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에서 범인들에 대한 자료를 얻고 범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 리한은 건물 옥상을 뛰어다니며 클라프 형제의 아지트로 향했다.
치안이 좋은 다른 별이었다면 이처럼 건물 옥상을 타고 다니려면 곳곳에 있는 감시카메라를 피해야 했을 터이나 이곳은 치안이 좋지 못했기에 이처럼 빠르게 이동할 수 있었다.
만약 치안이 좋은 곳이라면 이 광경이 찍혔을 경우 상당한 금액의 벌금을 물었을 터였다.
"이처럼 자유롭게 달리는 것도 오랜만이구나."
바람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맹렬하게 달리는 리한, 갑갑한 우주선 안의 매일을 보내는 일상속에서 이처럼 기분좋게 달리는 것은 힘들었다. 그렇게 몇십분을 달리고 뛰어다니던 리한은 갑작스래 멈춰서서 하나의 건물을 바라보았다.
다른 건물들과는 달리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신축건물, 더구나 곳곳에는 감시카메라와 보안설비가 설치되어 묘한 위압감을 발하고 있었다.
"어지간히도 철저하게 구축했구만. 그래서 금방 알 수 있지만..."
이 별에서 이정도로 경계가 삼엄한 곳은 관공서나 군 관련정도. 민간인으로선 아무리 대비해봤자 경찰이나 군부대 부근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비해봤자 의미가 없었고 좀 영향력이 있는 조직이라면 보안설비 보다도 사람을 동원했다.
즉 사람을 피하고자한 저 철저한 대비가 도리어 꼬리를 드러낸 것이었다.
눈에 보이는 감시 카메라와 보안설비를 지도에 표시하고 기종을 찾아 가동범위를 확인한 리한은 감시망의 사각인 옥상을 살펴본 후 작은 돌멩이를 카메라의 사각으로 옥상에 던졌다.
만약을 위해 옥상에 감압 센서가 있는지 위함이었다. 다행이도 옥상에 감압 센서가 없는지 이렇다할 반응이 없었다.
"일단 옥상에 가면 되려나..."
도움닫기와 함께 뛰어오른 리한은 사각을 통해 카메라에 모습을 들키지 않고 옥상위에 안착할 수 있었다.
발에 느껴지는 감각으로 보아 아까 돌멩이로 확인했듯 감압장치는 없는듯했다. 더불어 옥상을 확인하기 위한 카메라도 없었다. 없지 않은건 아니지만 옥상이 아닌 상공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무협을 상정한 것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위한 경계망이었다.
"뭐 무협이 이쪽에 올리가 없지만..."
사실 무협을 상대로 한 경계망이 아니라면 이런 경계망이 모범이었다. 무협에 준하는 능력을 지닌 리한은 쉽게 침입했으나 무협이 아니라면 최소 한군데 이상 카메라에 잡혔을 터였다.
무협이라고 해도 카메라의 사각을 계산하지 않으면 걸릴게 뻔했지만-
"어디어디... 옥상문은 어떤걸려나?"
리한은 전자록이 아니길 빌며 아래로 내려가는 문을 찾았다. 하지만 이내 왜 옥상을 살피는 감시카메라가 없는지 깨달았다. 옥상에는 따로 입구가 없었던 것이다. 입구로 생각한것은 거대한 환풍구였다.
옛날과 같은 구형 프로펠러 환풍구면 좋겠지만 아쉽게도 이런부분만큼은 비싼 전자식이였다. 가스를 의식한 것일까- 쉽사리 침입할 수 있을거라 생각한 그로선 아쉬운 일이었다.
"어쩔 수 없나...."
리한이 한숨을 내쉬자 그의 손끝과 신발끝 부분에서 은은한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이제 이것만 가지고 우주로 나가면 더이상 푼돈으로 이딴 짓 하지 않아도 돼"
인신매매로 유명한 납치범. 클라인 형제의 형 맥은 많이 피곤한듯 기미가 가득한 눈으로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커다란 금속 상자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간 인신매매로 돈을 벌던 그들 앞에 나타난 한명의 사내는 어떠한 정보를 넘겨주며 한명의 여인을 납치해 줄 것을 요구했다.
