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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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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20. 14:14 글/SS

스릉-

칼이 칼집에서 뽑혀나오는 소리와 함께 발이 내딛어진다. 낮은자세에서 발해지는 발도는 용기병의 사각을 파고들의 팔을 베었다.
타우치전 없이 행해진 그저 순수한 백병전, 과거엔 백병전이 그렇게 드문편은 아니지만 기동력이 중시되는 현대에 있어서 타우치전이 아닌 백병전은 꽤나 드문편이었다. 적어도 전장에서는 더더욱
타오르는듯한 붉은 장갑의 검주는 용기병의 팔을 벤 칼날을 돌려 회수한 후 그대로 내리베었다.

- 심무류 예도 뒤집어 깨기

검주의 머리장갑이 깨지고 터지는 소리와 함께 머리가 박살났다. 용기병이 그대로 축 늘어져 바닥을 나뒹굴자 붉은 검주는 전신에서 막대한 열량과 증기를 발했다.
마치 증기 기관차의 증기방출이 이러할까 싶을 정도의 증기가 발해진 붉은 검주는 이내 증기가 잦아들자마자 장갑을 해제했다.
장갑을 해제하자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낭인, 20대의 외모를 지닌 낭인여인이었다.
여 인은 땀으로 인해 축축해진 옷을 몸에서부터 떼어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 남은 것은 로쿠하라막부의 최신예기인 94식 용기병들. 로쿠하라막부에서 독점하고 있는 신예기인 만큼 구형인 88식 용기병으로 상대하는건 무리였으리라. 그렇다고는 해도...

"그래도 너무 쉽게 무너졌군..."

로 쿠하라 막부에서 보내온 토벌군은 20기, 이쪽은 낭인인 자신을 포함해서 15기 남짓이었다. 물론 그만한 숫적 불리함이 있었기에 유일하게 진타검주를 지닌 자신이 두명과 함께 지상을 맡은 것이지만 설마 저정도로 압도적으로 밀릴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 어쩔 수 없지, 88식은 중갑이야. 타우치전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어 -
"그래도 말이지 10기나 나섰으면서 4기도 못떨군건 좀 심하잖아..."

하늘에 떠 있는 94식은 총 12기, 지상에서 백병전으로 없앤 5기를 제외하면 3기가 아군이 떨어뜨린 전부라 할 수 있었다.

"역시 여기선 물러설 수밖에 없나..."
- 그래야겠지. 아무리 내가 진타라지만 94식 용기병을 12기나 상대할 만큼은 아니야. 소문의 은성호라면 모를까... -
"거기다 고도확보도 아무래도 무리고 말이지"

타우치전은 기본적으로 상대보다 높은곳에서 낮은곳을 공격하는 방식이다. 즉 땅에서 올라가는 것은 자살행위였다. 한두기라면 모를까 열두기나 되면 집중포화에 걸레가 될것이 뻔했다.

"이여이여 역시 져버렸나? 뭐 자기들이 원하는대로 싸우다 죽었으니 만족하겠지. 멸사봉공. 좋은 말이다."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여인은 벌레라도 씹은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무지 싫어해."
"왜 그래 제자야? 좋잖아 자신이 바라는 걸 위해 모든걸 건다. 심지어는 목숨이라도. 그야말로 열심히 살아가는 표본이잖나?"
"목숨을 버릴 정도로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나로서는 죽으면 어차피 끝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래서 타인을 죽이는 건가?"
"그래, 나의 노력을 헛수고로 하지 않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서 타인의 목숨을 취한다. 그게 나쁜가?"
"아니아니 그것도 좋다. 너 나름대로 진지하게 살고 있으니까 말이지"

백발에 음울하게 생긴, 그야말로 '기분나쁜' 양아치의 표본인 소리마치 이치조우는 제자인 여인의 말에 그렇게 말했다.
여인은 그런 사부의 말에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보다 이런곳에는 무슨일이야? GHQ의 첩자 노릇도 질린거야?"
"아아, 조금 재밋는 녀석을 발견해서 말이다. 그녀석의 뒤를 캐고 있었다."
"우와... 누군지 모르겠지만 왠지 동정해주고 싶네"

