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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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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23. 16:47 글/오리

현 무림에서 가장 유명한 무인이 누구냐 물으면 십중팔구는 화룡현녀라고 말할 것이다. 정사마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갑작스럽게 나타나 정파의 구존, 사파의 삼공, 마도의 오군을 쓰러뜨리고 그 위의 삼제인 검제 도제를 쓰러뜨리고 마제를 압도해 전 무림에 충격을 준 그녀는 갑작스럽게 나타난것 처럼 마제와의 싸움이후 홀연히 사라졌다.
아니 그렇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소림 열반암

"잠깐, 그게 무슨 말이야?"
"현녀께 진 사실이 분하지 않다는 거 말이오?"
"그래, 그거!"
"현녀께 진게 분할게 뭐가 있겠소이까. 애초에 같은 인간에게 진 것도 아니고"
"뭐?"
"현녀와 싸우고나서 깨달았소이다. 현녀는 애초에 인간이 아니라고- 아니 다른 구존도 현녀가 인간이 아니라는데 확신하더이다. 하기사 삼제나 천외에서도 볼 수 없는 힘을 지니고 야성과 인지를 초월한 술법으로 싸우는 현녀를 누가 인간으로 보겠소만..."
"잠깐, 인간이 아니라서 진게 분하지 않다고?"
"말하자면 그리 되는구려. 현녀께서는 말하자면 태풍이나 홍수같은 자연재해나 다름 없으니."
"끄응...."

소림제일권 권존 정각의 말에 현녀는 침음성을 흘렸다. 실제 자연상의 태풍에 비견할 수는 없으나 용종 중에서도 특별히 강력한 그녀는 자연재해에 비견되는 태풍이나 홍수를 일으킬 수 있었다. 즉 애초에 지닌바 힘이 자연재해에 버금간다는 것이었다.
자연에게 이길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인간은 언제나 자연에 굴복하거나 타협하면서 살아왔지 자연을 극복하지는 않았다. 결국 자연에게 진게 분할리가 없단 말이었다.

"정말 그런거야?"
"다른 이들은 모르겠으나 구존은 다들 그리 납득하고 있소이다."
"잠깐 잠깐 이상하잖아. 무림인은 패배에 민감하다던데?!"
"그것도 같은 인간의 범주지 자연을 상대로 승패를 따지는 인간은 인간을 아예 벗어난 존재밖에 없다오. 삼제나 천외의 무인들이라면 모를까 삼공오군도 마찬가지일거요."
"천외도 빼- 태반이 나한테 지고나서 분해하긴 커녕 더 강해져야 겠다면서 수련에 들어갔으니."
"그럼 남는건 삼제뿐인데..."
"한번 가서 물어봐야겠네"

화룡현녀 용아랑은 암자에서 나와 불꽃을 두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정사마를 떠나 화룡현녀와의 싸움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낙성검제 궁천양과 단하도제 한상은은 무림을 떠나 은거지에서 부부로서 조용히 살고 있었다.
찾아오는 사람이 없는건 아니지만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대개 입구에 깔아둔 진법으로 격퇴당할 뿐이었다.
그렇게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두사람 앞에 간만에 불청객이 모습을 드러냈다.

"천양아 상은아!!"

진의 범위에서 벗어난 허공으로 부터 떨어진 불꽃의 덩어리- 화룡현녀 용아랑의 등장에 궁천양과 한상아는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물었다.

"여긴 어쩐 일이오?"
"천양아, 상은아 물어볼게 있는데 말이야..."
"물어볼거?"
"너희들 나한테 진거 분하지 않아?"

그녀의 말에 천양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너털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애초에 생물로서 격이 틀린데 무엇이 분하겠소"
"으으으-!"

무엇이 짜증나는지 자신의 옷소매를 물며 짜증을 내는 아랑, 천양이 의아해하는 동안 무엇때문에 짜증내는지 눈치챈 상은은 짐짓 분한듯한 표정을 하며 입을 열었다.

