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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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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5. 20. 14:16 글/SS

"그나저나 동업자 형씨는 주로 어디서 일해? 역시 이곳 가마쿠라?"

메이신의 말에 카게아키는 살짝 어리둥절해 하다가 뒤늦게 그녀의 말의 진의를 눈치챘다. 자신을 낭인으로 오인한 만큼 낭인끼리의 영역다툼은 피하고 싶다는 제스쳐였다.

"실례, 저는 낭인이 아닙니다."
"청부업자라면서?"
"그저 일신상 사정으로 돈을 받지 않고 하는 것인지라..."
"뭐야 그거, 그럼 그건 청부업자라기 보다 괴한이잖아"
"다음부터는 그래야 할것 같군요."

만담같은 두사람의 대화, 하지만 그리 이어지지는 못했다. 야겐타가 얼굴을 굳힌채 입을 연 탓이었다.

"후키, 식사는 나중으로 하자꾸나. 손님이 왔다."
"아... 네"
"아무래도 형씨를 공격한 사람 같네"
"그렇군요."

야겐타의 말에 메이신과 카게아키는 긴장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다 심하게 다쳐 잘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지만 그럼에도 무자로서 기본자세 만큼은 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야겐타의 집 안으로 한명의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밤중에 실례. 조금 실례하겠습니다. 뭐, 볼일을 마치자마자 물러날 것이니 잠깐 참아 주시길"
"누... 누구세요?"
"오야오야? 낭인 꼬마가 살아있었던가?"
"대관이 말했던 후우마 코타로인가? 노인목소리의 아줌마라고는 생각도 못했네"

메이신의 말에 코타로는 이마에 살짝 붉은 혈관을 드러내며 맞받아 쳤다.

"노부야 벌써 쉰이 넘어서 별 상관없지만 역시 명부는 젊은 것들을 싫어하나보군"
"잡담은 그만하도록"
"대관님?!"

후키는 코타로 뒤에서 나오는 대관 우쿄의 모습에 놀라며 외친다. 우쿄는 인상을 찌푸리며 메이신을 향해 외쳤다.

"살아있었으면 왜 찾아오지 않았지. 그리고 지금 왜 무라마사의 무자와 같이 있는거냐?"
"댁 바보? 지금 이 팔을 보고도 그딴 소리를 하는겨!"

메이신이 내민 양팔은 피로 얼룩진 붕대가 잔뜩 감겨 있었다. 우쿄는 납득하면서도 인상을 찌푸린채 외쳤다.

"메이신, 고용주로서 명한다. 무라마사의 사수를 잡는걸 도와라!"
"싫어."
"뭣?!"
"나 사실상 한번은 죽었으니까. 그 계약은 끝난셈 치고 땡. 그리고 나는 지금 댁의 계약보다 더 중요한 계약에 메여 있으니까"
"육문전六問錢 의뢰인가..."
"코타로 그게 무슨 말이지?"

코타로의 중얼거림에 우쿄가 물었다. 코타로는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어 그것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 낭인들은 기본적으로 돈을 받고 선악에 관계없이 일을 하기때문에 적이 많아. 그런만큼 목숨의 위협을 많이 받는데... 그런 낭인들이 살아남기 위한 구제책 중 하나가 바로 저승길 노잣돈인 육문전 의뢰, 즉 자신을 살려준 이에 대한 보은이지. 낭인들의 율법상 이 경우 가급적이면 무리한 의뢰도 받아들이도록 되어있다네."
"그렇다면 지금의 그녀는 우리의 적이군"
"뭐 그렇지. 적수는 못되겠지만"

제상태라면 모를까 지금의 그녀로선 칼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다. 그런 상태로 무자 두사람을 상대할 수 있을리 없었다.

"밖으로 나가지. 당신들이 원하는건 나뿐일 터이다."
"호오,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단 것인가? 역시 선한인간. 뭐 재밋으니 응할까?"
"코타로"
"어차피 필수로 처리해야 할건 붉은 무자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나머지에 그리 집착할 필요는 없다네. 도리어 덤을 노리다가 가장 중요한 녀석을 놓칠걸 경계해야 마땅함이지"
"무자님"
"신세졌습니다. 보은은 다음에..."
"다음인가, 유쾌하구먼. 내가 대신해주지"
"그렇습니까... 그럼 그럼 인사 선물은 토모시마점(友島屋)의 비둘기 사브레, 한두 세트로 부탁합니다. 그리고 야마쿠라 양조점의『쿠교(公?)』를 한병. 아마도 번거롭게 할 일은 없겠습니다만"

부상을 잊은듯 날카로운 기세가 발해진다. 아마 나가자 마자 싸울 터, 코타로는 그 기세를 즐기면서도 긴장의 끊을 놓지 않았다.
그렇게 둘이 나가려는 찰나 야겐타가 두사람의 사이에 끼어들며 입을 열었다.

