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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9. 10. 09:12 글/오리

검은 불꽃이 손에서 불타오르며 청년을 향해 쏘아졌다. 쏘아진 것은 암흑무협의 수좌인 팔황마룡의 절기 중 하나인 암화귀폭장, 작은 건물 하나는 손쉽게 가루로 만든다고 알려진 귀신의 장력이 단 한사람을 향해 쏘아졌다.


"큿...!"


청년은 자신을 향해 쏘아진 터무니 없는 위력을 지닌 장력을 보며 침음성을 흘렸다. 맞서야 할 것은 확산탄과도 같은 귀신의 장력-

시시각각으로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장력을 보며 청년은 몸 깊숙한 곳에서 힘을 끌어 올렸다. 

그것은 생명의 고동, 터무니없는 양의 체력을 불살라 강대한 힘을 발휘하는 힘, 투기가 적금빛 일렁임을 발하며 암화귀폭장을 마주해니갔다.


"무문팔극권 합기! 연충폭십삼뢰!"


쏘아지는 것은 투기가 아닌 투기로 증폭된 권경, 주먹에서 발해진 권경은 암화귀폭장의 장력과 마주하기 무섭게 연속적으로 그 힘을 해방했다.


투콰콰콰코콰쾅!


두개의 확산탄이 마주하며 터지듯 요란한 굉음이 울려퍼졌다. 요란한 충격파가 주변 건물의 창문을 박살냈고 충격에 의해 흩어진 암화가 건물을 박살냈다.

자신의 암화귀폭장을 청년이 정면으로 받아친 것을 보며 소녀는 재밋다는 표정을 지었다.

암흑무협의 최고수인 암흑십좌의 제1석인 팔황마룡의 수제자이자 그녀 자신도 암흑무협 100대 고수 말석에 있는 몸으로서 약관 남짓한 나이로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할 만한 기량을 지닌 이를 처음 본 탓이었다.

소문으로만 들리는 성방무협의 창천검협이나 제도무협의 패군철도 정도일까.

하지만 이도 소문일 뿐 두사람을 아래로 내려다 보고 있는 그녀에게 있어서 자신과 정면으로 마주할만한 힘과 기량을 지닌 또래의 존재는 상당히 희귀하면서 또한 자극적인 유희였다.


"나는 이번일을 맡고 있는 바하무트 그룹의 이사 중 한명이자 팔황마룡 메이링 카산드라의 수제자 백안귀봉 디아나 로아. 나에게 맞서는 영광을 가지게 된 네 이름은 뭐지?"


지극히 오만한 말, 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만한 자격이 있었다. 무협의 100대 고수라는 존재는 그만큼 대단했다. 그런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말에 청년은 조금 안도하며 입을 열었다.


"청부업자 스트라이더의 일원, 리한 리 이람. 단순히 너희의 사기 의뢰에 속아서 거생중인 청부업자다."

"청부업자? 고작 청부업자가 보기 힘든 투기를 다룬다라... 재미있네"


디아나는 그리 말하며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의 무시무시한 속도- 어느새 코 앞까지 다가온 그녀는 지근거리에서 반보를 내딛으며 주먹을 내질렀다.

리한은 재빨리 한쪽 손으로 그 주먹을 감싸며 받아냈다. 

느릿한듯 하지만 그 주먹에 실린 거력은 그야말로 절품- 손이 터져나가고 손목이 날아갈것 같은 고통속에서도 청년은 그 거력을 받아내며 카운터를 날렸다. 

뒤로 물러나는 일보-

그 일보에서 행해지는 카운터, 그 이름 격중진자라 한다.


후웅-


바람 가르는 소리와 함께 디아나의 머리카락 일부가 압력을 못이기고 끊어져 흩날렸다. 빗겨나간 주먹이지만 그것에 실린 힘은 자신보다 강맹하단 것을 확인한 그녀는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기공을 끌어올려 주먹을 휘둘렀다. 

리한도 투기를 한껏 불태우며 적금빛으로 빛나는 주먹을 마주해 갔다.