"나는 무지 분해"
"정말?!"
"은랑?"
"당연히 분하잖아. 같은 수준에 놓고 싸우면 십초지적도 안되는 상대에게 고작 내력의 고하 차이로 져버렸으니까"
"뭐!"

한순간 기분이 좋았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아랑은 전신에서 맹렬한 화기를 발하며 말했다.

"내가 십초지적도 안된다고?"
"그래, 내력을 나랑 동일한 수준으로 맞추면 말이지- 하지만 네가 그럴 수 있을까? 네가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는 이유가 그 무지막지한 내력인데?"

그녀의 말에 아랑은 순간 화가 머리까지 치솟았으나 홧김에 한방 날렸다가 상은이 다치면 그것을 완전히 인정해 버리는 셈이므로 아랑은 자제심을 발휘해 내력을 억제하며 말했다.

"좋아 해보자고! 내력을 너 정도로 억제할 테니까 한번 해보자고!"

전신에서 뿜어지던 화기가 어느샌가 사그라들었다. 허리춤에 메고있던 검을 뽑아든 아랑은 상은 앞에 섰다. 그리고 허공섭물의 수법으로 집안에서 자신의 애도인 월광도를 가져온 상은은 도갑에서 칼날을 뽑으며 아랑을 마주했다.
서로의 투기가 맞부딪히자 주변의 공기가 그 충돌을 이기지 못하고 터져나갔으며 두사람의 진기의 영향으로 아랑이 서있는 쪽의 풀은 새까만 재가 되었으며 상은이 서 있는 쪽의 풀은 얼음조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두 사람의 기운이 최고로 고조 된 순간-
두사람의 대결은 순식간에 시작되었다.

1초째
서로의 검과 도가 맞부딪히며 서로가 발하는 공력을 쟀다. 공력의 부딪힘이 강렬한 빛의 산란을 일으키며 눈에 피로를 가져다 주었다.

2초째
자신과 내력을 똑같이 맞췄음을 확인한 상은은 도를 노도와 같이 휘둘렀다. 36개의 허초와 12개의 실초- 도합 48번의 공격이 행해지고 아랑은 상상을 초월한 신체능력으로 허초와 실초 구분없이 48번의 공격을 전부 막아냈다.

3초째
상은이 발을 놀리며 몸을 슬쩍 비틀었다. 아랑의 찌르기가 빗나가며 허공을 갈랐다. 빗나간 검극은 진공파를 일으키며 상은의 옷 앞섬을 갈랐다. 상은은 찌르기의 위력을 본 순간 검면을 위 아래로 가격했다. 칼을 봉쇄하게 위해 부러뜨리고자 한 것이었다.

4초째
파캉-
가격 직후 도로 검을 얽어 걸어 비틀자 검이 부러졌다. 검이 부러지자 아랑은 검을 버리고 진기를 양손에 집중했다. 검이 부러진 이상 주먹으로 싸울 수 밖에 없었다.

5초째
일보를 내딛고 주먹이 쏘아졌다. 무지막지한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순식간에 쏘아진 13번의 주먹질, 상은은 그 주먹질을 전부 칼등으로 받아넘기며 아랑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6초째
이미 무기를 쓰기힘든 지근거리, 주먹을 날리기도 힘들정도의 가까운 거리가 되자 아랑은 상은을 잡아 내던지고자 했으나 상은은 칼등의 굽은 부분으로 아랑의 발목을 낚아 넘어뜨렸다.

그리고 7초째
상은의 도는 넘어진 아랑의 목에 겨눠져있었다.


"어때? 내 말대로지?"

상은은 약을 올리는 듯한 표정으로 아랑의 목에서 도를 거두며 말했다. 십초도 못버티고 칠초만에 패배해 버린이상 변명도 할 수 없었다. 아랑은 그런 상은의 말에 눈물을 글썽이며 외쳤다.