"나가지 말게나"
"노인장..."
"여기는 나의 집.
누 구를 손님으로 맞이하고, 누구를 맞이하지 않을지는 내가 결정하는 것. 손님을 불한당에게 인도한다는 작법을 에미시는 가지고 있지 않아. 그러한 행동이야말로 최대의 치욕. 미도우, 이 영감에게 수치를 모른다는 오명을 씌우고 싶다 생각하지 않으면, 우선 맡겨주게."
"..."

단호한 그의 말에 카게아키는 저도 모르게 물러섰다. 이정도로 단호한 기세라면 누구라도 물러 설수밖에 없으리라.

"아까의 기세는 어지간겐가. 뼈가 삭을대로 삭은 노인네를 내보내다니."
"……늙은 것은 사실이니, 노인네라는 말을듣고서도 화낼 까닭은 없지만. 그의 대한 모욕은 관둬라. 이건 내가 집주인으로서 나선 것이다."
"호오호오 재밋구려"


야겐타의 말에 재밋다는 표정과 함께 자세를 취하는 코타로. 하지만 우쿄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물러서라"
"대관?"
"저녀석 만큼은 내가 상대한다."

대관의 말에 한발짝 물러서는 닌자, 그리고 한발짝 앞으로 나서는 집주인.
우쿄는 그런 야겐타를 보며 비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그때 모든걸 버리고 물러난 겁쟁이가 이제와서 뭣때문에 나서는거지?"
"저승길에 후회를 끌고 갈 수 없기 때문이야. 너의 바보짓은 나나 이치히메가 멈추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치히메가 죽은 지금은 나 밖에 없어"
"흥, 웃기고 있군"

품속에서 뭔가 조악한 금속제 봉을 꺼내는 야겐타, 그리고 갑궤를 거칠게 열어 장갑을 준비하는 우쿄

탕-

일촉즉발의 상황속에서 두사람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한방의 총성이었다.

"다행이네요. 만약 스타트의 신호라 착각되었다면 어떻게 할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괜찮아요 아가씨, 준비라고 말한적은 없으니까요-"

총성 다음에 들려온것은 젊은 아가씨와 늙은 노복의 만담. 야겐타네 가족을 제외한 전원은 이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네 녀석은...!"
"순찰관님!"
"밤 늦도록 연락이 없어서 찾아와봤습니다만... 괜한 수고는 아닌듯하군요. 거기다가..."

순찰관 오오토리 카나에는 집안을 둘러보았다. 예상외로 죽은 줄 알았던 낭인은 살아서 미나토 카게아키와 같이 있지않나 대관은 낭인이 아닌 닌자와 함께 카게아키를 노리고 있었다.
얼핏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그녀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아직 초연이 피어오르는 총구가 우쿄에게로 향한다. 여차하면 그대로 쏘아죽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어느샌가 닌자와 가령이 두사람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대관, 여기선 물러서는게 좋을것 같구려"
"으음..."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는 우쿄, 하지만 아무리 우둔한 그라도 이해하고 있었다. 나서는 순간 자신은 확실히 죽는다는 것을.

"오늘은 이만 물러가도록하지... 운이 좋구나"
"이해가 빠르네요."

우쿄들이 나가자 카나에는 언제 총을 쐈다는 듯 총을 감추며 입을 열었다.

"저기... 죄송한데..."
"네?"
"급히 이쪽으로 오느라 아직 식사를 하지 못해서 그런데 아직 식사를 하지 않았다면 껴도 될까요?"

정말 뜬금없는 말이지만 동시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공복을 자각시키는 말이었다.


"이런 변변치 않은 것만 낼 수밖에 없어서 죄송합니다."

늦은 저녁, 후키는 부끄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저녁밥을 내놨다. 산나물에 된장국, 소박하다면 소박하지만 신선한 산나물에 직접만든 된장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진수성찬이라 할 수 있었다.