여인은 알고있다. 어릴적 존경한 사부가 어떠한 인간인지, 사부 소리마치 이치조우는 진지한 인간을 긍정한다, 찬양한다. 오죽하면 자신을 이러한 시대에 태어나게 해준 신에게 최대의 찬사를 날리고 싶어한다.
이것뿐이라면 좋다. 여인도 소리마치 이치조우의 영향으로, 또 이런 시대이기에 가문을 버리고 낭인이 될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니까.
하지만 문제는 사부가 좋아하는 것이 '진지한' 인간이란것. 그것은 사람의 긍정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부정적인 부분까지 포함된다는 점이었다.
열 심히 살아가는 농부가 있다면 소리마치 이치조우는 그 농부를 찬양한다. 싸움에서 전력을 다하는 바보가 있다면 그 바보를 찬양한다. 자신의 전력을 다해 사람을 등쳐먹는 인간을 찬양한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 인간이 있다면 그 인간을 그 인간을 찬양한다.
여인이 할 말은 아니지만 소리마치 이치조우란 인간은 이 뒤틀어진 시대에서도 유별나게 뒤틀린 인간 중 한명이다.
낭인이 되고 사부의 본질을 깨달은 지금은 여인에게 있어 사부란 존재는가장경계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런 말 마라. 다만 조금 걸리는게 있어서 말이다."
"응?"
"아니, 아직은 말하지 않아도 되겠지. 아참 메이신 넌 어쩔거냐? 이번 싸움은 완전히 패배한것 같은데"
"나는 낭인이야. 그리고 낭인은 돈을 받고 힘을 팔뿐. 돈 줄 사람이 없어진듯하니 다음 물주를 찾아야지"
"그런가. 뭐 너다워서 좋다. 다음에도 건강한 몸으로 볼 수 있으면 좋겠구나 제자야"

나타났을때 처럼 신출귀몰하게 사라지는 사부를 보며 여인은 아까까지 달아오른 몸이 식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 미도우? -
"아니, 갑작스런 사부의 등장으로 좀 긴장했을 뿐이야... 돌아가자 호무라. 어차피 이곳에서의 전투는 끝났으니."

여인은 몸을 돌려 사부가 나타난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걷기 시작했다.


얼마 후 가마쿠라

"네가 그 낭인인가?"
"그렇습니다만. 여자라서 마음에 안드신다면 아직은 바로 계약 해지가 가능합니다만..."
"아니 괜찮겠지. 내게 필요한건 네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보다도 네가 돈만큼의 실력을 지녔는가니까 말이지. 이름은 리노이에 메이신이 맞나?"
"맞습니다만... 큿!"

카캉-

칼자루와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방에 울려퍼졌다. 물주의 공격에 아슬아슬하게 대처한 메이신은 자신을 공격한 물주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짓이죠?"
"'그'남자의 말대로 실력은 충분한것 같군"

로쿠하라 막부의 대위인 노인, 나가사키 우쿄는 자신의 일도를 막은 메이신을 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입을 열자 메이신은 묘하게 싸늘한 느낌을 받으며 우쿄를 향해 물었다.

"그 남자라뇨?"
"소리마치 이치조우, 너와 후우마일족을 나에게 소개시켜준 남자지"

이런곳에서 사부의 손길을 느낀 메이신은 오한을 느끼면서도 낭인으로서 그 계약에 응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이 메이신의 낭인으로서 긍지였다.
낭인느로서 상대가 거부하지 않는한 받아들인 계약은 행한다. 그것이 리노이에 메이신이라는 낭인이었다.

"그래서, 제가 할 일은?"
"나의 호위다. 기본적으로는"

기본적으로란 말은 그 외에도 시킬게 많다는 말. 뭐 그녀로선 어지간한 거라면 상관은 없다. 돈은 받았고.

"알겠습니다. 그럼 언제부터 착수하면 됩니까?"
"지금부터로 해두지"
"그렇게하죠"

메이신은 우쿄의 말에 칼을 고쳐메었다.


야마토에서 낭인의 일반적인 인식하면 아마 이 한마디로 충분할 것이다.
쓰레기-
그렇다. 쓰레기다.
긍지도 없이 돈을 받고 자신의 무를 팔아 먹는 쓰레기. 야마토에서 막부측을 제외한 대부분의 검주가 GHQ에 회수되었지만 낭인들이 지닌 검주만큼은 좀처럼 회수되지 못했다.
아니 일부러 회수하지 않았다고 하는게 옳을지도 모른다. 야마토 무자에 의해 난이 생기면 GHQ에서도 개입할 여지가 생긴다.
복잡한 사정은 어쨌든 비공식적으로 검주를 지닌 낭인은 제법있다. 그리고 이러한 낭인들은 무척이나 위험했다.
무엇이 위험하냐면 아무것도 없기때문에
정의를 가지고 있다면 경찰이나 무자가 되었을것이다. 사악을 가지고 있다면 도적이나 악당이 되었을것이다.
하지만 낭인들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지닌것이 '없기'때문에 그들은 '돈'을 추구한다. 돈만 내면 정의의 아군도 악당도 된다.
그러한 정의도 사악도 없는 존재가 바로 낭인이다.
그리고 지금 메이신이 하고있는 행위도 그 연장선이다.

