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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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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6. 5. 11:11 글/오리
"자 여기 네 학생카드"
일련의 등록과정을 마친 한라산은 기기에서 나온 카드를 꺼내 천군에게 건넷다. 학생카드를 건네받은 천군은 드디어 자신이 정식적으로 자부무학교의 학생이 되었음을 깨닫고 복받쳐오르는 감격에 흐르려는 눈물을 참느라 여러모로 고생하고 있었다.
그렇게 천군이 감격에 빠져있는 동안 군은 자신의 자리에 놓여진 마이크를 켜고 목청을 가다듬었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하는겁니까 숙사장님..."
"우리쪽 전통이잖아"
"전통이라고해도 숙사장님이 오시고나서 생긴거니 5년밖에 안됩니다만?"
한라산의 비꼼에 천군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전통이라뇨?"
"아아, 지금의 숙사장님이 오시고나서 생긴 전통이라 뭐라하긴 힘든 전통인데 새 직원이나 학생이 오면 그날 저녁은..."
"자식들아 신입생왔다! 불고기파티다!!!"
"숙사장님이 강제로 불고기파티를 열어버리지-"
"파티 입니까?"
"관련 예산없이 전부 숙사장님 자비로 말이야. 덕분에 파티가 있고나면 다른 숙사 녀석들에게 고기냄새난다고 눈총받고있지"
한라산의 말에 천군은 경악에 찬 표정으로 한라산에게 물었다.
"자비로라니... 숙사 인원이 전부 몇명이기에?"
"직원 300명, 학생 널 포함해서 120명 뭐 직원분들은 주말이니 가족계신분들은 집에 가셨을테고... 그럼 총원 200명 정도일려나? 아차 고깃집에 연락부터-"
"잠깐만요, 200명이 먹을 고기값을 자비로 부담하는겁니까?"
경악하는 천군, 하지만 정화를 걸고있는 한라산은 천군의 말을 제지하며 말했다.
"잠시 주문좀 하고- 에 그러니까 삽겹살 100인분이랑 소갈비 100인분에... 다른고기도 좀... 대금은 언제나처럼으로- 아, 기왕이면 파랑 무는 좀 덤으로 부탁드려요. 장사 하루이틀도 아니고 거래금액도 금액인데 그정도는 괜찮죠?"
불평을 했어도 역시 고기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이런 일이 많아서 익숙한탓인지는 모르지만 한라산은 무척이나 익숙한 솜씨로 고기를 주문하고 협상까지 마친 한라산은 뒤늦게 천군의 질문에 답을 해 주었다.
"응, 전부 자비로. 뭐 숙사장님은 돈이 남아도시는 분이신지라. 지난번에 만든 칼도 예술품으로 10억가량에 팔리기도했고 돈문제로 태클거는건 포기했어"
묘하게 지치표정으로 말하는 한라산, 그의 표정에는 어딘지 세파에 지친 샐러리맨의 노고가 보였다.
학생, 특히 체육계로선 있을 수 없는 분위기였지만 굳이 그 부분을 걸고넘어지지않는 그였다.
"그럼 고기가 올때까지 준비를 시작할까- 숙사장님, 방송 부탁드려요."
"오케이! 숙사에 남아있는 녀석들은 전원 나와라! 숫을 꺼내고 불판을 깔고 불을 피워라!!!"
와이아아이아아아아아아!!!!
군의 외침과함께 창밖에서 부터 무수한 외침과 함께 엄청난 기세가 깔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군기라 할법한 기세, 아직 군대에 가지 않은 천군이었지만 저 기세는 그야말로 군기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1조는 창고로 가서 불판과 숫을 꺼낸다!"
"2조는 불판과 숯을 받아 세팅이다!"
"3조, 고기가 오면 바로 분배다!"
"4조! 채소 사와라!!"
누군지 모를 외침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그 광경을 보며 천군은 고기의 힘을 새삼 깨달았다.
"슬슬 나가자, 우리도 도와야지."
"아, 네."
한라산의 말에 천군은 짐을 숙사장실에 두고서 훤하게 뚫린 복도 벽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두사람은 창대로 삿대질을하며 이래저래 소리치고있는 우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거기 빨리 안치워! 세팅 할 수 없잖아!!"
"벌써 부활한거냐? 한동안 못일어날 정도로 강하게 찼는데..."
"이몸의 멧집은 사부님의 수련덕에 지당권이나 레슬러나 철포삼등의 경기공을 전문으로 하는 녀석들에 비견될 정도지! 그정도 발차기면 10초만에 일어날 수 있어"
한라산에대한 명백한 도발, 한라산은 한번더 발을 날리려던 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입을 열었다.
"오냐, 다음번엔 진짜 죽지 않을만큼의 힘으로 걷어차주마, 그보다 너도 놀지말고 도와라!!"
"놀다니, 나는 이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적절한 지시를... 우객!"
"도와라고 했다. 입 말고 몸으로-"
결국 한대 걷어차며 말하는 한라산, 그런소란속에서도 고기파티를 위한 준비는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너부러져있던 쓰레기가 치워지고 불판이 차례로 세팅되며 숯이 채워졌다. 그리고 숯에 불을 붙일 쯤, 학생들과 여남은 직원들이 기다리던 고기를 담은 접시가 차례차례로 옮겨졌다.
판이 다 깔리고 숙사장실에서 마이크를 가지고 나온 군은 군침을 삼키며 불판을 바라보고있는 학생들과 직원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자, 모두들 준비 다 됐지! 오늘 일용할 고기를 먹을 이유를 준 신입생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잘 먹겠습니다!""""""