"아뇨아뇨, 이러한 것이야말로 최고의 성찬이랍니다."
"그렇사옵니다."
"객관적으로도 맛있는 편이라고 생각해, 이정도 요리 실력이면 좋은 신부가 되겠구나."
"그렇군요. 확실히 좋은 신부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시... 신부라뇨"

왠지 얼굴에 홍조가 서리는 후키의 모습에 의아해하는 메이신과 카게아키였지만 카나에와 사요는 의미모를 미소를 지으며 후키를 바라보았다. 그러한 시선을 느낀 것일까 후키는 밥을 더 퍼며 카게아키에게 내밀었다.

"무자님 더 드세요!"
"저기... 저는 로쿠하라에서 무자의 지위를 얻은 이가 아니므로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셔도 됩니..."
"하지만 무자님은 무자님이시잖아요"
"뭐 좋지 않습니까? 말하고 보면, 정말로 무자님이란 느낌이니까요"
"저는 그러한 사람이.,.."

말을 꺼내려던 카게아키는 집 밖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꺼내둔 칼에 손을 가져갔다. 카게아키의 행동에 카나에와 메이신도 각자 자신의 무기에 손을 가져가며 입을 열었다.

"대관이 또 온걸까요?"
"모르지, 닌자쪽 증원인지도..."

그렇게 두 사람이 밖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민하는 사이 밖에서 인기척의 주인으로 생각되는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YOU는 역시 길치인걸 인정하셨어야 합니다. 괜한 고집으로..."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했잖아."
"...."

카게아키는 밖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길은 일직선으로 돌파해달라고 그리 부탁드렸습니다만..."
"네가 왜 여기있는거야?!"

카게아키의 말에 아야메 이치죠, 그녀가 놀라며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녀의 등장에 야겐타는 상당히 동요한 얼굴로 그녀를 향해 외쳤다.

"이치히메?!"
"응? 할멈이랑 아는 사이인건가?"

이치죠의 말에 그제서야 진정하는 야겐타, 하지만 아직 동요가 채 가지 않은듯 동요가 가득한 눈동자로 입을 열었다.

"이치히메의 혈족인가...?"
"뭐 그렇지, 할망구의 조카손녀다. 성묘차 왔다만..."
"길을 잃어버려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Me는 괴멸적일 정도의 이치죠씨의 길치에 놀랐습니다."
"이카로스군이 여긴 왠 일로?"

뒤이어 들어온 고스로리의 외국인 소녀를 보기 무섭게 카나에가 묻는다.

"아는 사이야?"
"GHQ 진주군의 고문인 볼프교수의 조수입니다."
"그보다 방금 댁 '군'이라고하지 않았어?"

메이신은 그녀의 발언에 의아함을 드러내며 말했다. '군'이란 말은 남자를 가리키는 말, 하지만 눈 앞에 있는 금발의 소녀는 어딜봐도 소녀였다.
그 대답은 카나에가 아닌 소녀에게서 나왔다.

"Me는 남자입니다."
"엣?"
"음..."
"휘유."

각기 다른 반응, 이치죠는 놀라고 카게아키는 고민에 빠졌으며 메이신은 다른의미로 놀라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남자가 어째서 고스로리를?"
"교수님의 취미입니다."
"오오토리씨, 그 볼프교수란 인간... 변태?"
"네, 상당히..."

다른사람들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녀... 아닌 소년 이카로스는 오오토리 카나에를 향해 말했다.

"오오토리 중위님, 교수님의 전언입니다."
"볼프 교수님이...?"

카나에는 그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오오토리 카나에와 볼프 교수는 그렇게 친한편은 아니다. 같은 진주군 소속인 만큼 안면은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닌 수준 딱 그정도 였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서 전언이라니?

"며칠전, 카마쿠라 방면으로 정체불명의 레이더반응이 있었습니다. 순식간에 사라진 탓에 진주군에선 오작동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교수는 그것이 소문의 은성호일 가능성이 있으니 조사해 달란 말이었습니다."
"은성호... 아 그 소문의 묻지마 학살범입니까."
"Yes"

소녀, 아니 소년은 긍정하며 오오토리 카나에를 향해 말했다.

"GHQ 진주군 대부분이 은성호를 무시하는 이상 그나마 협력해줄 이는 오오토리 중위뿐이라고 교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으음, 전 감찰관일뿐인데 말이죠."
"여차하면 자기 핑계를 대도 된다고 교수가 말씀하셨습니다."

