구죠?"
"...."
산죠 토모미는 이것을 말해도 되는지 안되는지 고민하며 이내 입을 열었다.

그 며칠 뒤 새벽 765프로덕션 옥상
"달링~ 여기서 뭐하는거야?"
"미키, 이른 새벽부터 뭐 하고 있어?"
"달링이야 말로 이런 새벽에 옥상에서 뭐하고 있어? 옥상은 춥다고"
미키의 말에 프로듀서는 귀에 끼고 있던 이어폰을 빼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약간 마음의 정리 좀."
"마음의 정리?"
프로듀서의 말에 미키는 프로듀서의 손에 들려있는 MP3에 시선이 갔다. 그리고 프로듀서의 신경이 다른데 간 순간, 그녀는 재빨리 프로듀서의 MP3를 채갔다.
"자, 잠깐 미키!"
"뭐야 이건. 우리의 곡이 아니잖아."
프로듀서가 듣고있던 곡을 들은 미키는 뺨을 부풀리며 말했다. 프로듀서가 듣고있던 곡은 자신의 곡도, 전에 프로듀스한 치하야의 곡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다른 멤버들의 곡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다만 왠지 익숙한 목소리가 미키의 귀에 들려오고 있었다.
"이 목소리는... 분명 우리 결승상대인 마왕엔젤의... 그런데 이 곡은 들어본적 없어."
"당연할거야. 그 곡은 세상에 나온적이 없으니까."
"뭐?"
"그 곡은 말이지. 원래 '럭키엔젤'이 본격적으로 TV에 데뷔했을때 부르려던 노래였어. 하지만 당시 최고의 아이돌이었던 설월화의 방해로 그녀들은 데뷔하지 못했고 결국 그 노래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지."
"럭키 엔젤?"
"마왕엔젤이 처음 데뷔했을때 이름이야. 이제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지만."
"그런데 달링이 어떻게 이 곡을 가지고 있는거야?"
"내가 가장 처음 프로듀스한 아이돌이 그녀들이었으니까."
"그래서..."
"내가 치하야의 프로듀스에 실패한건 알고 있지?"
프로듀서의 말에 미키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의 프로듀스가 아니었다면 치하야는 그정도의 높은 위치까지 다다를 수 없었을 것이 분명했다. 그건 치하야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프로듀셔는 이렇게까지 자책을 하는 것일까?
"그건 말이지. 내가 그 아이들을 버린 상징이야..."
"프로듀서가... 버렸어?"
미키는 프로듀서의 말에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 호인 프로듀서가 아이돌을 버렸다고 말하다니... 도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생각이 미키의 머릿속에서 멤돌았다.
"그당시 난 의욕뿐이어서 말이야. 럭키엔젤이 TV 데뷔할 당시 설월화의 방해에서 어떻게하면 그녀들을 데뷔 시킬지 혼자 고민하기만 했어. 그러던 중 그 소식을 들은 토고지 재벌에서 멋대로 개입하게 되었고 나는 내가 담당하고 있던 아이돌을 의심해버렸지. 순수하게 실력으로 톱 아이돌이 되자는 그때의 약속을 저버린게 아닌가 하고. 그 의심을 이기지 못한 나는 그 아이들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나와버렸었어."
"아... 그래서 그때..."
미키는 프로듀서의 말에 일전에 이오리에게서 들은 사건에 대해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듀서가 이오리를 마중나갔을때 마주친 레이카가 왜 프로듀서 더러 배신자라 한 건지 이제는 알것 같았다.
"이젠 정리해야겠지. 그때의 추억도..."
"프로듀서, 이 곡 빌릴게"
"자... 잠깐 미키!"
"기대해줘, 아이돌 마스터 그랑프리 결승전!"
"자... 잠깐 미키!!"
프로듀서는 자신의 MP3를 가지고 다급히 내려가는 미키를 보며 당황스럼이 가득한 표정으로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번 아이돌 마스터 그랑프리가 매우 걱정되는 프로듀서였다.