성도력聖道曆 2483년, 인류가 외우주에 진출한지도 벌써 50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인류의 진출은 은하의 수 많은 세력에 막대한 파급을 가져다 주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있다면 여태까지 연구용으로만 쓰이던 에테리움에 대한 재발견과 '무협武?'을 비롯한 각종 초상능력의 보급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 무협을 비롯한 각종 초상능력들은 인종을 가리지 않고 파격적으로 보급되어 현재는 독자적으로 이러한 초상능력들을 연구 발전시키고자 하는 시설까지 만들고 있었다. 

물론 그러한 발전의 이면에는 반드시 안좋은 면이 발생하기 마련이었다. 

초상능력의 발전으로 제어하기 힘들어진 민간 세력들과 범죄조직- 

그리고 지금 청년이 있는 별의 뒷골목은 그러한 범죄조직의 소굴이었다.


"죽어라 이 개자식!"


길을 걷던 청년은 갑작스럽게 앞으로 튀어나와 작은 권총을 겨누는 깡패를 보며 태연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당겨지는 총의 방아쇠- 총구에서 발해진 것은 빔이나 탄환같은게 아닌 전격-, 하지만 그 전격은 청년의 몸에 도달하기도 전에 무언가에게 가로막혀 확산해 소멸했다.


"뭣?"

"너 어느조직의 녀석이냐, 휴대용 배리어 처음봐?"


청년은 그리 말하며 단번에 거리를 좁힌 후 명치에 주먹을 박아넣었다. 깡패는 일격에 눈을 까 뒤집으며 기절, 청년은 기절한 깡패를 바닥에 내던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놈의 거리는 언제나 이랬다. 심심하면 레이저가 날아다니고 워낙 세력 다툼이 심해 패싸움이 아니면 싸움으로 치지도 않는 곳, 그런데 의뢰주는 왜 여기서 만나고자 한 것일까?

어지간한 범죄조직 조차도 꺼려하는 이 행성을-


투둑-


갑작스럽게 떨어지는 물소리, 추적추적거리는 소리와 함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를 맞아 컨디션을 떨어뜨리는건 그다지 좋지 못했기에 배리어를 대빔 설정에서 대 물리력설정으로 전환했다. 

대빔 설정때와 달리 구형으로 전개된 배리어는 떨어져 내리는 비를 확실하게 차단하고 있었다. 누가 보면 사치스런 짓거리라 하겠지만 우산도 가져오지 않은 상황에서 비를 맞는건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십분정도를 기다렸을까?

거리 한쪽에서 우산을 쓴 사람이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복장을 봐서는 여성이지만 아직 확신하기에는 거리가 있었다.


"스트라이더의 사람인가요?"

"당신은?"

"이번일의 의뢰인인 메이어 캠벨 이라고 합니다. 그쪽은 어떻게 되시죠?"

"리한 리 케이어스. 미안하지만 우산을 들어서 얼굴 좀 보여줄 수 있을까? 아무래도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조금 그래서"


다가온 사람의 물음에 청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의 말에 납득한 사람은 우산아래에 가려진 모습을 드러냈다. 조금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만 객관적으로 봤을때 미인이라 불릴만한 외모. 하지만 의뢰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기에 잠시 그 생각을 치워두고 의뢰에 대해 듣기 위해 입을 열었다.


"꽤나 험한곳까지 불렀는데 의뢰는 뭐죠?"

"이 별에 있는 인신매매범에게 납치당한 제 동생을 구해주세요"

"인신매매범?"


범죄로 가득한 이 행성 SGY-13에서 인신매매는 의외로 잘없었다. 간단한 이유였다. 사갈 사람이 적으니까-

기본적으로 인신매매업은 은하 외곽, 정확히는 각 은하 국가 세력권에서 멀어지기 마련이다. 은하 국가의 세력권 한가운데에 있을 수록 단속은 심해지고 수요도 적었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 인신매매사업은 각 은하 세력권의 경계부분이던가 많이 떨어진 곳이었다. 뭐 그렇다고 해도 너무 멀어져 있으면 사갈 사람이 오기 힘들기에 이곳 SGY-13 같은 지나친 외곽까지는 잘 오지 않았다.


