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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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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20. 14:17 글/SS

"사요 좀더 빨리 밟을 수는 없나요?"
"아쉽게도 이런 산길에선..."

차를 거칠게 몰고 있는 사요는 카나에의 물음에 그렇게 답했다. 얼마나 거칠게 몰고 있는지 차는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고 타이어는 원형이란 자신의 형태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그 한계를 시험하고 있었다.

"자... 잠깐 소... 속이!"

아야네 이치조는 속이 뒤집어진듯 안색이 새파래졌다.
그 럴만했다. 터무니 없이 거친 산길 그걸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는 찻속은 빈말로도 편하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니 트라우마를 심겨줄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순간 차가 요란하게 요동치며 야겐타와 이치조에게 강한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크읏..."
"영감?!"

새파란 안색으로도 야겐타의 신음성에 반응하는 이치조, 그리고 이치조가 야겐타에를 걱정하며 다가간 순간 차량 뒤에 한기의 검주가 지근거리까지 접근했다. 갓산이 아닌 88식 용기병. 대관의 검주가 차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그 순간, 붉은 빛을 발하는 검주가 88식 용기병에 몸을 부딪히며 산 뒤편으로 날아갔다. 야겐타와 이치조는 보지 못했지만 총으로 검주들을 견제하고 있던 카나에는 볼 수 있었다. 그 붉은 검주는 무라마사. 산위에서 대기중이던 미나토 카게아키가 자신들을 도우러 온 것이었다.

"대관!"

카게아키에 의해 날아가는 대관을 보며 갓산, 후우마 코타로가 그 뒤를 쫓았다. 완전히 떨쳤나 싶었던 카나에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부터 88식 용기병의 모습이 보였다.

"끈질기네요..."

카나에는 요동치는 차량 안에서 침착하게 용기병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쫓고 쫓기는 상황속에서 소리마치는 깜빡했다는 듯 바이크 위에서 외쳤다. 

"아 깜빡했군, 아까 그 이야기 말이다."
"무슨이야기? 산타클로스?"
"아니 그거 말고, 살인마 교사 있잖냐"
"그게 왜?"

메이신은 사부의 말을 들으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사부의 말빨은 보통이상, 아차하는 순간 틈을 보이기 쉬웠다. 

"그 희생자들로 알려진 일곱명의 아이들 중에서 말이다. 딱 하나 깔끔하게 죽은 아이가 있지"
"무슨 말이야?"
" 아니 '우리'가 말하기에는 좀 뭐하지만 말이야. 그 인간도 상당히 이상한 놈이거든 '아름다웠던'걸 지키기위해 그게 망가지기 전에 죽인다고 말해놓고서 정작 자기가 망가뜨려서 죽였단 말이지... 그런데 왜 마지막 시체만큼은 깔끔하게 죽었을까?"
"내 알바 아니지 않아?"
" 글쎄... 나중에 조사해 보고 안 사실이지만 스즈카와 료우부라는 인간은 빈말로도 검주를 쓸만한 그릇이 못되 그탓에 그의 절단면을 보면 거칠기 짝이 없지. 그런데 그것과 관련되서 죽은 인간 중에서 절단면이 깔끔한 인간은 딱 둘 있어"
"응?"
"스즈카와 료우부와 닛타 유우히라는 소년이다. 그리고 스즈카와 료우부를 벤것은 붉은 무자인 무라마사. 저 미나토 카게아키란 거지."
"미나토 카게아키가 닛타 유우히도 베었다?"

말도 안된다고 메이신은 생각했다. 미나토 카게아키와 만난지 얼마 안된 메이신이었지만 이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무엇때문에 이러한 짓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미나토 카게아키라는 인간은 자신들과 다른 선량하고 올바른 인간이었다. 
아마 세상의 모든 인간들이 미나토 카게아키 같다면 갑갑할 지언정 세상의 모든 분쟁이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카게아키가 선량한 인간을 죽였다?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믿겨지지 않나보군, 동감이다. 그렇게 올바른 인간이 민간인을 죽였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어"
"죽은 아이는 어떤 녀석이었지?"
"올곧은 아이였다. 카게아키 만큼이나..."