수시간 후 아이돌 마스터 그랑프리 회장.
전국에서 모여든 십수만명의 아이돌 팬들. 그들이 지금 최고의 아이돌 자리를 두고 자웅을 겨루는 두 아이돌 그룹. 마왕엔젤과 남코엔젤-
정상에선 두 아이돌을 보기위해 회장은 이미 만원상태였다. 그리고 선공은 남코엔젤. 언제나 앞에서서 상대를 철저히 깨부수는 마왕엔젤답지 선택이었지만 마왕엔젤의 팬들은 이것도 마왕엔젤의 압도적인 우승을 보여주기 위함이라 생각하며 아무런 동요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뭐, 마음껏 즐기라고. 이번이 마지막 공연일테니"
토고지 레이카는 다시한번 서류를 살피며 마지막 공연을 기다렸다. 실력엔 자신있었다. 만약 자신이 불리하다 하더라도 뒷공작을 써서 승리할 생각이었다. 물론 그 직후에 자신이 밝혀야 할 부정이 하나 더 늘겠지만 애초에 결정한 것을 뒤집을 생각따윈 전혀없었다.
"그러고보면 프로듀서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못했네..."
오로지 프로듀서 일직선으로 살아온 프로듀서에겐 미안하지만 이제 아이돌 일을 맡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제 몇시간 뒤면 아이돌 시장은 완전히 붕괴해버릴 테니까.
[그럼 남코엔젤의 신곡 '이 만남을 축복해!' 시작하겠습니다.]
마이크의 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는 리듬. 그 리듬은 너무나도 익숙하고 익숙해서 절대로 잊을 수 없는 리듬 이었다. 그리고 마왕엔젤의 원 멤버 3인방은 놀란표정으로 이 곡에 대해 기억해 냈다.
"이 곡은..."
"설마...!"
"우리들의..."
"응?"
원래 마왕엔젤이 아니었던 사노 미고코로만이 세사람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한채 남코 엔젤의 노래를 순수히 감상하고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좋은 노래였다.

수시간 전 765 프로덕션
"잠깐, 정말 이 노래로 할 생각이야? 그것도 결승을 고작 몇시간 앞두고?"
"이 노래가 아니면 안되는거야."
갑작스런 미키의 폭탄선언에 남코엔젤의 모두는 당황스러움과 어이없음을 느끼고 있었다. 고작 수시간만에 곡 하나를... 그것도 음악만 있는 곡을 결승전에 내놓는다니.
류구 코마치가 프로듀서 대신 뭐라 하려고 하던 찰나 구석에서 고민하고 있던 키사라기 치하야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래, 하자"
"잠깐 치하야?"
"치하야씨! 알아주었구나!"
"잠깐 치하야, 너도 무슨 말을 하는거야?!"
"우리들은 그동안 프로듀서에게 많은 신세를 졌었지?"
"뭐... 그렇지?"
"프로듀서가 없었으면 어떻게 됐을지..."
"이번 일은 우리가 그동안 프로듀서에게 진 신세를 갚을 유일한 기회일지도 몰라"
"그렇다 해도..."
"그래도 해보는거야!"
"자... 잠깐!"
호시이 미키와 키사라기 치하야. 이 둘의 강력한 주장으로 프로듀서의 MP3에 담겨 있던 노래 '이 만남을 축복해'를 결승전에서 부르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것은 프로듀서도, 프로덕션의 사장도 모르는 일이었다. 단 몇시간의 연습으로 이뤄진 이 무대는 그야말로 기적, 모두의 염원이 모여 만들어진 기적의 무대였다.

"저 노래... 아직 기억하고 있었구나"
"왠지 분한걸."
"설마 이 노래를..."
마왕엔젤 멤버들의 알 수 없는 반응에 사노 미고코로는 의아한 표정으로 다른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여러분들 왜 그러시죠?"
"아니, 옛날 추억이 생각나서 말이야. 원래 이 노래... 우리가 처음 TV에 데뷔했을때 부르려고 했었던 노래거든"
"그걸 어째서 남코 엔젤에서?"
"남코엔젤의 프로듀서는 원래 우리들을 담당했던 프로듀서였으니까."
마왕엔젤의 멤버들이 추억에 빠진 사이 사노 미고코로는 왠지 기쁜듯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고 있는 토고지 레이카를 볼 수 있었다.
"아직 잊지 않고 있었구나..."
"토고지씨? 울고계신요?"
"아... 아냐!"
다급히 눈물을 닦고 있었지만 살짝 지워진 화장을 보자면 울고 있었던것이 분명했다.
"흐음..."
미고코로는 뭔가 눈치챘는지 재미있다는 미소를 지었지만 그것을 보고만 있을 토고지 레이카가 아니었다. 토고지 레이카는 품속에서 조금은 구형모델인 mp3를 꺼내더니 사노 미고코로를 향해 넘겼다.
"곡을 바꿀거야."
"네?"
"당신을 믿고있어 사노 미고코로양"
"어이, 레이카. 너 설마 그 곡을?"
"그래, 우리들의 진정한 데뷔곡을 부를 생각이야."
"'꿈을 꾸는 소녀들'을?"
"그래, 프로듀서를 위해 숨겨두었던 곡을"
가장 동경하던 대상에게 꿈을 배신당하고 좌절했던 소녀는, 지금 다시한번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이제는 스러져버렸다 생각한 추억속에서