처음엔 수상한 사내의 모습에 거절했지만 그가 선수금으로 내민돈을 보고 그 생각을 접어야만했다.
별장별의 별장을 몇채나 살 수 있을 정도의 거금. 더구나 일이 성공하면 이것의 10배... 아니 별장별을 통째로 살 수 있는 금액을 준다고 했다. 그정도면 형제 둘이서 한평생 사치스럽게 살아도 될 정도의 터무니 없는 금액이었다.
"상대가 바하무트 그룹이라고 들었을땐 솔직히 겁이 났지만... 암흑무협은 없었으니 그냥 강행했었는데 낙승이었네 형"
"그래, 암흑무협 최대지원기업이니 뭐니해도 결국은 책상에 앉아있는 샌님들이야. 우리들 상대는 아니었지."
형제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컨테이너 안에서 자고 있을 소녀를 떠올렸다. 기묘한 복장과 신비한 외모를 지닌 소녀. 필시 엄청난 비밀을 가지고 있을 터이나 그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미 그만한 돈이라는 행운이란 기회를 얻었다. 행운이란것은 질투가 심해 욕심을 내면 있는 행운도 도망치기 마련이란걸 두 형제는 그간의 경험으로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동생아, 바깥 동태는 어떻냐?"
"카메라나 센서에 걸린건 따로 없어. 다만..."
"다만?"
"일부러 네트워크망에 드러낸 미끼 부분을 건드린 흔적이 있어. 아마 이쪽으로 우리 보안 시스템을 무력화 하려고 했겠지..."
"좋지 않네... 다른 조직이라던가?"
"확언은 못하겠어. 어쩌면 그냥 할짓없는 해커가 건드려본것일 수도 있고."
"아니, 일단 경보장치는 죄다 켜둬 수상한 반응이 있으면 즉각 반응할 수 있도록"
"알았어"
맥의 말에 코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선수금으로 받은 돈으로 준비한 함정이야 드론을 활성화 시켰다.
"아 만약을 위해 거금을 들여 산 그녀석도 활성화 시켜둬- 우리들하고 저건 확실하게 빼두고."
"그것도?"
"어차피 지금 아니면 쓸일도 없으니까"
"알았어."
맥의 말에 코니는 재빨리 컴퓨터에 명령을 입력하며 '그것'을 기동시키기 위한 준비를 했다.
잠시간의 시간이 지나고 코니가 입력키를 치기 무섭게 한쪽 벽면이 열리며 하나의 캡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안에 있는 것은 기계로 된 몸을 지닌 소녀의 모습이었다. 사이보그... 라고 하기에는 그녀의 모습 어디에서도 생기를 느낄 수 없었다.
만약 이 자리에 전쟁이나 무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의아해하면서도 놀랐으리라-
그 자리에 있던 것은 인간의 시체로 만드는 비인도적인 병기로 이름 높은 오가닉로이드, 과거 지구에서 부르길 강시라 부르는 존재였으니까 말이다.
죽은지 얼마되지 않은 무협의 온전한 시체를 전신의 신경이 죽지 않도록 조치를 취한 뒤 갖은 처리를 거치고 뇌와 척수, 신경등을 특수용액이 가득한 기계몸에 이식해서 만드는 처음 무협이 나타난 대죄전쟁시기에 만들어진 비인도의 정화였다.
덕분에 암흑, 성방, 제도 무협을 가리지 않고 제조및 사용 금지 되었으나 위법은 세상어디에나 있기 마련이었다.
파직 파지지지직
요란한 소리와 함께 오가닉로이드에 전류가 공급되었다.
전류가 흐르자 가사상태였던 내장이 되살아나기 시작하며 코어를 중심으로 내력이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빛이 없는 눈동자가 열리기 무섭게 차가운한기가 캡슐에서 흘러나왔다.