소리마치는 그리 말하며 바이크를 박차 뛰어올랐다. 도약하기 무섭게 행해진 삼각차기에 소리마치를 단번에 큰 나무의 꼭대기까지 도달했다. 

"나는 알고 싶다. 그 녀석이 죽인건지, 죽인거라면 납득을 하고 죽인건지..."
"큿...."

소리마치의 기묘한 압박에 메이신은 등과 손바닥에 식은땀이 흐르는걸 느꼈다. 그리고 나무 꼭대기에서 뛰어오른 소리마치는 그대로 소태도를 쭉 내밀며 아래를 향해 '떨어졌다'. 
그 이외에 표현할만한 말은 없었다. 
이 추락을 단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낙봉落鳳
떨어지는 봉황, 그 이상 그걸 잘 표현한 단어도 없을 것이다. 
마주하면 당한다, 피하면 어디 한군데가 베인다. 땅이 아닌 하늘의 힘을 빌어 행해지는 필살의 검기, 검의 극의 그 이름하여 마검. 
메이신으로서도 소문으로만 들은 일도류의 마검 금시조왕검이 지금 소리마치이치조의 몸을 빌어 체현되고 있었다. 

- 미도우?! -

멍하니있는 메이신의 반응이 이상했던 것일까? 호무라가 메이신을 불렀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메이신은 재빨리 호무라를 향해 외쳤다. 

"호무라 열량태풍!"
- 장갑도 안한 상태에서?! -
"얼른!"

메이신의 일갈과 함께 불뱀, 호무라의 몸에서 강렬한 바람이 휘몰아쳤다. 당연하게도 위에 타고있던 메이신은 날려졌고 메이신을 향해 떨어지고있던 소리마치도 갑작스럽게 분 강렬한 바람에 균형을 잃고서 근처에 있는 나무에 날려졌다. 

"큿...!"
"무식한 방법을 썼구나 제자야... 뭐 그게 가장 옳은 방법이었다만."

섯불리 움직였다면 닿기직전 칼등과 칼날을 바꿔 팔이나 다리를 부러뜨렸으리라, 가만히 있었으면 머리를 가격해 뇌진탕으로 만들거나 어깨를 박살내 움직이지 못하게 했으리라. 
좀 과하지만 제자인 메이신이 진타검주의 사수인 만큼 그로선 거릴께 없었다. 하지만 당하지 않고 자신의 검을 꼼수라지만 피해냈다. 
스승으로서 제자의 성장은 기뻤다. 

"기쁘구나 제자야..."
"빌어먹을 사부... 제자를 죽일셈이야?!"
"피차일반이다 제자야. 뭐 제자의 손에 죽는것도 나름 운치있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오늘은 이만 물러서지."

소리마치는 입가에 붉은 실선, 피를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날려진 충격에 의해 입안이 조금 터진듯했다. 하지만 기분은 실제로 좋은듯 입에 미소가 걸려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타핫!"

카게아키의 기합성과 함께 그의 참격이 허공을 갈랐다. 갓산을 장갑한 코타로는 이전보다도 날카롭고 거센 공격에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어제의 싸움으로 안개숨기의 술을 쓰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일까?
그 판단은 옳다. 후우마 코타로의 기량은 어디까지나 닌자의 가량, 정면 대결에서 카게아키 정도의 무자를 맞상대 할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위치가 좋지 않았다. 
'이곳'이라면 곧바로 안개숨기의 술을 쓸 수 있었으니까-

"참귀 참괴 육근청정! 참귀 참괴 육근청정!"

