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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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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20. 14:17 글/SS

"그런데 말이야."
"무슨 일이죠?"
"댁 은성호 한테서 살아남았다고 했잖아"
"도대체 은성호란 어떤존재인거야?"

메이신은 어제 카게아키가 한 말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은성호에게서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 소문으로 들었지만 은성호를 마주하지 않은 그녀로선 은성호라는 이름의 괴물이 어떠한 존재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렇군요... 알기쉽게 말하자면 재해입니다"
"재해?"
"네, 단지 그 자리에 있는것 만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인간의 힘으로는 항거할 수 없는 그러한 재해입니다"

재해, 이 이상으로 은성호의 존재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없으리라.

"그정도인거야?"
"네, 휘말리면 반드시 죽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로쿠하라 막부의 사공방중 한명인 이마가와 라이쵸와 비교하면 어때?"
"사공방입니까...?"

갑작스럽게 나온 질문에 카게아키는 당황하며 고민에 빠졌다. 이름은 많이 들었고 실력자란 얘기도 들었지만 실제로 본적은 한번도 없었기에 뭐라 말할 수 없었다.

"글쎄요... 로쿠하라 사공방에 대한 소문은 약간 들어본적 있긴하지만, 그들의 무력을 상상할만한 이야기는 잘 못들어봤기에..."
"그래? 음... 아, 그러고보면 내가 전에 고용된 다이묘와 로쿠하라 막부의 전장에서 본건데."

로쿠하라 막부는 강력한 무력으로 야마토를 제어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해서 반항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각지의 다이묘들도 웅심을 감추고 있었고 또한 친황파 역시 모습을 감춘채 로쿠하라 막부를 향한 칼날을 세우고 있었다.

"경사각 -45도, 상대 용기병은 전부 90식 인수는 한개분대였으니 대략 10기에서 12기 정도였을거야. 그걸 혼자서 상처없이 모조리 베어넘겼어"
"그정도면..,"

그 정도면 막부최강의 무자라는 이름을 걸만하다고 카게아키는 생각했다. 아무리 상대가 -45도에 있다고는 하지만 타우치전에서 홀로 1개 분대를 상처없이 베어넘기는건 상당한 실력자임을 자부하는 카게아키도 자기가속의 도움 없이는 무리였다. 그런걸 태연히 할 수 있는 존재라면 확실히 인간중에는 최강이라 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은성호에 비하면...
그렇게 로쿠하라 막부 최강자에 대한 막연한 상상을 하고있던 카게아키를 향해 메이신은 정정의 말을 내뱉었다.

"뭔가 착각한것 같은데 이마가와 라이쵸 쪽이 -45도 였어"
"...."

타우치전에 있어서 반드시 점해야 할 각도는 제어하기 쉽고 힘과 가속도가 모두 충분히 붙는 경사각 45도, 그에 반해 가급적 피해야할 각도가 바로 경사각 -45도였다. 기체 제어는 나쁘지 않지만 힘과 속도가 실리지 않는 각도.
그런데 그 각도에서 용기병 1개 분대를 베어넘겼다? 아마 메이신이 직접 본 이야기가 아니었다면 카게아키도 어디의 전승이냐며 웃고 넘겼을 것이다.
19회의, 이미 노장급의 타우치전을 경험한 카게아키에게 있어서 그것이 얼마나 터무니 없는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메이신이 본게 전부 사실이라면 카게아키는 확신할 수 있었다. 이마가와 라이쵸라는 인간은 몽상검인 '그녀'에 필적하는 괴물이며 그녀를 이길 '가능성조차' 있다고-

"인간 같지 않은 무력이군요"
"동감이야. 뭐 그 전투에서 결국 패배했기에 뒤도 안돌아보고 튀었지만"

그런 말도안되는 존재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두사람은 다시 장작을 패기 시작했다. 성묘를 간 두사람이 오기를 기다리며


"사금의 관리를 불러서 빌고 바칩니다.
여기 영령을 보낸 보답이오니 수행길에 이것을 주워 백행천복(百幸千福)을 받으소서. 다섯 방위에 화덕(化?)이 함께하소서
대행금신(大幸金神), 대혜금신(大?金神), 바라건대 북두팔랑(北斗八廊)에 머무시어, 높은 덕와 은혜, 천상천하에 내려주소서. 기일금심(奇一金心), 전일금광(全一金光), 호방금륜(護方金輪), 살방금장(殺方金掌)……. "

야겐타의 낭랑한 소리가 무덤에 울려퍼진다. 만약 이 자리에 야당이 있다면 의아해할 축문, 그 축문에 대한 의문을 감추지 못하고 무덤의 주인 이치히메의 질손인 이치죠가 물었다.