"이거 꽤 드물군요. 이 별에서 인신매매라니... 그보다 이 별에는 어쩐 일로?"


애초에 은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범법지역 중 하나라 어지간해서는 이쪽으로 오는걸 통제하는 정부였다.


"회사일 때문에..,"

"회사일이요?"

"네, 회사 기밀이라 자세한건 말씀드릴 수 없지만 이쪽에 광산이 발견되서 동생과 함께 조사차 왔었습니다. 그런데 이런일이..."

"흐음..."


이 행성에 광맥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암암리에 소문으로 퍼져있었다. 

문제는 그것이 어떠한 광맥인가 하는 점이지만 기업비밀로 할 정도인것으로 보면 적어도 금은,티타늄등의 비교적 흔한 금속광물류는 아닐 터였다. 아마도 희귀연료인 솔라리움이나 희귀금속인 임페리움일지도 몰랐다.

어느쪽이든 깊이 파고들면 좋지 못하므로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뭔가 정보는 있습니까? 그리고 구출해야하는 대상의 외모는?"

"여기..."


손목에 있는 팔찌형 단말기를 몇번 누루더니 데이터가 리한의 단말기로 전송되었다. 리한이 단말기를 열자 눈앞의 여인과 비슷한 외모의 금발 여인이 나타났다.


"이 사람이?"

"네, 제 동생인 레이나 캠벨 이라고 합니다."


확실히 닮았지만 어딘지 느껴지는 위화감에 의뢰를 거절할까란 생각도 들었지만 여기까지 온 연료비를 생각하면 그냥 거절하는 것도 마냥 좋지는 않았다. 더구나 표정이나 몸짓을 보면 연기 같지도 않은듯 했다. 결국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그는 여인을 향해 정보를 요구했다.


"음, 어딧는지는 아시나요?"

"그것까진..."


메이어가 말끝을 흐리자 리한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해결사 일을 하다보면 정보도 없이 보내는 사람도 많았다. 일부러 함정 정보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고... 그걸 감안하면 이 정도는 차라리 나은 수준이었다.


"알겠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제가 알아서 하도록하죠. 동생분만 구하면 되는 거죠?"

"네, 부탁드립니다."

"만약 그쪽에서 연락이 오면 저한테 연락 주시고요"


통신 단말기의 코드를 건네 준 그는 걱정이 가득한 여인을 뒤로한채 발걸음을 옮겼다.


여인을 뒤로한채 거리를 걷던 리한은 어느정도 거리가 멀어지자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살핀 후 골목 벽을 차며 옥상 위로 올라갔다. 

무척이나 가벼운 몸놀림으로 건물 위에 올라온 그는 재빨리 통신 단말을 터치하며 우주선에 연락을 넣었다. 

단말기를 터치하고 수초- 얼마 있지 않아 리한과 달리 묘하게 생긴 강철의 얼굴이 단말기 스크린 위로 나타났다. 스트라이더의 장남인


[리한, 의뢰인은 만났어?]

"만났어, 방금 의뢰 수락하고 오는 중"

[어떤 의뢰인데?]

"납치된 사람 구출인가 말이지...."

[왜?]

"아무래도 묘하게 걸리는 느낌이 있어서 말이야. 형 대신 조사좀 해주겠어? 메이어 캠벨이랑 레이나 캠벨에 대해서. 그리고 기왕이면 납치범들 위치도"

[형님을 너무 부려먹는거 아니냐?]

"어차피 지금은 할일도 없잖아"

[뭐 그것도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은?"

[기왕 온 김에 다른의뢰가 있는지 찾는중. 의뢰 하나로는 아무래도 수지가 안맞으니까]


아무리 리한이 받은 의뢰가 상대적으로 고액의뢰라고는 해도 그를 포함한 가족만 7명, 일은 많을 수록 좋다.