코타로가 인을 맺으며 주문을 외자 코타로의 모습이 사라지고 칼날이 허공을 갈랐다. 상대가 모습을 감추기 무섭게 무라마사는 열량탐지로 색적모드를 바꾸고 주변을 살폈다. 그러던 중 카게아키는 무라마사가 이해하기 힘든 명령을 내렸다. 

"무라마사, 광역 금타성탐지 개시- 이 주변에 검주가 탐색되는지 확인해봐라"
-무슨 말이야?-
"상식적으로 생각해 저만한 음의를 유지한채 싸울 수 있을리 없다. 그렇다면 생각 할 수 있는건 다른 검주가 저 갓산에 음의를 걸어주고 있다는 거지"
-과연... 바로 시도해볼께-

키이잉-

카게아키에게만 들리는 무라마사의 금타성이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그 사이 몇번의 공격이 있었지만 어제의 경험을 토대로 어떻게든 받아내고 있었다.

-미도우 찾았어!- 저쪽 언덕에 두기야!-
"자장수궁!(Enchant Ending)"

허 리춤의 칼집에서 벼락이 발한다. 자기가 모여든 곳은 태도가 아닌 협차, 소태도와 비슷한 크기의 협차에 막대한 열량이 모여들면서 협차의 벼락은 그 크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크기가 한계에 도달하기 무섭게 카게아키는 협차에 손을 얹으며 칼을 뽑아 날렸다..

"요시노어류합전예법 비황의 개 레일건 카시리!"

쐐에에액

날카롭기 짝이 없는 공기를 갈라찢는 소리와 함께 초음속의 협차가 언덕을 향해 쏘아졌다. 푸른 유성이 되어 쏘아진 협차는 새하얀 꼬리를 남기며 언덕에 쳐박혔다.
비산하는 흙, 그리고 바닥을 나뒹구는 두대의 검주.
쏘아진 무라마사의 레일건을 보며 자신들의 술법이 깨진것을 확인한 코타로는 침음성을 흘리며 무라마사를 바라보았다.

"어찌 그것을 알아챈 것이지?"

자신의 안개숨기의 술의 비밀이 밝혀진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코타로, 당연했다.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보면 그것이 밝혀질리 없었을 터인데...
그는 아주 당연하다는듯 코타로가 숨기 무섭게 바로 언덕을 찾아 공격했다.
어제 하루만에 안개숨기의 술을 눈치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안그래도 어제 그거에 대해 고민하던 중 친철하신 분이 안개숨기의 술에 대해서 알려주셨습니다."
"친절하신 분...? 설마 메이신?!"

코타로는 고민하다가 자신의 안개숨기 술을 눈치챌 만한 인간을 떠올렸다. 무자로서는 모를까 낭인의 안목이라면 자신의 술법을 눈치채도 이상할게 없었다. 낭인도 인자도 제대로 된 싸움을 하는 존재는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큿... 어쩔 수 없군."

들고 있던 소태도를 고쳐쥐고 자세를 바꾸는 코타로, 기습때랑 정면 대결때는 전법과 자세가 완전히 틀려지기에 그대로 상대한다는건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무라마사를 마주하려는 순간...
숲에서 부터 칠색의 빛무리가 코타로를 향해 쏘아졌다.

"뭣이!?"

칠색의 빛무리는 후우마 코타로의 갓산을 휘감으며 강렬한 진동을 일으켰다. 갓산을 덮치는 강렬한 진동과 함께 코타로는 자신의 피가 들끓으며 손끝에서 부터 탄화되어가는 감각을 느꼈다.

"자... 장갑의 해제를...!"

그것이 닌자의 명문 후우마 코타로의 마지막 단말마였다. 전신에서 타오르는 갓산의 장갑이 해제되기 무섭게 검붉게 타버린 코타로의 육신이 모습을 드러났다. 추락하는 갓산과 코타로의 사체-
그러한 갓산을 향해 검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땅에서 부터 튀어오른 그것은 짐승, 지옥에 산다는 개가 저러할까 싶은 모습, 칠흑의 갑철-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무언가였다.
그 짐승은 허공에서 갓산의 심철을 물어뜯고는 그것을 집어 삼켰다. 그 광경을 본 카게아키와 무라마사는 놀람을 금할 수 없었다.