"그건 뭐야?"
"아아, 에미시의... 아니 그보단 야장에게 대대로 이어져오는 금신제사다. 공교롭게도 나는 이것밖에 모르기에."

금신제사, 본래 검주를 만드는 야장이 업물이 나오도록 기원하는 의식에 쓰인 축문이다. 현재는 용기병으로 대체되고있는 만큼 점점 사라져가는 전통이지만...

"매년 이렇게 해준건가?"
"뭐 그렇지"
"어째서...?"

순수한 의문, 가족도 아닌 타인인 그가 왜 자신의 할머니의 성묘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가, 이치죠는 그것이 궁금했다.

"요컨데 첫사랑이란 녀석이다."
"첫사랑?"
"그래, 나도 우쿄도 결국 거하게 차였지만"

야겐타는 그때 그시절을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젊었던 시절 그 무렵은 그것 말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이치히메만 있으면, 그것말곤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우쿄와 야겐타 두사람 사이에 칼부림이 일어나기 직전, 이치히메는 둘중 강한 사람의 신부가 될 바에야 차라리 누구도 이기지 못할 금신의 신부가 되겠다고 외치며 두사람을 차버렸다.
지금은 아련하고도 씁쓸한 추억, 하지만 이치히메가 아니었다면 이러한 것도 몰랐을 바보스러움이 가득한 시절이었다.

"빌어먹을 할망구다운 이야기다"

이치죠는 그렇게 말하며 생각했다. 그녀의 성격을 보아 정면에서 고백한 상대에게 터무니 없는 무안을 주며 차버렸으리라
꽤 다른 이야기지만 어찌보면 틀린 이야기도 아니리라

"선객인가... 매년 부지런하구나 야겐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어제도 들은 악우(?友)의 목소리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하는 야겐타.

"너는 마을에 돌아오고 처음인가."
"흥, 이치히메를 빼았은 금신을 없에버릴 궁리를 하느라 바빴던것 뿐이다."
"뭐야, 이쪽도 할말구의 지인인가?"

야겐타의 옆에 서 있던 이치죠는 고개를 돌리며 이 마을의 대관, 우쿄를 바라보았다. 아야네 이치죠의 얼굴을 본 우쿄는 어제의 야겐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동요하고 있었다.

"이치히메....!"
"그 할망구의 질손이다."

이치죠의 말에도 우쿄의 눈동자의 흔들림이 멎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유쿄는 광증에라도 걸린듯 이상한 말을 지껄이기 시작했다.

"으흐흐흐 왔구나, 금신을 버리고 다시 온거구나"
"우쿄?"
"돌아온거다. 이치히메가 돌아왔어!"

그리고는 갑작스럽게 이치죠를 향해 달려드는 우쿄, 그런 우쿄를 본 이치죠는 재빨리 장저를 내질러 턱을 노렸다. 하지만 그 장저는 너무나도 쉽사리 손에 잡혔다. 하지만 이치죠는 당황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러한 것이니까-

쾅!

"큿, 한번 당해보지 않았으면 위험했을뻔했군. 막지 않았으면 치골이 나갔을 위력 아닌가-"
"쳇! 빌어먹을 할망구 나더런 일격에 끝내버리라 말했으면서!"

우쿄의 토시에 막힌 이치죠의 무릎, 방금의 장저는 허수고 이쪽이 실공이었다. 하지만 예전에 한번 당한적이 있는지 쉽사리 막아내는 우쿄. 이치죠는 불평 불만을 내뱉으며 그의 발을 걸어 넘어뜨렸다.
하지만 상당한 실전을 겪은 무자인 우쿄였기에 그대로 체중을 실어 몸을 무너뜨렸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치죠를 깔아뭉갰다고 하는 표현이 적당할 터였다.
하지만 그러한 시도는 야겐타에 의해 저지되었다.

"무슨짓을 하는겐가... 미쳤나 우쿄!"
"미쳤냐고? 그래! 미쳤다! 죽은 이치히메가 지금 내 눈앞에 돌아와있다. 미치지 않을리가 없잖나!"

그제서야 야겐타는 우쿄의 성격을 확실하게 상기시켰다. 우쿄는 순수하다. 지나치게 순수해 그 순수가 집착으로 바뀔 정도로 좋은 의미로든 나쁜의미로든 나가사카 우쿄는 순수했다.

"방해하지마라 야겐타!"