"어쨌건 부탁해. 나는 나 나름대로 찾아볼 테니"

[알았다 동생아]


형으로부터 통신이 끊어지자마자 리한은 땅을 박차며 아래로 내려왔다. 살짝 시끄러운 소리가 퍼졌지만 그걸 신경쓰는 사람은 따로 없었다. 

확실히 하루에 몇번이고 패싸움이 나는 곳에 사는 사람들인 만큼 일일이 신경쓴다면 사는게 무리일 터였다.


"형이 정보를 찾는 동안 나도 한번 찾아볼까..."


뒷골목에는 언제나 정보가 모이는 곳이 있다. 

그 정보에 목숨을 걸고 목숨을 맡기며 인생을 외줄타기 처럼 살아가는 사람들. 성도력 이전 지구의 중국이란 나라에서는 하오배, 혹은 하오문이라 불렸던 이들과 비슷한 존재였다. 

하오문처럼 긴밀하게 이어진 것도 아니고 단일 단체도 아니었지만 아는 사람들은 다들 이리 말하고 있었다.


거미줄(spider web)이라고.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 행성의 거미줄인 루브인 패밀리. 

지금 리한은 그 루브인 패밀리의 본거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시각 루브인 패밀리 본거지


"야 임마 너 미쳤냐? 죽으려면 혼자 죽지!"

"보스 진정하시고..."


루브인 패밀리의 보스 란들 루브인은 기절했다 돌아온 부하를 향해 재떨이를 던지려 하고 있었다. 그것을 전력으로 막는 2인자 위박, 하지만 란들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않고 목소리를 한층 높이며 외쳤다.


"너라면 진정하겠냐? 아무리 전에 있던곳의 원수라지만 저 미친놈이 스트라이더를 건드렸다고."

"스트라이더가 뭐기에 이리 흥분하고 계십니까?"

"너 스트라이더 몰라?"

"저 파견사원이니까요"

"아참 그랬지..."


루브인 패밀리의 2인자는 이 별 출신... 정확히 하자면 루브인 패밀리조차도 아니었다. 

거미줄에 해당되는 조직들은 각 주역간에 인재교류를 표방한 인질 교환을 하기 마련이었다. 그리고 위박은 그중 하나- 하지만 능력이 워낙 출중했기에 어느새 루브인 패밀리 2인자에 도달해 있었다.

그것에 생각이 미친 란들은 담배를 입에 물며 말을 시작했다.


"외부인인 너도 그 사건은 알고 있지? 4년전에 있었던 피바다의 새벽"

"잘 알고있죠. 밤중에 이 별을 양분하고 있던 두개의 거대 조직이 부딪혀서 공멸해 버린 그 사건 말씀하시는거 아닙니까?"

"사실 그거 공멸 아니다."

"네?"


란들의 말에 위박은 의아한 표정으로 란들에게 되물었다.


"그게 무슨말입이까? 공멸이 아니라니 공멸이 아니라면 성방무협이라도 끼어든 거랍니까?"


무협, 맨몸으로 사이보그나 파워드슈츠, 육탄전 최강의 종족이라는 드래고니안과 맞먹으며 은하 삼대 병기중 하나인 기간테스를 조종할 수 있는 존재.

그런 존재가 그 전쟁에 끼어들었다면 두 조직이 공멸이 아니란 것도 이해할터였다. 어차피 변방에서 잘나간다 쳐도 군벌이 아닌 이상 그저 지역 양아치- 무협이라는 괴물과는 비교대상조차 될 수 없었다.


"무협이라... 틀린말은 아닐지도 모르겠군 성방무협은 아니지만"

"성방무협이 아니라뇨? 솔직히 이런 코딱지 만한 별 암흑무협이나 패도무협에선 신경도 안쓸테고 기껏해봤자 올만한건 바른생활의 성벙무협정도일텐데..."

"코딱지 만한 별이라 미안하구만... 뭐 어쨌건 무협은 아니야, 그들은 사도, 패도, 정도 그 어느것도 아니니까. 정체불명의 다인종 청부집단 그게바로 스트라이더야. 4년전 그 사건이 있었던 날 무협에 근접하는 무력을 발휘하면서 양 세력을 모조리 쓸어버렸지..."