이 카로스의 말에 카나에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진주군의 고문인 볼프 교수는 괴짜기는 해도 인지도와 인맥에 의해 실제 끼치는 영향력은 어지간한 장성 이상이었다. 그런 그가 자신의 핑계를 대도 된다고 말할 정도면 그가 얼마나 은성호를 신경쓰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은성호? 그거 실재하는 거야?"
"글쎄요... 저로선 확신하고 있지 않습니다만 카게아키씨 말로는 은성호는 실재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응? 그 겁쟁이가 그렇게 말해?"

왜 겁쟁이냐고 물으려던 카나에와 후키에게 카게아키가 조용히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고개를 젖는다.

"이봐 경관, 그 은성호란거 실제로 존재하는거야?"
"네, 존재합니다."
"그런데 왜 수 많은 무자를 두고 너같은 겁쟁이가 쫓는거야?"
"그 실체를 마주하고 살아있는 사람이 저밖에 없으니까요."

틀린말은 아니었다. 무자는 은성호의 손에 박살나거나 알이 심겨지고 일반인이라면 단순한 정신 오염의 파도에 먹혀 광란을 일으킨다.
그렇기에 그것을 마주하고 살아남은 생존자는 언제나 하나 뿐, 그것에 먹히지 않는 무라마사의 사수인 그 뿐이었다.
하 지만 그것을 모르는 이치죠는 매도에 가까운 말을 내뱉었다. 아니 내뱉으려 했다. 하지만 카게아키의 눈을 본 순간 그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지독히도 무거운 눈동자... 평소라면 우울한 얼굴 하지 말라고 일갈했겠지만 뭔가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그 눈동자에 뭐라 말하기 힘들었다.

"ME는 전언을 마쳤으니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런 밤중에?"
"YES, 교수가 전언을 마치고 바로 복귀하라고 했으니까요"
"밤길은 위험하다네, 내일 날이 밝으면 가게나."

야겐타의 말에도 불구하고 이카로스는 문을 나서고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NO, 오르토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말과 함께 이카로스는 마치 애초부터 없었다는듯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닌자보다도 더 닌자같은 기묘함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는 할말을 잃었다.

"그나저나 오르토스가 뭐야?"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머리가 두개달린 개 괴물의 이름이랍니다."
"GHQ 진주군에는 그런 닌자같은 녀석도 있는건가?"
"글쎄요... 교수가 개인적으로 쓰는 사람인듯한데요."

어느새 사라진 이카로스가 있던 자리를 보며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은 의문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날
어 느정도 회복 된 것인지 미나토 카게아키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나섰다. 안에 자고 있는것은 자신과 메이신 뿐. 아마 오오토리 중위는 자신들이 잠들기 무섭게 돌아갔을 터이고 다른 사람들은 먼저깨어나 밖에 있는 것이라 생각한 카게아키는 문 밖으로 나서기 무섭게 도끼를 들고 장작을 패고 있는 후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에잇!"

쿵-

요란한 소리와 함께 장작이 쪼개진다. 숨을 헐떡이는 후키를 보며 카게아키가 입을 열었다.

"장작을 패고 있습니까?"
"아, 일어나셨어요? 다른 무자님은...?"
"아직 자고 있는듯해서 그냥 뒀습니다. 저 보다도 부상이 심하니까요"

진 타검주의 회복력이면 어지간한 상처는 하루만에 회복된다지만 여인의 상처는 적어도 오늘 낮, 아니면 저녁 쯤은 되어야 회복될듯 했다. 사실 필살必殺의 마기魔技 전자발도電磁發刀를 정면으로 받아친 인간치고는 저정도로 멀쩡한게 되려 신기한 카게아키였다.

"후키씨"
"무슨 일이시죠?"
"어제 도와드린 답례로 장작은 제가 패겠습니다."
"괜찮으시겠어요?"
"몸은 거의 나았습니다. 몸을 풀 필요가 있기에..."
"그럼 염치 불구하고..."

일이 많은지 후키는 도끼를 카게아키에게 넘긴 후 곧바로 바로 옆에 있는 시냇물로 향했다. 후키의 동생 후나는 어느새 수복한 무라마사 위에 올라타 카게아키가 장작을 패는걸 바라보고 있었다.