"상은이 바보!!!"

일순간 아랑에게서 막대한양의 진기가 방출되며 상은을 날려버렸다. 갑작스러운 폭발적인 진기에 순간 절초를 준비하던 두 사람이었으나 이내 불덩어리가 되어 날아가는 아랑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조금 심했던거 아니야?"
"나도 막 그렇게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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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무란
2015. 7. 19. 01:06 글/오리

그 옛날 한마리의 용이 있었다. 몇개의 나라를 멸망시키고 수많은 강자를 그 불꽃으로 불태운 그 용은 어느날 인간으로 변해 도시를 거닐던 중 한명의 허풍선이의 말을 듣게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대륙 말고 다른 대륙에는 물위를 걷고 하늘을 무너뜨리는 이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을 무림인이라 하더라-"

많은 사람들이 허풍선이에 대해 웃거나 욕을 하던 중에 용은 고민했다. 이 대륙의 강자란 강자는 죄다 쓰러뜨린 상황- 비록 의심스러운 허풍이라하나 그런 존재가 있다면 지루한 이 삶에 큰 활력소가 될 터였다.

"다른 대륙이라면 영감들도 없을테고..."

적이 없을 만큼 강력한 용이었지만 그것도 일대 일에서 얘기지 고룡급 둘이 용을 제재하러온다면 용으로서도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때문에 내키는대로 날뛸수도 없는 상황에서 자신을 막을 이가 없는 새로운 곳이란 것은 상당히 매력적인 일이었다.

"좋아 가보자! 만약 진짜 허풍이었다면 저녀석을 핀포인트로 날리면 될 일이고-"

일순 허풍선이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있었던 무시무시한 결정에 부들부들 떨었을때 용은 그 거리에 있던 모두의 인지를 벗어나 구름위로 뛰어오른 후 본체로 변해 대륙 밖으로 날아올랐다. 무시무시한 속도로 삼일 밤낮을 날아 다른 대륙을 발견해 낸 용은 그 허풍선이가 말한 무림인이란 인종을 찾기위해 마법으로 색적을 행하려던 순간-

빠악-

"어?"

용은 머리에 창을 맞고서 바다에 떨어졌다. 운이 좋았던 것일까 나빴던 것일까? 용이 찾던 무림인은 용이 들어오던 해안가 절벽에 있었다. 그것도 조금 특별한 무림인이-


수년 후 산속

"으아아아 짜증나!!!"

붉은 머리카락의 여인은 써내려가던 책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며 외쳤다. 찢겨진 책은 여인이 무의식중에 내뿜은 진기가 지닌 화기에 불타올라 재가 되었다. 강렬한 진기의 여파로 여인이 있는 초가집마저 불타려하자 밖에서 나무를 하고있던 중년인은 한숨을 내쉬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여인이 내뿜던 강렬한 진기가 흩어지며 열기가 잠잠해졌다. 중년인은 도끼를 장작더미에 두고서 초가집 안에 있는 여인을 향해 외쳤다.

"이번엔 또 뭐가 문제야?"
"인간의 몸이란거 왜 이렇게 약한거야?! 너무 약해서 생각한 방법이 전부 안되잖아!!!"
"인간의 몸이 약한건 용랑도 잘 알고있잖아?"
"그래, 약한건 알고있어...! 그런데 그런 약한 인간이 도대체 고작 수십년으로 용종에 맞먹는 괴물로 만드는 거냐고! 너희들 외천의 무공은 괴물이 만든거냐!!"

여인의 외침에 중년인은 고개를 흔들며 속으로 불평했다.