"말이 되는 겁니까 그거?"

"말이 되건 안되건 사실이란게 문제야. 그들 무력은 확실히 무협에 근접해있어. 만약 그들의 원한이라도 샀다간..."


란들은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하며 말을 끝냈다. 확실히 소수로 조직 두개를 박살낼 정도면 무협의 무력에 근접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무협클래스의 무인들이라면 그 나름의 준비가 필요하지만 적게 잡아도 특수부대 1개 소대 많게는 1개 중대 클래스의 전력을 기대할 수 있는 그야말로 인간 병기였다.

그런 존재가 수명, 변방 양아치 조직을 지우는건 일도 아닐 터였다.


"하여간 준비해 둬, 여차하면 이 별을 떠야할 지도 모르니까"

"모든 기반을 포기하고 말입니까?"

"목숨이 날아가는것보단 나아"

"부끄럽네, 우리를 그정도로 봐주다니"

"무협은 아니더라도 스트라이더는 무협급 위험이.... 에엣?!"


란들은 갑작스럽게 자신과 위박의 대화에 끼어든 청년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느샌가 들어온 생소한 얼굴의 청년, 하지만 목에 두르고 있는 붉은 머플러는 그의 뇌리에 선명하게 박혀있는 것이었다.


"스트... 라이더?"

"음, 스트라이더의 삼남 리한이야. 잘 부탁해"


미소를 지으며 인사하는 리한, 하지만 란들에게 있어서는 마치 사신의 미소와도 같았다. 

뒷쪽에 있어서 무협은 가급적이면 얽혀서는 안될 존재. 그런 무협급의 존재가 지금 눈 앞에 있었다.


"여기에는 어쩐 일로..."

"거미줄에 오는게 뭐 때문이겠어. 정보가 필요해서지"

"거미줄이라니 무슨 말입니까? 여기는 루브인 패밀리, 토착 마피아일 뿐입니다."


어린아이라도 되지 않는 이상 안믿을 거짓말, 란들도 그 점을 자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헛된, 혹은 티끌만한 희망조차 의지 하지 않는다면 중압감에 짜푸라질 터였다. 물론 통하지는 않았지만


"그 말 몇명이나 믿을까?"

"아마 열에 하나 정도일려나.... 그나저나 무슨 일이요?"

"아까도 말했잖아. 정보때문에 왔다고."

"아까 널 습격한 녀석이라도 잡으려고?"

"그럴거면 아까 끝장 봤을걸"


그건 다행이었다. 만약 그가 그 빌어먹을 놈을 찾으러 온 것이었다면 루브인 패밀리는 거덜 났을 것이 분명했다.


"그보다 여기는 어떻게 온거요?"

"여기"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낸 리한은 그것을 란들에게 넘겼다. 그것은 거미줄 문양이 그려진 마치 열쇠고리와도 같은 무언가였다. 

그것이 무엇인지 본 란들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고객이면 고객이라고 말 해 주세요. 거미줄 사람들 전원 무협이라면 학을 뗀단 말입니다."


란들이 그에게서 받아든 것은 거미줄의 고객회원증, 그것도 특급이외에는 다 되는 최상위의 블랙이었다.

거미줄에 은을 입혔거나 최저 10년간 거미줄을 노출시키지 않은 우수고객 어느쪽이든 블랙을 지니고 있는 이상, 그리고 손님인 이상 거래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어떤 일로 거미줄에 방문하셨습니까?"

"최근에 외부 사람이 납치되거나 혹은 납치한걸로 추정되는 일이 있어?"

"이 별에서 납치라... 인신매매는 아닌것 같군요. 개인이나 사업관련입니까?"

"아마도, 의뢰주가 메이어 캠벨이란 사람이었으니."

"메이어 켐벨이라... 이쪽은하 기업 관련이면 벙커 철강의 메이어 켐벨이려나. 그런 사람이 이 별에는 왜?"