칼날이 번뜩이며 야겐타의 팔에 상흔이 새겨진다. 뼈가 드러날 정도까진 아니나 근육이 보일 정도의 상처, 당연하게도 흐르는 피는 상당했다.

"큭!"
"영감! 이 변태자식이!"

이치죠가 뛰어들어 우쿄를 패려는 순간, 그녀의 앞을 하나의 그림자가 가로막았다. 그 그림자는 우쿄의 검격을 주먹으로 쳐내고 달려드는 이치죠의 몸을 던져돌리며 차렸자세로 만들었다.
그러한 어떠한 의미론 신기에 가까운 짓을 한 사람은 다름아닌 어제 이치죠와 야겐타가 본 GHQ 감찰관의 시종 사요였다.

"아가씨 큰일입니다. 요즘 야마토 사람들은 죽은이에 대한 예의를 잊은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죽은 사람들 앞에서 이런 소란이라니..."
"또 너희냐! 어제도 그렇고 이번도....!"

그 두사람을 보기 무섭게 분노하며 달려드는 우쿄, 그런 우쿄를 향해 사요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사요는 자신을 향해 휘둘러진 칼날을 빗겨낸 후 그대로 안쪽으로 파고들며 손바닥을 갑주위에 얹었다. 그리고 밟아지는 진각

쾅!

마치 차량에 치인듯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날려져 기절하는 우쿄, 사요는 손을 털며 상처입은 야겐타와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는 이치죠를 일으켜 세우며 입을 열었다.

"무덤에서 나가도록하죠. 절 분들께 폐가 되니-"
"그렇군요. 절만 아니었다면 총탄을 박아주고 갔겠지만... 어쩔 수 없네요."

그렇게 말하며 사요는 야겐타와 이치죠를 들쳐업고서 무덤을 나섰다. 주인인 카나에와 함께


"왜 그딴 녀석을 저대로 두고가는거야!"

차에 올라타고서야 상황을 파악한 이치죠는 고래고레 소리를 지르며 사요와 카나에를 향해 따졌다.
상당히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두 사람은 가볍게 무시하며 소독약과 붕대를 넘겼다.

"소리 지르실 힘이 있다면 야겐타씨의 치료를 부탁드립니다."
"아...!"

그제서야 부상당한 야겐타를 떠올리며 받은 소독약과 붕대로 야겐타를 치료했다.

"미안하군, 늙은이가 못보일 꼴을 보였어"
"아니, 그 겁쟁이 보다는 보기 좋은걸"
"겁쟁이? 아아 미나토군 말인가"

야겐타는 자신의 집을 방문한 두명의 미도우에 중 한명인 미나토 카게아키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래, 그녀석. 경찰 주제에 야쿠자한테 쫄아서 절까지 하면서 빌었다고."

야겐타와 카나에는 그녀의 말에 미나토 카게아키가 야쿠자에게 절을 하며 비는 모습을 상상해보았지만 좀처럼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한가지 묻겠네. 어떤 상황이었나?"
"아는 후배들이 야쿠자랑 시비가 붙어서 말이지... 그런데 그 녀석은 경관이면서 야쿠자를 잡기보다도 그녀석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용서를 구했단 말이다! 그것도 아주 비굴하게."

그때를 떠올리며 분노를 터트리는 이치죠, 하지만 야겐타와 카나에는 그런 이치죠의 감상과는 다른 감상을 내놓았다.

"용기있으신 분이네요."
"그렇사옵니다. 아가씨"
"진정으로 용기있는 남자였군."
"자... 잠깐 무슨 말을 하는거야!"

예상과 다른 반응에 당황하며 외치는 이치죠, 그런 이치죠를 향해 야겐타는 친절하게 그러한 이치죠의 의문에 답해 주었다.

"아야네양, 미나토군은 그곳에 상주하는 경관인가?"
"아니, 그날 이전에도 이후에도 본적은 없었으니 상주하는 경관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럼 묻겠네. 그날 미나토군이 야쿠자들이랑 싸워서 야쿠자들을 쫓아내거나 체포했다면 어땠을거라 생각하나?"
"그걸로 끝 아냐?"

정의는 반드시 이긴다, 그러한 순진무구함을 믿어의심치 않는 눈동자. 저러한 눈동자를 볼때마다 이치히메가 떠오르는 야겐타는 동요를 억누르고 설명을 이었다.