'진짜 괴물이라 할만한게 누군건만...'
"진짜 인간이 익힐 수 있는 무공이어야 하는 조건이 아니었다면 벌써 열몇개정도는 만들었을 텐데..."
"무공에 대해 탐구하고 싶다한건 용랑이 아니었어? 무공은 인간의 기술이니 인간이 익힐 수 있어야만 참다운 무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인간이 아닌 용랑만이 쓸 수 있어서야 그건 무공이라 할 수 없는 노릇이지"
"그건 그렇지만..."
"거기다가 기준을 지나치게 올려잡은건 용랑의 잘못이야​. 하나의 무공이 완성되는데 얼마의 시간이 걸린다 생각하는거야?"
"각잡고 100년이면 되려나?"
"뭐.... 죽이기만을 위한 무공이라면 얼추 그정도면 되려나. 천마를 제외한 구종의 시조는 해당 무공을 스승에게서 물려받았으니"
"시조라면 보통 만들었을때 기준 아니야?"
"뭔가를 만든다는 것만으로는 안되는거야. 기술만 잔뜩있다고 하여 무공이 되는게 아니듯 하나의 무공으로서 완성되기 위한 정립이 필요하오. 그 정립을 해낸 이들이 바로 시조라 불리는 것이고."
"이해가 잘 안가는걸?"
"가령 이런것이오. 잘 보시오."

중년인의 말과 함께 그의 손이 허공을 향해 뻗어졌다. 그 순간 그의 손에서 정파 9문에서 절기라 할 수 있는 기술들이 펼쳐졌다.
소림의 제마불검, 무산의 자전십팔폭, 해원의 천하36검등 9문에서도 상위권이라 자부할 수 있은 절기들이 중년인의 손에서 시연되었다. 물론 그 대부분은 흉내내기에 불과한 수준이었지만 용랑의 문제를 지적하는데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한차례 수려한 손놀림을 보여준 중년인은 호흡을 가다듬고 여인을 향해물었다.

"이것은 강력한 초식... 강한 기술만 모은 것이지. 용랑은 이걸 무공이라 할 수 있겠어?"
"으응, 아니네. 무공이라기엔 최소한의 목적성도 개연성도 없고 지나치게 산만해. 거기다가 완전 빈틈투성이네."
"이런게 단순히 만들었다는 것이야. 그리고 이것이 정립이란 것이지."

다시한번 움직이는 손, 아까와 같은 초식을 펼치는듯했으나 아까와는 엄연히 달랐다. 지나치게 산만했던 아까와 달리 하나의 목적성을 위해 필요없는 부분이 가지치기 되고 바뀌었다.
정의 극치인 제마불검은 정에서 동으로 바뀌는 그 순간이 극히 빨라졌고 자전십팔폭은 그 폭발력이 줄어든 대신 한점에 집중되어 실질적인 위력은 더 세지고 회수도 편해졌다. 그리고 천하36검은 36개의 검로를 조밀하게 그리는 대신 12개의 검로를 크고 빠르게 그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쾌라는 목적성이 생긴 것으로 각 초식이 지닌바 위력은 내려갔으나 빈틈이 적어지고 실질적인 위력은 늘었으며 안정성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예전에 심심풀이로 만든거야. 아까와의 차이점을 알겠어?"
"그렇네... 네가 말한 정립이란걸 이제 알겠어. 목적성이나 사상을 위한 최적화란거네"
"방향성이나 목적성이 없는 기술은 무너지기 쉽지. 하지만 방향성이나 목적성이 있으면 좀처럼 무너지지 않을 뿐 아니라 발전할 수도 있는 거야. 물론 그게 너무 지나치면 되려 무너지기 쉽지만. 그걸 기술의 본질이라 하지"
"기술의 본질이라..."

중년인의 말에 용랑은 생각했다. 용종으로서 타고난 강한 힘을 휘둘러온 그녀에게 있어 기술의 본질이란 화두는 무척이나 생소했다. 그녀에게 있어서 기술이란 힘을 휘두르기 위한 최저한의 요령이니까 말이다.

"에라 모르겠다. 잠깐 상대좀 해줘 철흔!"
"잠깐, 용랑 난 지금 할일이..."
"내가 도와줄테니까 지금은 좀 어울리라고!!"