캡슐에서 차가운 한기와 함께 나온 그녀는 촛점이 없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더니 이내 구멍이 뚫린 손가락을 벽을 향해 겨누었다.
"적 발견- 섬멸기동, 섬멸기동"
"잠깐 코니 제대로 기동한거야?"
"제대로 했어... 잠깐 저녀석 센서에 감지 된게..."
"섬멸-"
코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녀의 손가락의 총구에서 푸른 구체가 쏘아졌다. 생물밖에 발현하지 못하는 초상력 중 하나인 기気가 구체화 되어 물리력을 지닌채 쏘아지고 있었다.
그것은 말하자면 무협만이 쓸 수 있다는 지탄- 그것이 초당 100발의 속도로 그야말로 탄환의 비가 되어 쏘아지고 있었다.
잠시 후 일련의 지탄 세례가 멈추고 소녀는 팔에서 증기를 발한 후 싸우기 위한 자세를 잡았다. 방금의 공격으로 적을 말살하지 못한 탓이었다.
"생명반응 확인, 근접전투기동 이행- 격철 장전"
팔에 달린 격철이 요란하게 당겨졌다. 오른쪽 팔에 달린 실린더가 살짝 돌며 그 이빨을 드러내기 위해 준비했다.
"뭐야? 뭐인거야!"
벽에 조금씩 구멍을 뚫어가며 벽을 타고 내려오고 있던 리한은 갑작스런 기탄의 세례에 당황하고 있었다. 자칫 날아갈뻔한 하반신을 재빨리 위로 치켜든 후 기탄의 세례가 끝나기를 기다린 그는 팔에 힘을 주며 구멍안으로 재빨리 들어갔다. 이미 들킨 이상 굳이 벽을 통한 침투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구멍으로 들어간 리한을 기다리고 있던것은-
격철을 때리고 있는 강철의 주먹이었다.
투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폭발과 충격이 리한을 덮쳤다. 격철에서 발해진 충격과 화약을 통한 폭발의 연계- 재빨리 팔을 교차시켜 막았으나 소매는 폭발에 불타고 충격파는 일시적으로 팔을 마비시켰다. 다행이도 그간의 단련 덕인지 뼈에 금이가거나 부러지는 일은 없었지만 적어도 십수초 동안 팔을 제대로 쓸 수 없을터였다. 그리고 적도 그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을 테고-
"헌팅 블레이드 전개- 시퀀스 등용문"
소녀의 왼팔에 달려있는 예리한 나이프가 전개 되며 일순간 리한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갑작스런 상황에 감각이 살짝 둔해졌음을 감안해도 자신이 놓쳤다는것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아래!'
고개를 살짝 내리자 자세를 한껏 낮춘 소녀가 칼날이 전개된 왼팔 팔꿈치를 쳐올리며 정중선을 베어 가르려했다. 그 순간 리한의 발이 강하게 땅을 차며 구멍으로 몸을 날렸다. 먹이를 놓친 소녀는 그대로 발바닥의 추진 장치를 이용해 허공에서 궤도를 바꾼 후 몸을 날린 리한을 쫓아 구멍 밖으로 나갔다.
바깥을 향해 몸을 날린 리한은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뒤로쏠린 균형을 다시 제대로 잡은 후 근처에 있는 감시카메라에 발을 뻗어 발판으로 사용해 도약했다.
누가 보더라도 박수를 칠만한 재주임에도 불구하고 리한의 안색은 한층 더 찌푸려졌다.
"시퀀스 파죽지세"
도약하는 리한의 정수리를 향해 떨어져내리는 팔꿈치와 칼날, 그 칼날을 보며 리한은 재빨리 몸을 회전시켜 칼날을 가까스로 피했다. 물론 가까스로인 탓에 팔꿈치는 어느정도 허용할 수밖에 없었는지라 뺨이 찢어져 피가 살짝 날렸다.
아직 저린 팔을 뻗어 소녀를 밀쳐낸 리한은 벽에 손가락을 박아 뛰어오른 후 그대로 더 높이 뛰어올라 몸을 세로로 회전시키며 발꿈치 찍기를 행했다.
