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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25. 15:19 글/오리

"그걸로 괜찮겠습니까?"

초연의 방을 나온 천화는 복도를 걸으며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복도 한쪽에서 기척도 없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백발이 성성하지만 외견만큼은 젊은이인 사내였다.
이 남자야 말로 현 천하제일인, 무림 십패중에서도 최고로 강하다 알려져있는 군림공, 팔황검주 능천승이었다.

"뭐, 어차피 그정도로 들을 손녀가 아니니까, 그리고 손주 녀석도 간만에 그녀석을 만나고 싶어하고"
"솔직히 말해서 방금정도의 훈계는 모자라다고 생각합니다만..."
"너무 엄격할 필요는 없어 천화, 제한은 걸었으니 그 범위 내에서 알아서 하겠지. 그보다도..."
"그보다도?"
"팔황을 손질받고 싶은데 그녀석이 아직도 화가나 있을까 걱정되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었습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말이지 사람 감정은 그렇게 간단한게 아니야, 더구나 내가 동의를 구한건 그의 스승이었지 그가 아니었다고."
"성주님 치고는 허술하게 처리하셨군요."
"그정도로 과묵한 스승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지... 어쨌든 초연이가 성공하면 그것대로 좋고 아니더라도 손해는 없으니.."

천승은 그렇게 말하며 말을 흐리던 중 뭔가 기억난듯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그것'의 개발은 어찌 되고 있나?"
"일단 개발 자체는 순조롭습니다만... 역시 검이 문제입니다."
"그런가..."
"성주님께서 팔황 쓰시듯 쓰면 칼은 커녕 태무갑이 못버티고 박살 납니다."
"너무 강한것도 고민해 볼 문제 구먼. 저런 재밋어 보이는 것도 못타보고"

현 천하제일인 능천승, 본인의 천의무봉할 무력때문에 현 강호의 낭만이라 할 수 있는 태무갑에 타본적이 없는 조금은 불쌍한 인생이었다.



"바로 작업 들어갈 거야?"
"군림성에서 사절단이 오기 전까지 형태는 맞춰 놔야 변명이 될테니까."

곧장 마을로 돌아온 철현은 요희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곧장 대장간에 들어갔다. 마침 덕수가 철을 두드리기 위해 화로에 불을 피우던차라 지체하지 않고 망치와 정을 집어들며 덕수를 향해 외쳤다.

"덕수야 쇳물을 만들어라, 옥강을 만든다."
"크릉? 언제 돌아온거유?"
"방금, 그보다 서둘러- 바로 작업을 시작한다."
"아... 알았수"

철현의 외침에 여느때 이상으로 화로에 불을 때우며 쇠를 녹이는 덕수, 마치 열사의 지옥을 연상하게 하는 살을 태우는 듯한 열기에 일련은 자신도 모르게 대장간 입구 밖으로 물러섰다. 어지간한 열기로는 귀신의 몸을 침범하지 못할터 임에도 대장간의 열기는 일련의 피부를 따끔따끔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덕수가 쇳물을 만들고 있는 사이 철현은 산에서 구해온 광석을 연마하고 있었다. 조각을 위한 연마. 당장 할 조각은 아니지만 일단 형태를 갖춰놔야 천의갑의 조형에 어울리게 만들 수 있으므로 미리 해둬야 하는 작업이었다.

"두목, 주물 작업에 들어가겠수!"
"오냐, 이쪽은 물 길어오마!"

작업중에 위 아래는 없다. 적시에 적절한 작업을 하지 못하면 쇠는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거푸집에서 어느정도 형태를 갖춘 쇳덩어리가 차가운 물 위로 떨어졌다. 마치 폭발과도같은 맹렬한 소리와 부글거림, 그 부글거림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철현은 집게로 아직 붉은 기가 다 가지 않은 쇳덩어리를 화로에 집어넣어 달궜다.
그리고 쇳덩어리가 다시 붉게 물들었을 무렵, 화로에서 그것을 꺼낸 철현은 모루 위에 두고 망치를 들었다.

쾅- 쾅- 쾅-

박자를 맞춰 철현의 망치가 모루위로 떨어져 내렸다. 본래 쇠를 단련하고자하면 쇠가 물러질만큼 달궈 망치로 치면 그만이나 천련옥강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한번 쇠를 쇳물로 만들어 불순물을 태워버릴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거푸집에서 대충 형태를 갖춰 식힌 후 다시한번 달궈 단련을 시작한다. 보통 대장간이라면 할 수 없는 방법이나 철병진가의 비전으로 만들어진 이 대장간의 화로는 대형화로 만큼이나 강렬한 화력을 만들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이정도 화력을 내려면 여러가지로 사용방법이 복잡하지만...

"덕수, 새 물!"
"당장 갔다 오것수!"

새까맣게 변한 냉각수를 보며 외치는 철현, 그 외침에 덕수는 재빨리 물통을 가져가 물을 퍼러 나간다. 그 사이 철현은 두들긴 철을 다시한번 화로에 집어 넣었다. 겨우 돌아온 잠깐의 여유 그 틈을 타 철현은 일련을 향해 말했다.

"요희 아줌마한테 전해줘, 보름간은 이 근처에 아무도 접근 시키지 말라고"
"급한일이 있으면?"
"급한일이 있어도다. 정 급하면 아침 밥 먹을 시간에 네가 오던지. 저쪽에서 사절단이 오는걸 생각하면 꽤 빡빡하니까 다른데 신경쓸 여유가 없어 그런고로 슬슬 돌아가, 입구에 있으면 이래저래 번거로우니까"

박정한 철현의 말에 일련은 한숨을 내쉬며 대장간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일련이 대장간을 나오기 무섭게 덕수가 물통을 몇개씩 이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벌써 작업에 들어간건가."
"네, 어머니 보름동안은 대장간 인근에 사람이 못오게 해달라고 하더군요."

철현에게 쫓겨나 집으로 돌아온 일련은 바로 철현에게 부탁받은 말을 어머니에게 전했다. 딸의 말을 들은 요희는 돌아오고도 말도없이 작업에 들어간 철현을 섭섭해하면서도 어디 한군데에 몰두하는 남자라는 인종이 얼마나 제멋대로인지 알고 있는 그녀였기에 흘려 넘겼다.

"그나저나 많이 빨랐구나- 기왕이면 유람식으로 한달간 돌아다니며 분위기탄 채로 사이가 진전 좀 됐으면 싶었는데"

빡-

"아프구나 딸아..."

얼굴로 일련의 주먹을 담담히 받아내는 요희, 어지간한 공격으로 그녀에게 충격조차 주기 힘들지만 지금 딸이 날린 주먹은 은은한 아픔을 전해주고 있었다.

"간만에 대련 좀 해주시겠습니까 어머님?"
"뭐 괜찮겠지. 전력? 아니면 좀 봐줄까?"
"전력으로!"
"그럼 일단 밖으로 나갈까?"

요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일어서며 일련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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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