탕-

총성이 울려퍼진다. GHQ의 장교복을 입고있는 여성이 쏜 총탄은 마지막남은 병사의 미간에 박히기 직전에 여인의 칼날에 두동강 났다. 반으로 나뉜 칼날의 한쪽은 머리위로 날아기고 다른 반쪽은 병사의 어깨에 박혔다.
살아남은 병사를 보며 메이신은 온몸에서 땀을, 아니 '열기'를 쏟아내며 총탄을 쏜 여인을 바라보았다.

"무슨 짓이죠?"
"의뢰수행, 그러는 GHQ의 장교님이야 말로 무슨짓?"

병사들에게 총을 박아넣은 여인을 바라보며 메이신은 칼을 고쳐쥐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요행'으로 총탄을 베어 병사를 살리기는 했지만 그런 요행이 두번이나 가능할 것이라고는 생각 되지 않았다.

"어라 제가 GHQ사람인건 어떻게?"
"그쪽 장교복을 입은채로 몰라주기를 바라는게 이상하겠지"
"이런 아가씨, 그러니까 평상복으로 오자고 했짆습니까"
"그러게요. 실수했네요"
"GHQ의 장교? 무슨 속셈이지?"
"무슨 속셈이라뇨? 에 그러니까..."
"로쿠하라 대관, 나가사카 대위님입니다"
"나가사카 대위. 저는 진주군 사령부로부터 파견된 순찰관으로서, 야마토군 장병의 부적절한 행동을 시정하는 것은 저의 책무에요"

여인의 말에 메이신의 고용주 나가사카 우쿄는 살짝 창백해진 안색으로 GHQ의 장교를 향해 물었다. 만약 병사들의 무례한 행동으로 GHQ가 개입할 빌미를 줬다면 그들을 천참만륙해서라도 그 빌미를 없에야만 했다.

"나의 병사가 귀관에게 무례라도?"
"마을사람의 징발, 한도를 넘은 혹사, 작업으로부터 탈락한 자에 대한 린치. 모두 군의 사관으로서 적절한 것 같지는 않군요?"

장교의 말에 우쿄는 어이없어하며 입을 열었다. 병사들이 무례라도 범한 줄 알았건만 고작 그것때문에 병사들을 쏴죽였단 말인가.

"그러한 것을 귀관에게 들을 이유는 없다. 야마토의 내정은 로쿠하라에 위임되어있잖나"
"네, GHQ의 감독아래"
"채광산업 허가라면 이미 받았다."
"하지만 그건 서류상으로만이죠? 시정 실태를 조사해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순찰관의 직권인지라..."
"바보같은..."
"이것은 제 생각이지만 민정국에 대한 선물이 모자랐던건?"

빤히보이는 찔러보기, 조금이라도 이 바닥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이라면 걸릴 사람은 없으리라. 하지만 메이신은 그 생각을 곧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코브덴 중위의 위장에도 지갑에도 침대에도, 놈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채워 넣어 줬다! 그럼에도 모자란단건가 돼지새끼!"
"고용주..."
"뭐냐!"
"나쁜말은 하지 않겠지만 댁 바보?"

메이신이 우쿄를 향해 그리 말하기 무섭게 여장교는 자신의 가령으로 보이는 할멈을 향해 입을 열었다.

"사요, 지금 거 들었어요? 우리들, 뇌물수수의 중대한 증거를 잡아 버린 것 같아요"
"대단히 드라마틱한 전개군요. 아가씨"
"와 이런 국면에서 대놓고 자기의 부정을 말하는 드라마틱한 바보란게 진짜 있구나..."

어느샌가 분위기를 타 여장교와 같이 고용주에 대한 험담을 하는 메이신, 세명이서 자신을 바보취급하고 있는 상황속에세 우쿄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며 입을 열었다.