소녀는 리한의 발꿈치 찍기를 피한 후 한바퀴 돌아 목을 노리며 왼팔을 휘둘렀다.
"시퀀스 계포일낙"
상체를 숙이고 참수를 피하기 무섭게 연이어 날아오는 발길질, 자세적으로는 좋지 않았지만 균형이 일시적으로 쏠려있던 리한에겐 무척이나 유효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을 한 두번 겪은 그가 아니었다. 재빨리 팔을 뻗어 위력을 죽이고 그대로 몸을 소녀의 다리에 갖다 붙이며 발을 강하게 밟았다. 잠깐의 호흡과 함께 기합이나 다름없는 기술명이 외쳐졌다.
"탄유비선격!"
영零거리에서 무게중심이동과 진각을 이용한 고공, 일견 가벼운 태클로만 보이는 공격이나 그 위력은 소녀의 다리를 비틀고 몸을 날려 외벽에 쳐박아버리는데 충분했다.
"뭐야 저녀석?!"
맥은 모니터 너머로 보이는 오가닉로이드와 정체모를 청년의 싸움에 인상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일에 무협이 개입될 가능성은 적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준비한 오가닉로이드와 정면으로 맞설 수 있는 녀석이 뜬금없이 나타난 것이었다.
오가닉 로이드가 어떤 병기인가? 죽은지 얼마 안된 온전한 무협의 시체와 뇌를 이용한 기공과 무술을 사용하는 특수인형병기였다. 그 시술이 살아있는 생물이 감당하기에는 지극히 비인도적이고 고통스러운지라 현재로서는 온전한 시체를 이용해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만큼 오가닉로이드의 힘은 굉장했다. 단순 전투력만 따지면 생전보다 강해지니까- 물론 투자대비로 생각하면 아깝거나 애매한 것이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가닉로이드의 힘은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무엇보다도 다루기 힘든 무협과 달리 다루기는 무척이나 편했으니까.
"형, 혹시 암흑무협의 인간인게..."
"몰라, 한가지 확실한건 저놈이 무협급 실력자란 건데.. 씁. 하필 이 변방에 무협이 와선...!"
맥은 청년에 대해 분통을 터트리며 동생을 향해 외쳤다.
"코니, 지뢰도 전부 기동시켜 둬- 혹시라도 저녀석이 암흑무협의... 바하무트 그룹의 인간이라면 분명 혼자 오진 않았을 테니까"
"응, 알았어. 더불어 터렛도 전부 켜둘께"
코니는 단말기를 두드리며 터렛과 전자지뢰를 전부 기동시켰다. 그리고 그 직후-
투타타타타타타- 콰광쾅쾅!
들려오는 요란한 굉음, 건물 서쪽에서 전자지뢰의 폭발음과 터렛의 발사음이 들려왔다. 그리고 단말기에 뜨는 침입경보- 재빨리 카메라를 전환해 굉음이 들려온 곳을 확인했다. 그곳에 들어오는 것은 다수의 군인, 앞쪽에는 거의 나돌지 않는 실체탄을 장전하고 바하무트 그룹의 상징인 칠흑의 용문장을 새긴 특수방어복을 걸치고 있는 무리-
"저건 대체... 설마 저게?"
"바하무트 그룹의 비합법 공작반..."
소문으로만 들리던, 실체도 모호한 집단의 등장. 일순 당황한 두사람이었지만 몇번이고 수라장을 거쳐온 범죄자란 그렇게 만만한 인간은 아니었다.
"코니, 드론을 전부 내보내- 그리고 우리는 저걸 가지고 탈출한다."
"지뢰는 어쩔까 전부 기폭시켜?"
"아니 우리가 지하로 탈출하고 난 후 아직 설치하지 않은 예비용까지 더해서 전부 기폭시킨다."
"증거 인멸인가... 알았어 형"
코니는 단말기를 조작해 운송용 로봇을 불러와 컨테이너를 옮겼다.