"이 녀석들..."
프로듀서는 남코엔젤의 곡을 듣고는 그때의 추억을 떠올리며 눈물을 훌쩍이고 있었다. 만약 그때 그 일이 없었다면 그는 럭키엔젤의 프로듀서로서 저 곡을 듣고 있었으리라...
"기특하다고 해야할지 무모하다고 해야할지."
일 개인으로선 기특하지만 프로듀서 보자면 무모해도 한참 무모하다고 밖에 할 수 없는 무대였다.
"이번 그랑프리가 끝나면 혼내야... 응?"
남코엔젤의 무대가 끝나기 무섭게 상대인 마왕엔젤이 무대에 올랐다. 평소의 압도적인 분위기와는 다른 분위기 그 느낌은 마치, 수년전 아직 같은 꿈을 꾸고 있었을 당시. 럭키엔젤이었을 시절 그녀들의 모습과 같았다.
"마왕엔젤의 신곡. '꿈을 꾸는 소녀들' 갑니다!!"
토고지 레이카의 외침과 함께 아사히나 린과 산죠 토모미가 연주하기 시작하고 사노 미고코로가 백업으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전혀 들어보지 못한 노래였지만 럭키엔젤의 프로듀서였던 프로듀서는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이 노래가 누구를 위한 노래인지...
"너희들..."
최고의 아이돌이 되기 위해 노력하던 소녀들이, 자신이 멋대로 오해해 외면했던 소녀들이 지금 톱 아이돌로서 이 자리에 서 있었다. 너무나도 감격한 프로듀서는 자신도 모르게 손뼊을 치고 있었다.
프로듀서가 손뼉을 치기 시작하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도 프로듀서의 박수에 호응하며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어느새 아이돌 마스터 그랑프리 회장에는 우렁찬 박수소리가 회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아이돌 마스터 그랑프리의 결승전은 그 어느때보다도 반짝였다. 부활한 꿈과 지금까지 반짝여온 꿈이 부딪히고 그 빛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도, TV로 보고 있던 사람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찬란했다. 그 찬란함도 마왕엔젤과 남코엔젤의 승부가리기로 막을 내려야 했지만 말이다.
결국 근소한 차이로 마왕엔젤의 승리... 남코엔젤의, 765프로덕션의 아이돌들은 그 결과에 무척이나 아쉬워 했으나 워낙의 박빙의 승부였기에 한편으로는 후련해 하고 있는듯 했다.
그리고 아이돌 마스터 그랑프리가 끝난 후, 프로듀서는 마왕엔젤의... 럭키엔젤의 토고지 레이카의 요청에 의해 회장 옥상에서 토고지 레이카를 기다렸다.
"오랜만이네. 프로듀셔씨"
"오랜만이야, 레이카"
"프로듀서가 키운 신인들 실력 좋던데요"
"너만할까?"
수년만에 제대로 인사를 나눈 두 사람은 서로 등을 기대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저기.."
"먼저 말하세요."
"미안해 레이카. 지례짐작으로 널 버렸던걸."
프로듀서의 말에 레이카는 고개를 흔들며 입을 열었다.
"프로듀서, 솔직히 말하자만. 전 오늘을 마지막으로 아이돌 업계를 파멸시키려 했었어요."
"뭐?"
"설월화때 아이돌 시장에 환멸을 느끼고는 아이돌 시장에 있었던 비리와 이런저런 뒷이야기를 조사해서 이 자리에서 전부 공개할 생각이었어. 이런 거짓된 꿈따윈 그냥 사라져버리는게 좋다고 생각했으니까."
"레이카..."
"그런데 나도 다시한번 꿈꾸게 되었어. 프로듀서가 아직 간직하고 있었던 그 곡때문에"
"그건 그애들이 멋대로..."
뭐라 변명하려던 프로듀서였지만 레이카는 문답무용으로 프로듀서에게 파고들며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프로듀서씨... 괜찮으면 다시한번."
눈물이 글썽이는 눈으로 프로듀서를 향해 고백아닌 고백을 하려던 토고지 레이카는 옥상 입구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고백을 멈추고 프로듀서와 함께 그쪽을 바라보았다.
[자... 잠깐 밀지마!]
[지금 중요한 장면]
[조용히 구경을..]
[나의 허니라구!]
[프로듀서씨, 최저!]
[잠깐, 무겁...]
"우와아아앗!"
요란한 비명과 함께 문 뒤에 숨어있던 사람들이 쓰러졌다. 열 몇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인 탓인지 순식간에 문앞에 사람언덕이 생겨났고 레이카와 프로듀서는 아연실색하며 쓰러져있는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너... 너희들!"
"언제?!"
"프로듀서는 나의 허니라구!"
"나도 프로듀서씨를 좋아한다 말이야!"
미키와 치하야의 외침에 토고지 레이카는 자신 만만한 표정으로 두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프로듀서씨를 노릴테면 노려보라고. 도전이라면 전부 받아서 뭉개줄테니까!"
그날 가장 소란스러웠고 또 소란스러워질뻔 했던 하루는 오래전 갈라졌던 두 사람의 화해와 함께 조용하게. 또는 조금 시끄럽게 끝났다. 더불어 1년 후 호시이 미키, 키사라기 치하야, 마왕엔젤이라는 삼파전이 벌어졌지만 그것은 나중의 이야기-
지금으로선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다.
posted by 히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