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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5. 28. 01:16 글/오리

"저... 저기 사부"
"왜?"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차갑습니다만?"
절벽이라기엔 11m정도로 꽤 낮지만 그 끝자락에 거꾸로 매달려있는 소년은 아래서 올라오고 있는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자신이 메달려있는 끈에 칼을 가져다 대고 있는 사부를 향해 말했다.
"저기 정말 이거 수련입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맥주병 괴롭히기밖에 안보입니다만?"
아래는 명백히 폭포- 물론 직접적으로 폭포로 떨어지는것은 아니지만 아무리봐도 폭포에 의해 생기는 격류와 소용돌이의 사정범위 내였다. 휘말렸다간 그대로 빠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소년의 전신을 자극했다.
"괜찮아. 빠져죽기전에 건져줄테니까. 그리고 내 제자가 된 이상 죽기전에도 허락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게 좋아. 적어도 사손을 얻기 전까진 절대 죽지 않도록 몸에 새겨줄테니까 말이야"
사부는 그렇게 말하며 사악하다 싶을정도로 즐거워하는 표정과 함께 끈을 자르기 시작했다.
"그래도 이 사부 참으로 상냥한거다. 본래라면 천중수千重水에다가 담그는것부터 시작하겠지만 이 사부는 상냥하기에 폭포부터 시작하는거야. 뭐 천중수를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가 더 크지만..."
"저기 사부 뒷말이 안들렸습니다만."
"그럼 갔다 오거라 제자야"
사부는 그렇게 말하며 그대로 끈을 잘라버렸다.
중력으로부터 소년의 몸을 지탱하고 있던 유일한 물건이 잘려나가자 소년은 중력의 법칙에 의해 아래로 아래로 떨어졌다. 고작 11m 뭘 그리 두려워하냐고 하면 할말은 없겠지만 본디 인간이 가장 공포를 느끼는 높이인데다가 소년은 맥주병이었다. 물에 여러가지로 공포를 지니고 있는 존재였다.
당연하게도 가까이 있는 돌을 잡아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을 쳤으나 그의 사부는 근처에 있는 돌멩이로 지탄을 날려 소년이 잡은 바위를 단숨에 박살냈다.
"수련중에 꼼수는 안된단다-"
"사부!!!!"
풍덩-
소년은 자신의 사부를 향해 절규를 날리며 폭포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사부, 괜찮을까요?"
사부의 뒤에 서 있던 여인은 조금 걱정이 되는 표정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는 폭포 아래를 바라보며 말했다.
"뭐가? 저 수련 너도 거친거잖아."
"그렇긴 한데 말이죠. 제 때는 물속 석판격파부터였잖아요. 항아리 부수기랑."
"..."
"..."
찰나간의 침묵. 순간 당황한건지 아니면 뻘쭘해진건지 모를 사부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도 너는 여자고 쟨 남자잖아. 게다가 몸은 더 튼튼하니"
"맥주병이잖아요 쟤."
"그건 그렇지."
"그리고 저 녀석 아직 귀골상접鬼骨傷接수행도 시작 안한걸로 알고 있는데  저폭포에 버틸 수 있을까요? 저기 유달리 낙석이 많은걸로 유명한..."
여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낙석으로 보이는 물체가 폭포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풍덩-
그 돌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폭포 아래로 떨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폭포수 근처에서 옅은 붉은색이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소년의 피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일단 건져야겠지?"
"당연하죠-"
그 말에 사부는 재빨리 폭포아래로 뛰어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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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