여인의 외침에 전신에서 맹렬한 진기가 발산되었다. 그리고 회오리치는 불꽃- 무림에서 화룡현녀라 불리며 재앙이라 불리는 그녀가 간만에 진심을 내 부딪히려하고 있었다.

"정말 곤란하군..."

철흔은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내딛었다. 발끝에서부터 바람이 휘감기며 장포가 펄럭이기 시작했다. 상대는 다른 대륙에서 온 최강의 생물 이쪽도 전력이 아니면 대련이 성립하기 힘들었다. 상대는 힘조절을 모르니까-
이것은 무공을 탐구하는 두 존재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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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히무란
2015. 2. 25. 15:19 글/오리

"그걸로 괜찮겠습니까?"

초연의 방을 나온 천화는 복도를 걸으며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복도 한쪽에서 기척도 없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백발이 성성하지만 외견만큼은 젊은이인 사내였다.
이 남자야 말로 현 천하제일인, 무림 십패중에서도 최고로 강하다 알려져있는 군림공, 팔황검주 능천승이었다.

"뭐, 어차피 그정도로 들을 손녀가 아니니까, 그리고 손주 녀석도 간만에 그녀석을 만나고 싶어하고"
"솔직히 말해서 방금정도의 훈계는 모자라다고 생각합니다만..."
"너무 엄격할 필요는 없어 천화, 제한은 걸었으니 그 범위 내에서 알아서 하겠지. 그보다도..."
"그보다도?"
"팔황을 손질받고 싶은데 그녀석이 아직도 화가나 있을까 걱정되네"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었습니까?"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말이지 사람 감정은 그렇게 간단한게 아니야, 더구나 내가 동의를 구한건 그의 스승이었지 그가 아니었다고."
"성주님 치고는 허술하게 처리하셨군요."
"그정도로 과묵한 스승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지... 어쨌든 초연이가 성공하면 그것대로 좋고 아니더라도 손해는 없으니.."

천승은 그렇게 말하며 말을 흐리던 중 뭔가 기억난듯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그것'의 개발은 어찌 되고 있나?"
"일단 개발 자체는 순조롭습니다만... 역시 검이 문제입니다."
"그런가..."
"성주님께서 팔황 쓰시듯 쓰면 칼은 커녕 태무갑이 못버티고 박살 납니다."
"너무 강한것도 고민해 볼 문제 구먼. 저런 재밋어 보이는 것도 못타보고"

현 천하제일인 능천승, 본인의 천의무봉할 무력때문에 현 강호의 낭만이라 할 수 있는 태무갑에 타본적이 없는 조금은 불쌍한 인생이었다.



"바로 작업 들어갈 거야?"
"군림성에서 사절단이 오기 전까지 형태는 맞춰 놔야 변명이 될테니까."

곧장 마을로 돌아온 철현은 요희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곧장 대장간에 들어갔다. 마침 덕수가 철을 두드리기 위해 화로에 불을 피우던차라 지체하지 않고 망치와 정을 집어들며 덕수를 향해 외쳤다.

"덕수야 쇳물을 만들어라, 옥강을 만든다."
"크릉? 언제 돌아온거유?"
"방금, 그보다 서둘러- 바로 작업을 시작한다."
"아... 알았수"

철현의 외침에 여느때 이상으로 화로에 불을 때우며 쇠를 녹이는 덕수, 마치 열사의 지옥을 연상하게 하는 살을 태우는 듯한 열기에 일련은 자신도 모르게 대장간 입구 밖으로 물러섰다. 어지간한 열기로는 귀신의 몸을 침범하지 못할터 임에도 대장간의 열기는 일련의 피부를 따끔따끔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덕수가 쇳물을 만들고 있는 사이 철현은 산에서 구해온 광석을 연마하고 있었다. 조각을 위한 연마. 당장 할 조각은 아니지만 일단 형태를 갖춰놔야 천의갑의 조형에 어울리게 만들 수 있으므로 미리 해둬야 하는 작업이었다.