" 아야네양은 모르는것 같지만 미나토군은 야쿠자따위는 범접도 할 수 없는 제대로 된 힘과 기술, 그리고 정신을 지닌 무자라네. 야쿠자 따위를 물리치는데는 별다른 실력발휘도 필요없겠지... 하지만 미나토군이 거기에서 상주하는 경관이 아니라는데서 문제가 발생하지"
"어째서?"
"미나토씨가 사라진 순간 야쿠자들은 분풀이의 대상으로 그 아이들을 노릴테니까요. 아시다시피 현 시대의 경찰은 무용지물에 가까운 존재 미나토씨를 제외한다면 그러한 야쿠자들은 막을만한 사람이 없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잠깐 그 말은..."
"물론 경관이란 신분으로 물러설 수 있게 할 수도 있겠지만 경관있는데도 시비를 걸 정도면 애초에 개의치 않는 정도겠죠."
"그런 상대에게 몇대 맞는 정도로 시민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끝내면 그걸로 괜찮다 생각한 거겠지. 다른 사람을 위해 머리를 숙일 수 있는 남자. 그런 용기있는 사람은 참으로 귀중하지"

두사람의 말에 그제서야 이치죠는 그가 최선의 행동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가 싸우면 다른 사람들이 다친다. 경관으로서 다른 사람이 다치는 것을 볼 바에야 자신이 다치는걸 택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남자의 길, 약하고 억울한 자를 위해 희생하는 그의 모습이야 말로 정의

"그랬던건가...."

이치죠는 순간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보이는 표면의 것만 보고 진실로 용기 있는 사람을 겁쟁이의 취급하며 매도했다.
그런 이치죠의 반응에 그 자리에 있던 다른사람들은 이치죠가 참으로 올곧은 사람이구나란 생각을 했다.


"크으...."
"괜찮은가 대관?"

코타로는 무덤에서 쓰러진 우쿄를 그의 집으로 데려 온 후 그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깨어난 우쿄는 고개를 두리번 거리더니 코타로를 향해 물었다.

"코타로인가... 어떻게 된거지?"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구려. 쓰러져 있던 대관을 내가 데리고 왔소이다만 무엇때문에 쓰러진 것이오?"

코타로의 질문에 아까 있었던 일, 갑작스럽게 나타난 감찰관에 의해 자신이 엉망진창으로 당한 일을 떠올리며 코타로를 향해 외쳤다.

"코타로... 지금 당장 야겐타의 집으로 간다."
"뭔 일이 있구먼. 감찰관쪽은 신경 안써도 되겠오?"
"뭔 일이 생기면 소리마치 녀석에게 전부 넘겨버린다. 더 이상 그 감찰관을 내버려 둘 인내심 따윈 없어! 그보다 소리마치는?"
"GHQ쪽에 연락한 후 그쪽 동향을 감시한다고 나갔소이만?"
"뭐 상관없겠지. 간다 코타로... 그 녀석들을 모조리 처리한다."
"뭔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몸은 닌자 고용주가 시키는 대로 할 뿐이외다."

후마 코타로는 그리말하며 대관 우쿄를 따라 산으로 향했다.


카게아키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우고 있던 메이신은 문득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익숙한 '기질'에 고개를 돌려 숲 쪽을 바라보았다.

"흠?"
"왜 그러십니까 리노이에씨?"
"아니, 잠깐 좀 볼일이 생겨서 말이지."
"볼일 입니까...?"
"댁은 여기 있어줘."

메 이신은 그리 말한 후 붕대가 한가득 감긴 손으로 자신의 칼을 집어 들며 숲쪽으로 몸을 날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숲 한가운데에는 백발의 음울하기 짝이 없는 기운을 피우는 남자. 메이신의 스승인 소리마치 이치조가 건들거리는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여, 제자야. 널 부른게 아니다만?"
"알고 있어. 하지만 사부랑 엮여서 좋은 일은 없으니까 미리 떼어 놓으려고"

스르릉

칼집에서 칼이 뽑히는 소리와 함께 메이신의 발이 땅바닥을 박찼다. 심무류의 축지가 단숨에 두사람의 거리를 좁히고 메이신의 칼이 사선으로 소리마치의 어깨를 노리며 떨어져 내렸다.

챙-

하지만 소리마치 이치조는 순식간에 행해진 그 공격을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 가볍게 받아내며 칼 손잡이로 그녀의 명치를 가격했다.

"큿"

명치에서 느껴지는 고통, 일순간 호흡이 흐트러진 메이신은 뒤이어 행해진 그의 칼등치기를 가까스로 피하며 거리를 벌렸다.