"귀관의 목적이다! 결국 무엇을 갖고 싶은 것이냐. 돈인가, 그렇지 않으면 광산의 이권인가? 그렇다면 그리 말해라, 서투른 흔들기 따위 걸지 않아도, 이야기는 들어준다!"
"....정말로 바보군요. 안그래요 사요?"
"그렇군요. 머리에 바람구멍이라도 뚫어드리면 좀 나아질것 같네요."

여장교와 가령의 대화에 인내심이 끊긴 우쿄는 메이신을 향해 외쳤다.

"저 계집년들을 죽여!"
"예이예이, 장교님 원한은 없지만 저도 돈을 받고 일하는 처지라."

여인은 그렇게 말하며 장갑을 위해 서약의 말을 내뱉었다.

"홍련의 불꽃을 몸에두르고, 진홍의 칼날이 될지어니."

그 말과 함께 선홍색의 장갑이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그리고 잠시 후 매끈한 선홍빛 장갑을 지닌 검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선홍빛 검주, 호무라를 걸친 메이신은 고통없이 단번에 목을 베기위해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그 칼날을 휘두르려는 순간-

숲 건너편에서 도깨비가 나타났다. 메이신은 순간 그렇게 생각했다. 마치 귀신을 연상시키는 두 뿔, 그리고 험상궂은 외모와 새하얀 머리.
만약 이것이 갑주를 걸치지 않았다면, 칼을 대신해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면 메이신은 분명 도깨비라고 생각했을 터였다.
붉은 도깨비로 부터의 일섬은 우쿄를 향해 떨어지고 있었다. 위기의 찰나 그녀는 재빨리 기술의 방향을 바꾸는 것으로 고용주를 구하려했다.

-심무류 예도 변이발도 유성

'손'에 걸려있던 칼날은 이름 그대로 유성과 같이 붉은색 무자를 향해 쏘아졌다. 붉은 검주는 두꺼운 갑철을 이용해 유성을 받아 빗겨낸 후 그대로 우쿄를 향해 칼을 내뻗었다.
방금 그 한수에서 상대의 기량의 깊이를 느낀 메이신이었지만 그렇다고해서 의뢰인을 죽게할 수는 없었다.
빗겨흘려낸 일검을 되돌려 팔을 노려치는 일격. 비록 참격 자체를 막을 순 없었지만 벗겨내는데는 충분한 일격이었다.

"방해하지 마라"
"이봐이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저기 저분은 로쿠하라의 대관님이시야. 어디의 무자님이신지는 모르겠지만 불만있으면 로쿠하라에 말하라고"

상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무자라면 대부분 로쿠하라 막부의 소속, 공갈이라도 이정도면 반응을 하리라-

"나는 로쿠하라의 지휘계통과 무관하다. "
"그런가... 그럼 저기의 장교님과 같은 GHQ?"
"소속은 일절 없다. 단순히 청부업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뭐야, 동종직업 종사자인가..."

메이신은 정체불명의 무자를 상대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타우치전이라면 모를까 백병전이라면 질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자세를 잡아 간합을 쟀다.
일보, 이보... 그리고 삼보째 두사람의 칼이 서로를 향해 휘둘러졌다. 서로의 어깨와 허리를 노리는 일격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살기가 넘치는 칼날이 서로를 베기 위해 이빨을 드러냈다.

차캉- 키긱키긱

순식간에 삼합이 오가고 검주 여기저기에 상흔이 새겨졌다. 그 몇번 합이 오가는 동안 메이신은 몇가지 정보를 유추해 낼 수 있었다.
첫번째 붉은 무자는 전쟁경험이, 아마도 자신보다 많을 터였다.
두번째 붉은 무자의 갑철은 고류 검주에 자주 보이는 중갑형 갑철, 즉 상당히 이름있는 명품일 가능성이 높았다.
마지막 사용자의 검기도, 검주의 성능도 자신보다 위, 아마 앞서는건 운동성 정도이리라.

- 미도우, 상승하자. 상대가 상대인 만큼 백병전으로는 힘들어 -
'상대가 누군지 알겠어?'
- 적어도 검주는, 이 성능... 아마 우리시대때도 전설에 가깝게 회자되던 무라마사인듯하다 -
'무라마사인가....'
- 전장의 악귀, 붉은 무자... 소문으로만 들었지만 실제로 상대하니 무지 벅차군. 어쨌건 지금은 먼저 날아올라서 힘을 만드는게... -
'그건 무리, 상대의 목표는 내가 아니라 고용주다. 내가 날아오르는 순간 고용주는 그대로 저 칼날에 베이겠지'
- 그렇군... -

그렇게 몇합을 더 나누던 메이신은 자신의 열세를 확신하고 그열세를 뒤집기 위한 패를 준비했다.