"두목, 주물 작업에 들어가겠수!"
"오냐, 이쪽은 물 길어오마!"

작업중에 위 아래는 없다. 적시에 적절한 작업을 하지 못하면 쇠는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거푸집에서 어느정도 형태를 갖춘 쇳덩어리가 차가운 물 위로 떨어졌다. 마치 폭발과도같은 맹렬한 소리와 부글거림, 그 부글거림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철현은 집게로 아직 붉은 기가 다 가지 않은 쇳덩어리를 화로에 집어넣어 달궜다.
그리고 쇳덩어리가 다시 붉게 물들었을 무렵, 화로에서 그것을 꺼낸 철현은 모루 위에 두고 망치를 들었다.

쾅- 쾅- 쾅-

박자를 맞춰 철현의 망치가 모루위로 떨어져 내렸다. 본래 쇠를 단련하고자하면 쇠가 물러질만큼 달궈 망치로 치면 그만이나 천련옥강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한번 쇠를 쇳물로 만들어 불순물을 태워버릴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거푸집에서 대충 형태를 갖춰 식힌 후 다시한번 달궈 단련을 시작한다. 보통 대장간이라면 할 수 없는 방법이나 철병진가의 비전으로 만들어진 이 대장간의 화로는 대형화로 만큼이나 강렬한 화력을 만들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이정도 화력을 내려면 여러가지로 사용방법이 복잡하지만...

"덕수, 새 물!"
"당장 갔다 오것수!"

새까맣게 변한 냉각수를 보며 외치는 철현, 그 외침에 덕수는 재빨리 물통을 가져가 물을 퍼러 나간다. 그 사이 철현은 두들긴 철을 다시한번 화로에 집어 넣었다. 겨우 돌아온 잠깐의 여유 그 틈을 타 철현은 일련을 향해 말했다.

"요희 아줌마한테 전해줘, 보름간은 이 근처에 아무도 접근 시키지 말라고"
"급한일이 있으면?"
"급한일이 있어도다. 정 급하면 아침 밥 먹을 시간에 네가 오던지. 저쪽에서 사절단이 오는걸 생각하면 꽤 빡빡하니까 다른데 신경쓸 여유가 없어 그런고로 슬슬 돌아가, 입구에 있으면 이래저래 번거로우니까"

박정한 철현의 말에 일련은 한숨을 내쉬며 대장간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일련이 대장간을 나오기 무섭게 덕수가 물통을 몇개씩 이고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 벌써 작업에 들어간건가."
"네, 어머니 보름동안은 대장간 인근에 사람이 못오게 해달라고 하더군요."

철현에게 쫓겨나 집으로 돌아온 일련은 바로 철현에게 부탁받은 말을 어머니에게 전했다. 딸의 말을 들은 요희는 돌아오고도 말도없이 작업에 들어간 철현을 섭섭해하면서도 어디 한군데에 몰두하는 남자라는 인종이 얼마나 제멋대로인지 알고 있는 그녀였기에 흘려 넘겼다.

"그나저나 많이 빨랐구나- 기왕이면 유람식으로 한달간 돌아다니며 분위기탄 채로 사이가 진전 좀 됐으면 싶었는데"

빡-

"아프구나 딸아..."

얼굴로 일련의 주먹을 담담히 받아내는 요희, 어지간한 공격으로 그녀에게 충격조차 주기 힘들지만 지금 딸이 날린 주먹은 은은한 아픔을 전해주고 있었다.

"간만에 대련 좀 해주시겠습니까 어머님?"
"뭐 괜찮겠지. 전력? 아니면 좀 봐줄까?"
"전력으로!"
"그럼 일단 밖으로 나갈까?"

요희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일어서며 일련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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