"시퀀스 백아절현"
소녀의 말과 함께 등뒤에서 회전하는 칼날이 나와 리한을 향해 쏘아졌다. 그 수는 10개- 막을 수 없고 피하기엔 곤란한 상황속에서 리한은 강하게 땅을 밟았다. 그 순간 땅거죽이 일며 흙이야 돌멩이가 비산하며 칼날의 궤도를 바꾸거나 칼날의 궤도를 방해했다.
칼날의 궤도가 흐트러져 목표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자 소녀는 전질보로 거리를 좁혔다. 상단 돌려차기에 이은 중단 발차기의 연계가 리한을 덮쳤다. 그는 재빨리 몸을 숙여 돌려차기를 피하고 중단차기를 흘려내며 다시한번 몸을 소녀에게 밀착시켰다.
"탄유비선격!"
리한의 외침과 함께 날아가는 소녀, 하지만 아까와는 달리 그게 끝이 아니었다. 소녀가 벽에 부딪히기 무섭게 날카로운 정권이 명치에 꽂혔다. 장타의 비틀어치기가 소녀의 안면을 비틀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뛰어오른 그의 발차기가 소녀의 목을 분지르기 위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소녀는 아까의 타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청년의 발꿈치 찍기를 양팔을 교차해 막아냈다.
콰작!
요란스런 소리와 함께 바깥쪽에 둔 소녀의 왼팔이 박살났다. 하지만 왼팔의 희생은 무의미한 것이 아니었다. 절호의 기회가 소녀의 손에 쥐여졌으니까 말이다.
"시퀀스 대도무문"
격철이 당겨지며 실린더가 회전한다. 그리고 내뻗어지는 주먹- 그 주먹은 리한의 복부에 닿기 무섭게 연속적으로 격발했다.
"큿... 뭔놈의 지뢰가"
바하무트 그룹의 비합법 특수 공작반의 리더인 잭은 도처에 깔린 지뢰를 보며 곤란해 하고 있었다. 처음 이사에게서 명령을 받았을때는 간단한 일이라 생각했으나 그 생각은 건물에 깔린 터렛과 지뢰를 보고 지울 수밖에 없었다.
다른 곳에서 벌어진 소란에 쉽게 돌입하기는 했지만 특수장갑복에도 타격을 줄 만큼의 위력을 지닌 TA-43 전자 지뢰 앞에서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제길, 여기서 미적 거릴 순 없는데... 누구 수류탄 가진 놈 있나!"
"상병 토마스 있습니다!"
"좋아 토마스 전방 수류탄이다! 나머지는 지뢰가 있어 보이는 곳에 탄막을 형성해!"
미적거릴 수도 없기에 그는 수류탄과 기관총의 탄막으로 지나갈 길의 지뢰를 제거하고자 했다. 기실 지뢰가 아니면 장갑복에 타격을 줄만한 것은 없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수류탄 투척!"
수류탄 투척과 함께 펼쳐지는 탄막은 전방에 깔린 지뢰들을 하나 둘씩 터트리며 그들이 갈 길을 터주었다. 잠시 후 요란한 폭발이 끝나고 엉망진창이 된 길을 강철의 군홧발이 지나갔다.
연속된 폭발에 내장이 꼬이는 느낌을 받는 리한, 하지만 그 폭발보다도 위험한 것은 폭발 와중에 소녀가 날린 발경이었다.
충격에 충격- 내장이 갈가리찢겨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지만 리한은 입으로 나오는 피를 뱉어낸 후 양 다리로 그 팔을 휘감았다. 일차적으로 역자로 팔을 꺾은 그는 재빨리 한쪽발을 땅에, 다른 한쪽발을 소녀의 턱에 걸어 팔을 잡아 땅바닥에 메다꽂았다.
"투뢰!"