"무라마사... 저것은 뭐지?"
-몰라, 저런 검주는 몰라!-

아스카, 나라, 헤이안, 전국, 막부 이전 시기 전부와 아는 서양 검주 모든걸 뒤져도 저런 이질적인 검주는 없었다. 아니, 저걸 검주로 정의해야 하는지 조차 고민될 정도였다.
강철의 짐승은 공중에서 개걸스럽게 갓산의 심철을 먹어치었다.

-안돼!-
"왜 그러지 무라마사?"
-저 검주가 '알'을 집어 삼켰어!-
"뭣이!?"

부화가 머지 않은 알, 그 알을 다른 검주가 집어 삼켰다.
위험하다. 비교도 되지 않을 위험이다.

"무라마사 자기가속!"
-알았어!-

인챈트 플러스, 자기를 통한 가속이 펼쳐지며 고속으로 쏘아지듯 날아가는 무라마사, 하지만...
무라마사가 갓산의 잔해에 거의 도달하기 무섭게 짐승의 모습은 사라져 있었다.

"아니?"
-미도우! 저기"

무라마사의 외침에 그녀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는 카게아키, 그곳에는 아까 놓친 짐승이 숲을 질주하고 있었다.

"순간이동인가?"
-아니, 금타성감지로 확인한거지만 그냥 터무니없이 빠를 뿐이야-
"뭐?"
-저거 압도적으로 빨라. 지금까지 우리가 상대한 그 어떤 검주보다도-

전자가속으로도 닿지 못한 압도적인 스피드의 세계, 상대는 그러한 곳에 있는거다.

"쫓는다 무라마사!"
-무리야 미도우, 전자가속을 최대로 해도 저걸 쫓는건 무리야.-
"큿..."
-그리고 저것보다 더 위험한게 있다고. 지금이라도 부화 직전인 그것이.-
"어쩔 수 없군. 그쪽이라도 서두르자"
-알았어 미도우-

무라마사는 합당리의 추진을 가속하며 대관을 향해 날았다.


"이거이거 위험하네요"
"그렇사옵니다 아가씨."

탄환은 떨어졌고 사요의 손은 피가 흥건했다. 막말로 88식 용기병의 장갑이 두껍다곤 해도 카나에랑 사요 둘이면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을만한 범주의 상대였다.
하지만 지금 대관이 입고 있는 88식 용기병은 어딘지 틀렸다. 갑철의 단단함은 용기병을 상대할 수 있는 사요의 손을 상하게 할 정도고 수타검주로는 있을리 없는 재생력도 발휘하고 있었다.
명백하게 이상한 무언가였다.

"이치히메.... 이치히메!!!"
"망집에 미쳤나 우쿄!!!"

두사람이 위험에 처하자 부상을 입고 있던 야겐타는 어제도 보였던 금속 봉을 꺼내며 언약의 말을 외쳤다.

"귀신이 있다면 귀신을 벤다, 사악이 있다면 사악을 벤다! 츠루기의 이치 여기에 있다"

야겐타가 들고 있던 금속 봉은 그의 외침과 함께 팔 한쪽 분량의 장갑과 태도로 모습을 바꾸었다. 검주라고 하기엔 조악한 무언가. 하지만 야겐타의 부상을 커버하고 우쿄에 대적하기에는 충분했다.

"우쿄!!!!!!!!"