'호무라, 음의를 사용한다'
- 알았어 -

칼을 나누던 메이신은 한발짝 물러서 음의를 발동했다. 전신에 가득한 열량은 장갑을 타고 흐르며 가속하기 시작했다.
가속하는 열량은 이윽고 메이신의 속도와 힘이 되어 그 흉아凶牙를 드러냈다.

- 심무류 예도 폭포가르기

반보 내딛어지며 중단베기가 휘둘러졌다. 아까보다 빨라진 공격에 무라마사는 허리를 약간 허용했다. 하지만 치명타는 되지 못했고 도리어 경계심만 새겨주는 꼴이 되었다.

'역시 강하군...'
- 미도우, 지금저쪽도 음의를 사용하려는것 같아 -
'응?'

호무라의 말에 메이신은 무라마사를 바라보았다. 무라마사의 외향이 살짝 변한 느낌이 든 데다가 칼집을 중심으로 푸른 불꽃이, 아니 벼락이 치고 있었다.
명백하게도 위험한 기술. 저것은 아마도 음의를 이용한 필살의 일검-
메이신의 직감은 위험을 경고하고 있었다. 저것은 위험했다. 여태까지 몇번이고 사선에서 자신을 구한 직감이 외치고 있었다.
피해라
도망쳐라
범위로 부터 벗어나라
저것에 닿으면 안된다.

- 미도우! -
'고용주는?!'
- 아직 뒤에 있어 -

우쿄는 어째서인지 도망치지 않고 이 대결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쪽은 GHQ의 여장교도 동일 어째서 도망치지 않은걸까? 그런 쓸데없는걸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고용주가 도망치지 않았다면 낭인으로서 도망칠 수 없는 노릇이었다.

- 미도우! -
'열량순환 최대전개!'
- 그걸 쓸 생각인가? -
'상대의 음의가 필살이라면 그걸 막기위해선 이쪽도 필살을 꺼낼 수밖에 없잖아'

메이신은 그리말하며 검극을 손끝에 걸고 무라마사를 마주보았다. 호무라의 전신을 순환하는 열량은 이윽고 이상기류를 형성하고 형성된 이상기류는 마침내 폭풍이 되어 호무라를 휘감았다. 그리고 서로의 준비가 끝난 그 순간-

- 폭풍열파 야타카라스
- 전자발도 마가츠

신뢰迅雷와 폭풍嵐이 마주한다. 필살의 일격이 마주하자 해방된 뇌전과 폭풍은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주변의 숲 일부를 불태우고 박살냈다. 물론 두 검주도 필살의 일격을 마주한 만큼 무사하지 못했다.
무라마사의 오른쪽 어깨장갑은 산산조각이 났으며 호무라는 타치가 깨져나가고 양팔의 장갑과 가슴장갑에 상흔이 새겨졌다.
만약 기술의 위력이 모자랐다면 호무라도 사수인 메이신도 확실하게 죽었으리라- 그정도로 무라마사의 발도술은 압도적인 위력이었다.

"큿.... 무사해 호무라?"
- 중파... 아니 사실상 대파 직전의 중파. 한동안은 수복에 전력을 쏟어야해. -
"그럴 수 있을련지...."

메이신은 부러진 타치를 칼집에 넣고 노타치에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무라마사쪽에서 이상행동을 보였다. 아니 이상행동이라기 보다도 철퇴라 해야할 것이리라 어느샌가 GHQ의 장교님도 사라졌고.

"큭..."

장갑을 해지한 메이신은 소모된 열량과 체력, 그리고 충격에 체력을 다한듯 그대로 자리에 쓰러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새 붉게 물든 노을에 자극받아 일어나 정신을 차린 메이신은 자신의 뺨을 찌르고있는 에미시의 소녀를 볼 수 있었다.

"누구지?"
"언니, 시체가 깨어났어"

메이신은 난데없이 자신을 시체취급한 꼬마를 보며 살짝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큿... 비싸게 고용한 낭인이 고작 괴한 따위에게 죽다니"
"고작이라 할만한 정도까진 아니었다만?"

컬컬한 노인의 목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붉은 머리카락의 여인, 닌자의 복장을 걸치고 있는 그녀는 어울리지 않는 노인의 목소리로 우쿄를 향해 말했다.

