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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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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2. 22. 23:39 글/오리

"헉... 헉... 완전히 지쳤다."
"염마폭이 나왔을때는 철렁했다고. 가짜라서 살았지만..."

일련과 철현은 아까 싸운 암살자들과의 싸움을 떠올리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절정 둘과 일류 여섯명으로 구성된 암살자와의 싸움은 두사람의 진을 빼 놓는데 충분하고도 남았다.
애초에 싸우고자 준비했다면 이정도까지는 아니었겠지만 어찌됐든간에 저만한 습격은 두사람의 심신을 지치게 하는데 충분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저 인원이 전부라는 사실일까?

"그나저나 기껏잡은 암살자를 죽인 그녀석은 누굴까?"
"글쎄... 지나가던 협사는 아닌듯 하고 아마 이녀석들의 감시자였겠지"

가짜라지만 염마폭이 나오자 여유가 사라진 두사람은 염마폭이 터지기전에 막느라 살을 주고 뼈를 깎아내는 식의 공세로 암살자들 대부분을 죽여버렸다. 물론 그 대가로 강철같은 육신을 지닌 두 사람의 몸은 자신과 암살자의 피로 피칠갑을 하게 됐지만 아쉽게도 그렇게 피칠갑을 할 정도의 노력의 대가는 염마폭이 가짜라는 것을 안 것과 그 암살자들 뒤에 배후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 배후가 뭘 노리고 그들을 자신들에게 보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뭐 어쨌건 우리는 우리 할 일이나 하고 얼른 집에 가자고, 밖에 있다간 계속 귀찮은 일이 생길듯하니..."
"우리가 아니고 내가 할 일이지만. 그것만큼은 동감이다."

철현은 등짐에 넣어둔 고약을 꺼내 상처에 바르고 천을 감은 뒤 바로 일어났다. 일련이 쉬면서 상처를 회복하는 사이 옥석을 찾아애고자 함이었다.

"좀 쉬고 있어, 금방 갔다 올테니."
"알았어, 만약 또 암살자라던가 나오면 불러"

일련은 그렇게 말한 후 그대로 땅바닥에 드러 누웠다. 앉는 중에 소모되는 미량의 체력 소모조차도 아끼면서 회복하려하는 여자답지 않은 일련의 모습을 보면서 철현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흐아암-"

어느새 달이 높게 뜬 깊은 밤 체력을 거진 회복한 일련이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다. 만약 다른 사람이 봤다면 너무 무방비 한게 아니었냐고 타박했겠지만 그간 일련이 마을에서 보여준 것들을 떠올리며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잠에서 깨어난 일련은 자신의 옆에서 불을 지피고있는 철현을 보며 물었다.

"돌은 찾은거야?"
"쓸만한건 다섯개 정도? 나중에 좀 다듬어 봐야 겠지만"

찾은것은 옥과 수정, 그리고 옥 중에서도 최상급품이라 불리는 비취-
솔직히 옥이나 석영만 찾아도 감지덕지한 상황에서 이러한 최상급품을 하루만에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솔직히 하늘의 가호랄까 농간이라는 생각조차 들 정도였다.

"일단은 좀더 자둬, 내일은 계속 달려야하니"
"이번엔 니가 자라, 나는 푹 자서 괜찮아"
"그래? 그럼 좀 자도록하지"

일련의 말에 철현은 불 옆에 누우며 잠을 청했다. 말은 안했지만 상당한 피로가 누적된 철현은 눕자마자 그대로 골아떨어졌다. 일련은 그런 철현의 옆에 앉아 마른 나뭇가지를 불속에 던졌다.



다음날, 군림성

꽃을 다듬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여인은 입구쪽에서 조심스럽게 열리는 문소리에 다소곳하게 돌아보았다. 고개를 돌려 문을 보자 그곳에 서 있는 것은 다른 시녀들 보다 화려한 궁장을 한, 예체(안경)을 쓴 시비였다.

"어라, 당신께서 이곳에는 어쩐 일이지요?"

조심스런 여인의 태도, 군림성 안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을 아래로 볼 수 있는 여인이었지만 눈앞에 예체를 쓴 시비는 그 대부분에서 벗어나있는 존재였다. 아니 되려 여인이 조심해야만 하는 부류의 존재였다.

"아가씨가 문의 하셨던 것을 제가 대신 답하러 왔습니다."
"시녀장께서 직접요?"

여인은 시녀장의 말에 깜짝놀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시녀장이라지만 지나치게 조심스런 그녀의 모습을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의아해 할지도 몰랐으나 무림을 자세히 아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여인의 태도를 당연히 여길게 분명했다.

"오늘은 시녀장으로서가 아닌 이번 협상의 책임자인 삼 봉공으로서 온겁니다."