정수리부터 떨어지는 던지기, 양팔이 봉쇄된 소녀로선 막는것이 불가능한 기술이었다. 그 기술은 뇌와 신경에 막대한 충격을 가하며 소녀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실상 승부는 난 상태지만 리한은 인간이 아닌 것을 상대로 방심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소녀의 가슴에 발을 얹은 그는 호흡을 들이킨 후 발에 은은한 홍광을 발하게 하며 강하게 발을 밟았다.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소녀의 몸이 땅에 박혔다. 본래라면 가슴이 으스러져 그대로 박살나야 할 터이나 그녀의 경이적인 내구력은 리한 진각조차도 버텨내고 있었다.
"얼마나 튼튼한거야..."
조금 질린 듯한 표정을 지은 리한은 질린 표정을 지으면서도 마무리를 위해 양 손을 들어올리며 최후의 일격을 준비했다.
리한이 지닌 기술중 절초라 할 수 있는 여덟기술- 그 여덟 기술 중 두개의 합기
그것이 펼쳐지려는 순간
콰광쾅쾅쾅!
"팔대절초 합기 충파대폭진!"
건물을 중심으로 사방팔방으로 요란한 폭발이 일어났다. 갑작스런 폭발에 그는 재빨리 몸을 날리며 양손의 충격파를 전력으로 발휘해 폭발의 충격을 상쇄시켰다.
탈출용 지하통로-
간이 단말기로 전자지뢰에 링크해 전부 기폭시킨 코니는 탈출용 리니어카를 조작하며 맥에게 말했다.
"형, 전부 날려버렸어"
"잘했어- 이제 '그'에게 연락해. 그리고 그것도 가능하면 우리쪽에 합류하도록 하고"
"알았어, 아무래도 비싼돈 들인거니까..."
단말기를 조작해 자신들이 가는 곳으로 오도록 명령을 내린 후 자신들에게 이 일을 의뢰한 '그'에게 연락했다.
"이사님... 이사님!"
어느 건물, 화려한 방의 문이 열리며 검은 머리칼의, 정장을 입고있는 여인이 들어왔다. 여인은 들어오기 무섭게 책상에 앉아있는 이사를 향해 물었다.
"이사님, 공작반을 파견하셨다지요?"
"그래, 그게 무슨 문제라도?"
여인은 손가락을 튕기며 벽면에 걸린 TV를 켰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불타는 폐허와 그 자리에 있는 공작반의 모습이었다.
"호오?"
조금 놀란표정을 짓는 그녀를 보며 여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이사를 향해 말했다.
"분명 이 일은 저에게 전담 하신다 하셨을 터입니다만..."
"아 그게 상황이 좀 급해졌거든"
"무슨 말이죠?"
"우리가 단순히 인신매매범이라 알고 있던 녀석들 뒤에 제도 무협이 암약중이었어."
"제도무협이? 상대는 누굽니까"
"몰라, 사안이 사안인 만큼 보통 녀석은 아니겠지."
"제 동생의 납치를 사주했다는건 뭔가 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네요."
여인은 그리말하며 자신의 손을 쥐었다폈다하며 바라보았다. 만약 그들이 그것을 알고 있다면 귀찮은 일이 되리라.
"공작반이 저리 됐으니... 내가 나서볼까나?"
"직접요?"
"공작반도 저 상태니까. 거기다가 상대가 무협이라면 내가 나설 수밖에 없잖아?"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사냥감을 노리는 매의 눈빛과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고수지만 자신의 위치때문에 좀처럼 날뛰지 못하는 몸. 모처럼 날뛸 기회를 놓칠리가 없었다.
"적이 불쌍해지네요"
"무슨 소리야?"
"상대가 명망높은 고수라면 모를까 어지간한 상대라면 백안귀봉의 십초지적도 못될테니까요"
"그러게... 가급적이면 강한 녀석이면 좋겠는걸"
여인은 손에 검은 기운을 피어올리며 TV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손을 움켜쥐자 TV가 우그러들더니 이내 산산조각났다. 살소라고 해도 좋을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며 여인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아 TV수리비는 이사님 앞으로 달아둘게요"
"뭐?!"
바하무트 그룹의 이사이자 백안귀봉이란 이명을 지닌 여인은 경악한 표정으로 자신의 부하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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