"상대는 무라마사, 무라마사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그것을 사용하는 무자는 평범한이가 아닐터. 솔직히 진타라지만 무명의 검주로 거기까지 무라마사를 상대한 그녀를 칭찬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그쪽도 그리 생각하지 않는가?"

그녀의 말에 수풀 한 구석에서 한명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새하얀 백발에 음울하기 짝이 없는 얼굴, 그리고 절름거리는 발-
소리마치 이치조우의 등장이었다.

"어땠나? 귀하의 귀여운 제자의 싸움은?"
"꽤나 분투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됐든 상대는 야마토 각지에서 악행을 하는 무자를 베었다고 은연중에 알려진 붉은 무자인 무라마사 그런 존재를 상대로 이만큼이나마 싸운 제자의 성장을 보자면 스승으로서 기쁩니다."
"그래서, 그런 귀여운 제자의 복수는 어찌할텐가?"
"그건 코타로님께 맡기죠. 아무래도 이런몸으론..."
"농담도 잘하는구만 자네."

후우마 코타로는 알고 있다. 소리마치 이치조 그가 일도류의 달인이란걸, 그것도 잊혀진 마검을 완성한 달인이란 것을 알고 있다.
그 마검을 쓴다면 저 붉은 무자도 이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까지 입에 내지는 않았다. 일단 아직까지는 서로 이용할 수 있는 사이고 아군이며 더구나 그의 뒷배를 알 수 없는 탓이었다.
은성호와, '공주'와 관련있는것까진 확신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을 알 수 없었다.
우쿄는 갑작스런 두 사람의 등장에 놀라면서도 핀잔을 날리며 입을열었다.

"구경하고 있었던가?"
"뭐 그렇지- 소리마치공의 제자가 싸우고 있던 터라 나설 필요도 없었고"
"있었으면 그 GHQ의 빌어먹을 년을 처리해줬으면 좋았잖나! 그리고 소리마치 이치조, 민정국과의 연결은 만전인게 아니었나?"
"이야... 그게 말입죠. 본래 순찰관이란게 유명무실해진 일종의 휴가직입니다만. 어째서인지 저 아가씨가 먼저 나서서 지원해버려서요. 코브덴 중위님도 그게 이상하다 생각해서 절 보내셨습니다만. 저질렀군요"
"뭐야 저 여잔. 어딜봐도 야마토인이지않은가. 왜 저런여자가 GHQ에..."
" 뭐, 높으신분의 사정이란 겁니다. 거기다 그 아가씨는 야마토보단 영국에 더 오래살았다는 느낌일까... 여하튼 야마토보단 유럽에서 더 유명한 인간입죠. 뭐 GHQ에선 주류파벌이 아니지만 그래도 야마토인인데다가 우수하니 민정국에 배치한것 같습니다만..."
"음... 즉 그 말은 그 빌어먹을 년의 독단이란 건가?"
"뭐 그렇습니다. 일단 코부대나 중위님의 의향을 전해놓긴 했습니다만 시치미 뚝 떼는걸 봐서는... 일단 코브덴 중위님께 정식 명령서를 박아와야할것 같습니다."
"그건 알아서 처리해주고.. 그보다 그 괴한은 뭐지? 분명 무라마사라고 했던가? 그녀석의 정체는 뭐야?!"
"뭐 정확한건 저도 모릅니다. 다만 아까 이 근처에서 얼마전에 봤었던 경찰를 봤는데 그 경찰이 좀 수상하더군요"
"경찰이?"
"주변을 보아하니 외부에서 유입된 사람이라고는 제 제자와 GHQ의 장교님, 그리고 그 사람좋은 경찰 이렇게 셋 정도니까요"
"그렇군. 그런데 그 경찰과는 안면이 있나?"
"안면이랄것까진 없지만 마주한적은 몇번 있죠."
"어떤 인간이었어?"
"뭐... 말하자면 선인입니다. 잘 배우고 잘자란. 저는 어쨌든 저희들과는 생리적으로 잘 맞지 않는 부류죠."
"그런가. 뭐 그러니까 정의의 사자 놀이를 하는거겠지"
"그럼, 소치마치공은 그 경찰이 무자라는건가?"
"뭐 의심할 필요는 있다는 겁죠"
"괜찮다면 인상착의를 알려주게나. 소리마치공"
"나도 부탁하네"
"헤헤헤, 그럼 말씀드립죠"

소리마치 이치조는 두사람을 향해 경찰에 대한 인상착의를 말했다.

posted by 히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