군림성의 시녀장이자 제 삼봉공 백지신산百紙神算 황천화, 무력으로도 지휘로도 감히 여인이 범접 할 수 없는 존재였다.
군림성에서도 몇 되지 않는 대전기의 마지막, 지옥같은 대회전때 살아남은 강자이며 방어에 한정하면 여인의 할아버지인 군림공 능천악에 맞먹는 현 무림에 20명이 넘지 않는 초절정 고수-
그런 상대에게 조심스러워 하는것은 어떤의미로는 당연한 일이었다.

"삼봉공이 이번 회담의 책임자라니... 놀랍군요."
"그 마을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곳이니까요"
"그런 작은 마을에 뭐가 있기에 삼봉공께서 나서시는거죠?"
"그러는 아가씨는 왜 이번 회담에 끼려고 하셨습니까? 3년만에 열리는 후지기수들간의 회합을 재끼고 말이죠"
"시덥지 않은 후지기수 회합보다는 실적을 올리고 싶어서 일까요? 솔직히 저랑 격에 맞는 후지기수는 기껏해야 무당의 태극도와 소림의 금강동인, 그리고 남궁의 창천검 정도인데 이번회합에는 전원 참석하지 않는다고 했으니까요."

여인의 말에 천화는 가당치 않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고작 절정의 경지에 입문한 분이 격을 논하다니 좀 우스운 이야기군요."
"제 말이 그리 우스운가요?"
"네, 우습습니다. 무척이나"
"24살에 절정에 도달했다면 격을 논해도 될 정도라 생각하는데 봉공께서는 생각이 틀린가 보네요."
"제가 우습다 말하는건 그게 아닙니다. 확실히 20대에 절정의 경지에 도달한 아가씨라면 격을 논할 자격이 되겠죠. 적어도 후지기수 안에서는 말이죠. 그런데 말입니다..."

갑작스럽게 천화의 옷이 펄럭이며 막대한 기운이 폭사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여인의 방 구석에있는 서랍이 열리며 무수한 백지가 한장한장 펄럭이며 날아올랐다.
내공으로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이들이 얻을 수 있는 권능 중 하나인 어병- 그리고 기무의 극한이라 할 수 있는, 자신의 기로 영역을 장악하는 기권 그 두가지가 동시에 펼쳐지며 여인을 압박하고 있었다.
어병의 권능으로 첨예한 칼날과도 모습으로 변해있는 종이와 방안이 일그러져 보일 정도로의 압력을 발하고 있는 기권.
어느것 하나 이제 막 절정에 도달한 여인이 저항하기에는 아득히 높은 경지의 기술이었다.

"크읏....!"
"거짓말을 한때는 상대를 봐가면서 하시는게 좋습니다. 성주님을 모시고 유령사를 관리하는게 누구라고 생각하시는겁니까?"

군림성의 암부인 유령사, 그런 유령사를 만들고 관리하고 있는것이 바로 황천화였다. 물론 그녀 자신은 밀정의 기술과 거리가 멀었기에 다른 이를 내새워 가르쳤지만 관리만큼은 그녀가 직접했다. 그런만큼 유령사의 움직임을 놓칠리가 만무했다.

"성주님께서 말씀하셨을겁니다. '그 대장장이의 제자'는 건들지 말라고-"
"하... 하지만, 그만한 실력을 지닌 대장장이의 제자가 다른 세력에라도 들어간다면..."
"그래서, 당신의 할아버님이자 현 천하제일인인 성주님의 선언을 무시하는겁니까? 그분의 말이 그렇게 가볍게 여겨지십니까?"

여인이 뭐라 말하기 무섭게 기권의 압력이 한층 더 강해졌다. 어느샌가 주저앉은 여인, 조금이라도 버티는 힘이 모자랐다가는 그대로 머리를 땅에 박을지도 모를 상황이었다.
그렇게 가까스로 버티던 여인은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기권에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일어섰다.

"훈계는 이쯤 하도록하죠. 성주님의 전언입니다. 쓸데없는 짓 하지말고 그를 가지고 싶으면 할일 다 한 후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성의를 다해 모셔오라고. 무력 사용은 불허합니다. 그리고 후지기수 회합은 가진다음 오셔야 할테니 2차나 3차에 오시면 되겠군요."
"허억... 허억..."
"이 자리에 있는 분으로서 계략을 꾸미는건 좋습니다만 거짓말은 사람 좀 보고 하시길. 그럼 회담 준비로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몸을 돌려 나가는 황천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여인은 일류때는 알지 못했던 절정과 초절정의 차이를 확연히 깨달았다.
여인의 이름은 능초연, 군림성의 공녀이자 소성주 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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