쿵- 쿵-

초 보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중 하나가 바로 팔힘으로 장작을 내리찍는다는 것, 도끼의 무게가 무게인 만큼 그런식으로 하면 팔에 무리가 오기 쉽상이었다. 그렇기에 장작을 팰때는 언제나 도끼의 무게를 이용해 그냥 떨어뜨리면 되었다. 물론 단련할때는 몸을 이용하는편이 좋지만...
어디까지나 몸을 푸는 것인데다가 상처가 벌어지면 본말전도이므로 정석대로 하기로 했다.

"얍!"
"흡"

쿵-

"얍!"
"흡"

쿵-

후나의 리듬에 맞춰 떨어지는 도끼, 후나는 그것이 무척이나 신기한듯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떨어져내리는 도끼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도끼 소리에 일어난 것인지 부스스한 머리의 메이신이 카게아키를 향해 입을 열었다.

"흐아암... 벌써 다 나은거야?"
"당신 정도의 중상은 아니었기에."
"좋겠네. 그보다 장작패기라 몸풀기라도?"
"뭐 그렇습니다"
"정말 정석 그 자체인 남자로구만"

메이신은 그리말하며 안에서 칼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카게아키가 팬 장작 중 크기가 좀 있는 것을 골라 근처 있는 바위에 세운후 칼을 뽑고 크 장작을 마주겨눴다.

"열량순환 10초 한정"

순간 카게아키는 메이신의 몸이 붉게 물든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행해진 것은 부상자라고 생각하기 힘든 칼놀림, 그 칼 놀림에 의해 장작은 서서히 깎여 나가 어떠한 형상을 이루어 나갔다.
대략 십초정도 지났을까?
메이신이 칼을 겨눴던 장작은 어느새 어설프지만 확실하게 곰임을 알수 있는 곰 조각상이 되어있었다.

"아야야야..."

조각상을 만드는라 무리한 걸까 팔에 감긴 붕대에는 살짝 피가 베어 나오고 있었다.

"괜찮습니까?"
"아아, 괜찮아. 팔이 괜찮아졌는지 확인해보려고 한건데 역시 좀 무리였네"

메이신은 그리 말한 후 거칠게 깍인 곰 조각상을 후나에게 넘겼다.

"자, 선물"
"와~ 곰이다"

메이신의 붕대의 혈흔이 짙어진걸 눈치채지 못한 후나는 무라마사의 위에서 그녀가 준 곰조각상을 들고 기뻐했다. 카게아키는 그런 메이신을 보며 입을 열었다.

"빠른 칼놀림이었습니다."
"댁에 비하면야 빠르다고 할 정도까진 아니지만"
"하지만 저는 그정도로 섬세한 재주는 없습니다."

전자발도는 언제나 필살必殺, 그것도 어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었다. 상대가 상대인 이상 어설픈 손대중이 들어가는 기술로는 상대에게 닿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위해 필요한 것은 상대도 피하지 못할 가공할 속도와 맞으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정도로 죽을 필살의 마기-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전자 발도였다.

"뭐, 제대로 된 한명의 낭인으로 인정받기 전까진 이런 잔재주에 가까운 일도 했어야 하니까. 나 데뷔때는 여자라고 꽤 무시당했기에 일이 잘안들어 왔거든"
"실력적으로 볼때 무시당할 처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뭐, 여성 무자가 제대로 인정받는 경우는 이름있는 무자가문이 아닌 이상에라야 잘 없잖아? 결국 열받아서 그쪽에서 이름 높던 녀석 셋정도 곤죽으로 만들었더니 인정받아서 이렇게 일하고 있지만"
"꽤나 거칠게 살아오셨군요."
"낭인이야 원래 거칠지."

그렇게 메이신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카게아키는 문득 하나의 바구니를 들고 아야네 이치죠와 함께 걷고 있는 야겐타를 볼 수 있었다.

"야겐타씨, 이치죠씨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이치죠가 아니라 아야네라니까!!"

어제와 같은 실수를 반복한 카게아키, 야겐타는 이치죠의 외침에 곤혹해하는 카게아키를 보며 웃음을 띈 채 입을 열었다.

"잠깐 집좀 맡아 주게나. 잠시 이 아가씨와 나갔다 올 터이니"
"무슨 일이신지...?"
"어제 말한 성묘다. 오늘이 할망구의 기일이라... 야겐타 영감님이 할망구 지인이니 같이 성묘라는거다"
"그렇습니까... 그럼 집은 제가 잘 돌보고 있겠습니다."
"그럼 좀 부탁하네"

야겐타와 아야네 이치죠는 산길을 내려와 마을 인근에 있는 무덤으로 향했다.

posted by 히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