야겐타는 손에 들린 태도를 휘두르며 우쿄를 가로막았다. 
카캉-
두자루의 칼이 맞부딪히며 요란한 굉음이 발생한다. 이치히메를 닮은 이치조에 집착하는 우쿄, 그런 우쿄를 향해 야겐타는 외쳤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나와 이치히메의 생각은 틀렸다. 네놈은 어디까지 바보인거냐!"
"이치히메를... 이치히메를! 이치히메가 아니면 의미가 없어!!"
"단 하나의 망집이 거기까지... 역시 30년전에 막았어야 했다. 네놈을..."

몇함의 교전 후 야겐타는 우쿄의 칼솜씨의 빈틈을 노려 칼날을 복부에 박아넣었다. 보통의 무자라면 거기서 끝이었으리라. 복부에 칼날이 박힌다는건 보통 내장이 헤집어져 인간이 인간으로서 기능을 못한다는 말과 동일했다.
그 말이 의미하는것은 죽음.
하지만 우쿄는 멀쩡하지 않아도 움직일 수 있다는 듯 야겐타의 칼날을 부러뜨리고 야겐타를 향해 칼날을 박아넣었다.

"큭...!"
"영감!!"
"야겐타씨!"

비통하게 울려퍼지는 비명, 우쿄의 일도에 야겐타는 어께죽지부터 허리까지 갈라졌다.
왼팔이 덜렁거리는 야겐타를 뒤로 한 채 우쿄는 이치조에게로 다가갔다. 천천히, 천천히.
그 동안 그녀를 만나지 못한걸 만회하겠다는듯 느긋하게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이치조는 피투성이의 야겐타와 사요, 그리고 총탄이 떨어져 곤란해 하는 카나에를 둘러보다 이내 분기를 못이기며 주변에 있는 나무며 돌을 주워 우쿄를 향해 던졌다.
의미없는 저항.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않는 행동,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치조는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죽더라도 싸운다. 죽을것을 알면서도 싸운다. 그것이 옳지 않은 것이기에 싸운다.
그것이 아야네 이치조라는 인간의 사는 방식이다.
아무리 죽을 운명이라 하더라도 그걸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일 만한 인간은 아니었다.

"이치히메!!"
"큿..."

저도 모르게 질끈 감은 눈동자, 죽음을 각오한 그 순간 하나의 그림자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것은 진홍의 검주, 마을에서 소문으로만 들리던 정의의 붉은무자가 이 검주가 아닐까 했다.

"물러서십시오 아야네씨"
"아, 네... 그보다 이 목소리는?"

검주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놀라는 아야네 이치조, 그럴 만도 했다. 거기서 들려온 목소리는 자신이 경멸해 마지 않던 남자의 목소리였으니까 말이다.

"야겐타씨를... 부탁드립니다."

그 말과 함께 카게아키는 돌진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타치를 어깨쪽에, 아니 그 뒤로 넘기며 대관을 향해 몸을 부딛혔다.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면 그대로 베어달라는 자살시위가 될뻔 했으나 공교롭게도 우쿄는 그러한 타이밍을 잴 수 없을 정도로 정신이 나가 있는 상태였다.
몸통박치기로 인적이 드문곳까지 우쿄를 끌고간 카게아키는 자신이 행할 수 있는 최대의 위력을 분노와 함께 꽂아넣었다.

-자장 수궁-
"요시노어류 합전예법 눈사태의 개! 레일건 오도시!!"

투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전함의 대포가 쏘아지는 것이 이러할까? 카게아키는 칼 손잡이로 우선 우쿄를 떼어놓은 뒤 그 직후 등을 베어가르는 참격을 날렸다. 초음속의 참격은 우쿄를 두동강 내는 것도 모자라 갱도로 가득한 산 그 자체를 무너뜨려 버렸다.
마치 카게아키의 분노를 대변하듯이...