"자세한건 모르겠지만 광산 관련으로 왔다가 동생이 납치 되었다더군"

"광산입니까... 흠, 광산이라면 우리쪽에 소문이라도 있었을텐데."

"어쨌건 그것때문에 찾아온건데... 정보가 없나 보네"


리한의 말에 살짝 발끈하는 란들, 이 별의 마당발임을 자신하는 란들에게 있어서 그러한 말은 도발이나 다름 없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시죠. 정보 취합해 볼테니"


그리고는 안쪽 방으로 들어가는 란들, 아마 독자적인 통신망을 통해서 부하들을 통해 알아보고자 하는 것일 터였다.


"저렇게 열심인 보스는 간만에 보네요."

"댁은 이쪽 사람은 아닌것 같은데?"

"뭐 그렇죠. 다른곳에서 온 사람이지만 일단은 이 루브인 패밀리의 no.2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답니다. 

"외부인사가 토착마피아의 no.2? 재밋는 녀석이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리한의 말에 위박도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재밋는 사람이었다. 위박과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때우고 있던 리한은 수십분 후 어딘지 피곤한 표정으로 몇장의 서류를 가지고 나오는 란들을 볼 수 있었다.


"여기 있습니다. 누군지 거의 확정도 됐고요"

"호오?"


거미줄의 정보력에 대해선 부모님께 들은바가 있는 리한이지만 실제로 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적어도 2시간은 걸릴거라 생각된 정보취합이 불과 수십분만에 정리되어 나왔으니 말이다. 

란들은 정리된 서류를 리한에게 넘기며 입을 열었다.


"일단 가장 중요한 범인부터 말하겠습니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아마도 이 녀석들이 확실할 겁니다. 예전에 인신매매를 주로 하다가 이 별로 도망 온 클라프 형제."


암들이 건네준 서류에는 클라프형제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기재되어 있었다. 인신매매를 전문으로 해온 만큼 상당히 치밀한 인간들인 것이 바로 보였다.


"얼마전에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나흘 전쯤에 자신들의 아지트로 뭔가를 끌고 들어가더군요. 그 이상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만..."

"흐음... 그래요?"

"아 그리고... 의뢰자가 메이어 켐벨이 맞습니까?"

"의뢰자는 분명 자신을 그리 소개했어요"

"그거 이상하군요. 그녀가 말한 광산관련 말입니다. 실제로는 발굴이라 하더군요. 더구나 그 발굴을 주도하고 있는 기업은 벙커철강이 아닌 바하무트 그룹이고요. 이 정보는 아직 확정이 아니지만요."

"바하무트 그룹이라면..."

"링크스 인더스트리의 라이벌 회사이자 암흑무협의 최대 지원기업이죠"


란들의 말에 리한은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손가락을 머리에 대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드넓은 우주에서는 마주쳐서는 안될 것이 세가지 있다고 한다. 하나는 자기 폭풍이고 하나는 블랙홀이며 마지막 하나는 암흑무협이라고 한다. 

물론 일반론으로 넘길만한 것은 아니나 대체로 암흑무협과 연관된 이가 좋게 끝나는 일은 그다지 없었다.

물론 이런 변방까지 암흑 무협에서 관심을 가질일은 없는게 보통이나 암흑무협의 최대후원자인 바하무트 그룹에서 나선 일에 그들이 나서지 않는다는 건 배고픈 사자가 먹이를 그냥 지나치는 일보다 가능성이 낮았다.


"바하무트 그룹에서 벙커 철강을 표면에 세워놓고 뭔가 하고있다?"

"그렇게 볼 수도 있죠."

"음..."


란들의 말에 고민하던 리한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고민을 그만뒀다.


"어차피 내 의뢰는 그 아가씨의 여동생을 탈환하는것 뿐이니 그 이상 파고들 필요는 없겠지..."

"잘 생각하셨습니다. 암흑무협과 엮여봤자 고생만 할 뿐이죠."


리한과 란들은 서로 그 이상 파고들지 않기로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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