"아, 방금건 좀 아쉬웠네. 그 수로 기절시켰으면 다치지 않게하고 끝낼 수 있었는데."
"역시 사부에게 잔재주로는 힘들군. 기습으로 본 이득이 하나도 없으니"

축지에서 이어지는 사선베기, 보통의 무자라면 당연하게도 그 단순하지만 깔끔한 연계에 베여버렸을 터이나 아쉽게도 소리마치 이치조는 보통의 무자라고 할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건 제자인 그녀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아... 역시 짜증나 사부는"
"너무하네 우리 제자는"

이 치조는 그리말하며 찌르기의 자세를 취했다. 가급적이면 적은 상처로 제압하고 싶다는 의사인지 아니면 아니면 위협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쪽이든 달가운 의미는 아니었다. 그렇게 사부와 대치하고 있던 중 메이신은 한가지 의문을 떠올리며 사부를 향해 물었다.

"그나저나 사부치고는 꽤나 별나네. 저정도로 제대로 된 인간의 뒤를 쫓다니. 은성호와 관련 있는걸까나?"
"뭐 그것도 있지만... 좀 걸리는게 있어서 말이지."
"뭐가?"
"얼마전 내가 있었던 가마쿠라의 한 마을에서 연쇄살인범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했던가?"
"했었지, 그게 사부가 흘린 검주를 가지게 된 인간에 의한 짓이란 것도"
"그렇게 화내지 마, 난 그저 사람의 소원을 들어줬을 뿐이라고"
"어딘가의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님인가 사부는..."
"그보단 유럽에서 말하는 열심히 사는 착한 아이들에게 선물을 주는 붉은 외투의 영감님이 더 어울리겠지. 그 영감님은 착한 아이에게만 주지만 나는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선인악인 안가리고 주지만 쿠후후"
"악질이다 사부"
"악질이라니, 이 사부는 그저 선악 가리지 않고 열심히 사람들의 편이다"

그 게 가장 악질인 점이었지만 메이신은 더 이상 말을 섞기 보다는 칼로 그 말에 대한 대답을 했다. 푸른 섬광이 번뜩이며 메이신의 칼날이 소리마치를 향해 휘둘러졌고 그와 동시에 그는 땅을 박차며 나무위로 뛰어 올랐다. 그리고 나무에 박히는 그의 칼-
방금 전 찌르기는 메이신을 노린것이 아닌 나무에 꽂아서 발판으로 하기 위한 것, 그리고 그의 상의 소매 안에서 다른 한자루의 소태도가 모습을 드러내며 메이신의 머리 바로 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죽음을 직감한 순간, 갑작스럽게 메이신의 뒤편에서 부터 붉은 뱀이 모습을 드러내 떨어져 내리는 소리마치를 몸으로 들이받았다.
갑작스런 붉은뱀, 호무라의 기습으로 인해 날려진 소리마치는 입가에 피를 흘리며 유쾌한듯 입을 열었다.

"거기서 끼어드는건 반칙이잖아 호무라!"
-미도우가 위험한데 반칙이건 나발이건 신경쓸까보냐-

호무라덕에 목숨을 건진 메이신은 그대로 나무를 타고 오르며 호무라를 향해 달렸다.

"호무라! 괜찮은가?"
-완벽! 까진 아니지만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을 정도로 회복은 완료했어-

부아아앙-

소리마치가 날아갔던 수풀, 그 너머에서 요란한 엔진음과 함께 바이크를 탄 소리마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제자의 환영이 너무 거세서 오늘은 물러나야겠구나. 그럼 제자야 다음에 보자꾸나"
"놓칠까보냐! 호무라 열량추진!"
-오우!-

메이신의 외침과 함께 호무라의 뒤쪽에 무시무시한 폭풍이 발생하며 호무라와 메이신의 몸이 소리마치가 탄 바이크를 향해 쏘아졌다.


-미도우!-

무 라마사의 외침과 함께 하늘을 올려다보는 카게아키, 카게아키가 하늘을 올려다보기 무섭게 보이는 것은 얼마전에 싸운 갓산과 처음보는 88식의 검주, 갓산과 함께 있는거로 보아 대관의 부하이던가 아니면 대관 본인으로 생각되는 검주였다. 아니, 대관이 확실하리라.

"무라마사 상태는?"
-회복정도 8할가량, 전투에 지장없음!-

무라마사의 말에 카게아키는 서약의 말을 입에 올렸다.


"귀신이 있다면 귀신을 벤다, 부처가 있다면 부처를 벤다. 츠루기의 이치 여기에 있다."

붉은 거미, 무라마사가 분해되며 카게아키를 휘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어제와 같은 붉은 무자가 된 카게아키는 하늘에 있는 두 검주를 향해 전력으로 날아올랐다.

posted by 히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