"얼른 치료해야..."
"무리야... 이건 치명상. 아마 죽을게 확실하겠지"
"그럴 리 없잖아! 당신, 죽은 적 있어!? 없을텐데! 죽은 적도 없는 주제에 자기가 죽을지 어쩔지 알 리가 없잖아!?"
"옳은 말이다만.... 그래도 알수 있단다." 
"바보같은 소리 말고!"
"이걸 맡아주게나. 이치히메같이 올곧은 자네라면 이런 조각뿐인 검주일 지라도 쓸 모 있겠지..."
"영감..."
"저기 사신이 오고 있군..."

철컹, 철컹

무거운 장갑이 철커덩 거리는 소리와 함께 붉은 무자, 무라마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왔는가 미도우... 쿨럭"
"야겐타씨... 죄송합니다. 제가 늦어서..."
"아닐세, 도리어 감사하고 있다네. 수십년에 걸친 우리들의 바보같은 짓을 끝맺어 줘서... 쿨럭"
"야겐타씨. 얼른 병원으로..."
"무리야... 게다가 난 살만큼 살았네. 걱정되는게 있다면 두 손녀뿐이지만... 미도우가 맡아 주겠지?"
"야겐타씨..."
"편하게 해주게나 미도우."
-미도우...-
"야겐타씨... 죄송합니다."

무라마사의 말에 카게아키는 칼을 휘둘렀다.
그것은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끊기 위한 칼, 하지만 동시에 무고한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칼날.
야겐타의 목숨을 끊은 카게아키는 그대로 장갑을 풀며 비통하게 눈물을 흘렸다.


"젠장... 사부 그 인간 진짜 칼빵 안맞아주네"
-맞아 줄리가 없잖아 상식적으로-

아까 느꼈던 죽음의 공포를 물리치고자 허세를 부리며 야겐타의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던 중 들린것은 공기를 찢는 소리, 그 소리에 하늘을 올려다 본 메이신이 본 것은 어둑거리는 하늘을 질주하는 은빛 유성-
그 은빛 유성을 본 메이신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호무라를 향해 말했다.

"호무라, 나무위로 올라가자"
-알았어 미도우-

호무라의 위에 올라타 순식간에 드높은 나무 위로 오르는 메이신, 나무 꼭대기에 도착한 메이신은 볼 수 있었다. 마을에 떨어지는 유성- 그리고 그 유성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을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끼이이이이이잉- 쾅!!

뒤늦게 들려오는 대기를 찢는 소리와 마을이 사라질때 생겼을 폭음과 충격파. 충격파는 마을을 부순것으로 모자라 메이신이 있는 숲을 휩쓸기 시작했다. 피하기는 늦은 상황에서 메이신은 재빨리 장갑을 한채 열량태풍을 전력전개했다.
충격파는 어찌어찌 상쇄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 충격파에 휩쓸려 날아오는 거대한 나무들, 빗겨나가는 녀석들은 열량태풍에 의해 빗겨졌지만 정면으로 날아오는 녀석들은 일일이 다 베어넘겨야 했다.
그리고 그러한 압도적인 폭력을 겨우 넘긴 메이신은 폐허가 된 숲에서 볼 수 있었다.
사라진 마을 위에서 고고히 서있는 한명의 무자를...
저것이 재해
저것이 카게아키가 쫓는 재앙
저것이 소문으로만 듣던 은성호...
하늘을 올려다보던 메이신은 마치 자신의 시선이 은성호와 마주친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을이...!"

야겐타의 죽음에 비통해하던 카게아키와 이치조, 그리고 카나에와 사요는 갑작스럽게 나타난 은빛 유성과 함께 사라져버린 마을을 보며 경악을 금하지 못했다.
단 일격에 마을의 모든게 소멸되었다.
이것이 카게아키가 말한 재앙
이것이 은성호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그 광경을 깨달았다.
이 세상에는 압도적인 공포란 것이 있다고.
인간으로선 어쩔 수 없는 재앙이란 것이 있다고...
불타는 마을을 보며 카게아키를 제외한 모두는 그렇게 느꼈다.

posted by 히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