치이이익-
우렁찬 외침과 함께 고기익는 소리와 함께 진하디진한 기름향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작되는 광란의 식연-
앉아있는 이들은 정신없이 젓가락을 놀리고 서있는 이들은 부지런히 고기와 야채를 옮겼다.
200명이나 되는 인원 탓일까? 고기가 구워지고 사라지는 속도가 장난 아니었다.
그러한 광경을 보며 천군은 살짝 질린 표정으로 보며 말했다.
"여긴 항상 이런 느낌인가요?"
"전혀, 평소에는 우림이 같은 부류가 많달까... 애초에 여기는 사대숙사인 십왕숙, 금강숙, 호천숙, 기갑숙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섞이지 못한 녀석들이 그래도 학교는 꼭 다니고 싶어서 오는 최종라인. 일종의 아웃사이더들의 집단이거든. 이런 고기파티나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닌이상 협조성은 기대 안하는 편이 나아. 애초에 숙사장부터 자유분방하지만"
한라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고기를 구워먹고있는 무리 중 하나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빼꼼 내밀어보니 한손에 아까 부숴먹은 호롱박과 비슷하게 생긴 호롱박을 입에 물고 얼굴을 붉히고 있는 숙사장 이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크하- 역시 고기 한점과 죽엽청은 천생연분이구만!"
"누가 숙사장에게 술 먹인거냐!!"
"젠장 다들 페이스를 올려! 이대로는 고기가 전멸해버린다고!"
죽엽청이란 말이 나오기 무섭게 고기 먹는 속도가 한층 더 빨라지는 학생들, 하지만 그런 학생들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군은 젓가락을 놀리며 익었다 싶은 고기는 전부 채가는 만행을 벌였다.
뜨겁지도 않은걸까? 아니면 너무나도 빠른 속도 때문에 열이 식어버린 걸까?
군은 뜨거워하는 기색 하나 없이 고기를 먹어치웠다.
그런 광경에 놀라면서도 저리 호들갑을 떨 필요가 있나 싶던 천군은 별스럽단 표정으로 앉으며 입을 열었다.
"선배, 지금 저쪽에서 재밋는 일이..."
"우물우물. 너도 얼른. 우물우물. 먹어 안그럼 숙사장님이 전부 우물우물"
정신없이 먹어대는 한라산을 보며 왜이리 호들갑을 떠느냐고 말하려던 찰나, 천군은 눈으로 쫓기도 힘든 속도의 섬광이 눈앞을 지나갔다. 흐릿해서 뭔지 분간하기도 힘들었지만 익숙하디 익숙한 그 형태에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 그것은 젓가락이었다. 기름이 번들번들한 고기를 찢고 유린하는 젓가락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창이었다. 적의 방해를 뚫고 목표를 정확히 꿰뚫는 궁극의 창이었다.
천군은 그 젓가락의 주인을 보기 위해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그러자 거기엔...
새빨간 얼굴을 하고있는 명백히 취한 숙사장 이군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그야말로 신기의 가까운 손놀림으로 0.1초의 낭비도 없이 완벽하게 익은 고기들을 낚아채며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 광경은 그야말로 태풍, 태풍 그 자체였다.

"잘 먹었어?"
약 2시간 가량 지나고 고기도 야채도 다 떨어져 마무리를 하고 정리하던 중 한라산이 천군에게 물었다. 하지만 지친표정의 천군은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다른사람의 반정도 먹었을까... 그 뒤로는 기억이 끊겨서-"
"그것만으로 대단한거야. 보통은 그거의 반에 반도 못먹고 기절해버리지, 더더구나 오늘은 숙사장님이 술을 드셨으니..."
진절머리 난다는 투로 말하는 한라산, 천군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숙사장님 술에 약하신가요?"
"엄청, 한잔만이라도 입에대면 그대로 취해버릴 정도로"
"무지약해?!"
"예전엔 술만들어가면 잠들어버리셔서 고기 많이 먹으려던 녀석들이 일부러 술을 먹였는데 최근엔 술주정이란 이름의 폭주로 바뀌어서 말이지... 입도못대도록 하고있어 최대한"
"마시는 순간 방금처럼 되서요?"
"응, 오늘도 30명이나 당했지 널 포함해서"
자신처럼 기억이 날아가버린, 숙사장인 군에게 기절한 이들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납득한 천군은 마지막 남은 불판을 세척장에 가져다 두고 한라산에게 물었다.
"그런데 전 오늘부터 어디서 지내면 되나요?"
"아참 알려주는 걸 깜빡했었군. 아까 우리가 있던 건물 1층이나 2층 빈방에 아무데나 자리잡으면 돼. 단 201호는 내방이고 301호는 숙사장님, 303호는 우림이 녀석 방이니까- 그리고 207호와 208호도..."
"에, 우림 선배도 같은 건물입니까?"
"왜?"
"여자잖습니까"
"그게 여자로 보이냐? 여자만 있는 건물에 냅뒀더니 깽판를 쳐놔서 얼마나 곤란했는지..."
한라산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젓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어쨌건 내일부터 바로 수업시작리니까 준비 잘 하고, 시간표는 있지?"
"예, 이쪽에 오기전에 뽑아뒀어요"
"뭐 우리숙사는 바로 옆이 교육동이니 교실 찾는데 걸리는 시간 감안해도 여유로울거다 제때 출발하면 말이지"
한라산은 그리말하며 어느샌가 쓰러진 이군을 들쳐업고서 건물안으로 들어갔다.
천군은 고기로 인해 여러가지의미로 뜨거웠던 열기가 식은 구무숙의 광장을 바라보며 왠지 유쾌한 학교생활이 될것 같다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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